김서희, 이번엔 네가 주인공해

김서희, 이번엔 네가 주인공해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10-09
Oleh:  서담Baru saja diperbarui
Bahas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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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소설 《불온한 정착》 속으로 들어왔다. 그것도 남편과 절친에게 배신당해 끝내 무너지는 김서희가 되어. 다행히 아직 스물한 살. 차강수와의 사랑도, 비극도 시작되기 전이다. 이번에는 다르게 살 거다. 차강수와 민사라는 원작대로 사랑하게 두고, 김서희에게는 새로운 사랑을 찾아주기로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내가 차강수에게서 멀어질수록, 그는 원작과 다르게 나를 붙잡기 시작한다. “당신이 사랑할 사람은 내가 아닌데.” 내가 만든 남자 차강수가, 원작이 아닌 나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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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asan-ulasan

뚠뚠잉
뚠뚠잉
불온한정착 외전으로 완결도 되기전이고 다른 인물도 아니고 다시 김서희랑 차강수라 좀.. 더 뭐랄까... 마음에 와닿지 않는거 같아요. 그전 인물들은 그만 보내주시고 새로운 글을 쓰셨으면 좋겠어요..! 작가님에 글을 기다리고 있는 팬으로서 조심히 의견 드려요...
2026-10-09 18: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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뚠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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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정착에 인물들은 그만 놔주시고 차라리 새로운 이야기를 써주시지... 기다렸는데 좀 김서희 이야기까지 안끌리는거 같아요ㅠㅠ..
2026-10-09 17: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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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B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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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씨발, 방정훈!!”최민지가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소파 위로 집어 던졌다.“내가 그렇게 싫으면 나랑 헤어지고 그년을 만나든가!”현관 앞에 서 있던 방정훈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민지는 그 얼굴을 보자 더 열이 받았다.차라리 같이 소리를 질렀으면 나았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저 인간은 늘 그랬다. 싸울 때도 목소리를 높이는 법이 없었다.그래서 더 사람 미치게 만들었다.“10년이야. 10년! 우리가 만난 게 10년이라고!”“민지야.”“그리고 나 너 좋아해. 많이.”정훈의 얼굴이 굳었다.민지도 잠깐 입을 다물었다.씨발.이런 말을 이런 식으로 하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오늘은 정말 다른 말을 하려고 했다.퇴근하면서 혼자 얼마나 연습했는데.집에 가서 씻고, 정훈이 좋아하는 족발이나 시켜놓고 술 한잔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하려고 했다.우리 그냥 결혼할까?너 그렇게 하고 싶다며.그 말 한마디를 하는 데 꼬박 10년이 걸렸다.민지가 헛웃음을 흘렸다.“결혼은…… 너 알잖아.”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우리 친엄마랑 아빠 이혼하고 나서 내가 어땠는지.”정훈은 알고 있었다.