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경 서시의 가게들은 초경을 알리는 북이 울리기 전에 문을 닫았다.겨울이 끝나간다 해도 밤바람은 매서웠다. 장사꾼들은 처마 밑에 남은 눈을 쓸어내고, 마지막 손님이 나가기도 전에 등잔 심지를 줄였다. 문을 늦게 닫아 얻는 동전 몇 닢보다 얼어붙은 자물쇠를 녹이는 숯값이 더 드는 계절이었다.청묵재만 아직 불이 켜져 있었다.당곡우는 열린 문짝 하나를 붙들고 골목 끝을 내다보았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주점 깃발과 눈 녹은 물이 고인 돌바닥뿐이었다.“이제 문 닫아도 되지요?”대답은 없었다.곡우는 입술을 비죽이며 안으로 돌아보았다.진소의는 창가 책상에 앉아 서찰 한 통을 베끼고 있었다. 붓끝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았다. 의뢰인이 세상을 떠난 어머니 앞으로 부치는 서찰이라 했으므로, 소의는 문장 하나를 적을 때마다 원문과 똑같은 자리에서 숨을 골랐다.등잔빛은 그녀의 오른쪽 얼굴만 밝혔다. 가녀린 어깨 위로 드러난 피부는 백옥을 얇게 다듬은 듯 희고 투명했다. 까만 눈망울에는 긴 속눈썹이 드리웠고, 눈꼬리는 울음을 그친 뒤처럼 옅게 붉고 촉촉했다. 아무 표정이 없으면 멍하니 먼 곳을 보는 듯했지만 도톰하고 붉은 입술만은 이상하리만치 생기가 있었다. 수수한 옷차림으로도 오래 눈이 머무는 얼굴이었다.숱 많고 탄력 있는 검은 머리는 대충 틀어 올려 은비녀 하나만 꽂아두었다. 느슨하게 풀린 한 올이 뺨으로 흘러내렸으나 소의는 손대지 않았다. 붓을 잡은 가운뎃손가락에는 씻어도 빠지지 않는 먹물이 배어 있었다.서찰에는 같은 말이 세 번이나 나왔다.한 번만 돌아와 달라고.죽은 사람에게 돌아오라고 쓰는 일은 어리석었다. 그러나 청묵재에는 그런 어리석음을 사러 오는 사람이 많았다. 살아 있는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한마디를 못 하던 이도, 죽은 아비 앞으로는 밤새 석 장을 불렀다.“문을 더 열어두면 제 손부터 얼어 떨어지겠습니다.”곡우가 다시 묻자 소의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입술 끝이 아주 조금 풀리자 왼쪽 볼에만 얕은 보조개가 생겼다.“닫으라고 했잖아.”“전
Dernière mise à jour : 2026-08-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