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banner
moominkiller
moominkiller
Author

روايات بقلم moominkiller

삭왕은 세작을 총애한다

삭왕은 세작을 총애한다

꼭두각시 신부의 가면을 쓰고 북강에 들어간 희대의 책사 온보요가, 계산이 통하지 않는 유일한 남자 삭왕 진묵의 곁에서 옥좌를 갈아엎는 이야기. 사랑을 약점이라 부정하던 그녀가 계산을 버리는 순간, 그 사랑이 판의 마지막 수였음이 드러난다.
قراءة
Chapter: 44화. 수결(手決)
저녁 문안상은 왕부가 차렸다.경성식은 한 접시도 올리지 않았다. 잣을 갈아 쑨 뽀얀 죽, 볶은 좁쌀에 꿀을 먹여 굳힌 강정, 말린 산사 열매를 우린 붉은 차. 단것마저 북강의 단맛이었다. 허도위는 상을 한 번 내려다보고, 웃는 낯으로 자리에 앉았다. 산사차는 우린 빛이 깊어 잔 안이 노을 같았고, 김이 두 사람 사이에서 실처럼 풀렸다."간밤에는 왕부의 수고가 컸다 들었습니다. 잃어버린 짐이 그리 쉽게 돌아올 줄은 몰랐지요.""쉽지는 않았습니다." 온보요는 차를 따랐다. "밤물이 차서, 군사들 손이 다 텄지요.""그 노고를 어찌 갚아야 할지.""갚으실 것 없습니다. 찾아 드린 김에, 돌려드리면 그만이지요."그녀는 소매에서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어 상 위에 놓았다. 물목이었다. 돌 스물세 궤짝— 큰 것 아홉, 중치 열하나, 작은 것 셋. 볏짚 서른 단. 궤짝을 동인 새끼줄 마흔여섯 발. 못 하나 셈하지 않고 낱낱이 적혀 있었다.두루마리는 길었다. 못 하나까지 적었으니 길 수밖에 없었다.허도위가 두루마리를 폈다. 읽는 시간만큼, 방 안의 숯 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읽어 내리는 동안 그의 잔이 상 위에서 멎어 있었다. 북강에 들어온 이래, 저 손이 멎는 것을 온보요는 처음 보았다."돌······이라 적으셨습니다.""든 것을 적었을 뿐입니다. 감찰께서 잃으신 짐이니, 무엇이 들었는지는 감찰께서 제일 잘 아시겠지요."문 곁의 진묵은 말이 없었다. 다만 제 찻잔을 비우고, 그녀의 잔에 새 물을 더해 주었다. 따르는 손이 지나가며 그녀의 손목 안쪽을 반 뼘쯤 데우고 갔다. 허도위의 눈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허도위는 오래 웃었다. 웃고 나서, 붓을 청했다."물목이 이리 고우니, 받는 자리가 부끄럽습니다."붓이 벼루를 다녀오는 동안 등불이 한 번 튀었다. 문가의 노강은 숨을 죽인 채 그 붓끝만 보고 있었다.수결은 매끄러웠다. 붓이 종이를 떠나는 끝자리까지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두루마리를 제 소매에 넣으며, 지나가는 말처럼 얹었다."글씨가 좋으
آخر تحديث: 2026-07-23
Chapter: 43화. 답례(答禮)
전갈은 상 위에 펼쳐진 채였다.감사 인사를 드리러 오겠다는, 곱고 짧은 문장. 종이는 감찰부의 관지(官紙)였고, 먹빛은 값비싼 송연묵의 깊은 검정이었다. 뒤채의 등불 넷이 그 위에서 흔들렸고,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돌을 문 낯들 위로 새벽이 허옇게 밝아 오고 있었다. 창호지가 재빛에서 젖빛으로 변해 갔다.그 정적 속에서, 온보요가 웃었다.소리 없이, 입꼬리만. 차가워졌던 손끝에 피가 돌아오는 웃음이었다. 진묵은 그 웃음을 보았다. 무너진 판 위에 첫 돌이 다시 놓이는 소리를, 그는 여인의 눈에서 들었다."잘되었사옵니다.""잘되었다?""잃어버린 짐이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녀는 서찰을 접었다. "그럼 찾아 드려야지요. 스물세 궤짝, 터럭 하나 축내지 않고 돌려드리겠사옵니다. 단— 물목을 낱낱이 적어서."돌 스물세 궤짝, 볏짚 서른 단. 물목에 낱낱이 적어, 감찰의 수결을 받고 넘긴다. 제 짐이라 하였으니 수결을 마다할 길이 없었다.갈고리째, 두 손으로 받들어 돌려드리는 것이었다.노강의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다물어진 다음에는, 웃음을 참는 낯이 되었다. 참지 못한 상엄이 먼저 헛기침으로 웃었다.진묵은 말이 없었다. 방금 전까지 낯이 희게 질려 있던 여인이, 지금은 눈 안에 등불을 켜고 있었다. 그 눈이 저 아닌 것을 향해 저리 반짝이는 것이— 문득, 견딜 수 없이 아까웠다. 저 머릿속을 지금 감찰 따위가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할 수만 있다면 그 안의 것들을 다 쏟아 버리고, 저 하나로 가득 채워 두고 싶었다. 문을 걸고. 열쇠는 삼키고.위험한 욕심인 줄 알면서도, 거두지 않았다."물목은 네 손으로 적는다." 그가 말했다. 지나가는 손이 귀밑에 흘러내린 머리칼을 느리게 귀 뒤로 넘겼다. 손끝이 목덜미를 스치고도 물러나지 않았다. "먹은 본왕이 갈지.""······먹 가는 일에 왕야까지 나설 일은 아니온데요.""네 머리가 도는 것을 곁에서 보고 싶다." 낮은 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그것이 돌면— 가두고 싶어
آخر تحديث: 2026-07-23
Chapter: 42화. 돌
달빛처럼 희던 옷자락이 눈에 남은 채로— 궤짝은 새벽에 열었다.새벽의 뒤채는 숨이 얼 만큼 찼다. 등불 넷이 켜지고도 어둠이 구석마다 남아, 궤짝 스물셋이 관처럼 줄지어 있었다. 뚜껑마다 밤이슬이 서려, 정이 닿을 때마다 물기가 튀었다. 문을 걸고, 지켜보는 눈은 다섯뿐이었다. 뚜껑에 정을 대는 노강의 손이 미미하게 들떠 있었다. 외척의 목줄이 이 안에 있었다.첫 궤짝의 뚜껑이 열렸다.돌이었다.궤짝 안에는 어른 머리만 한 산돌들이 볏짚에 싸여 있었다. 노강이 웃으려다 만 낯으로 둘째 궤짝을 열었다. 돌이었다. 셋째도, 다섯째도, 열째도.스물세 궤짝이 전부, 돌이었다.마지막 뚜껑을 열고 난 노강의 정이 바닥에 떨어졌다. 쇠붙이 구르는 소리가 뒤채를 한 바퀴 돌고 죽었다. 아무도 줍지 않았다.뒤채가 조용해졌다. 온보요는 산돌 하나를 내려다보았다. 여섯이 하나를 드는 무게— 쇠뇌 궤짝에 정확히 맞춘 무게였다. 낙인만 진품이었고, 짐은 처음부터 가짜였다.머릿속에서, 한 계절 치의 그림이 소리 없이 무너졌다.덫을 놓은 것은 이쪽이라 여겼다. 한데 이 돌들이 말하고 있었다. 저쪽도 그물을 보고 있었다고. 보고 있었을 뿐 아니라, 그물이 당겨질 밤에 맞춰 미끼를 갈아 끼웠다고. 재러 왔다던 저울은, 조운만 재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진짜 짐은." 진묵의 목소리는 낮고 평평했다. "그믐 전에 빠져나갔겠지.""예. 아마— 절 뒷산을 다녀온 그 밤 언저리에."말하는 그녀의 손끝이 차가워졌다. 새벽의 한기가 그제야 옷 속으로 들어왔다. 여섯 겹을 껴입어도 막을 수 없는 종류의 한기였다. 계산 밖. 혼례의 밤 이후 처음으로, 그 말이 제 판 전체에 걸렸다.그리고 이 돌들은 짐이 아니라 덫이었다.감찰의 짐을 왕부가 한밤에 무력으로 털었다. 병기가 나왔으면 왕부의 공이되, 돌이 나온 이상 남는 것은 "감찰의 짐을 겁탈한 이성왕"뿐. 스물세 궤짝의 돌은, 무는 순간 목에 걸리도록 깎아 둔 갈고리였다."신첩이······ 판을 잘못 읽었사옵니다.""같이 읽었다
