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그 말에 성휘재는 완전히 충격을 받았다.1대1에서 김진호가 실력으로 밀린 것까지는 하지율에게 제법 실력이 있다고 볼 수 있었다.하지만 2대1인데도 하지율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다면 이야기가 달랐다.그건 하지율의 실력이 이미 평범한 프로 선수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는 뜻이었다.그제야 성휘재는 하지율이 아까부터 일부러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인 척했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율이 자신을 방심하게 만든 뒤 실력을 드러내려 했다고 생각하자 화가 치밀었다.“이 음흉한 여자가 일부러 아무것도 모르는 척해서 날 방심하게 했군! 단보현이랑 연정미가 당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네. 보통 머리가 아니잖아.”“내 체면을 밟고 이번 경기에서 단숨에 이름을 알리겠다는 거야? 꿈도 야무지네!”성휘재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너희 둘로도 안 되면 준오까지 불러.”이호영은 몇 초 동안 멍해 있다가 결국 욕을 내뱉었다.“휘재야, 미쳤어? 우리 여럿이 여자 한 명을 둘러싸고 막으라고? 너무 보기 안 좋잖아!”하지만 성휘재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지금은 대부분 관중이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해. 경기가 끝난 뒤 내가 저 여자를 보호하려고 그런 거라고 설명하면 그만이야.”“이번 한 번만 날 도와준다고 생각해. 프로 선수들 쪽은... 걱정하지 마. 내가 한마디하면 내 체면을 무시할 사람은 없으니까.”김진호와 이호영은 성휘재의 말을 듣고도 한동안 믿을 수가 없었다.고작 하지율을 막겠다고 정말 체면까지 전부 버릴 작정이었다.하지만 성휘재가 직접 부탁까지 한 이상, 오랜 친구인 두 사람도 거절하기는 어려웠다.“하... 알았어. 그렇게 할게.”한편 차 안의 하지율은 김진호와 이호영이 자신을 협공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이미 예상했던 일이었다.성휘재가 자신을 방해할 생각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경기에 끌어들일 이유도 없었다.그래서 하지율은 당황하지 않았다.다음 구간은 도로 폭이 넓었다.고작 두 사람이 자신을
성휘재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너보다 잘한다고? 너도 프로급인데 여자 하나를 못 이긴다는 거야?”김진호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나도 프로급이지만 저 여자도 실력이 프로급이잖아! 아니면 어떻게 나보다 잘하겠어? 내가 왜 감당을 못 하겠냐고?”성휘재는 여전히 못 믿겠다는 듯 물었다.“정말 그렇게 잘해?”그러자 김진호가 대답했다.“못 믿겠으면 직접 상대해 보면 알겠지. 내가 저 여자를 아는 것도 아닌데 일부러 봐줄 이유가 있겠어?”성휘재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성휘재는 하지율이 레이싱을 전혀 못 하는 줄 알았다.조금 할 줄 안다고 해도 기껏해야 초보 수준일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뜻밖에도 하지율은 프로급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물론 같은 프로급이라 해도 수준 차이는 분명히 존재했다.김진호가 재촉했다.“휘재야, 난 더 이상 못 막겠어. 네가 방법을 안 찾으면 그냥 추월당하는 수밖에 없어.”성휘재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혼자 안 되면 호영이도 불러. 프로 선수 둘이면 어떻게든 되겠지?”김진호는 잠시 망설였다.“이거 팀전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하는 건 좀 그렇지 않아?”그 말에 성휘재가 대답했다.“너랑 호영이는 실력이 비슷하잖아.”“쟤가 널 추월하려고 할 때 넌 옆 라인을 막고 다음 코너에서는 호영이더러 앞을 막게 해. 앞뒤로 운전하는 것뿐인데 그게 무슨 팀전이겠어?”김진호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그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게 아니야? 프로가 보면 우리가 하지율을 앞뒤로 협공하는 거 바로 알아차릴 텐데. 소문이라도 나면 진짜 창피할걸?”성휘재가 비웃었다.“초보인 여자도 못 이기는 게 더 창피하지.”김진호가 바로 반박했다.“쟤는 초보가 아니라니까! 내가 보기에는 연정미보다도 잘해.”성휘재가 말했다.“진짜 초보가 아니어도 밖에서는 다 초보라고 알고 있잖아. 어차피 지면 창피한 건 똑같아. 이겨 놓고 욕먹을지 져 놓고 욕먹을지는 네가 골라.”김진호는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다른 방법도 마땅치 않았
