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역사 속, 시기와 모함에 억울하게 스러져간 영웅들. 그들의 한(恨) 서린 육체에, 치열한 21세기를 악착같이 물어뜯며 살아남은 영업부장 강철민의 영혼이 깃든다. "핍박 당해 얌전히 죽으라고? 웃기지 마. 내 앞을 막는 건 다 씹어 먹을 거니까." 첫 번째 무대, 임진왜란. 비운의 의병장 김덕령에 빙의한 그는 희생양이라는 정해진 운명을 거부한다. 간자들의 수작도, 몰려드는 적들의 검격도, 야수처럼 터져 나오는 압도적인 폭력 앞에서는 무의미할 뿐. 정교하게 다듬어진 움직임 대신, 거칠고 날것 그대로의 무쌍으로 얽매인 사슬을 산산조각 낸다. 하지만 김덕령의 피 튀기는 반격은 단지 시작이었다. 시대를 넘어, 또 다른 억울한 영웅들이 그를 부르기 시작한다. 조선을 넘어, 억울함이 남은 모든 역사 속으로. 죽음의 문턱에서 운명을 물어뜯는 빙의자의 압도적인 구원기가 시작된다! #로맨스 한스푼 아주 약간 추가요
View More"비켜라."나는 뒷걸음질 치는 부하들 사이를 헤치고 앞으로 나갔다.내 앞을 막아선 도적 하나. 험상궂게 생긴 놈이 칼을 겨누고 있었다."넌 뭐냐? 덩치만 믿고 까부는 거냐?"놈이 칼을 휘둘렀다. 목을 노린 예리한 일격.나는 피하지 않았다.대신 왼손을 뻗었다.탁.칼날이 내 손바닥에 잡혔다."......?"도적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맨손으로 칼날을 잡았다. 피가 철철 흘러야 정상인데, 내 손에선 오히려 쇳소리가 나는 듯했다.금강불괴."이런 건 과일 깎을 때나 쓰는 거야."나는 놈의 눈을 보며 손에 힘을 주었다.빠각!강철로 만든 칼날이 과자 부스러기처럼 부러졌다."히익!"놈이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내 오른주먹이 놈의 명치에 꽂혔다.퍼억!놈의 몸이 'ㄱ' 자로 꺾이며 10미터 뒤로 날아갔다. 흙바닥에 처박힌 놈은 꿈틀거리지도 않았다.정적.전장의 소음이 일순간 멈췄다. 도적들도, 익호군들도 얼어붙었다.나는 부러진 칼날 조각을 바닥에 툭 던졌다."다음."낮게 깔린 내 목소리가 산채를 울렸다.도적들의 눈빛이 흔들렸다.저건 인간이 아니다. 칼을 맨손으로 부러뜨리는 괴물."대... 대장님 만세!"최가가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봤냐! 우리 대장님은 칼도 안 들어간다! 다 죽여!""와아아아!"사기가 다시 역전되었다. 우리 편 대장이 천하무적이라는 사실만큼 든든한 백은 없다. 익호군 녀석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으아악! 살려줘!""도망쳐! 저 괴물한테서 도망쳐!"도적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칼이 안 통하는 상대랑 어떻게 싸운단 말인가. 놈들은 무기를 버리고 도망치기 바빴다.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누구냐! 내 구역에서 행패 부리는 놈이!"산채 가장 안쪽, 두목의 처소 문이 열렸다.곰 가죽을 두르고, 양손에 쌍칼을 든 거구의 사내가 걸어 나왔다.흑산채 두목.키는 나보다 조금 작았지만, 덩치는 만만치 않았다. 얼굴에는 길게 칼자국이 나
달빛이 구름에 가려졌다.은밀하게 움직이기 딱 좋은 날씨였다."발소리 죽여."내 나직한 명령에 뒤따르던 50명의 장정들이 숨을 죽였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술 먹고 고성방가나 하던 놈들이 제법 군인의 태가 났다. 역시 똥지게 훈련... 아니, PT 체조가 효과가 있었다니까.우리는 담양과 순창의 경계인 추월산 자락을 넘고 있었다. 흑산채(黑山砦). 이름부터가 음침한 그곳은 험준한 절벽 사이에 요새처럼 틀어박혀 있었다."대장님, 진짜 괜찮을까요?"최가가 내 옆으로 바짝 붙으며 속삭였다. 녀석의 손에 들린 몽둥이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뭐가.""흑산채 놈들 말입니다. 듣기로는 두목 놈이 사람 목을 무 베듯이 벤다고 하던데...""무 베듯이 베는 건 식당 아줌마도 해."나는 피식 웃었다."걱정 마라. 놈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훈련 안 된 오합지졸이야. 너희랑 다를 게 없어.""저희는 훈련받았지 않습니까!""그래. 똥지게 훈련."내 말에 녀석들이 킥킥거렸다. 긴장이 조금 풀린 모양이었다."잘 들어라. 놈들은 도적이다. 술 먹고 뻗어있거나, 기집질이나 하고 있을 거야. 방심한 놈들 뒤통수 까는 것만큼 쉬운 싸움은 없다."나는 녀석들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그리고 놈들 창고에 뭐가 있다고?""