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윤하늘은 결혼 4년 만에 남편 도재욱을 사고로 잃는다. 그러나 장례식장에 나타난 은빛새가 자신도 도재욱의 아내라고 주장한다. 더구나 죽은 재욱에게서 의문의 메시지까지 도착한다. 하늘은 재욱의 죽음을 의심하는 강단태와 함께 남편의 숨겨진 삶을 추적한다. 두 명의 아내와 하나의 죽음.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하늘은 자신이 사랑했던 남편의 모든 것이 거짓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과 마주한다.
View More사람이 죽으면 시간이 멈출 줄 알았다.
하지만 장례식장의 시계는 너무도 멀쩡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초침이 한 칸씩 앞으로 갈 때마다 윤하늘은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했다.
벽에 걸린 시계는 새벽 두 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빈소에는 사람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가까운 친척 몇 명은 구석에 앉아 졸고 있었고, 회사 사람들도 대부분 돌아간 뒤였다.
하늘은 영정사진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사진 속 남자는 웃고 있었다.
도재욱.
하늘의 남편.
결혼한 지 네 해.
그리고 사흘 전, 죽었다.
“……왜 하필 그 사진이야.”
하늘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사진 속 재욱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던 회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작년 여름이었다.
하늘이 새 휴대전화를 사고 처음으로 찍어준 사진.
재욱은 사진 찍는 걸 싫어했다.
그날도 카메라를 들이밀자 인상을 찌푸렸었다.
‘찍지 마.’
‘한 장만.’
‘싫어.’
‘나중에 영정사진으로 쓰게.’
장난처럼 던졌던 말이었다.
재욱은 그 말을 듣고 하늘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 쳤다.
‘그런 소리 하지 마.’
결국 억지로 한 장 찍었다.
그 사진이 정말 영정사진이 될 줄은 몰랐다.
하늘은 입술을 깨물었다.
울음은 이상하게 나오지 않았다.
사고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도 그랬다.
병원에서 흰 천 아래 누워 있는 재욱을 확인했을 때도.
경찰이 교통사고라고 설명했을 때도.
장례식장으로 옮겨졌을 때도.
그저 모든 일이 현실 같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금방이라도 재욱에게 전화가 올 것 같았다.
― 하늘아. 뭐 먹고 싶어?
늘 퇴근 직전에 걸려오던 전화.
재욱은 저녁 메뉴를 정하는 일을 세상에서 가장 어려워했다.
‘아무거나.’
하늘이 그렇게 대답하면 꼭 짜증을 냈다.
‘아무거나가 제일 어렵다니까.’
그런 남자가 이제 없었다.
하늘은 영정사진 아래 놓인 국화 한 송이를 바라봤다.
그때였다.
빈소 바깥에서 구두 소리가 들렸다.
또각.
또각.
이 시간에 찾아올 조문객은 거의 없었다.
하늘이 고개를 돌렸다.
검은색 코트를 입은 여자가 빈소 입구에 서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긴 머리를 단정하게 묶은 여자.
서른 안팎으로 보였다.
조문객이라기에는 이상했다.
보통 빈소에 들어온 사람들은 가장 먼저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여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도재욱의 얼굴을.
여자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손에 들고 있던 작은 가방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툭.
조용한 빈소에 유난히 크게 울렸다.
하늘이 다가갔다.
“괜찮으세요?”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영정사진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아주 가까운 곳에서 사진을 바라봤다.
하늘은 점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조문객이 아니라,
믿을 수 없는 것을 확인하러 온 사람처럼 보였다.
“저기요.”
하늘이 다시 불렀다.
그제야 여자가 고개를 돌렸다.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
“……도재욱.”
하늘의 몸이 굳었다.
낯선 여자의 입에서 남편 이름이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재욱 씨가…… 왜 여기 있어요?”
하늘의 미간이 좁아졌다.
“아시는 분이세요?”
여자는 오히려 하늘을 이상한 사람 보듯 바라봤다.
“네?”
“제 남편 아시는 분이냐고요.”
순간 여자의 표정이 멈췄다.
“남편이요?”
“네.”
“누구 남편이요?”
질문이 이상했다.
하늘은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제 남편이요.”
여자의 얼굴이 완전히 굳었다.
빈소 안쪽에서 잠들어 있던 친척 한 사람이 몸을 뒤척였다.
하늘은 목소리를 낮췄다.
“어떤 관계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시간이 늦어서요. 조문 오신 거라면―”
“잠깐만요.”
