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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화. 사람부터 건져라

Autor: moominkiller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9-12 23:09:19

“상자는 놓으세요!”

곡우가 갈대밭을 가르며 뛰었다.

강굽이 안쪽에서 세 번째 배가 옆으로 넘어져 있었다. 차 상인 둘은 물에 뜬 상자를 밧줄로 묶으려 했고, 군졸 하나는 관청 증거라며 같은 줄을 잡아당겼다.

“내가 가진 것 전부요!”

“압수 물건을 건드리지 마라!”

“사람이 밑에 있습니다!”

소란의 치맛자락이 뒤집힌 배 아래에서 잠깐 보였다가 사라졌다. 갈대섬 쪽 말뚝에는 늙은 뱃사공이 두 손이 묶인 채 쓰러져 있었다.

노탁이 갑옷을 벗고 물로 뛰어들었다.

첨벙!

다친 팔로는 밧줄을 오래 잡지 못했다. 물살이 그의 어깨를 돌려세웠다. 곡우가 허리에 맨 줄을 잡아 나무에 감았다.

“왼손으로 배를 밀어요! 잡아당기지 말고!”

“상자 줄과 엉켰소!”

상인은 여전히 줄을 놓지 않았다. 곡우가 작은 칼을 뽑았다.

“안 돼!”

서걱.

상자에 묶인 줄이 끊어졌다. 차 상인이 비명을 질렀다. 상자는 물살을 타고 떠내려갔고, 느슨해진 줄을 노탁이 소란의 허리에 감았다.

군졸들이 한꺼번에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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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 혼서   177화. 따로 놓은 돈

    “열 냥이면 전으로 얼마나 돼요?”곡우가 묻자 노탁은 한참 손가락을 꼽았다.“아주 많지.”“그걸 몰라서 묻겠어요?”청묵재 이층 서쪽 작은방 바닥에는 전이 세 무더기로 놓여 있었다. 노탁 어머니의 약값, 곡우가 얻을 방의 삯, 두 사람이 함께 모을 돈이었다.노탁은 조칠 진술을 넘기고 받은 야간 수당을 가운데 무더기에 얹었다. 곡우가 바로 두 닢을 빼 어머니 약값 쪽에 놓았다.“조칠 노인은 잡혀갑니까?”“도망치지는 못하게 했소. 그런데 손녀가 자꾸 울어서 요분 누님이 수리막에서 조사한다더군.”“애 앞에서 수갑부터 채우지는 않았겠네요.”“경 소경은 채우라 했고 진 장궤는 기다리라 했소.”“결국요?”“심 대인이 두 분 다 시끄럽다며 수갑을 가져가 버렸소.”곡우는 장면을 떠올리고 웃었다. 노탁은 무엇이 웃긴지 몰라 따라 웃다 그만뒀다.“왜 빼오?”“이번 달 약값이 올랐다면서요.”“그건 내 몫에서 낼 거요.”“그러니까 그쪽에 놓았잖아요.”노탁은 세 무더기를 다시 세다가 합계를 틀렸다. 곡우가 처음부터 다시 세게 하자 전 한 닢을 소매 안에 숨기고 맞았다고 우겼다. 소매를 들키는 데에는 세 숨도 걸리지 않았다.“관청 포졸이 돈을 훔쳐요?”“당신이 웃는지 보려고.”“아주 비싼 웃음이네요.”곡우는 웃으면서도 그 전을 공동 몫에 넣지 않았다. 노탁 손바닥 위에 도로 올렸다.두 사람은 혼인보다 방 이야기를 먼저 했다. 노탁 집에 들어가지 않을 것, 청묵재에서 두 골목 안쪽일 것, 어머니 약값은 노탁이 내되 곡우에게 모자란 돈을 당연히 요구하지 않을 것. 곡우의 인쇄틀과 활자는 공동 재산으로 묶지 않을 것도 적었다.노탁은 밤 순라가 있는 날 어머니 집에서 자겠다고 했다가 곡우가 왜 자기 방을 비워두느냐고 묻자 말을 바꿨다. 곡우는 매일 돌아오라는 뜻이 아니라 어느 집에서 잘지 자기가 정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둘은 방 한 칸을 정하기도 전에 잠자는 날부터 다퉜다.“부부가 되면 다 같이 쓰는 것 아니오?”“그럼 포졸봉도 내 활자 찍는