آخر تحديث: 2026-07-23
Chapter: 41화. 그믐
그믐의 하구는 소리로만 있었다.물 부딪는 소리, 밧줄 삭는 소리, 멀리 조운선 쪽의 요란한 횃불 소리. 요란한 쪽은 미끼였다. 진묵은 어둠에 잠긴 갈대숲에 병사 열둘과 엎드려, 조용한 쪽을 보고 있었다.노강이 곁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열둘은 진묵이 손수 고른 자들로, 열둘 다 입이 무겁고 발이 가벼웠다. 갈대 사이로 왕부 쪽 하늘이 보였다. 등불 하나 보일 리 없는 거리인데, 사내의 눈은 제 버릇처럼 그쪽을 한 번 다녀왔다.떠나기 전 왕부에서, 여인은 그의 융복 고름을 여느 때처럼 매어 주었다. 매듭을 짓고도 손을 떼지 않아서, 그가 먼저 물었다. 할 말이 있느냐. 여인은 고개를 저었다. 젓고는, 매듭을 한 번 더 당겨 조였다. 그 손끝이 미미하게 떨리고 있다는 것을 사내는 알았고, 아는 것을 내색하지 않는 값으로 그 떨림을 통째로 받아 두었다.받아 두고, 값을 치렀다. 턱을 들어 올려, 숨이 달아날 때까지 입술을 물었다. 놓아줄 즈음 여인의 입술은 붉게 부풀어 있었고, 그는 그 자국을 엄지로 한 번 눌러 두었다. "지워지기 전에 돌아오지." 문루를 나설 때까지, 등 뒤의 시선이 목덜미에 얹혀 있었다.싸움터로 나서며 뒤가 밟히는 것은 처음이었다. 스무 해 전장에서 얻은 적 없는 병이, 한 계절 만에 생겨 있었다.자시가 넘자, 조용한 배가 움직였다.술도가의 짐배 두 척이 등불 없이 하구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산자락 쪽에서는 수레 소리가 낮게 굴러왔다. 여섯이 하나를 드는 궤짝들이 뱃전으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하나, 둘, 다섯. 짐꾼들의 어깨는 여전히 짐 지는 어깨가 아니었다.열둘째 궤짝이 뱃전을 넘을 때, 진묵이 갈대를 헤치고 일어섰다.싸움은 길지 않았다.어둠 속에서 지키는 어깨들이 칼을 뽑았고, 뽑힌 칼의 수만큼 빠르게 도로 떨어졌다. 진묵은 벤 것보다 눕힌 것이 많았다. 죽은 자는 입이 없고, 입이 없는 자는 값도 없다. 칼등과 주먹과 발이 어둠 속에서 일을 했다. 스무 해 만의 실전이 아니라, 스무 해 내내 하루도 거르지 않은 몸이었
آخر تحديث: 2026-07-23
Chapter: 40화. 덫
그날 밤 침상 위에는, 한 계절 치의 밑그림이 다 올라왔다.이불 위에 펼쳐진 것은 약도 한 장과 종이 석 장. 남안 창고와 술도가와 세곡선단의 도장들. 곳간지기의 자백을 적은 문서. 그리고 무(武)와 위(衛)를 창이 가로지른 낙인의 탁본. 등잔 빛이 그 위를 훑고 지나갈 때마다, 한 계절의 수확이 이불 위에서 반짝였다 어두워졌다 했다.종이들을 침상에 편 것은 서재를 피해서였다. 감찰이 온 뒤로 왕부의 벽들이 얇아졌다. 서재의 등불이 늦게 꺼지는 것도, 늦게 꺼진 다음 날 왕비가 늦잠을 자는 것도, 이제는 셋째 입을 거치면 객관까지 갔다. 침소만은 아직 왕부의 것이었다. 침소를 지키는 것이 방어멈의 반짇고리와 호위 아이의 귀라는 것을 아는 자는, 넷뿐이었다."쌀 도둑은 이제 언제든 잡습니다." 온보요가 도장 종이를 짚었다. "행수, 술도가, 곳간의 좀, 뱃길까지. 목만 치면 끝나옵니다.""한데 치지 말자는 낯이군.""예."그녀는 탁본을 도장 종이 곁으로 끌어왔다."쌀을 치면 요란해집니다. 요란해지면 쇠뇌가 숨습니다. 쇠뇌 백이 어디로 숨는지 모른 채 쌀 도둑 목이나 치는 것은— 여우 잡자고 몰이를 하다 범을 놓치는 격이옵니다.""하면.""쌀은 미끼로 두고, 병기를 뭅니다."진묵은 이불 위의 종이들을 한동안 내려다보았다. 여인의 붓끝이 약도 위를 짚어 갔다. 봄 조운의 둘째 배가 뜨는 날, 남안 창고는 다시 움직인다. 움직이는 날에는 술도가의 배가 뜨고, 그 배는 물때를 탄다. 쇠뇌를 옮기려는 자들도 같은 물때를 탈 수밖에 없다. 감찰의 눈이 조운에 쏠리는 날이야말로, 딴 짐을 옮기기 가장 좋은 날이니까."둘째 배가 뜨는 날이 곧 덫이 닫히는 날이옵니다. 쌀 배는 요란하게 오게 두고, 조용한 배만 뭅니다.""물때가 언제냐.""엿새 뒤이옵니다. 그믐 물때이니, 달도 없습니다."엿새. 사내는 그 말을 받아 잠깐 침묵했다. 침묵의 결이 여느 때와 달랐다. 온보요는 그 결을 읽었다. 엿새 뒤 그 자리에는 창끝 백을 끌고 온 감찰이 있고, 금군의
آخر تحديث: 2026-07-22
Chapter: 39화. 안부
무기고 임자의 수결. 그 넉 자가 서재의 밤을 차지하고 있는 사이— 안채에는 청첩이, 다과의 낯을 하고 왔다.감찰 허도위가 왕비께 문안을 청한다는 것이었다. 경성 온부의 안부를 전할 겸, 다과나 한 상 하자는 청. 물리칠 명분도 있었으나 온보요는 받았다. 저울이 달겠다는데 달리지 않으면, 저울은 더 궁금해하는 법이다.가기 전에 서재에 들렀다. 진묵은 청첩을 한 번 훑고 도로 밀었다. 가라 마라 하지 않았다. 대신 나서는 그녀의 너울을 제 손으로 씌워 주며, 한 마디만 얹었다. 듣기만 해라. 답은 집에 와서 정하고.집이라는 말이, 너울 안에서 오래 울렸다.다과상은 객관 정청에 차려졌다. 시비 둘과 방어멈이 뒤에 시립하고, 감찰 쪽은 서리 하나뿐이었다. 낯익은 서리였다. 연회의 밤, 앵아와 보지 않고 비켜서던 그 어깨."온부 대감께서는 강녕하십니다." 허도위가 찻잔을 밀며 운을 뗐다. "지난달 조회에서도 뵈었지요. 다만."다만, 뒤에 반 상 차림의 침묵이 놓였다."요즘 조정이 하 수상하여. 개국공신 댁도 예전 같지는 않다는 말들이 돕니다. 충심이야 변함없으시겠으나, 충심만으로 지켜지지 않는 것들이 세상에는 있지 않습니까.""무서운 말씀입니다.""무서우라고 드린 말씀은 아닙니다." 허도위가 웃었다. "저희 가문과 온부가 서로 도울 일이 많다는 말씀이지요. 마마께서 북강에 계시니 더욱. 이를테면— 왕부의 병비가 장계의 숫자만 한지, 그런 소소한 것들 말입니다."찻김 너머로 값이 제시되었다. 가문의 안위를 저당 잡고, 왕부의 참을 사겠다는 것. 황제의 세작 노릇 위에 외척의 세작 노릇을 겹으로 얹으라는 흥정이었다.온보요는 찻잔을 들었다. 손끝 하나 떨리지 않게. 떨 일도 없었다. 이런 자리의 격이라면 세 살 전부터 배운 것이었다.찻상 위의 다과는 경성식이었다. 연꽃 문양 유밀과. 기름에 지져 꿀을 먹인 결이 노을빛으로 반질했고, 겹겹의 잎맥까지 눌러 새긴 문양이 경성 다방(茶房) 솜씨였다. 온부의 다과상에 늘 오르던 것과, 같은 문양이었다. 그녀
آخر تحديث: 2026-07-22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역모 누명으로 가문과 함께 처형당한 황후 심월령. 죽음의 순간 그녀를 구하러 온 이는 남편인 황제가 아니라 냉혹한 섭정왕 위지헌이었다. 혼례 3년 전으로 회귀한 월령은 더 이상 황후가 되지 않기로 결심한다. 이번 생, 그녀는 자신을 죽인 황실을 무너뜨리기 위해 섭정왕의 손을 잡는다.