“레이싱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으면서 성휘재랑 연정미한테 덤빈 거라면 그건 자신감이 넘치는 게 아니라 그냥 생각이 없는 거지.”“잠깐만. 아까 그 여자는 완전히 초보라며? 그런데 보니 전혀 아닌 것 같은데?”“정말 레이싱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신인이면 출발에서 벌어진 차이만으로도 진작 멀리 뒤처져야 했잖아.”“그런데 불리한 차를 골랐는데도 안 떨어지고 계속 앞차를 따라붙고 있어. 저 정도 실력은 단지 운이 좋다고 나올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일반 관중들은 자세한 사정을 몰라 그 차이를 알아채지 못했다.하지만 프로 선수들의 눈은 예리했다.고작 출발 장면만 보고도 하지율이 평범한 실력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그때 누군가가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설마... 진짜 고수인가?”그때 누군가가 갑자기 소리쳤다.“미쳤어. 코너에서 추월했어! 그것도 한꺼번에 두 대나...”“코너 진입 각도랑 빠져나오는 움직임 봐. 저게 어디 초보야?”“쟤가 진짜 너희 말대로 신인이면 내가 손을 지지겠어!”처음에 하지율을 구경거리 삼아 웃고 있던 사람들도 그녀의 차가 첫 번째 코너부터 두 대를 추월하는 모습을 보자 하나같이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레이싱에서 추월은 운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뒤차들이 한꺼번에 사고를 내는 바람에 운 좋게 1위를 했다고는 말할 수 있다.하지만 운이 좋아서 다른 차를 추월했다는 말은 성립될 수 없었다.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은 차를 한 번도 제대로 몰아보지 않은 입만 산 사람이거나 아니면 판단력이 없는 사람이었다.조금 전까지 연정미와 성휘재의 이름을 외치며 응원하던 관중들도 일제히 멈칫했다.아무래도 경기가 예상했던 방향과 다르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그 시각, 선두권에서 달리고 있던 성휘재 역시 뒤쪽 상황을 확인하고 순간 멈칫했다.연정미에게서 주용화가 만만치 않은 상대일 거라는 이야기는 들었다.그래도 연정미가 주용화에게 마음이 있는 만큼 주용화에게 1위를 양보하는 것 정도는 상관없다고
그때 현장에서는 순식간에 엄청난 환호성과 휘파람 소리가 터져 나왔다.“성휘재! 성휘재! 성휘재!”“연정미! 연정미! 연정미!”성휘재와 연정미는 역시 이곳의 스타 선수답게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했다.사람들은 모두 두 사람의 이름만 외쳤고 다른 목소리는 전부 묻혔다.정식 경기였다면 이렇게 한쪽으로 쏠린 응원은 다른 선수들의 멘탈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었다.하지율은 차 안에 앉아 있었는데도 바깥의 함성이 또렷하게 들릴 정도였다.온갖 스캔들에 휘말린 연정미가 여전히 이렇게 높은 지지를 받는 걸 보면 단순히 허울만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연정미는 어릴 때부터 재벌 가문에서 자라며 수많은 자원을 누린 사람이었다.정말 아무 능력도 없었다면 어떻게 최고 명문 가문의 아가씨라는 명성을 얻었겠는가.하지만 하지율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고 담담한 얼굴로 헬멧을 단단히 착용했다.이번 경기에서 하지율에게 가장 중요한 상대는 주용화였다.트랙 위에는 10대의 레이싱카가 각자의 출발선에 가지런히 멈춰 있었다.하지율과 주용화, 성휘재, 연정미 외에도 여섯 명의 참가자가 더 있었다.“탕!”출발 신호와 함께 10대의 차가 일제히 튀어 나갔다.하지율의 차는 시작부터 조금 뒤처졌다.하지율이 고른 차량은 코너링 성능은 뛰어났지만 순간 가속력은 다소 떨어지는 모델이었다.차를 선택하기 전에 하지율은 외부 트랙의 지도를 미리 확인해 두었다.실제로 성휘재가 말했던 대로 코너가 많았고 고저 차도 컸다.나무와 각종 식물이 시야를 가리는 구간도 적지 않았다.이런 코스일수록 선수의 기술뿐 아니라 계산 능력과 판단력이 중요했다.새로 합류한 여섯 명의 참가자도 경기의 난도와 변수를 크게 높였다.선수마다 주행 스타일과 강점이 달랐다.누구를 어느 구간에서 추월하고 어디서부터 격차를 벌릴지까지 전부 계산해야 했다.레이싱 같은 경기에서는 몇 초는커녕 0.1초 차이만으로도 순위가 크게 갈릴 수 있었다.어떤 경기는 마지막 결과를 0.001초 단위까지 따져야 할 정도였다.하지율
