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확실히 미인이긴 하다. 한양에서도 먹어줄 미모다."네가 가게? 위험해.""저도 가지만... 주연은 대장님이에요.""......뭐?"내 귀를 의심했다."대장님이 가셔야죠. 결정타는 대장님이 날려야 하니까.""..."나는 양팔을 벌려 내 몸을 보여줬다."니 눈엔 내 꼴이 안보이니?"키 190cm. 몸무게 110kg.갑옷 위로 터질 듯한 근육. 땀과 피 냄새에 절은 산적 두목 같은 비주얼.이게 여자로 보이면 안과에 가봐야 한다."안 통해! 놈이 보자마자 토할걸?""그러니까 더 통하죠."서백설이 사악하게 웃었다."지금은 밤이에요. 그리고 놈은 술에 취해 있을 거예요. 흐릿한 달빛 아래, 치마 두르고 덩치 큰 여자가 나타나면... 놈 같은 짐승은 오히려 좋아할 수도 있어요. '육덕진' 취향일 수도 있잖아요?""미령아, 말려라. 이 언니가 전쟁 후유증이 심하다."나는 구원을 요청했지만, 미령이마저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어? 그거 일리 있는데요? 아저씨, 제가 분장해 드릴게요!""너까지 왜 이래!"하지만 반박할 논리가 궁색했다.인질을 구하려면 놈을 방심시켜야 하고, 놈을 확실하게 제압하려면 내가 붙어야 한다.결국 내가 놈의 품 안으로 파고들어야 한다는 결론."하... 진짜."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조선 구하기가 이렇게 힘들다. 칼 맞고 화살 맞는 건 참겠는데, 치마 입는 건 진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하지만.촉석루 어딘가에서 떨고 있을 논개와 기생들을 생각하니, 똥고집을 부릴 때가 아니었다."알았다. 해. 한다고! 대신 실패하면 니들 다 똥지게 질 각오 해라.""춘식아! 관아 창고 뒤져서 제일 큰 치마저고리 가져와! 특대 크기로! 없으면 천막이라도 뜯어와!"서백설이 신나서 소리쳤다. 저 여자, 지금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게 분명했다.-잠시 후.진주성 내의 빈 객사(客舍)는 거대한 분장실로 변했다."흡! 으읍!"나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입술에 칠해지는
진주 남강(南江).평소라면 맑고 푸른 물결이 유유히 흘렀을 그 강은, 지금 붉은 잉크를 풀어놓은 듯 검붉게 죽어 있었다.강물 위를 떠다니는 건 낙엽이 아니었다.깨진 배의 잔해, 부러진 창대, 그리고 수천, 아니 수만 구에 달하는 시체들이었다.개중에는 상투를 튼 아군도 있었지만, 태반은 머리를 빡빡 깎거나 촌마게를 튼 왜군들이었다."우욱..."시체 건지는 작업을 하던 익호군 신병 하나가 헛구역질을 하며 주저앉았다.비릿한 피 냄새와 화약 냄새, 그리고 살 타는 냄새가 뒤섞인 공기는 숨을 쉬는 것조차 고역으로 만들었다.나는 강가에 박힌 바위에 걸터앉아 그 지옥도를 바라보았다.손에 들린 미숙이는 피와 기름을 잔뜩 머금어 묵직했다. 닦아내려 했지만, 흑단목 틈새로 스며든 핏물은 쉽게 빠지지 않을 것 같았다."대장님. 안 들어가십니까?"최가가 다가왔다. 녀석은 피로에 젖어 눈이 퀭했지만, 입가엔 실실 웃음이 걸려 있었다. 살아남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이겼다는 성취감."좀 쉬었다 가려고. 냄새가 안 빠진다."나는 씁쓸하게 웃었다.10만 대군을 막아냈다. 역사 속에서 6만 명의 조선인이 학살당하고, 성이 초토화되었던 그 끔찍한 비극을 내 손으로 막아냈다.이것으로 역사의 큰 줄기가 바뀌었을까? 아니면 물길만 살짝 튼 것일까."근데 대장님. 이상한 게 하나 있습니다."최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뭐가?""시체들 사이를 뒤져보고, 포로들 문초도 해봤는데... 한 놈이 안 보입니다.""누구?""게야무라 로쿠스케(毛谷村六助). 그 덩치 큰 놈 말입니다."게야무라 로쿠스케.가토 기요마사의 최측근 부장이자, 일본 내에서도 장사로 소문난 놈.그리고 무엇보다, 원래 역사에서 논개와 함께 남강에 투신하여 죽어야 할 운명인 놈.내 눈썹이 꿈틀했다."그놈이 시체 더미에 없다고?""예. 가토가 도망칠 때 같이 튀었나 싶어서 추격조를 보냈는데, 그쪽에도 없답니다. 증발했습니다."불길한 예감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투두둑!탄환이 말 가죽에 박혔다."비겁한 놈. 멀리서 짤짤이냐?"