민지가 열 살 때 부모가 갈라섰다는 것도, 그 뒤로 결혼이라는 말만 나오면 질색했던 것도.열다섯에 김령이 엄마가 되어주고서야 겨우 다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믿게 된 것도.“내가 결혼하기 싫어서 너 싫다고 한 거 아니잖아.”“알아.”“뭘 알아!”민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무서웠다고 했잖아. 나도 그렇게 될까 봐. 좋아서 결혼했다가 나중에 서로 죽일 듯이 미워하고, 가족이고 뭐고 다 깨지는 게 무서웠다고!”정훈이 고개를 숙였다.그 꼴을 보니 속이 더 뒤집혔다.민지는 오른손으로 머리를 거칠게 쓸어넘겼다. 퇴근할 때부터 제멋대로 뻗쳐 있던 곱슬머리가 손가락 사이에서 더 엉망이 됐다.“그리고…….”말끝이 처음으로 흔들렸다.“결혼 이야기 오늘 하려고 했는데?”정훈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뭐?”“오늘 하려고 했다고.”민지는 허탈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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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는 한동안 방정훈을 쳐다봤다.울컥하지도 않았다.눈물이 나지도 않았다.그냥 어이가 없었다.“너 방금 뭐라고 했냐?”정훈도 자기가 뱉은 말이 심했다는 건 알았는지 시선을 피했다.“……됐어.”“아니. 안 됐는데?”민지가 가방을 다시 내려놨다.그리고 팔짱을 꼈다.“다시 말해봐.”“민지야.”“마흔 넘으면 뭐?”“화나서 말이 잘못 나왔어.”“폐경?”정훈이 입을 다물었다.민지가 피식 웃었다.“와.”이번에는 진짜 감탄이었다.“씨부랄탱.”10년을 살았다.연애만 한 것도 아니었다. 한집에서 밥 먹고 자고, 서로 출근하는 얼굴을 보고, 아프면 약을 사다 주고, 양말 하나까지 섞여 돌아다니며 살았다.그 세월 끝에 들은 말이 저거였다.민지는 손가락으로 정훈을 가리켰다.“야. 나 마흔하나야.”“알아.”“근데 폐경 안 했어.”“그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그리고 폐경하면 여자가 아니냐?”정훈의 입이 닫혔다.“너 세무사 사무실에서 일하지?”“갑자기 그게 왜 나와.”“병원에서 일하는 줄 알았지. 아주 산부인과 전문의가 따로 없어서.”“최민지.”“왜. 틀렸어?”민지가 코웃음을 쳤다.아까까지만 해도 가슴 한구석이 아팠다.오늘 결혼하자고 말하려 했다는 사실이 억울했고, 10년이 이렇게 끝난다는 게 허무했다.그런데 지금은 이상하게 머리가 맑았다.저 말 하나가 남아 있던 미련까지 싹 긁어냈다.민지는 거실을 둘러봤다.소파.식탁.둘이 같이 고른 TV.정훈이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민지가 직접 조립해준 침대까지.“집은?”정훈이 눈을 깜빡였다.“뭐?”“전세 명의 내 거잖아.”“……민지야.”“네 짐 빼.”정훈의 얼굴이 굳었다.“지금 당장?”“그럼 이로희 데려와서 셋이 살까?”“그런 뜻이 아니잖아.”“애 아빠 된다며. 책임진다며. 그럼 가.”민지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지금 다 빼라는 건 나도 양심 없고. 큰 짐은 나중에 가져가. 당장 필요한 것만 챙겨.”“10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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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서화의 전화가 끊긴 뒤 민지는 한동안 휴대폰을 내려다봤다.술 사서 가겠다는 인간을 말려봐야 소용없었다. 보현한테까지 연락했으면 둘이 같이 올 테고, 오는 길에 안주까지 한 보따리 사 올 게 뻔했다.민지는 남은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소파 옆에 처박아뒀던 노트북을 끌어왔다.어차피 오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그리고 오늘 끝내야 할 일이 하나 있었다.《불온한 정착 -서담-》오랜 시간 썼다 지웠다하며 쓴 웹소설이었다.낮에는 회사에서 자동차 뜯어 고치고 사람들 관리하고, 밤에는 집에 와서 글을 썼다. 야근한 날에도 몇 줄은 적었고 주말이면 노트북 앞에 붙어 살았다.원래 꿈이 소설가였으니 힘들어도 좋았다.오늘은 마지막 화만 남아 있었다.“그래. 연애도 끝났는데 이것도 끝내자.”민지는 맥주캔을 옆에 내려놓고 자판 위에 손을 올렸다.마지막 장면은 이미 정해놓은 상태였다.김서희.