قراءة
Chapter: 163. 글자가 늙는다
기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접은 종이를 두 손으로 올렸다.위지헌은 종이를 펼쳤다.글자는 길지 않았다.'금선 내지는 문서방 것이 아닐 수 있음.''남쪽 별원 물목에 쓰던 종이와 닮음. 겉에 앉은 금가루.''독고가 상단 물표. 오상궁.'위지헌의 손가락이 종이 아래쪽에서 멈췄다.심가에서는 기다리기만 하지 않았다. 서원당의 병든 부인이, 서윤이, 은매가, 각자 볼 수 있는 만큼을 보고 있었다.위명서는 그 접힌 종이를 보았다.심월령의 곁에는 늘 누군가 있었다. 그녀가 크게 부르지 않아도, 누군가는 작게 움직였다. 그 사실이 그의 속을 천천히 긁었다."허도겸에게 닿게 하라."위지헌이 말했다."문 안쪽은 노은이 막고 있습니다.""문이 열릴 때를 보아라."기윤이 물러났다.위명서는 닫힌 문을 다시 보았다. 안에서 향이 한 번 더 짙어졌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알 수 있었다.그 향이 누구를 위해 피워졌는지, 그는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자녕궁 안에서, 월령도 그 향을 알아차렸다.처음의 향보다 단맛이 늘었다. 사람을 졸리게 하는 향이 아니라, 시간을 잊게 하는 향이었다.월령은 손안의 바둑돌을 한 번 굴렸다. 흰 돌과 검은 돌이 작게 부딪쳤다.그 소리가 향의 단맛을 한 번 끊었다."손에 든 것이 무엇이냐."숙비가 물었다."돌입니다.""바둑을 두느냐.""두는 법을 배우는 중입니다.""누구에게."월령은 잠시 멈췄다."혼자 둡니다."거짓이었다. 그러나 모두 거짓은 아니었다. 그는 돌을 주었을 뿐, 두는 것은 늘 월령의 손이었다.네가 두기 좋은 곳에 놓아라.나를 변에 두어도, 버림돌로 써도 된다.그 말이 올라오자 손끝이 조금 따뜻해졌다.따뜻해지는 손은 자녕궁 안에서 약한 손이었다. 월령은 흰 돌을 손바닥 깊이 쥐었다."심월령.""예.""네가 그 종이를 펴지 않고 버틸수록, 밖에서는 다른 말이 자란다."숙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섭정왕이 역적의 딸을 감싸기 위해 자녕궁의 문 앞에서 물러나지 않는다. 그런 말이 지금
آخر تحديث: 2026-07-23
Chapter: 162. 한 뼘
자녕궁의 첫 번째 문 앞.위지헌은 들어가지 않았다.궁문 밖에서 기다려 달라는 숙비의 말을 그는 들었다. 들었다는 것이 멈춘다는 뜻은 아니었다."문은 셋입니다."기윤이 낮게 말했다."동문, 서협문, 그리고 후원으로 도는 수문.""수문은 언제 여느냐.""새벽에 한 번. 물을 갈 때."위지헌은 첫 번째 문의 돌계단을 보았다. 세 번째 단이 다른 단보다 닳아 있었다. 사람이 많이 밟은 단이 아니라, 무거운 것이 여러 번 지난 단이었다. 수레가 아니라 들것. 들것이 아니라 함.종이를 빼낸다면 서협문이었다. 기록이 가장 얇은 문.한 번 지나온 길이었다."서협문에 둘을 세워라. 잡지 말고 적어라."기윤이 물러났다.위지헌은 닫힌 문을 보았다. 그 너머에 월령이 있었다.그가 들어가면, 그녀의 마음이 정치가 된다. 그것을 알면서도, 발은 문지방의 그림자 앞에 가서야 멈췄다.그 한 뼘을 넘으면 그녀가 있었다.한 뼘이었다. 그는 그 거리를 오래 보았다. 칼이 닿는 거리도, 말이 닿는 거리도 아닌, 손을 뻗으면 닿는 거리.문틀에 손이 닿아 있었다. 손가락 마디가 나무의 결을 따라 한 번 굳었다가, 천천히 풀렸다. 그는 그 손을 거두었다. 거두는 데 평소의 두 배가 걸렸다.안에서 향이 한 번 바뀌었다.단맛이 늘어난 향. 사람을 머물게 하는 향.위지헌의 목 안쪽이 말랐다.그는 월령이 그 안에서 얼마나 오래 견디는지 알았다. 충분히 오래. 그것도 그의 앞에 펼쳐진 길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 그녀의 손끝이 차가워지는지, 숨이 얕아지는지, 그를 한 번이라도 부르는지. 그것만은 어디에도 펼쳐지지 않았다.한 번 지나온 생에서, 이 시각의 월령은 자녕궁에 있지 않았다.그녀가 무엇을 겪는지 모르는 길을, 그는 처음 걷고 있었다.아는 길과 모르는 길이 같은 문 앞에서 겹쳤다. 그래서 문은 더 가까웠고, 더 멀었다.위지헌은 닫힌 문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두 번째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시선과 걸음이 같은 방향이 아니었다. 몸의 절반은 여전히 첫
آخر تحديث: 2026-07-23
Chapter: 161. 좋아한다는 말
월령은 봉서를 내려다보았다."마마께서 보실 종이라면, 봉을 푸는 자리에 예관이 있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예관이 어디 있느냐.""소녀가 먼저 펼까 두렵습니다."숙비가 웃었다. 웃음은 입가에서 그쳤다."네가 그 종이를 들고 여기까지 온 것은, 펴지 않기 위해서였구나.""그리 보였다면 송구합니다. 예관 앞에서 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월령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고, 끝이 둥글었다. 거스르는 말도 그렇게 하면 거스르는 소리로 들리지 않았다.숙비는 잠시 그녀를 보았다."심 부인이 가르쳤느냐.""어머니께서는 말을 적게 하라 하셨습니다.""적게 하는 것과 잘 고르는 것은 다르다."월령은 고개를 더 낮추었다."명심하겠습니다."숙비의 손이 천천히 내려갔다. 내민 손을 거두는 동작이 너무 자연스러워, 처음부터 내밀지 않은 사람 같았다."네 아비의 글을 잘 알아보더구나."월령의 손끝이 봉서 가장자리에서 멈췄다."그저 아버지의 글이 좋아, 늘 곁에 두고 보았을 뿐입니다."위명서 앞에서 내려놓았던 답과 결이 같았다. 두 번 묻는 자리에서 답이 달라지면, 흔들린 그 틈이 곧 약점이 되었다. 그래서 같은 답을, 같은 결로 내려놓았다."좋아한다."숙비는 그 말을 천천히 되풀이했다."궁에서는 좋아한다는 말도 쓸 곳을 보아야 한다."월령은 대답하지 않았다.아버지의 글은 곧고 좁았다. 글자 사이가 멀지 않았고, 끝을 길게 끌지 않았다. 급한 날에도 마지막 획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월령은 어릴 때 그 글자들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여 본 적이 있었다. 종이에 닿지도 않는 손끝으로.그때는 글자가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다.그저 아버지가 멀리 있어도, 글자는 집에 남는다고 생각했다.지금은 글자 위에 다른 글자가 얹혔다. 아버지의 글 위에 금선 내지가, 금선 내지 위에 자녕궁의 향이, 그 위에 아직 마르지 않은 먹이 얇게 놓였다."네 아비는 북문에 있다."화제가 옮겨졌다. 옮겨진 자리가 더 추웠다."예.""