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공성용으로 쓰려고 가져다 놓은, 집채만 한 화강암 바위가 보였다. 나는 바위를 양손으로 번쩍 들어 올렸다."먹어라!"휘익-!투포환.거대한 바위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고니시가 타고 있던 말의 머리통을 강타했다.퍼억!말 대가리가 터지고 고니시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놈은 비명을 지르며 네발로 기어 도망치기 시작했다."장군님을 보호해라!""퇴각! 퇴각하라!"대장 둘이 순식간에 리타이어하자, 왜군의 사기가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려갔다. 지휘 체계는 마비되었고, 남은 건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10만 개의 고깃덩어리들뿐이었다."지금이다! 밀어붙여!"성 안에서 대기하던 김천일 장군과 황진 장군, 그리고 익호군 본대가 함성을 지르며 쏟아져 나왔다."죽여라!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나는 다시 흑룡편을 집어 들었다.이제부터는 전투가 아니었다. 청소였다.나는 패주하는 적들의 등 뒤를 쫓았다.도망치는 왜군들은 서로를 밟고 밀치며 아비규환을 이루었다. 그들의 목적지는 단 하나, 남강 건너편이었다. 하지만 강은 깊었고, 다리는 없었다."비켜! 비켜! 내가 먼저 갈 거야!"물에 빠진 놈들은 허우적거리다 동료의 발에 채여 가라앉았다. 강물은 순식간에 붉은 핏빛으로 변해갔다.나는 강가에 서서 쇠사슬을 돌렸다.부웅- 쾅!사슬이 닿는 곳마다 물기둥이 치솟고, 헤엄치던 왜군들의 머리통이 깨져나갔다."살려줘!""오니가 쫓아온다!"강물 위는 지옥도였다.시체가 뗏목처럼 엉겨 붙어 떠내려갔다. 10만 대군? 그 거대했던 숫자는 이제 물고기 밥이 되어가고 있었다.나는 멈추지 않았다.아직 뭍에 남아 저항하는 놈들을 찾아다녔다."미숙아, 마무리하자."나는 쇠사슬을 버리고 흑단목 방망이를 뽑아 들었다.잔당들이 모여 있는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며 말을 건다."난 알고보면 천사 같은 사람이야. 왜 천사일까?"
다급해진 왜장들이 정예 무사들을 투입했다. 서슬 퍼런 일본도 수십 자루가 나를 향해 쇄도했지만, 놈들의 칼날은 내 몸에 닿기도 전에 강철의 폭풍에 휘말렸다.깡! 까강! 콰직!칼날이 흑룡편에 부딪혀 불꽃을 튀기며 산산조각 났다. 칼을 잃고 멍하니 서 있는 놈들의 정수리 위로, 수박만 한 무쇠 철퇴가 떨어졌다.퍽-! 퍼버벅!투구가 찌그러지는 둔탁한 소리가 아니었다. 잘 익은 과일이 터지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 뇌수와 선혈이 사방으로 튀며 붉은 안개를 만들었다. 나는 그 피안개 속에서 악귀처럼 웃었다."더! 더 와라! 부족하다!"나는 철퇴를 바닥에 강하게 찍어 반동을 이용해 허공으로 솟구쳤다.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쇠사슬 전체를 하늘 위로 끌어 올렸다.슈와와왁! 촤라라라락!!곧바로 아래로 내리꽂는 '낙뢰(落雷)'같은 일격!쿠구궁-!지면이 폭발하며 반경 5미터 내의 왜군들이 충격파에 휩쓸려 허수아비처럼 나뒹굴었다. 중심을 잃고 넘어진 놈들의 몸뚱어리 위로 무자비한 쇠사슬 채찍질이 쏟아졌다. 팔이 잘리고 다리가 으깨졌다.비명조차 지를 새가 없었다. 흑룡편이 지나간 자리에는 온전한 시체가 없었다. 그저 짓이겨진 고깃덩어리와 피범벅이 된 고철들만이 나뒹굴 뿐.내 주변 10미터는 완벽한 죽음의 원(Death Circle)이 되었다. 그 누구도 발을 들일 수 없는 절대적인 공포의 성역.붉은 누빔옷은 이미 적의 피를 너무 많이 뒤집어써 검게 변해 있었다.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전장 한복판에서, 나는 미친 듯이 피의 춤을 추고 있었다."오지 마! 닿으면 죽어!"왜군들이 뒷걸음질 쳤지만, 쇠사슬은 살아서 움직이는 뱀처럼 도망가는 놈들의 발목을 휘감았다."이리 와!"내가 줄을 확 잡아당기자, 다리가 묶인 놈들이 허공으로 딸려 왔다.나는 딸려 온 놈들을 쇠사슬째로 들어 올려, 다가오는 적진을 향해 메다꽂았다. 인간 철퇴.쿠당탕!"으아아악!"진형이 붕괴되었다. 10만 대군의 선봉이 단 한 명의 괴력에 의해 갈려