스물한 살에 CH건설에 입사해 차강수를 만났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됐다.1년을 연애하고 스물세 살에 결혼했다.그리고 그 결혼이 김서희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차강수를 사랑했고 아이를 가졌다.하지만 그 사이에 민사라가 들어왔다.첫 임신과 유산.남편의 마음이 다른 여자에게 향하는 걸 지켜봐야 했던 시간.불륜과 배신.결국 이혼까지.자기가 만들어놓고도 참 지독하게 굴린 인생이었다.민지의 손가락이 자판 위를 빠르게 움직였다.마지막 문장이 완성됐다.마침표를 찍고 한 번 읽어본 뒤 저장했다.잠시 망설이다가 최종화 등록 버튼까지 눌렀다.“끝.”등받이에 몸을 기대자 긴장이 한꺼번에 빠졌다.완결이다.드디어.민지는 뻐근한 목을 좌우로 꺾다가 맥주를 집어 들었다.한 모금 마시는데 화면에 남아 있는 김서희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오늘따라 기분이 묘했다.민지는 턱을 괴고 자기가 쓴 이야기를 가만히 훑어봤다.김서희는 차강수를 사랑했다.결혼했고 믿었다.그런데 남편의 마음이 다른 여자에게 향했다.자기는?방정훈과 10년을 만났다.같이 살았다.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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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가 금세 술판으로 변했다.서화가 사 온 소주 세 병에 보현이 편의점에서 쓸어온 맥주까지 늘어섰고, 족발이며 닭발이며 과자 봉지가 빈틈없이 자리를 차지했다.민지는 소주잔을 단숨에 비우고 젓가락으로 족발 한 점을 집었다.“근데 걔 몇 살이라고?”서화가 물었다.“스물다섯.”“미친.”“열여섯 살 차이네.”보현이 계산하자 민지가 고개를 끄덕였다.“어. 애 생겼대.”서화가 기가 막힌 얼굴로 잔을 들었다.“그 여자도 너 있는 거 알았다며.”“알았대.”“알면서 그랬다고?”“첫눈에 반했단다.”“첫눈에 반하면 남의 남자랑 자도 돼?”민지가 피식 웃었다.“그러게. 법이 바뀌었나 봐.”보현이 소주를 따르다 물었다.“정훈이는 뭐래?”“책임진대.”“누구를?”“애랑 걔를 책임지겠지. 나는 버리고.”민지는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하고 소주잔을 들었다.속이 멀쩡한 건 아니었다.10년을 하루 만에 정리하는데 아무렇지 않을 리 없었다. 다만 술 먹고 질질 울면서 방정훈한테 전화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거고.바람피운 새끼는 바람피운 새끼였다.“야.”민지가 잔을 내밀었다.“짠이나 해.”세 잔이 부딪혔다.술이 몇 순배 돌자 서화의 얼굴부터 벌게졌다.반면 보현은 멀쩡했다. 민지도 취기가 오르기는 했지만 혀가 꼬일 정도는 아니었다.“근데 민지야.”“응.”“정훈이 짐은?”민지의 젓가락이 멈췄다.“아.”그러고 보니 그게 남았다.침실 옷장에는 방정훈 옷이 절반 가까이 남아 있었고 욕실에도 면도기며 스킨이며 그 인간 물건이 그대로였다.민지가 얼굴을 찌푸렸다.“씨발. 또 오겠네.”“짐 가지러 오겠지.”“아, 싫어.”민지는 정말 싫다는 얼굴로 휴대폰을 집었다.서화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하게?”“문자.”“뭐라고?”민지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야 짐 찾으러 오지 마.]잠시 생각하다가 한 줄을 더 보냈다.[그냥 다 버린다.]그리고 마지막.[필요한 거 있으면 다시 사라.]보현이 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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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생각보다 빠르게 줄었다.소주 세 병은 진작 바닥났고 보현이 사 온 맥주까지 하나씩 따기 시작하자 식탁 위에는 빈 병과 캔이 뒤섞였다.서화는 이미 소파에 반쯤 누워 있었다.“야아…… 근데 진짜 너무한다.”민지가 맥주를 마시다 쳐다봤다.“뭐가.”“폐경.”서화가 벌떡 일어나더니 민지를 가리켰다.“어떻게 10년 만난 여자한테 그런 말을 해?”“나도 몰라.”“너 아직 생리하잖아.”“야.”“하잖아.”“그걸 왜 네가 확인해.”보현이 안주를 집어 먹으며 태연하게 끼어들었다.“지난달에도 생리통 때문에 진통제 먹었다며.”민지가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내 자궁에 관심 좀 꺼줄래?”서화가 갑자기 민지를 끌어안았다.“우리 민지 아직 여자야.”