  • 붉은 혼서   176화. 열 냥의 길

    조칠은 붉은 천을 손녀 손에서 받아 품에 넣었다.다음 날 낙조문 앞에 나온 그는 밤새 마음이 바뀐 얼굴이었다. 수리막으로 돌아가겠다고 두 번 말했고, 성문 파수대가 이름을 묻자 목재를 사러 왔다고 거짓말했다. 초앵은 더운 물을 끊겠다는 말 대신 조칠의 아픈 손에 싸줄 천을 소의에게 건넸다.소의는 금실도 천의 짜임도 살피지 않았다.“누가 준 것입니까?”“가마 안에서 버린 것이오.”“누가요?”“가마 탄 여자가 우물에서 물을 마시다 면사 끝을 찢었소. 손에 쥐고 있기에 빼앗아 버렸지. 가마꾼 하나가 피 나는 어깨에 감았다가 내 연장함에 넣었고.”“그것을 왜 아직 가지고 있었습니까?”“버리지 못한 게 아니라 잊었소.”조칠은 품 안의 천을 더 깊이 밀어 넣었다. 소의는 달라고 하지 않았다. 천보다 그날 본 사람의 입이 먼저였다.조칠은 수리막 밖으로 나갔다. 말 대신 길을 보이겠다고 한 사람답게 먼저 장작길을 걸었다.소의와 노탁이 뒤를 따랐다. 노탁은 낙조문 파수대에 동선을 알리려다 조칠을 놓칠 뻔했다. 뛰어와 앞을 막자 조칠은 도망갈 힘도 없다며 성을 냈다.“그 힘으로 스무 해를 숨어 사셨잖습니까.” 노탁이 말했다.“십오 년이오.”“그거나 그거나.”“다섯 해가 그거나 그거라니, 관청 셈이 그 모양이오?”노탁은 입을 다물고 소의 뒤로 갔다.옛 가마길은 절반이 사라져 있었다. 토담이 있던 자리에는 목재전 창고가 들어섰고, 개천 위에는 널찍한 수레길이 덮였다. 조칠은 세 번이나 길을 잘못 들었다.첫 번째 모퉁이에서는 향 가게가 생겨 길 폭이 좁아졌고, 두 번째에는 우물 하나가 메워져 있었다. 조칠은 자기 기억이 맞다며 담을 돌아갔다가 막다른 빨래터에 섰다.노탁이 길을 잘못 안 것 아니냐고 묻자 조칠은 네가 태어나기도 전 길이라며 역정을 냈다.“저는 스물일곱입니다.”“그럼 걸음마할 때겠군.”“열다섯 해 전이면 열두 살이었습니다.”“셈은 하는구먼.”소의가 먼저 돌아서자 두 사람도 다투면서 따라왔다.“여기 주막이 있었소.”채소 장수

  • 붉은 혼서   175화. 가마채를 깎는 사람

    날이 밝자 만복은 의원으로 갔고, 복례는 초앵과 장작길을 올랐다.전날 내린 비로 길 가장자리가 무너져 있었다. 복례는 좋은 신을 신고 나온 초앵에게 돌아가라 했고, 초앵은 신발값도 증언 삯에 넣겠다며 앞장섰다. 물레방아가 보일 즈음 두 사람 치맛단은 똑같이 진흙투성이가 되었다.가마 수리막은 무너진 토담과 물레방아 사이에 끼어 있었다. 처마 아래 갈라진 가마채가 열두 개나 기대어 있었고, 대팻밥은 젖은 국수처럼 바닥에 엉겨 붙었다.조칠은 오른손에 천을 감고 대패를 밀었다. 칼날이 나무를 물지 못하고 자꾸 옆으로 미끄러졌다.“십이등루 더운 물을 얻어 쓰시는 분 맞죠?” 초앵이 물었다.조칠은 고개도 들지 않았다.“사람 잘못 봤소.”“오른손을 물에 담그고도 돈은 그 손으로 세는 분.”대패가 멎었다.수리막 안쪽에서는 아이가 기침했다. 과부가 된 며느리가 약함을 뒤지다 빈 종이 봉지를 구겼다. 벽에는 죽은 아들이 남긴 빚문서가 못 하나에 잔뜩 꿰여 있었다.솥에는 묽은 좁쌀죽이 눌어붙고 있었다. 며느리는 손님에게 내놓을 그릇이 없다며 물만 권했다. 조칠은 됐다고 소리쳤지만 아이가 물바가지를 들고 나왔다. 초앵은 한 모금만 마시고 바가지 아래에 전 한 닢을 눌러두었다.“구걸 안 받소.” 조칠이 말했다.“물값이에요.”“물이 무슨 돈이오.”“십이등루에서는 받아요.”조칠은 전을 돌려주지 못했다. 더운 물을 얻으러 다닌 사람이었다.복례가 빌려온 어깨받이 천을 내려놓았다.“일을 맡기러 왔어요. 갈라진 채 두 개를 오늘 묶어주면 품삯을 냅니다.”“관청 사람과 같이 온 것 아니오?”“관청 사람은 저 길 아래에 뒀어요.”소의는 실제로 장작전 입구에서 기다렸다. 조칠이 달아날 수는 있어도 가족 앞에서 군졸에게 둘러싸이지 않게 해달라는 초앵의 조건이었다.조칠은 돈을 먼저 달라고 했다. 복례는 절반만 놓았다. 그는 받지 않겠다더니 세어보고 품에 넣었다.오른손이 떨려 밧줄 매듭이 자꾸 풀렸다. 초앵은 맞은편에 앉아 가마채를 발로 눌렀다. 조칠이 엇갈리게