새벽안개가 진주성을 감싸고 있었다.밤새 내린 이슬에 젖은 성벽은 차갑게 식어 있었지만, 성문 뒤에 도열한 우리들의 열기는 용광로처럼 뜨거웠다."준비됐냐."내가 나직하게 묻자, 옆에 선 최가가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다."예, 대장님. 애들 눈빛이 아주 살벌합니다. 어제 방어만 하느라 몸이 근질거려 죽겠답니다."최가는 한양에서 돌아온 뒤로 눈빛이 더 깊어졌다. 미령이와의 로맨스 덕분인지, 아니면 죽을 고비를 넘겨서인지, 녀석에게서 제법 '부장(副將)'의 태가 났다."좋아. 오늘은 후퇴 없다. 시작하면 그냥 달리는 거야."나는 어깨에 감은 쇠사슬을 고쳐 멨다.거북선의 닻줄로 쓰이는 길이 10미터의 굵은 쇠사슬. 그리고 그 끝에 매달린 수박만 한 무쇠 가시 철퇴.흑룡편(黑龍鞭).무게만 해도 쌀 한 가마니는 족히 넘는 흉물. 나대용 형씨가 만들면서도 "이건 사람이 쓸 물건이 아니오"라고 고개를 저었던 그 무기다.성 밖에서는 왜군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어제 뇌신판 공격에 당해 고막이 터진 놈들을 뒤로 빼고, 생생한 예비대를 전면에 배치하고 있었다."공격하라! 오늘이야말로 성문을 부수고 진주를 불태워라!"고바야카와 다카카게의 고함 소리가 안개 너머로 들려왔다.아. 보고싶은 내 친구. 저기 있네.여전한 내 친구는 아직 정신 못 차렸구나.저 턱이 나를 부르는거 같네.이번엔 완전히 돌려달라고."성문 열어."내 명령이 떨어졌다.끼이이익- 쿵.육중한 진주성 북문이 굉음을 내며 열렸다.공성을 준비하던 왜군들이 멈칫했다. 어제처럼 화공(火攻)을 할까 봐 경계하는 눈치였다.하지만 이번엔 불이 아니었다.쇠였다."현무! 전속 전진!"쿠르릉-!성문 안에서 여섯 마리의 강철 괴수가 튀어나갔다.현무 1호기부터 6호기까지. 횡대로 늘어서서 적진을 향해 돌진했다."막아라! 저 수레를 멈춰!"왜군 장교들이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가속도가 붙은 3톤짜리 쇳덩어리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우지끈! 콰직!현무가
탱! 챙!왜군들의 칼과 창이 청동 방패에 튕겨 나갔다. 나는 그대로 몸을 날려 놈들을 밀어버렸다."크헉!"방패에 받힌 놈들이 허공으로 날아가 성벽 아래로 추락했다."김덕령 장군!"김천일이 반색했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이었지만 눈빛은 살아있었다."영감님, 귀 막으십시오! 아니, 멀리 떨어지십시오!""무엇?""가까이 있으면 고막 나갑니다! 뒤로 물러나세요!"나는 왜군들이 밀집한 곳, 적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족히 50명은 되어 보이는 놈들이 창을 겨누고 있었다.나는 양팔을 활짝 벌렸다.단전의 기를 끌어올리니 가슴 근육이 터질 듯 팽창했다.우드드득!심호흡을 했다. 후으읍!그리고 포효!"박수 칠 때 떠나라! 개새끼들아!!"콰아아앙-!!!단순한 금속음이 아니었다.공기를 찢어발기는 굉음.두 개의 거대한 청동판이 김덕령의 괴력으로 맞부딪치며 발생한 충격파는 사방으로 퍼져나갔다.동심원(同心圓).나를 중심으로 투명한 파동이 대기를 흔들었다."끄아아아악!"반경 20보 안에 있던 수많은 왜군들이 동시에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고막이 터져 귀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고, 가까이 있던 놈들은 뇌수가 울려 눈이 뒤집히며 거품을 물었다."크으... 소리 한번 웅장하네."나 역시 인상을 찌푸렸다.내상은 없었지만, 고막이 찡하게 울리는 게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뭐, 뭐냐 저건!""천둥소리가 났다!"뒤에 있던 놈들이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아직 멀었다. 한 번 더!"나는 다시 팔을 벌렸다.콰앙-!성벽 바닥의 돌들이 들썩거렸다.비틀거리던 놈들이 충격파에 휩쓸려 추풍낙엽처럼 성벽 아래로 날아갔다.'마지막.'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세 번째 박수를 쳤다.콰아앙!주변에 서 있는 왜군은 없었다. 모두가 바닥을 기어 다니며 귀를 감싸 쥐고 있었다."아이고, 울렁거려."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너덜너덜해진 뇌신판을 바닥에 툭 던졌다."역시 박수는 남이 쳐줄 때가 제일 좋은 법이야."나는 멀쩡하게 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