“아, 씨발. 떨어져.”“남자 만나. 더 어린 남자.”“필요 없어.”“왜!”민지가 서화를 밀어냈다.“오늘 헤어졌거든?”“그러니까 만나야지.”“오늘 헤어지고 오늘 소개팅 잡으면 그게 더 미친년 아니냐?”보현이 고개를 저었다.“너는 한동안 남자 생각 안 날 것 같은데.”“역시 안보현.”민지가 맥주캔을 들어 보였다.“사람 보는 눈이 있어.”서화가 입을 삐죽였다.“그럼 혼자 살 거야?”“못 살 이유가 뭔데?”민지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혼자 돈 벌 수 있고.집도 있고.친구도 있고.부모님도 있고 민수도 있다.직장에서는 과장 달았고, 그렇게 하고 싶었던 글도 결국 완결까지 냈다.남자 하나 없다고 당장 인생이 망하는 것도 아니었다.“나 마흔하나야. 혼자 못 자는 나이도 아니고.”“그래도 외롭잖아.”“책 읽으면 돼.”“책이 안아줘?”“전기장판이 안아줘.”보현이 웃음을 터뜨렸다.“쟤는 진짜 혼자 잘 살겠다.”“내가 원래 잘 살아.”민지는 남은 맥주를 마셨다.그때 덮어둔 노트북이 눈에 들어왔다.“아.”민지가 몸을 일으켰다.“왜?”“완결 댓글.”최종화를 올려놓고 확인도 안 했다.노트북을 다시 열자 알림이 잔뜩 떠 있었다.완결을 기다렸던 독자들이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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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는 아침이었다.민지는 한동안 천장을 바라보다가 얼굴을 찌푸렸다.“아…… 머리야.”어젯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입 안이 바짝 말라 있었다. 몸을 일으키자 소파 아래에서 빈 맥주캔 하나가 발에 걸려 데굴데굴 굴러갔다.서화와 보현은 이미 가고 없었다.대신 식탁 위는 대충 치워져 있었고, 빈 병은 한쪽에 모여 있었다.휴대폰을 확인하자 단체방에 메시지가 와 있었다.[진서화]출근해야 돼서 먼저 간다.[안보현]냉장고에 해장국 넣어놨음.[진서화]오늘 회사 가지 말고 쉬어.민지가 코웃음을 쳤다.“회사원이 지 마음대로 쉬냐.”소파에서 일어나 냉장고로 향했다.해장국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생수 한 병을 꺼내 뚜껑을 열고 그대로 반을 들이켰다.“크으.”이제야 좀 살 것 같았다.물을 들고 베란다로 나간 민지는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칙.라이터 불이 붙었다.첫 모금을 깊게 빨아들이고 천천히 연기를 내뱉었다.아침 공기가 차가웠다.평소와 똑같은 아침이었다.다른 게 있다면 이제 이 집에 방정훈이 없다는 것뿐이었다.민지는 별 감흥 없이 담배를 한 모금 더 빨았다.어젯밤 정훈이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마흔 넘으면 폐경 아니냐.“미친 새끼.”잠에서 깨서 생각해도 열받았다.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끈 민지는 곧장 욕실로 들어갔다.씻고 나온 뒤 대충 머리를 말렸다.극성 곱슬은 아침부터 사방으로 뻗쳤다.빗질 몇 번 해보다가 포기했다.“됐다.”출근하는 데 누가 머리 검사할 것도 아니었다.옷을 갈아입고 오른팔에 시계를 차자 팔뚝의 레터링 타투가 잠깐 드러났다.Si vis pacem, para bellum.민지는 소매를 내리고 가방을 챙겼다.현관을 나서려다 침실 쪽을 한번 봤다.정훈의 짐이 아직 잔뜩 남아 있었다.“오늘 퇴근하고 다 버려야지.”문을 닫았다.주차장으로 내려간 민지는 익숙하게 운전석에 올라탔다.시동을 걸자 엔진 소리가 들렸다.습관처럼 계기판부터 확인한 뒤 차를 출발시켰다.출근 시간이라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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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도착한 민지는 주차를 마치자마자 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숙취가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머리가 묵직했고 속도 조금 쓰렸다. 그래도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자동차 정비 부문 사무실로 들어서자 익숙한 소음과 냄새가 먼저 반겼다.“안녕하십니까, 과장님.”“어. 좋은 아침.”인사를 받아주며 안으로 들어가던 민지가 자기 자리 앞에 가방을 내려놓았다.