  • 붉은 혼서   174화. 식은 침상

    만복은 살림방 문턱 안에 전을 쏟았다.짤랑, 전이 바닥을 튀어 장롱 밑까지 굴러갔다. 복례는 줍지 않았다.“오늘 품삯 전부야.”“세어놓고 줘.”“숨긴 게 없다는 걸 보이려고.”“장롱 밑에 숨었네.”복례는 문밖에 세워둔 밧줄도 확인했다. 세 꾸러미 가운데 하나는 만복이 십이등루에서 돌아오는 길에 비를 맞혀 축축했다.“돈만 숨긴 게 아니네. 이걸 그대로 두면 썩어.”둘은 돈을 세기 전에 마당에 밧줄부터 풀어 널었다. 만복은 배가 고프다고 했고, 복례는 젖은 줄을 다 펴기 전에는 밥이 없다고 했다. 결국 두 사람은 처마 밑에서 찬 떡을 한 조각씩 씹었다.만복은 엎드려 전을 꺼냈다. 이마에 먼지가 묻고 팔이 장롱 아래에서 빠지지 않았다. 복례는 결국 장롱 한쪽을 들어주었다.돈은 밥값, 방세, 품팔이패 공동 몫으로 나뉘었다. 십이등루 외상은 만복 개인 몫이었다. 그는 입을 삐죽였지만 다시 섞지는 않았다.복례는 외상 갚는 동안 술값도 개인 몫에서 내라고 했다. 만복은 일을 마치고 마시는 한 잔까지 빼면 장정들이 자기를 따르지 않는다고 했다.“그럼 장정들 술만 사. 네가 마신 잔은 네 돈으로.”“그걸 어떻게 가르오?”“잔마다 네 입술 자국을 새겨둘까?”만복은 투덜거리면서도 장부에 술 한 잔 칸을 따로 만들었다. 글씨가 비뚤어 복례가 두 번이나 다시 쓰게 했다.두 사람은 찢어진 어깨받이 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복례가 바늘을 밀면 만복이 천을 잡아당겼다. 너무 세게 당겨 바늘땀이 오므라들 때마다 복례가 손등을 때렸다.천에는 만복의 어깨 모양이 깊이 배어 있었다. 열아홉 해 전 두 사람이 처음 산 천도 같은 빛깔이었다. 그때는 한 장을 번갈아 썼고, 비 오는 날에는 젖은 쪽을 서로 떠넘기며 싸웠다.“이건 버리자.” 만복이 말했다.“아직 세 해는 더 써.”“당신이 나보다 이 천을 더 아껴.”“이 천은 거짓말 안 하잖아.”“손이 왜 이래. 나무를 꿰매?”“평생 밧줄만 잡은 손이오.”“그 손으로 남의 허리는 잘 잡았더라.”만복이