여자가 하늘의 말을 잘랐다.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하늘은 당황했지만 대답했다.
“윤하늘이요.”
여자의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
“윤…… 하늘.”
마치 처음 듣는 이름처럼 되뇌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자신의 가방을 열기 시작했다.
지갑.
화장품.
휴대전화.
작은 수첩.
손이 떨려 물건 몇 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늘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여자가 지갑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사진이었다.
“이 사람 맞아요?”
하늘은 사진을 받아들었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도재욱이었다.
영정사진 속 남자와 같은 얼굴.
하지만 사진 속 재욱은 처음 보는 옷을 입고 있었다.
검은 니트.
그리고 두 사람이 서 있는 곳은 옷가게 안이었다.
뒤편으로 가지런히 걸린 옷들이 보였고, 한쪽에는 전신거울과 피팅룸이 있었다.
재욱의 옆에는 지금 하늘 앞에 서 있는 여자가 있었다.
두 사람은 거울 앞에 다정하게 붙어 있었다.
재욱의 한 손에는 쇼핑백이 들려 있었고, 다른 손은 여자의 어깨 위에 자연스럽게 올라가 있었다.
연인처럼.
아니.
누가 봐도 부부처럼.
하늘이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게…… 언제 찍은 거예요?”
여자가 되물었다.
“제가 묻고 싶어요.”
“뭐를요?”
“당신은 도재욱 씨랑 무슨 관계예요?”
하늘의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방금 말했잖아요.”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날카로워졌다.
“제 남편이라고요.”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사진을 다시 가져갔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켰다.
화면을 몇 번 넘기더니 하늘 앞으로 내밀었다.
웨딩사진이었다.
하늘은 숨을 쉬지 못했다.
사진 속에서 도재욱이 웃고 있었다.
옆에는 그 여자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호텔 예식장.
손을 맞잡은 두 사람.
키스하는 사진까지 있었다.
“……이게 뭐예요?”
하늘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여자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저도 묻고 싶네요.”
“합성이에요?”
“아니요.”
“그럼 언제 찍은 건데요?”
“2년 전이요.”
하늘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요.”
2년 전.
그때 하늘은 이미 재욱과 결혼한 상태였다.
매일 같은 집에서 살았다.
아침마다 같이 출근했고,
저녁이면 같이 밥을 먹었다.
주말이면 장을 봤다.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잤다.
“2년 전이면 재욱 씨는 이미 저랑 결혼한 상태였어요.”
“그럴 리가 없어요.”
여자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저도 그때 이미 결혼했으니까.”
하늘이 여자를 바라봤다.
“누구랑요?”
여자가 허탈하게 웃었다.
그리고 영정사진을 가리켰다.
“저 사람이랑요.”
빈소의 공기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하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여자는 천천히 말했다.
“제 이름은 은빛새예요.”
하늘은 처음 듣는 이름을 머릿속에서 반복했다.
은빛새.
“도재욱 씨랑 결혼한 지 2년 됐어요.”
“그만하세요.”
“저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요.”
“그만하라고요.”
하늘의 목소리가 커졌다.
구석에서 잠들어 있던 친척 몇 명이 고개를 들었다.
하늘은 곧바로 목소리를 낮췄다.
“지금 제 남편 장례식이에요.”
“제 남편 장례식이기도 해요.”
하늘의 눈이 번쩍 들렸다.
빛새도 물러서지 않았다.
두 여자가 서로를 바라봤다.
누구도 먼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하늘은 순간 화가 치밀었다.
슬픔보다 먼저 분노가 올라왔다.
“당장 나가주세요.”
“못 나가요.”
“경찰 부를까요?”
“부르세요.”
빛새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저도 확인해야 하니까.”
“뭘요?”
“이 남자가 왜 여기 누워 있는지.”
하늘이 비웃듯 말했다.
“죽었으니까요.”
“그게 아니에요.”
빛새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사흘 전에 재욱 씨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은 적이 없어요.”
하늘의 표정이 굳었다.
“그게 무슨―”
“어제까지도 연락했어요.”
하늘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누구랑요?”
“재욱 씨랑요.”
“거짓말하지 마세요.”
빛새는 대답 대신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메신저 화면.
하늘은 날짜를 확인했다.
어제.
오후 6시 14분.
메시지가 하나 와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
발신자는.
도재욱.
하늘은 손에서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이건…….”
“재욱 씨 사고 난 게 언제라고요?”