하지율에게는 주용화를 이기면 그야말로 남는 장사였고 설령 져도 손해 볼 건 없었다.최악의 경우라고 해 봐야 지금 상황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뿐이었다.게다가 이런 경기는 실력만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것도 아니었고 머리와 운도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레이싱이라는 종목은 지형을 읽을 줄 모르고 머리를 쓸 줄 모르면 오래 버티기 힘들었다.‘다만... 머리싸움이라면 내가 화야 씨에게 더 불리한 거 아닌가?’연정미는 하지율과 주용화를 넓은 주차장으로 데려갔다.그곳에는 성능 좋은 레이싱카들이 여러 대 세워져 있었다.연정미는 차마다 어떤 장점이 있는지 자세히 설명하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또 한 번 드러냈다.그러자 주용화가 웃으며 손뼉을 쳤다.“연정미 씨는 정말 대단하시네요. 자동차 영업사원보다 차를 더 잘 아는 것 같습니다.”그 말에 연정미의 미소가 몇 초간 굳었다.‘이게... 칭찬이... 맞나? 왜 묘하게 이상하지?’두 사람이 차를 고르고 나자 사장이 다가왔다.사장은 먼저 호탕하게 말했다.“여기 있는 차들은 마음대로 골라 타셔도 됩니다. 망가지든 폐차가 되든 전부 제가 책임지죠.”그러다가 잠시 말을 멈추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다만... 여러분이 고른 외부 트랙은 제가 조금 전에 다른 팀에 빌려주기로 약속했어요.”“혹시 다른 실내 트랙을 이용하시겠습니까? 아니면 휘재 씨가 저쪽과 한번 이야기해 보게 할까요? 같이 사용하셔도 되고요.”“저쪽도 다섯, 여섯 명밖에 안 됩니다. 외부 트랙이 워낙 넓어서 차량이 열 대 가까이 더 들어가도 충분합니다.”하지율은 그 말을 듣고 눈썹을 살짝 올렸다.보아하니 성휘재가 어떻게든 연정미를 도와 자신이라는 초보자를 짓밟고 싶은 모양이었다.그래서 사장을 시켜 일부러 트랙이 이미 빌려 나갔다고 말하게 한 뒤, 자연스럽게 자신도 끼어들 생각인 듯했다.하지율은 성휘재의 계획을 알아차렸지만 굳이 폭로하지 않았다.“그러면 성휘재 씨한테 부탁할게요.”얼마 지나지 않아 사장이 다시 돌아왔다.“저쪽도 괜찮
그러자 주용화는 조금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그건 좀 곤란하지 않은가요? 두 분이 실력이 부족해서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지죠?”‘실력이 부족하다니...’성휘재는 화가 치밀었다.주용화는 꼭 경기 전에 상대 멘탈을 흔들려고 쓰레기 같은 말을 쏟아 내는 비열한 선수 같았다.실력은 어떤지 몰라도 입 하나는 정말 독했다.하필 성휘재는 예전에 상대 선수의 도발에 제대로 흔들렸다가 결국 2위에 그친 적도 있었다.그래서 성휘재는 저렇게 말로 사람 신경을 긁는 부류를 가장 싫어했다.성휘재가 차갑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사고가 나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라도 쓸 테니까. 제가 죽어도 당신한테 책임 안 물을게요.”하지만 주용화는 곧바로 거절했다.“그건 안 되죠. 혹시 두 분이 저희를 없애려고 일부러 만든 함정이면 어떡합니까? 성휘재 씨야 죽어도 상관없겠지만 저희까지 그럴 수는 없잖아요.”그 말에 성휘재는 결국 제대로 폭발했다.“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 지금 일부러 시비 거는 거죠!”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연정미가 얼른 나서서 말렸다.“휘재 오빠, 화내지 마세요. 용화 씨는 그냥 농담한 거예요.”그러고는 주용화에게도 말했다.“용화 씨, 휘재 오빠도 방금 농담한 거예요. 클럽 매니저가 제 친구니까 차량 수리비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연정미는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용화 씨, 어떤 코스로 달리고 싶어요? 경기장 안쪽 트랙이요? 아니면 외부 트랙이요?”주용화가 하지율을 바라보자 하지율이 대답했다.“외부 트랙으로 할게요.”그러자 성휘재가 코웃음을 쳤다.“지금 외부 트랙은 난도가 가장 높은 산악 코스 하나밖에 안 남았어요. 나무가 빽빽해서 시야도 안 좋고 연속 코너에 터널까지 있어요. 오르막도 있어서 고저 차도 꽤 크고요.”“프로 대회에서도 웬만하면 잘 안 쓰는 난도 높은 코스예요. 길도 잘 모르는 초보자가 저런 데서 달리겠다는 건 그냥 죽으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죠.”하지율은 성휘재를 한번 바라봤다.“성휘재 씨가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