컴퓨터를 켜고 텀블러에 물부터 받으려는데 옆에서 누군가 다가왔다.“과장님.”“응?”차도현 대리였다.서른다섯.민지보다 여섯 살 어린 후배로 같은 부서에서 몇 년째 같이 일하고 있었다.키도 크고 인상도 괜찮은 데다 일까지 야무지게 해서 사내에서 은근히 인기가 많았다.다만 민지한테는 그냥 차 대리였다.민지가 도현의 얼굴을 보더니 손가락으로 까딱했다.“차차.”도현의 미간이 바로 구겨졌다.“또 차차라고 하시네요.”“차 씨에 차 고치는 대리잖아. 차차 맞지.”“그 논리 몇 년째입니까?”“죽을 때까지.”도현이 헛웃음을 흘렸다.민지는 아무렇지 않게 의자에 앉아 컴퓨터 화면을 확인했다.“차차, 오늘 점심은 해장국 먹자.”도현이 민지 얼굴을 살폈다.“술 드셨어요?”“어.”“얼마나요?”“기억 안 나.”“많이 드셨네.”“정답.”민지가 마우스를 움직이며 메일을 확인했다.도현은 돌아가지 않고 책상 옆에 그대로 서 있었다.“근데 어제 무슨 날이었어요?”“응.”“무슨 날인데요?”민지가 태연하게 대답했다.“나 차인 날.”도현의 표정이 멈췄다.“……네?”“차였다고.”민지는 메일 하나를 열었다.“방정훈이 바람났다.”도현은 아무 말이 없었다.민지가 이상해서 고개를 들었다.“왜.”“진짜요?”“내가 아침부터 이런 걸로 구라를 왜 쳐.”“그분이요?”“어.”도현의 턱이 굳었다.민지는 그걸 숙취 때문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스물다섯 살짜리 직장 동료 임신시켰대.”“…….”“결혼한단다.”도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미친 새끼 아닙니까?”민지가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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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작업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태경 주임이 슬쩍 차도현 옆으로 붙었다.서른두 살인 윤태경은 같은 정비 부문 주임으로, 눈치가 빠르고 사람 구경하는 걸 좋아했다.“차 대리님.”“왜요?”“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도현이 들고 있던 작업지시서에서 시선을 들었다.“제가요?”“네. 아까부터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데.”“기분 똑같습니다.”“아닌데.”태경이 눈을 가늘게 떴다.조금 전부터 이상했다.평소에도 무뚝뚝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유난히 표정이 가벼웠다. 심지어 오전 내내 최민지 과장 주변을 왔다 갔다 했다.태경이 목소리를 낮췄다.“혹시 최 과장님 헤어지셨대요?”도현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그걸 어떻게 알아요?”“진짜예요?”“…….”“와.”태경의 입이 벌어졌다.도현은 괜히 말했나 싶어 인상을 썼다.“어디 가서 말하지 마세요.”“그래서 기분이 좋으시구나.”“윤 주임님.”“몇 년을 그렇게—”“일하세요.”도현이 말을 잘라버렸다.태경은 웃음을 참으며 돌아섰다.그때였다.“아, 씨발!”쩌렁쩌렁한 고함이 작업장 안을 울렸다.민지가 리프트 아래에서 고개를 빼냈다.“뭐야.”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았다.CS 고객팀 박성만 과장.마흔여덟 살에 배가 앞으로 툭 튀어나왔고 정수리까지 훤한 중년 남자였다. 목소리는 또 쓸데없이 커서 나타났다 하면 작업장 전체가 시끄러워졌다.박성만이 씩씩거리며 작업장 안으로 들어왔다.“어제 1번 리프트 작업한 새끼 나와!”민지의 미간이 구겨졌다.“저 돼지새끼 왜 저래.”옆에 있던 도현이 작게 웃었다.“들리겠습니다.”“들으라고 해.”박성만은 손에 든 서류를 흔들어댔다.“차 다시 들어왔잖아! 누가 작업했어!”직원들이 서로 눈치를 봤다.잠시 후 한쪽에 서 있던 남자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저요.”입사한 지 이제 1년 된 정비기사 김준호였다.스물여섯.아직 실수도 있었지만 민지가 직접 몇 번 작업을 봐준 직원이었다.“네가 했어?”“네. 그런데 어제 출고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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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는 리프트에 올라간 차량 아래로 들어가 한동안 말이 없었다.브레이크 주변부터 전날 김준호가 작업한 부분까지 차례대로 확인했다.