آخر تحديث: 2026-07-23
Chapter: 160. 고모님
자녕궁의 문은 안에서 닫혔다.월령은 문지방을 넘는 순간 소리를 듣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등 뒤에서 빗장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소리는 작고 정확했다. 한 번. 그리고 멎음.손안에는 흰 돌과 검은 돌이 있었다. 한 손바닥 안에 있으면서도 섞이지 않았다. 다만 손금 위에서 서로의 온도만 조금씩 옮겼다.자녕궁의 안쪽은 바깥보다 어두웠다. 창은 높았고, 빛은 바닥에 닿기 전에 휘장에 한 번 걸렸다. 향은 무겁지 않았다. 무겁지 않아서 오래 남는 향이었다.외문 안쪽에는 작은 향안이 있었다. 위에 놓인 것이 없어서, 오히려 눈에 띄는 상이었다."자녕궁에 드는 봉서는 먼저 향안에 올려 기록하겠습니다."노은 내관의 말은 공손했다. 공손해서 거절하기 어려웠다.월령은 바로 손을 놓지 않았다.예부 서리 둘이 뒤에서 숨을 죽였다. 허도겸은 장부를 가슴 가까이 안고 있었다. 문상궁은 이미 한 걸음 안으로 들어선 뒤였다.그 짧은 틈에, 월령은 봉서를 향안 위에 올렸다.노은 내관이 붉은 끈과 봉한 시각을 적었다. 예부 서리도 같은 시각을 다시 적었다."문상궁께서도 함께 적어 주십시오."월령이 말했다.문상궁의 어깨가 움직이지 않았다."곤원전 옛 별궁에서부터 함께 오셨습니다. 이 길에 계셨던 분입니다."기록은 대답하지 않았다. 문상궁이 먼저 말했다."적어라."그제야 예부 서리의 붓이 다시 움직였다.먹이 마르기도 전에 노은 내관은 봉서를 두 손으로 들어 월령에게 돌려주었다. 향연은 봉서에 닿지 않았다. 그러나 옅은 냄새가 붉은 끈 근처에 남았다.월령은 그것을 맡았다. 맡았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았다.안쪽 방에서, 문상궁은 숙비의 오른편 뒤에 섰다. 채운 상궁이 찻잔을 가져왔고, 묵련 나인은 낮은 책상 앞에서 붓을 들었다. 예부 서리 둘은 낮은 자리에 무릎을 꿇었고, 붓과 부본을 든 손이 자꾸만 바뀌었다.누구도 편하지 않았다. 자녕궁은 사람을 앉혀 두고도 서 있게 만드는 곳이었다.숙비의 왼편 조금 뒤에는 어린 여인 하나가 서 있었다.자녕궁 궁녀
آخر تحديث: 2026-07-22
Chapter: 159. 숨을 참지 말거라
자녕궁에서 쓰는 내지의 금선.예부 밀서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빛이었다."허 낭중.""예.""이 종이는 호부 장부에 오른 종이가 아닙니다. 금선이 있습니다."월령은 종이를 들어 빛에 비추었다. 희미한 금빛이 살아났다.한 이름이 혀끝까지 올라왔다.월령은 그 이름을 도로 삼켰다. 말하는 순간 칼끝이 되어 저에게 돌아올 이름이었다.문상궁의 얼굴이 처음으로 굳었다. 말해지지 않은 이름을 알아들은 얼굴이었다.월령은 문상궁을 보지 않았다."별궁에서 나온 물건이라면, 이 종이가 어느 손을 지나왔는지만 확인하면 될 듯합니다. 보관 장부와 수리 장부, 오늘 봉함한 시각이 서로 맞으면 됩니다."침묵 안에서 바깥의 바람 소리가 들렸다."저는 아직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았습니다."월령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하지만 제 집안의 죄를 남이 정하게 두지는 않겠습니다."위지헌의 눈빛이 조용히 깊어졌다.위명서는 웃지 않았다.그때 별궁 바깥에서 목소리가 들렸다."그럼 네가 정해 보거라."모두가 돌아보았다.숙비가 복도 끝에 서 있었다. 지팡이 위의 손은 차가웠고, 옥반지가 새벽빛에 희게 빛났다."심월령. 그 종이를 든 채 자녕궁으로 오너라."묻고 싶은 말이 목 안까지 올라왔다. 월령은 속눈썹을 내리며 삼켰다. 명은 이미 내려진 뒤였다."그리고 섭정왕께서는 잠시 궁문 밖에 계셔 주시지요."위지헌의 눈빛이 한순간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숙비는 그를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이 문 안의 답은, 이번에는 그 아이가 직접 들고 나오게 하겠습니다."위지헌은 물러서지 않았다. 따르지도 않았다.그 한참 동안, 그의 엄지가 검집 끝을 한 번 느리게 쓸었다. 무엇인가를 눌러 두는 손이었다.그리고 첫 돌을 놓듯, 낮은 목소리가 침묵 위에 놓였다."좋다."별궁 안쪽의 숨이 낮아졌다."다만 종이는 지금 열지 않는다. 예부가 봉하고, 봉한 시각을 적어라."예부 서리가 급히 붓을 들었다."비녀함도 함께 묶어라. 매듭은 새것으로 하지 마라. 손댄 것이 있으면 손
آخر تحديث: 2026-07-22
Chapter: 158. 제가 보겠습니다
월령은 숨을 멈추지 않았다.이번 생에는, 늦지 않는다.손안의 흰 돌을 한 번 굴렸다."전하.""말하십시오.""이 글은 너무 완벽합니다.""완벽하면 죄가 사라집니까.""아버지는 손가락 둘을 잃으신 뒤로, 급한 군보에서 긴 획이 끝까지 가지 않습니다. 전장의 글에는 늘 한 획이 모자랍니다."월령은 서신을 보았다."이 글은 끝 획이 모두 곧습니다."허도겸이 서신 가까이 다가갔다. 예부 서리도 몸을 낮췄다."그리고 이 종이는 너무 새것입니다. 옛 별궁에서 나왔다 하셨는데, 장마를 한 번도 먹지 않은 종이 냄새가 납니다.""맞습니다. 오래 닫힌 방에 있던 종이가 아닙니다."허도겸이 가장자리를 살피며 말했다.예부 서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문상궁의 시선이 서신과 월령 사이를 한 번 오갔다. 소매 안의 손가락이 하나 더 접혔다.위명서는 말없이 월령을 보았다.그 눈에서 처음으로 흥미가 걷혔다. 그 자리에 경계가 들어섰다."심 아가씨는 아버지의 글을 잘 아는군요.""아버지의 글들이 좋아 자주 보았을 뿐입니다."조심스러운 대답이 방 안에서 오래 울렸다.무서웠다. 다만 그 무서움이 이제 그녀를 물러서게 하지는 못했다."끝났느냐."위지헌의 낮은 물음이 방 안을 눌렀다. 그 안에는 참는 기색이 있었다.위명서가 천천히 웃었다."아직입니다. 숙부께서 직접 보셔야 끝납니다."그가 한 걸음 물러나며 말했다."아바마마의 밀서가 진짜라면, 숙부는 심 아가씨를 정비로 맞으셔야 합니다. 심가의 글이 역모라면, 숙부는 역적의 딸을 감싼 것이 됩니다. 어느 쪽이든, 오늘 답을 하셔야겠지요."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월령은 위명서를 보았다.그의 시선은 이미 저를 지나가 있었다. 문가의 검은 장포에, 처음부터 그 자리에 두려던 것을 이제야 올려놓은 사람의 눈으로.붉은 함이 실려 오던 날의 소란도, 향낭 속의 다정한 글씨도, 그 시선 앞에 차례로 다시 놓였다.월령의 손안에서 흰 돌이 멈췄다.앞으로 나서기 전, 월령은 반 호흡만 문가를 보았다.위
آخر تحديث: 2026-07-22
설산에 꽃이 피기까지 삼백년

설산에 꽃이 피기까지 삼백년

선계 제일검, 태허문의 대사존 단목현. 승선을 코앞에 둔 그가 어느 날 돌연 자취를 감췄다. 삼백 년 뒤, 그는 저승에서 발견됐다. 윤회의 강가에 앉아, 강을 건너는 수억의 혼불을 단 하나도 빠짐없이 세면서. 하늘이 세 번 사자를 보내 승선을 권했으나 답하지 않았다. 아무도 몰랐다. 그가 무엇을 기다리는지. 사억 칠천만 번째 혼불이 떠오른 날 — 그가 삼백 년 만에 처음으로 일어섰다.