빛새가 물었다.
하늘이 천천히 대답했다.
“사흘 전…… 밤.”
“그럼 설명해봐요.”
빛새의 목소리가 떨렸다.
“죽은 사람이 어떻게 어제 저한테 메시지를 보낸 거죠?”
하늘은 화면을 바라봤다.
도재욱의 이름.
도재욱의 프로필 사진.
하지만 하늘이 알고 있는 재욱의 계정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계정이었다.
“전화번호 보여주세요.”
빛새가 번호를 보여줬다.
하늘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번호도 처음 보는 번호였다.
남편에게 휴대전화가 하나 더 있었다.
적어도 하나.
그 사실조차 몰랐다.
하늘은 갑자기 숨이 막혔다.
빈소를 빠져나왔다.
복도 끝까지 걸어가 벽을 짚었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래도 가슴이 답답했다.
“윤하늘 씨.”
뒤에서 빛새가 따라왔다.
“따라오지 마세요.”
“저도 알고 싶어요.”
“뭘요?”
하늘이 돌아섰다.
“우리 남편이 바람피웠다는 거요? 당신이 불륜 상대였다는 거요?”
빛새의 표정이 굳었다.
“제가 아니라 당신일 수도 있죠.”
찰싹.
하늘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빛새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하늘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본인도 놀랐다.
“……미안해요.”
그러나 빛새는 하늘을 노려보지도 않았다.
천천히 고개를 바로 했다.
“저라도 때렸을 거예요.”
그 말에 오히려 하늘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빛새가 말했다.
“그런데 하나는 분명해요.”
“뭐가요.”
“우리 둘 중 한 사람만 속은 게 아니에요.”
하늘의 눈썹이 움직였다.
“무슨 뜻이에요?”
“저 사람.”
빛새가 빈소 안쪽의 영정사진을 바라봤다.
“우리 둘 다 속였어요.”
그 순간.
“아닙니다.”
낮고 차분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복도 끝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 정장.
검은 넥타이.
큰 키에 단정하게 넘긴 머리.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남자는 천천히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빛새가 경계하며 물었다.
“누구세요?”
남자는 대답하지 않고 윤하늘을 바라봤다.
정확하게 얼굴을 확인하려는 것처럼.
“윤하늘 씨죠?”
“맞는데요.”
“강단태입니다.”
“저를 아세요?”
강단태는 잠시 영정사진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하늘에게 시선을 돌렸다.
“도재욱 씨 때문에 왔습니다.”
하늘이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회사 분이세요?”
“아닙니다.”
“그럼요?”
단태가 말했다.
“도재욱 씨와 사업적으로 얽혀 있었습니다.”
하늘은 미간을 찌푸렸다.
재욱은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적어도 하늘이 알기로는 그랬다.
“무슨 사업이요?”
단태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은빛새가 들고 있는 휴대전화를 바라봤다.
화면에는 아직 재욱이 보냈다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단태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달라졌다.
“그 메시지.”
빛새가 휴대전화를 몸 쪽으로 당겼다.
“왜요?”
“언제 받았습니까?”
“어제요.”
단태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하늘이 물었다.
“뭐가요?”
단태가 천천히 말했다.
“도재욱 씨 휴대전화는 사고 현장에서 제가 직접 확인했으니까요.”
“……뭐라고요?”
“그리고.”
단태가 하늘을 바라봤다.
“윤하늘 씨도 한 가지 착각하고 있습니다.”
하늘의 가슴이 다시 내려앉았다.
“무슨 착각이요?”
단태의 시선이 영정사진을 향했다.
“도재욱 씨는 평범한 회사원이 아니었습니다.”
잠시 후,
그가 낮게 덧붙였다.
“그리고 그 사고도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닙니다.”
윤하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남편의 장례식에서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죽은 남편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리고 처음 보는 남자는 말했다.
남편의 죽음은 사고가 아니라고.
하늘은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은 도재욱이라는 남자와 네 해를 살았다.
하지만 어쩌면,
그 남자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는지도 모른다.