도현도 옆에서 라이트를 비췄다.민지가 손을 내밀었다.“차차, 스패너.”도현이 익숙하게 맞는 규격을 골라 건넸다.몇 군데를 더 확인하던 민지의 손이 멈췄다.“야, 차차.”“네.”“이거 봐.”도현이 몸을 숙였다.민지가 손전등으로 한쪽을 비췄다.“뭔 거 같아?”도현이 확인하더니 바로 알아챘다.“어제 작업한 쪽 아니네요.”“그렇지?”문제는 김준호가 작업한 브레이크 부품이 아니었다.민지는 차량을 조금 더 살피더니 밖으로 빠져나왔다.“김준호.”“네, 과장님.”긴장해서 서 있던 준호가 바로 다가왔다.“너 잘못은 아니야.”준호의 얼굴에 안도감이 번졌다.민지는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근데 정비사라면 자기가 맡은 부분만 딱 보고 끝내지 말고, 이상한 게 느껴지면 다른 곳도 한 번씩 점검해주면 좋아. 알겠어?”“네. 알겠습니다.”“다음부터는 출고 전에 한 번 더 봐.”“네, 과장님.”민지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박성만이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아까와 달리 입을 다물고 있었다.민지는 손에 들고 있던 스패너를 내려다봤다.그리고 박성만에게 다가갔다.박성만이 흠칫했다.“왜.”민지가 스패너를 슬쩍 들어 올렸다.“뭐, 뭐 하는 거야?”때릴 것처럼 한 번 까딱.박성만이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났다.민지가 코웃음을 쳤다.“쫄기는.”“최 과장!”“이게 무슨 소리가 나. 씨부랄탱아!”민지가 차량을 가리켰다.“차의 차도 모르면 닥치든가.”“뭐?”“아니면 사과해.”“내가 왜!”“아까 멱살 잡았잖아.”박성만의 얼굴이 붉어졌다.주변 직원들이 힐끗힐끗 이쪽을 보고 있었다.“사람들 앞에서 꼭 해야겠어?”“사람들 앞에서 멱살은 잘 잡더니 사과는 부끄럽냐?”박성만이 이를 악물었다.민지는 기다렸다.결국 박성만이 준호를 향해 돌아섰다.“……미안하다.”민지가 바로 끼어들었다.“뭐가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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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게 차량 상태를 설명하고 돌아온 민지는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벽시계를 확인했다.열한 시 사십 분.아침에 분명 열한 시 반 되면 자기를 부르라고 했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민지의 눈이 가늘어졌다.“이 새끼가.”자리에 가방을 내려놓은 민지는 곧장 작업장으로 향했다.차도현은 차량 앞에서 윤태경과 작업지시서를 확인하고 있었다.민지가 멀리서부터 소리쳤다.“차차!”도현이 고개를 들었다.“네.”“점심 먹으러 가자!!”“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습니까?”민지의 표정이 썩었다.“이 새끼.”성큼성큼 다가온 민지가 도현의 팔을 툭 쳤다.“내가 말해야 되냐?”도현이 시계를 확인했다.“죄송합니다. 일하다 깜빡했습니다.”“아침에 내가 뭐랬어.”“열한 시 반에 부르라고 하셨죠.”“근데?”“십 분 늦었습니다.”“선지.”“많이.”“깍두기.”“맛있는 데.”“주차.”“편한 데.”민지가 그제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가자.”윤태경이 둘을 번갈아봤다.“저는요?”민지가 쳐다봤다.“왜?”“저도 점심 먹어야죠.”“먹어.”“같이 안 가세요?”“네가 왜 같이 가.”태경이 황당해했다.“같은 팀이잖아요.”“아까 차차한테 내 욕했다며.”태경의 얼굴이 굳었다.도현이 고개를 돌렸다.민지가 씩 웃었다.“김준호가 들었대.”“그게 욕은 아니고…….”“안 예쁘고, 성격 안 좋고, 나이 많고.”민지가 손가락을 접었다.“몸매가 영?”“과장님, 그건 오해가—”“혼자 먹어.”“최 과장님!”민지는 이미 도현의 등을 밀고 있었다.“차차, 빨리 와. 배고파.”도현이 웃음을 참으며 따라갔다.주차장으로 내려온 민지는 자연스럽게 자기 차 쪽으로 향했다.도현이 물었다.“제가 운전할까요?”“왜?”“어제 술 드셨잖아요.”“술은 어제 먹었고 지금은 낮이야.”민지가 운전석 문을 열었다.“타.”도현은 말없이 조수석에 올라탔다.차가 도로로 나가자 민지는 익숙하게 운전대를 돌렸다.“어디 가는데?”“근처에 새로 생긴 해장국집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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