قراءة
Chapter: 외전 4 「앵두의 혼담」
사건은 감꽃 마을에서 시작됐다.가을 감 따기 원정에서 마을 방앗간집 둘째 아들이 앵두에게 반한 것이다. 스물한 살, 성실하고, 어깨가 넓고, 감을 앵두네 소쿠리에만 자꾸 담아주더라는 목격담이 있었다. 그리고 보름 뒤 — 정식 혼담이 설봉으로 올라왔다.설봉은 그날로 비상이 걸렸다."신원조사가 필요하다."단목현이 먼저 움직였다. 삼백 년 만에 폐관을 깼던 그 기세로 그는 반나절 만에 방앗간집 삼대의 내력을 조사해 왔다. 조부는 성실했고 부친은 근면했으며 본인은 스무 해 동안 거짓말 세 번을 했는데 셋 다 어머니 약값 때문이었다는, 무서울 정도로 상세한 보고서였다."흠잡을 데가 없군." 그는 그것이 제일 큰 문제라는 얼굴로 말했다."초안을 잡아봤다."위지란은 서신을 써 왔다. 『귀하가 관심을 두신 처자의 후견인들을 소개하오. 선계 제일검 출신 한 명, 마교 교주 출신 한 명, 세상을 두 번 구한 검수 한 명. 진의를 묻겠소 —』로 시작하는 그것은 초안이 아니라 협박장이었고, 말미에는 마교 인장까지 찍혀 있었다. 사직한 지가 언젠데 인장을 아직 갖고 있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보내지 마요. 절대."연소하는 두 남자를 뜯어말리는 역할이었다 — 라고 본인은 주장하는데, 정작 그날 밤 마당에서 소매(小梅)를 꺼내 날을 보고 있는 것이 목격됐다. "검진 날이라서요"라는 해명이 있었지만 검진 날은 지난주였다.그 소란이 사흘째 되던 날, 앵두가 부엌에서 나왔다.행주에 손을 닦으며, 마루에 모여 작전 회의 중이던 세 사람을 쭉 둘러보고, 앵두는 말했다."저 시집 안 가는데요."세 사람이 동시에 앵두를 보았다."…거절하는 것이냐?" "그 총각이 어디가 부족해서?" "앵두야, 혹시 우리 눈치 보는 거면—""눈치는 무슨." 앵두는 코웃음을 쳤다. "생각해 보세요. 제가 방앗간으로 시집을 가요. 그럼 아침에 누가 아가씨 머리 빗겨요? 대사존 만두 간은 누가 봐요? 저 인간 국수는요? 여기가 제 집이고 제 부엌이고 제 식구인데, 집을 두고 어딜 가요.""
آخر تحديث: 2026-07-23
Chapter: 외전 3 「장경각주의 일지」
태허문 장경각주 백리유음의 업무 일지에서 발췌.三月 초이레. 맑음.삼백 년 치 기록 복원 작업 사 년째. 오늘은 선마대전 전공록의 지워진 이름 여섯을 되살렸다. 먹칠 아래 눌린 글자를 등불에 비춰 읽는 법을 이제 눈이 익혔다. 지운 자도 나고 되살리는 자도 나라는 사실에 대해, 젊은 서기가 "인과가 깔끔하네요"라고 말했다. 요즘 아이들은 무섭다.三月 열이레. 흐림.사매에게서 서신. 전문을 옮긴다.『사저. 잘 지내시죠? 다름이 아니라 파문록에 덧쓰신 제 기록 말인데요. "세상을 두 번 구하다"는 너무 부끄러우니 지워주세요. 구경 오는 제자들이 자꾸 절하고 갑니다. 제발요.』답신을 보냈다.『기록의 수정 및 삭제는 장경각주의 고유 권한이다. 기각한다.』사백 년을 살면서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권한이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三月 스무여드레. 맑음.사매에게서 두 번째 서신. 『기각이 뭐예요, 기각이. 사저 너무해요.』 답신. 『항소는 서면으로 제출하라.』 사흘 뒤 서면이 왔다. 항소 이유서라기에 펼쳤더니 앵두의 국수 무료 식권 석 장이 들어 있었다. 뇌물이다. 기록해 둔다. 식권은… 기록과 별개로 사용할 예정이다.四月 초나흘. 비.사매가 직접 쳐들어왔다. 지워달라, 못 지운다, 반 시진을 실랑이하다가 사매가 최후의 수를 꺼냈다. "그럼 사저 기록도 새로 적을 거예요. 제가 연합에 청원 넣으면 받아준댔어요." 무슨 기록이냐 물었더니 품에서 종이를 꺼내 읽었다."백리유음. 삼백 년의 침묵을 깨고 진실을 증언하여 두 번째 재판을 뒤집다. 사매가 가장 어두운 자리에 있을 때 —" 사매는 거기서 잠깐 멈췄다가, 기어이 끝까지 읽었다. "— 가장 먼저 미안하다고 말한 사람."치사한 수다. 눈물이 나면 실랑이에서 지는 것인데.결국 협상이 성립됐다. 사매의 기록은 그대로 두되, 내 기록도 적는다. 단, 문구는 각자 상대방이 정한다. 서로의 기록을 서로가 쓰는 것 — 생각해 보면 기록이란 본래 그래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제 손으로 쓴 제 기록은
آخر تحديث: 2026-07-22
Chapter: 외전 2 「백열두 그릇」
설봉 부엌 벽에는 장부가 하나 걸려 있다.『위지란 국수 채무 장부』. 채권자 앵두, 채무자 위지란, 원금 백 그릇, 저승 무단 방문 이자 열두 그릇. 도합 백열두 그릇. 하늘의 장부는 혼을 적지만 이 장부는 그릇을 적는다. 그리고 위지란의 사견으로는 — 이쪽이 더 무섭다."어제 두 그릇 드셨죠. 근데 왜 한 그릇으로 적혀 있을까요?""…반 그릇씩 두 번 먹었으니 한 그릇이지.""국물까지 비웠으면 한 그릇이에요. 마교에선 그것도 반으로 쳐요?""마교에선 장부를 불태우지.""태우시게요?""…아니. 두 그릇으로 정정해라."마교의 전 교주, 저승을 산 채로 왕복한 사내, 세상의 마지막 겁화를 제 가슴에 담아 날랐던 남자는 — 열여섯 살 부엌 주인의 장부 앞에서 오 년째 백전백패 중이었다.물론 저항의 역사가 없지는 않았다.원년에는 그릇 크기로 시비를 걸었다("이 집 그릇이 커서 한 그릇이 한 그릇 반이다"). 앵두는 다음 날부터 그의 국수만 장골 대접에 말아 "크니까 두 그릇으로 적을게요"라고 응수했다. 이듬해에는 이자율 재협상을 시도했다("저승 왕복이 왜 열두 그릇짜리 죄인가"). 앵두는 "아흐레 동안 우리가 흘린 눈물이 한 그릇에 하루 반씩이에요"라고 산정 근거를 제시했고, 배석한 대사존이 "합리적이다"라고 판결해버렸다. 선계 제일검 출신이 판사면 항소가 안 된다.삼 년째에는 매수를 시도했다. 앵두 앞으로 강남산 최고급 찻잎이 배달된 것이다. 앵두는 찻잎을 고맙게 받고, 장부 옆에 『뇌물 수수 내역: 찻잎 한 통 (그릇 수와 무관)』이라고 부기했다. 마교의 전 교주는 그날 뇌물이라는 수단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평생 처음 만났다고, 저녁상에서 씁쓸하게 자백했다.그렇게 오 년.장부의 바를 정(正) 자는 스물두 개 하고도 두 획이 되었고 — 백열두 그릇째의 날이 왔다.그날 앵두는 아침부터 부엌 출입을 금지시켰다. 반나절을 달그락거리더니, 저녁상에 국수 한 그릇을 올렸다. 오 년 치 솜씨를 다 부린 것이 한눈에 보이는 국수였다. 고명이 매화 모양
آخر تحديث: 2026-07-21
Chapter: 외전 1 「대사존의 만두」