녹음이 끊겼다.창고 안에 정적이 내려앉았다.윤하늘은 노트북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방금 들은 여자 목소리.낯설었다.분명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그런데 이상하게 한 문장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그러게 그냥 하늘 씨 이름만 두고 빠졌으면 됐잖아.**은빛새가 먼저 입을 열었다.“저 여자 누구예요?”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하늘은 서주연을 바라봤다.“알아요?”서주연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목소리만으로는 확실하지 않아요.”“확실하지 않은 거예요, 말하기 싫은 거예요?”“윤하늘 씨.”“이번에도 모른다고 하면 못 믿어요.”서주연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한 명 떠오르는 사람은 있어요.”강단태가 바로 물었다.“누굽니까?”서주연은 대답하기 전에 노트북 화면을 다시 확인했다.정지된 영상.문을 열고 들어온 두 사람의 모습은 그림자만 남아 있었다.“김유라.”하늘의 얼굴이 굳었다.“장례식에 왔던 그 여자?”“네.”빛새가 곧바로 말했다.“근데 메시지에서는 김유라는 전달만 했다고 했잖아요.”“그래서 확신할 수 없다는 겁니다.”서주연이 말했다.“김유라가 저 자리에 있었다고 해서 재욱 씨를 죽인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니까.”단태가 낮게 물었다.“목소리는 비슷합니까?”“조금.”“조금?”“김유라는 원래 목소리를 낮게 깔고 말하는 편이 아니에요. 그런데 저 녹음은 일부러 톤을 바꾼 느낌이 있습니다.”하늘의 눈빛이 흔들렸다.“그럼 확인하면 되잖아요.”“어떻게요?”“장례식장에서 나랑 이야기했어요.”하늘이 휴대전화를 꺼냈다.“그때는 영상에 소리 없었지만.”그녀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나한테 명함을 줬어요.”단태가 하늘을 바라봤다.“명함?”“집에 있다고 했잖아요.”“찾아봐야 합니다.”하늘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세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집까지 갈 필요 없어요.”“왜요?”“장례식 끝나고 받은 명함들.”하늘이 가방을 열었다.“정리 못 해서 그대로 넣어뒀어요.”손이
영상은 정확히 그 장면에서 끊겨 있었다.“결국 당신이었네요.”도재욱의 마지막 목소리.그리고 검은 화면.윤하늘은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왜 끊긴 거예요?”은빛새가 먼저 물었다.강단태가 메모리카드를 다시 확인했다.“파일이 여기서 끝났습니다.”“끝났다고요?”“네.”“그럼 다음 영상은요?”단태가 폴더를 넘겼다.다음 파일의 시작 시간.오전 3시 12분.한 시간이 넘게 비어 있었다.하늘의 표정이 굳었다.“중간 영상이 없어요?”“삭제됐을 가능성이 큽니다.”서주연은 여전히 화면 속 마지막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굴이 창백했다.하늘이 그녀를 바라봤다.“저 사람 이름부터 말해요.”서주연은 입을 열지 않았다.“아까 안다고 했잖아요.”“…….”“재욱 씨가 처음 3억 8천을 발견하고 신고하러 갔던 사람이라면서요.”단태도 낮게 말했다.“이제 숨길 이유 없습니다.”서주연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윤태성.”처음 듣는 이름이었다.하늘이 물었다.“누구예요?”“재욱 씨가 다니던 회사에서 자금관리 총괄을 맡았던 사람입니다.”“상사였어요?”“직속상사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돈과 관련된 문제는 대부분 윤태성을 거쳤습니다.”단태가 눈을 가늘게 떴다.“제가 알고 있는 윤태성 맞습니까?”서주연이 그를 바라봤다.“알아요?”“몇 번 만났습니다.”하늘의 시선이 단태에게 돌아갔다.“또 아는 사람이네요.”“투자 검토 과정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얼마나 가까웠어요?”“가깝지 않았습니다.”서주연이 말했다.“그건 맞아요. 윤태성은 사람과 가까워지는 타입이 아니었으니까.”하늘은 다시 노트북 화면을 바라봤다.재욱이 말했다.결국 당신이었네요.그 말은 의심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뜻처럼 들렸다.“윤태성이 처음부터 돈을 빼돌렸어요?”하늘이 물었다.서주연은 고개를 저었다.“직접 가져갔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그럼요?”“처음 3억 8천이 빠져나간 결재 흐름에 윤태성 이름이 있었습니다.”“그래서 재욱 씨가 찾아갔