  • 붉은 혼서   173화. 두 여자의 장부

    복례는 남편부터 보지 않았다.계단 아래 선 채로 초앵의 풀린 옷깃과 만복의 붉어진 손등을 차례로 보았다. 무엇이 있었느냐고 묻지 않았다. 먼저 휘장 밖 문지기에게 내려가도 된다고 했고, 구경하던 시비들에게는 각자 일을 하라고 말했다.만복이 아내에게 다가가자 복례가 계산패 꾸러미를 그쪽 가슴에 밀어붙였다.“들고 있어.”“내 말부터—”“당신 말은 돈보다 자꾸 불어나. 나중에 들어.”계산칸 상 위에 놓인 패를 한 장씩 뒤집었다. 술, 노래, 동석, 위층 방. 손가락 끝이 잠자리 패에서 잠깐 멎었지만 다시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내가 보낸 건 이것뿐인데.” 초앵이 말했다.복례가 품에서 자기 장부를 꺼냈다.“하나가 빠졌어.”말투가 거칠었다. 초앵의 어깨가 굳었다.“없는 패를 만들어내라는 뜻이면—”“사월 열이틀, 은자 한 냥.”“잠자리 값을 더 받아냈다고 생각하시는 거면 틀렸어요.”“그런 뜻 아니야. 이 사람이 그날 공동 선금을 가져갔어.”복례는 초앵이 쥔 약값표를 보았다. 자기가 몸을 팔았다고 멸시하러 온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말을 찾다가 더 거칠게 내뱉었다.“돈 받은 건 네 일이고, 돈 훔친 건 저 인간 일이야.”초앵은 눈을 가늘게 떴다가 어깨를 풀었다.“그날은 안 왔어요.”두 여자가 동시에 만복을 보았다.만복은 뜯어진 소매만 만졌다.“일꾼들 밥값으로 썼어.”“그날 품팔이패는 문씨 장례 일을 했고 밥은 상가에서 먹었어.” 복례가 말했다.“그러면 밧줄을 샀나 보지.”“밧줄 파는 사람이 나야.”만복은 더듬거리다 물을 달라고 했다. 아무도 주지 않았다.복례와 초앵은 낙조문 장터의 빈 찻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십이등루 앞에서 계속 장부를 펼치면 구경꾼이 늘어날 판이었다. 만복은 두 사람 뒤에서 장부 궤와 밧줄 꾸러미를 들었다.찻집 주인과 자리값을 흥정한 끝에 뜨거운 물 한 주전자만 놓였다.처음에는 말이 맞지 않았다. 복례는 잠자리 값을 몸값이라 불렀고, 초앵은 자기 몸은 누구에게도 팔리지 않았다며 패값이라고 고쳤다.

  • 붉은 혼서   172화. 술값과 몸값

    “무슨 빚을 어디까지 세겠다는 거야?”만복이 소매를 홱 잡아뺐다. 낡은 솔기가 부욱 뜯어졌다.초앵은 계산칸 휘장을 내렸다. 큰방의 낮 손님까지 나간 뒤였지만 뒤부엌 사람들은 계속 들락거렸다. 빈 술병이 네 병, 닦지 않은 상이 셋이었다.그는 휘장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손 하나 들어갈 만큼 틈을 남겨두고, 계산칸 안쪽의 작은 종을 자기 가까이 당겼다. 만복은 그 움직임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내가 무슨 취객이오?”“취하지 않고도 손부터 쓰잖아요.”그는 나무패를 차례로 놓았다.“술 한 상. 노래 두 곡. 동석 반 시진.”“그 뒤에 위층도 갔잖아.”“잠자리 패는 여기.”붉은 줄이 하나 그어진 패가 네모난 상 위에 놓였다.“그러니까 내가 돈 안 낸 사람처럼 말하지 말라고.”“돈 냈어요. 그날 것만.”지난겨울, 만복은 패를 손에 쥐고 이층 끝방까지 따라왔다. 초앵은 강 쪽 들창을 열어두었고, 모래시계가 다 떨어지기 전까지만 받겠다고 했다.방에 들어가기 전 그는 술을 더 마시지 않겠다는 말과 얼굴을 때리지 않겠다는 말을 만복에게 직접 받아냈다. 만복은 웃으며 그런 짓은 안 한다고 했으나, 초앵은 웃지 않고 다시 대답하게 했다.만복이 서둘러 옷고름을 당기자 그는 그 손부터 떼어냈다.“내가 풉니다.”초앵은 자기 옷을 제 속도로 열었다. 만복의 손을 원하는 곳에 가져다 놓고, 거친 손바닥이 가슴을 감쌀 때에는 몸을 기대었다. 입술이 목 아래로 내려가자 짧게 숨을 흘렸고, 치맛자락을 걷는 것도 자기가 했다.모래가 절반쯤 남았을 때 초앵이 만복을 침상으로 밀었다. 그 위에 올라앉아 속도를 골랐고, 그의 손이 허벅지를 너무 세게 누르자 손등을 쳐 힘을 늦췄다. 만복은 그날만큼은 말없이 따랐다.모래가 다 떨어진 뒤에는 초앵이 먼저 옷을 입었다. 그는 더 머물겠다는 만복에게 물 한 잔만 주고 문을 열었다.만복은 다음 날도 왔다. 초앵은 패가 없으면 이층으로 오를 수 없다고 계단에서 돌려보냈다. 사흘째에는 노래패만 샀고, 닷새째에는 돈이 없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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