설봉에는 비밀이 하나 있다.마겁이니 봉인이니 하는 것들은 비밀 축에도 못 낀다. 그런 건 결국 다 밝혀졌으니까. 진짜 비밀은 오 년째 아무도 입 밖에 내지 않은 것 — 대사존의 만두는, 맛이 없다.이것은 그 비밀의 수호자, 앵두의 기록이다.첫 겨울부터 그랬다. 눈에 갇힌 날 넷이서 만두를 빚는데, 대사존의 만두는 하나같이 자로 잰 듯 반듯했다. 주름 열여덟 개. 전부 열여덟 개. 문제는 맛이었다. 소 간이 하나도 안 된 것이다. "간은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친다"는 신념 때문인데, 재료 본연의 맛이란 게 무(無)맛이라는 걸 그분만 모른다."어떠냐."그 얼굴로 물어보면 어쩌란 말인가. 삼백 년 만에 처음 만두를 빚어본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진지한 얼굴로, 살짝 — 아주 살짝 — 기대까지 얹어서."…담백하네요!" 아가씨가 말했다."경지에 이르면 맛은 덜어내는 법이지." 위지란이 말했다. 이 인간은 맛없는 걸 알면서 재미로 부추긴다."수행에 이롭겠습니다." 훗날 백리유음 님까지 가담했다.그렇게 오 년. 설봉의 겨울 만두는 두 종류가 됐다. 앵두표 만두(맛있음)와 대사존표 만두(반듯함). 사람들은 앵두표를 먹고, 대사존표는 대사존이 드신다. 본인은 그것을 "각자 취향이 확고하구나"라고 해석하신다. 완벽한 균형이었다.그 균형이 올겨울에 깨졌다.범인은 위지란이었다. 저승 다녀온 뒤로 부쩍 겁이 없어진 그 인간이, 만두를 빚다 말고 기어이 입을 턴 것이다."대사존. 올해는 소에 간 좀 하지. 오 년째 무맛이잖나."부엌이 얼어붙었다. 아가씨가 만두피를 떨어뜨렸다. 앵두는 국자를 쥔 채 하늘에 빌었다. 백리유음 님이 찻잔으로 얼굴을 가렸다.대사존은 아주 오래 침묵했다. 그리고 만두 주름을 열여덟 개째 잡으며, 담담하게 말씀하셨다."안다.""…예?""오 년 전부터 안다. 첫해에 내 것만 남는 것을 보고 알았다."부엌이 두 번 얼어붙었다. 아가씨가 더듬더듬 물었다."아, 아셨으면서… 왜 계속….""간을 하는 법을 몰랐다.""물어보시지 그랬어
آخر تحديث: 2026-07-21
Chapter: 50화 「국수는 셋이서」
위지란이 눈을 뜬 곳은 설봉이었다.객채의 제 방. 각 잡아 개어두고 떠났던 이불 속. 창밖에는 일곱 번째 봄의 매화가 피어 있었고, 머리맡에는 국수 한 그릇이 김을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 팔짱을 낀 앵두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얼굴로 앉아 있었다."아흐레 만이에요. 저승 갔다 오면 다예요? 백 그릇에서 시작했는데 이자 붙어서 백열두 그릇이에요. 오늘부터 하루 세 그릇씩 드세요.""…몸이 예전 같지 않은데. 반 그릇씩 하면 안 되나.""흥정 금지."몸은 정말 예전 같지 않았다. 삼백 년 마기가 빠져나간 자리는 도력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백발은 돌아오지 않았고, 어검비행은커녕 설봉 계단에서 숨이 찼다. 마교에는 사직서를 보냈다 — 교주 자리는 처형식 날 도망치지 않고 남아서 뒷수습을 한 젊은 축들에게 넘겼다. 놈들이 마교를 어떻게 바꿀지는 놈들의 몫이었다."그러니까," 마루에서 국수를 넘기며 그가 물었다. "너희 둘이 왔었다는 거지. 그 강가에.""네.""몸은 여기 두고, 혼만.""한 쌍의 도는 서로가 서로의 닻이니까요. 한쪽 혼이 나가도 다른 쪽이 몸을 붙들어 주면 돌아올 수 있대요. 둘이 같이 갔다 같이 돌아오는 건 — 개벽 이래 처음이었다고, 사자님이 장부에 특기 사항으로 적었어요.""하늘 장부가 아주 너희 부부 전용 일지가 됐군.""당신 이름도 두 줄 적혔어요. '산 자로서 겁화를 인도함. 국수를 좋아함.'""…뒷줄은 거짓말이지.""진짜예요. 사자님이 물어봐서 앵두가 대답했거든요."그해 봄은 길었다.백리유음이 올라와 보름을 묵었다. 연합은 마겁의 소멸을 공식 선포했고, 삼백 년 묵은 금기들이 하나씩 문서고에서 풀려났다. 그녀는 이제 근신이 아니라 태허문의 새 장경각주였다 — 지워진 기록들을 다시 적는 자리. 파문록의 먹칠 위에 덧쓰인 새 기록의 첫 줄은 그녀의 글씨였다. 『연소하. 태허문 제자. 세상을 두 번 구하다.』"두 번이 아니라 세 번인데." 앵두가 옆에서 투덜댔다. "국수 간까지 고쳤잖아요."여름에는
آخر تحديث: 2026-07-18
Chapter: 49화 「강가에서」
망자의 강은 소리 없이 흐른다.수억의 혼불이 물길을 따라 바다처럼 밀려가고, 저승의 시간은 고여 있어 강가의 모래밭에는 발자국 하나 남지 않는다 — 는 것이 이 강가의 삼천 년 묵은 상식이었는데."…발자국이 찍히는데."산 자가 걸어왔기 때문이다. 검은 옷의 반백 사내가, 가슴에 세상의 마지막 겁화를 담고, 모래밭에 또박또박 발자국을 찍으며 강가로 걸어오고 있었다. 저승의 관리들이 총출동해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 맨 앞에 선 것은 — 이제는 고참이 된, 삼백여 년 전 어느 흰 옷의 사내에게 겁도 없이 말을 붙였던 바로 그 관리였다."사, 산 자는 이곳에 올 수 없습니다!""하늘의 허가증이 있다." 위지란이 금빛 문서를 팔랑팔랑 흔들었다. "특별 운송이야. 비켜라, 무거우니까."무겁다는 말은 엄살이 아니었다. 강가에 닿았을 때 그의 무릎은 반쯤 꺾여 있었고, 세었던 머리는 뿌리까지 하얗게 바래 있었다. 그는 물가에 무릎을 꿇고 — 제 가슴에 손을 얹었다."자, 도착이다. 내리시지."『….』"왜. 이제 와서 무섭나."『…처음이다. 갇히는 것도, 삼키는 것도 아니고 — 그냥 가는 것은.』"다들 그렇게 가. 처음인 채로." 위지란은 강물을 바라보았다. 수억의 혼불이 반짝이며 흘러가고 있었다. "부럽군. 나는 표가 없어서 못 타는 배인데."『위지란.』겁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따뜻했다. 너의 삼분지 일도.』"…그래. 잘 가라. 다음에는 — 뭐가 되든, 배고프지 않은 걸로 태어나라."그가 가슴을 열었다.검은 것이 흘러나왔다. 강줄기도 화신도 아닌, 이제는 그저 작고 검은 불꽃 하나가. 그것은 잠시 그의 손바닥 위에 앉아 있다가 — 하늘로 힘을 다 반납한, 겨우 혼불 하나 크기의 그것이 — 강물 위로 떠내려갔다. 수억의 혼불 사이로. 구분도 되지 않게. 그냥, 수억 분의 일로.관리들이 장부에 적는 소리가 들렸다. 신규 등재. 이름 없음. 출신 — 폐허. 행선지 — 미정. 고참 관리가 붓을 멈추고 물었다. "이름을…
آخر تحديث: 2026-07-18
설야팔부 (雪夜八部)

설야팔부 (雪夜八部)

평범한 의녀로 살고 싶었던 여자가, 자신의 핏줄이 곧 강호의 재앙으로 규정되고 사랑이 곧 원한이며 떠안은 힘이 곧 형벌임을 눈[雪]처럼 천천히 깨달으며, 끝내 복수가 아니라 놓아줌을 택하는 비극.