[도재욱은 그곳에서 마지막으로 살아 있었어.]윤하늘은 주소를 한참 바라봤다.서울 외곽.지도에 표시된 곳은 오래된 물류창고였다.도심에서 차로 한 시간 가까이 떨어진 곳.은빛새가 먼저 입을 열었다.“진짜 갈 거예요?”하늘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강단태가 휴대전화 화면을 다시 확인했다.“바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왜요?”“누가 이 메시지를 보내는지도 모릅니다.”서주연도 고개를 끄덕였다.“함정일 수도 있어요.”하늘이 차갑게 말했다.“그럼 안 가요?”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재욱 씨가 어디서 죽었는지도 모르고 장례까지 치렀어요.”하늘은 휴대전화를 꽉 쥐었다.“적어도 직접 확인할 거예요.”단태가 하늘을 바라봤다.잠시 뒤 짧게 말했다.“같이 갑니다.”---한 시간 뒤.차는 오래된 산업단지 안으로 들어섰다.주말도 아닌데 사람은 거의 없었다.폐업한 공장.셔터가 내려간 창고.잡초가 자란 공터.내비게이션이 안내를 멈춘 곳에는 회색 건물 하나가 있었다.간판조차 없었다.빛새가 창밖을 바라봤다.“여기 맞아요?”하늘이 주소를 다시 확인했다.“맞아요.”단태는 바로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주변에 주차된 차량부터 확인했다.“3817은 없습니다.”서주연이 말했다.“오래전에 빼놨겠죠.”단태가 시동을 끄고 문을 열었다.“하늘 씨하고 빛새 씨는 뒤에 계세요.”하늘도 따라 내렸다.“싫어요.”“위험할 수 있습니다.”“내 남편이 여기 있었어요.”단태가 하늘을 바라봤다.“그래서 더 그렇습니다.”“그래서 더 들어갈 거예요.”결국 단태가 먼저 걷고 하늘과 빛새, 서주연이 뒤를 따랐다.창고 정문은 잠겨 있었다.하지만 오른쪽 작은 출입문은 달랐다.자물쇠가 걸려 있었지만 잠겨 있지 않았다.단태가 손잡이를 잡았다.“누가 최근에 열었습니다.”빛새가 주변을 둘러봤다.“어떻게 알아요?”“먼지는 많은데 손잡이만 깨끗합니다.”하늘의 심장이 빨라졌다.누군가 아직 이곳을 드나든다.단태가 문을 열었다.끼이익.안에서는
“장례식에.”윤하늘의 목소리가 떨렸다.“한재성이라는 이름으로 온 사람이 있었어요.”서주연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강단태는 곧바로 모니터 쪽으로 몸을 돌렸다.“시간 기억납니까?”“정확히는…….”하늘은 눈을 감았다.장례 첫날.계속 이어지던 조문객.재욱의 영정사진.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그리고 유난히 오래 영정 앞에 서 있던 남자.“밤이었어요.”“몇 시쯤.”“아홉 시 넘어서.”장례식장 직원이 영상을 뒤로 돌렸다.오후 9시.9시 10분.9시 20분.사람들이 하나둘 줄어들기 시작했다.하늘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그리고.“저기.”손가락이 멈췄다.오후 9시 27분.한 남자가 복도 끝에서 걸어오고 있었다.검은 정장.검은 넥타이.짧은 머리.안경은 쓰지 않았다.남자는 빈소 앞에서 잠시 멈추더니 안으로 들어갔다.서주연이 숨을 삼켰다.“맞아요.”하늘이 그녀를 바라봤다.“한재성 맞아요?”서주연은 대답하지 못했다.단태가 대신 물었다.“확실합니까?”한참 뒤.서주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네.”빛새가 작게 말했다.“그럼 살아 있었네요.”사고 당일 사라졌던 남자.도재욱과 같은 차에 타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휴대전화의 주인.그리고 지금까지 행방을 알 수 없었던 사람.그 한재성이 도재욱의 장례식에 왔다.하늘은 영상을 바라봤다.남자는 재욱의 영정사진 앞에 섰다.고개를 숙였다.그리고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30초.1분.2분.조문객치고는 너무 길었다.그때 남자가 손을 들어 눈가를 닦았다.하늘의 손끝이 굳었다.재욱에게서 온 메시지.**[그 사람은 내 영정사진 앞에서 울었어.]**“저 사람이에요.”하늘이 낮게 말했다.“그날 내가 직접 말 걸었어요.”영상 속 하늘이 남자에게 다가갔다.소리는 없었다.하지만 하늘은 그날의 대화를 기억했다.“재욱 씨 친구분이세요?”남자는 잠시 자신을 바라봤다.그리고 말했다.“아주 오래된 친구입니다.”“제가 모르는 친구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