قراءة
Chapter: 제151화 — 덤의 날들
혼례 이튿날 아침, 신방의 문이 늦도록 안 열렸다.궁 사람들은 그 앞을 지날 때마다 발소리를 죽였고, 발소리를 죽이는 저희끼리 눈짓으로 웃었다. 해가 중천에야 문이 열렸을 때, 나온 두 사람은 서로 딴 데를 보며 걸었고, 그것이 온 궁의 그날 치 이야깃거리가 되었다.덤의 날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머니의 말대로 셈이 없는 날들이라 — 셈 없는 날들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도 아무도 세지 않았다. 여름이 산기슭의 초록을 짙게 밀어 올리고 있었다.셈이 없는 날들이었다. 아침이면 약방에 환자가 들고, 낮이면 그가 기수들에게 검을 봐 주고, 저녁이면 한 상에서 밥을 먹고, 밤이면 — 등잔이 꺼졌다. 큰일이라고는 타간의 국 간과 여리의 땋음머리 순서 다툼뿐인 날들. 열여덟 해 치 소란을 치른 사람들에게 세상이 처음으로 내주는, 이자 없는 날들.어머니는 그 날들을 아껴 살았다.아침마다 묵할멈과 후원을 반 바퀴 걸었다. 반 바퀴가 힘에 부치는 날은 반의 반 바퀴를 걸었고, 걷지 못하는 날은 마루에 앉아 볕을 걸었다. 딸들이 번갈아 그 곁에 앉았다. 언니는 궁의 일을 어머니에게 물어 가며 했다. 물을 것이 없어도 물었다. 물음이 곧 곁이었다.운설은 어머니의 맥을 아침저녁으로 짚었다.실낱은 실낱인 채였다. 다만 실낱이 이상하게 — 편안했다. 낡아 가는 맥이 아니라, 다 낡은 것이 제 낡음과 화해한 맥. 의녀의 손은 그 차이를 알았고, 아는 것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내기를 하나 하자." 어느 볕 좋은 마루에서 어머니가 말했다. "어미가 첫눈을 보는지 못 보는지.""어머니.""너는 어느 쪽에 걸겠느냐.""보는 쪽에요." 운설은 맥을 짚던 손으로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제 침이 아직 안 졌습니다. 진눈의 내기도 이기고 있고요.""그럼 어미는 못 보는 쪽에 걸마." 어머니가 웃었다. "그래야 네가 이기면 어미가 첫눈을 보지. 지는 게 이기는 내기가 세상엔 있는 법이다."지는 게 이기는 내기. 운설은 그 말을 웃으며 받았고, 받고 나서 혼자 오래 곱씹었다.
آخر تحديث: 2026-07-23
Chapter: 제150화 — 보름의 혼례
혼례는 눈마당에서 치러졌다. 지난겨울 운설이 처음 궁에 들던 날 눈을 쓸던 그 마당이었다.눈은 없는 계절이었다. 한데 아침부터 온 궁이 마당에 흰 천을 깔았다. 삭월 신부는 눈 위를 걸어 시집가는 법이라고, 눈이 없으면 눈을 지어서라도 깐다고 — 흑요가 법도를 밝혔고,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신부는 흰 천의 길을 걸었다.수 놓인 족두리가 머리에 있었다. 어머니가 심지를 아껴 태워 완성한, 눈밭에서도 얼지 않는다는 족두리. 활옷 소매에는 세가의 격이 놓은 매화가 피어 있었다. 신부의 손을 잡고 길을 이끈 것은 운백천이었다. 열여덟 해 전 강보를 안고 눈길을 걸었던 사람이, 다 자란 딸의 손을 잡고 흰 길을 걸었다.흰 길의 양쪽에 온 궁이 도열해 있었다. 유민들, 기수들, 만군에서 눌러앉은 병졸 몇, 사냥막의 자매, 그리고 상석의 어머니와 언니. 신부가 지나갈 때 사람들은 삭월의 축원을 낮게 웅얼거렸다. 눈처럼 오래, 눈처럼 고요히. 축원의 뜻을 운설은 걸으면서 처음 배웠다.신랑은 길의 끝에 서 있었다.검은 예복에, 빈 허리에. 검신은 혼례에 검을 차지 않았다. 오늘 지킬 것은 검으로 지키는 것이 아니라는 듯이.초례상 앞에서 두 사람은 마주 섰다.맞절이 오갔다. 표주박의 술이 오갔다. 반쪽씩 나눈 것이 도로 하나가 되는 잔이었다. 그리고 삭월의 법식 하나가 더 있었다. 신랑과 신부가 서로의 이름을 — 온전한 이름을 — 마당의 모두가 듣도록 부르는 것."설야."그가 불렀다. 위급이 고르던 이름이, 혼례상 앞에서 처음으로 위급 없이 불렸다."현."그녀가 불렀다. 김 서린 온천의 밤에 처음 넘었던 이름이, 백일하에 불렸다.마당이 뒤집어졌다. 우르가 제일 크게 울었고, 울면서 제일 크게 웃었다.잔치는 해가 지도록 갔다. 열여덟 해 치 잔치를 하루에 몰아 하는 사람들이라, 흥이 바닥나지 않았다. 타간의 국은 그날따라 간이 맞았다 — 고 다들 우겼다. 더운돌 영감은 무릎을 두드리며 젊은것들의 춤을 훈수했고, 여리와 연지는 신부의 족두리를 번갈아
آخر تحديث: 2026-07-23
Chapter: 제149화 — 혼례 준비
혼례를 앞둔 궁은 열여덟 해 만에 잔치라는 것을 준비했다. 잔치 준비가 서툰 사람들이라 소동이 잦았고, 소동마다 웃음이 났다.준비는 온 궁의 일이 되었다. 타간은 잔치 국의 간을 두고 밤잠을 설쳤고, 바토는 함에 넣을 빗과 가락지를 두드렸고, 더운돌 영감은 혼례 전날 신부가 몸을 담글 탕을 벌써부터 쓸고 닦았다. 여리와 연지는 신부의 들러리 자리를 두고 하루 세 번 다투고 네 번 화해했다.수를 놓는 손은 둘이 되었다.어머니의 족두리 곁에서, 남궁완이 신부의 활옷 소매를 맡은 것이다. 세가의 수는 격이 있었고, 격이 있는 만큼 — 처음 며칠은 바늘이 자주 멎었다."이상하지 않아요?" 어느 밤 여인이 수를 놓으며 운설에게 말했다. "오 년을 정혼자로 살았던 사람의 혼례 옷을 — 파혼당한 여자가 놓고 있는 게.""이상합니다." 운설은 숨기지 않았다."그렇죠. 한데 더 이상한 건—" 부채 대신 바늘을 쥔 손이 고르게 나아갔다. "놓다 보니 알겠어요. 나는 그 사람을 잃은 게 아니라 — 격을 잃었던 거예요. 남궁완의 정혼자라는 격을. 사람은," 바늘이 실을 물고 지나갔다. "사람은 여기 있네요. 벗의 자리에. 격보다 오래가는 자리에.""아씨.""수나 마저 놓죠. 소매가 두 짝이라."혈비의 혼례 선물은 말 없이 왔다. 어느 아침 운설의 처소 앞에 검 한 자루가 놓여 있었던 것이다. 물때를 다 벗겨 내고 새로 벼린 — 왕의 검이었다. 딸에게 물려주마 하셨다던 그 검을, 언니는 아우의 혼례에 내놓았다. 곁에 쪽지 한 장. 검은 신부 쪽 혼수다. 물리진 못한다.운설은 그 검을 차는 대신 벽에 모셨다. 검을 쓸 줄 모르는 신부였다. 한데 벽의 검이 방을 지키는 무게는 알 것 같았다.한겸에게서는 파발이 왔다. 남쪽의 종이 전쟁은 길겠지만 지지 않겠다는 소식과, 혼례 날에 못 가는 것을 백 번 사죄하는 문장과 — 봉서 하나. 간수문의 것이었다. 늙은 법은 혼서(婚書)의 격식을 손수 적어 보냈다. 가문 없는 신랑의 혼서에 증인 자리가 비니, 실각한 당주의 이름이
آخر تحديث: 2026-07-23
Chapter: 제148화 — 열여덟 해 밀린 곡
장례의 아침은 맑았다. 곡하기 좋은 날이란 없지만, 열여덟 해를 기다린 곡이라면 맑은 날이 나았다.왕의 유해는 대전에서 무덤 벌판으로 옮겨졌다. 스물일곱 봉분의 위, 벌판이 끝나고 산이 시작되는 자리에 왕의 무덤이 마련되었다. 백성들이 묻힌 벌판을 발치에 두고, 산의 등을 베개 삼는 자리. 자리를 고른 것은 부수 노인이었다. 왕은 백성을 굽어보는 자리가 아니라 — 백성에게 발을 맡기는 자리에 눕는 법이라고.곡은 삭월의 옛 법대로 했다.만장도 곡비도 없이, 산 사람들이 저마다 제가 아는 왕의 이야기 하나씩을 무덤에 놓고 가는 것. 더운돌 영감은 젊은 왕이 온천에 몰래 들었다가 저한테 등짝을 맞은 이야기를 놓았다. 흑요는 왕이 국사를 보다 조는 버릇을 놓았다. 부수는 아무 말 없이 잔돌 하나를 놓았고, 묵할멈은 손짓말로 긴 이야기 하나를 놓았는데 여리가 옮기다 반쯤에서 울어 버려 뒷말은 하늘만 들었다.남궁완도 이야기를 놓았다. 세가의 영애는 제 가문의 창이 이 벌판에 진 빚을 다시 한 번 적어 놓고, 왕을 한 번도 뵌 적 없는 처지로 놓을 이야기가 없어 — 조부의 이야기를 놓았다. 달만 보면 울던 늙은이가 평생 지우지 못한 죄의 임자가 여기 누웠으니, 이제 두 늙은이 다 편해지시라고.선우현은 검객의 예로 곡했다. 검을 뽑아 무덤 앞에 반 호흡 세웠다가 도로 넣는 것. 베어야 했던 것을 못 베고 늦은 검이 올리는, 가장 무거운 예였다.혈비는 다섯 살의 검 이야기를 놓았다. 검이 너를 문 게 아니라 네가 검을 문 것이라던.운설은 놓을 이야기가 없었다.낳아 준 아버지에 대해 그녀가 아는 것은 전부 남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그녀는 이야기 대신 다른 것을 놓았다. 초승달 패. 죽어 가는 노인이 마지막 힘으로 쥐여 주던, 이야기가 시작되던 밤의 그 쇠붙이를 — 이야기의 임자에게 돌려놓았다."처음 뵙습니다, 아버지." 그것이 그녀의 곡이었다. "따님이 물을 배웠습니다."어머니는 맨 마지막이었다.부축 없이 무덤 앞까지 걸어간 어머니는, 이야기를 놓는 대신
آخر تحديث: 2026-07-23
Chapter: 제147화 — 두 개의 남쪽
궁의 봄은 완연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봄은 소문 두 개를 동시에 받았다.남쪽에서 종이가 두 갈래로 달리고 있었다. 하나는 한겸의 종이 — 얼음여울의 기록, 휘월의 자백, 만군 서기들의 증언. 하나는 격문 두 번째 판 — 북의 요녀가 물로 만군을 협박해 돌려세웠다는, 진실이 닿기 전에 먼저 달리는 왜곡."소문이 진실보다 발이 빨라요." 남궁완이 연통들을 갈래로 나누며 말했다. "한데 진실은 발이 느린 대신 숨이 길죠. 반년을 보세요. 만 명의 입이 집집으로 흩어져서 제 눈으로 본 것을 말하기 시작하면 — 격문 따위가 못 당해요."궁 안의 시간은 종이의 시간과 다르게 흘렀다.어머니는 안채에 들었다. 열여덟 해 만의 제 방이었다. 묵할멈이 그 방을 열여덟 해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쓸고 닦아 온 것을, 어머니는 문지방에서 한눈에 알아보았다. 나전 빗이 제자리에 있었다. 은방울 한 쌍이 제자리에 있었다. 시중과 왕비는 그 방에서 한나절을 나오지 않았고, 문밖으로는 손짓말이 오가는 기척만 — 소리 없는 대화의 기척만 — 이따금 흘러나왔다.흑요는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부터 했다. 마마를 못 알아뵙고 산 세월을. 어머니는 노파를 일으키며 딱 한마디를 했다."자네가 궁을 지켰으니 내가 돌아올 데가 있었네."운설의 약방에는 다시 환자들이 들었다. 진눈의 폐, 더운돌의 무릎, 겨우내 미뤄 둔 궁 사람들의 잔병들. 언 손을 데워 주던 백로진의 밤들이 돌아온 것 같은 날들이었다. 다만 이제 그 손을 잡으러 오는 사람들이 그녀를 의원이라고도, 마님이라고도, 아씨라고도 제각각으로 불렀고 — 그녀는 그 제각각이 다 좋았다. 이름이 늘어나는 것이 세상이 넓어지는 일이라는 걸, 열여덟 해 걸려 배웠다.휘월의 거처는 궁 밖, 무덤 벌판이 보이는 산신당 곁 곳간으로 정해졌다. 운백천이 쓰던 그 곳간이었다. 속인 자가 속은 자의 자리를 물려받는 셈을 두고, 부수 노인은 아무 말 없이 이부자리 한 채를 더 들였다.죄인은 낮마다 벌판에 올랐다. 스물일곱 봉분의 잔돌을 골
آخر تحديث: 2026-07-23
Chapter: 제146화 — 귀로
궁으로 돌아가는 길은 열흘을 잡았다. 서두를 까닭이 하나도 없는 길은 다들 처음이었다.이틀이면 닿을 길이었다. 한데 어머니의 몸이 하루 두 시진 넘는 이동을 받지 못했고, 아무도 그 이상을 청하지 않았다. 열흘의 귀로는 그래서 이상한 시간이 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죄인이 이름을 돌려받고, 낡은 닻이 실려 가는 행렬이 — 소풍처럼 느리게 북쪽 봄을 건넜다.어머니는 수레에 누워 하늘을 보다가, 이따금 딸들을 불러 시시한 것을 물었다."저 새 이름이 뭐냐.""직박구리입니다.""남쪽에도 있느냐.""있습니다.""그럼 됐다."무엇이 됐다는 것인지는 묻지 않았다. 열여덟 해를 새 한 마리 마음대로 못 보고 산 사람의 셈은, 묻는 것이 아니었다.간수문과 한겸은 사흘째 갈림길에서 남으로 꺾었다. 종이 뭉치와 함께. 작별은 짧았다. 늙은 법은 젊은 법의 등을 한 번 두드렸고, 젊은 법은 서툰 절을 올렸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남쪽에서 해야 할 일이 산이었다. 왜곡보다 먼저 진실을 앉히는 일. "겨울이 오기 전에 소식을 올리겠습니다." 한겸은 그 말을 남기고 말을 몰았다.휘월은 행렬의 맨 뒤를 걸었다. 결박은 없었다. 말에서 내려 걷겠다고 한 것은 본인이었다. 이름을 돌려받은 죄인은 하루 백 리를 걷던 다리로 하루 십 리를 느리게 걸으며, 길가의 물웅덩이마다 걸음을 멈췄다. 봄물이 고인 웅덩이에 하늘이 비치는 것을, 노인은 처음 보는 것처럼 보곤 했다.사수가 그 곁을 지켰다. 손등의 상처가 아무는 동안 여자의 조롱기도 함께 아물어서, 요즘은 말수가 사냥꾼 언니를 닮아 갔다. 사백은 그 둘을 멀찍이서 지켰다. 세 사람의 거리는 열흘 내내 조금씩 줄었는데, 누구도 그것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남궁완은 수레 곁에서 어머니의 말동무가 되는 날이 많았다. 세가의 영애와 삭월의 왕비는 이상하게 죽이 맞았다. 문갑과 반짇고리 이야기, 격과 법도 이야기, 그리고 이따금 — 두 사람이 같이 운설 쪽을 보며 웃는 일이 있어서, 운설은 그 웃음이 제일 무서웠다.진눈의 기침은
آخر تحديث: 2026-07-23
قد تعجبك أيضًا
폭군의 장군 황후
폭군의 장군 황후
사극 로맨스 · 일설연우
1.9M وجهات النظر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사극 로맨스 · 완경음
1.3M وجهات النظر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사극 로맨스 · 주 한잔
777.2K وجهات النظر
명의 왕비
명의 왕비
681.4K وجهات النظر
부군의 형님
부군의 형님
사극 로맨스 · 일설연우
474.6K وجهات النظر
استكشاف وقراءة روايات جيدة مجانية
الوصول المجاني إلى عدد كبير من الروايات الجيدة على تطبيق GoodNovel. تنزيل الكتب التي تحبها وقراءتها كلما وأينما أردت
اقرأ الكتب مجانا في التطبيق
امسح الكود للقراءة على التطبيق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