술! 고기! 돈!""그래. 그거 다 너희 거다. 오늘 밤만 지나면 배 터지게 먹고 마시게 해 주마."욕망은 공포를 이기는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다. 녀석들의 눈빛이 다시 번들거리기 시작했다.한 시간쯤 더 걸었을까.드디어 흑산채 입구가 보였다.가파른 언덕 위에 세워진 목책(木柵). 입구 양옆에는 망루가 서 있고, 횃불이 타오르고 있었다."멈춰."나는 손을 들어 행군을 멈췄다.망루 위에는 졸개 둘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역시, 군기 빠진 놈들."최가야.""예, 대장님.""저거 보이지? 망루.""예.""네가 가서 처리해라.""예?! 저, 저 말입니까? 혼자서요?"최가
화약은 똥으로 만든다 쳐도, 철은 땅에서 캐내거나 녹여야 한다."농기구라도 녹여야 하나..."내가 중얼거리자 나대용이 고개를 저었다."그걸로 어느 세월에? 그리고 농기구 쇠는 약해서 화포를 만들면 터져버리거나 금이 가오. 강도 높은 정철(正鐵)이 필요하오."상황이 꼬였다.총알은 만들었는데 총이 없는 꼴이다.나는 팔짱을 끼고 고민에 잠겼다. 1591년 조선. 철의 생산지는 대부분 관이 장악하고 있다. 사설 광산이 있긴 하겠지만, 규모가 작을 테고.어디서 대량의 철을 구한단 말인가.그때,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기억이 있었다.조선왕조실록, 혹은 야사집 어딘가에서 읽었던 구절.임진왜란 직전, 호남과 영남의 경계 산악 지대에 도적 떼가 창궐했다. 그들은 관아의 물자를 탈취하고, 심지어는 왜관(倭館)의 일본 상인들과 밀거래를 하며 철과 화약을 팔아먹었다...'밀거래.'왜놈들이 조선의 철을 탐내서 몰래 사들였다는 기록. 그렇다면 그 도적 놈들 창고에는 밀수출 대기 중인 철이 쌓여있다는 소리다."서 행수."내가 불렀다."네?""이 근처에 도적 떼 없나? 좀 규모 크고, 질 나쁜 놈들.""도적요? 갑자기 그건 왜요?""있어, 없어?"서백설이 잠시 생각하더니 무릎을 쳤다."아, 있어요! '흑산채(黑山砦)'라고.""흑산채?""네. 담양이랑 순창 경계에 있는 산적인데, 아주 악질이에요. 보부상들도 그쪽 고개는 피해서 다닐 정도라니까요. 소문에 의하면 관아랑 결탁해서 밀수도 한다던데."빙고. 찾았다.내 철광석 창고.얼른 가서, 내 솥뚜껑 같은 손으로 창고 지키느라 고생했다고 격하게 쓰담쓰담 해주고 싶네.관아랑 결탁했다면 놈들이 가진 물건은 장물(臟物)이다. 털어도 뒤탈이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도적 토벌이라는 명분까지 챙길 수 있다.내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나대용 형씨.""말하시오.""쇠, 구해드리죠. 아주 많이.""어디서? 관아 곳간이라도 털 셈인가?""아뇨.
매캐한 연기가 산바람을 타고 흩어졌다.코를 찌르는 유황 냄새와 숯 타는 냄새. 그 너머로 드러난 광경은 참혹했다. 아니, 아름다웠다.어른 허리춤까지 오던 단단한 화강암 바위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대신 그 자리에는 검게 그을린 흙구덩이만이 흉터처럼 패어 있었다. 주변의 나무들은 폭풍이라도 맞은 듯 껍질이 벗겨지고 가지가 꺾여 나갔다."허..."나대용이 털썩 주저앉았다. 그의 얼굴은 숯 검댕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지만, 눈만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보았소? 자네, 저걸 보았소?"그가 떨리는 손으로 구덩이를 가리켰다."이게... 이게 내가 만든 화약이란 말이오? 천둥소리보다 크고 벼락보다 매서운 이것이?""그렇습니다. 형씨가 만든 겁니다."나도 침을 꿀꺽 삼켰다.위력이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이건 폭죽이 아니다. 살상 무기다."이 정도면 왜놈들 배도 한 방에 뚫겠소! 아니, 성벽도 무너뜨릴 수 있겠어!"나대용은 어린아이처럼 방방 뛰었다. 평생을 바쳐 연구한 결실이 눈앞에서 터졌으니 오죽하겠는가.서백설은 멍한 표정으로 부서진 돌조각을 주워 들었다."이게... 흙이랑 숯으로 만든 거라고요?""그렇다니까.""미쳤네. 진짜 미쳤어."그녀가 중얼거렸다."이거 팔면 대박이겠어요. 사냥꾼들이 환장하겠는데요? 아니, 관아에 납품하면..."역시. 충격받은 와중에도 계산기를 두드리는 저 프로 정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팔긴 뭘 팔아. 우리가 쓰기도 모자란데."나는 구덩이 쪽으로 걸어갔다. 아직도 땅에서 열기가 올라왔다."이건 시작이야. 이제 이걸 대량으로 생산해서 비축해야 해. 전쟁 터지면 이게 쌀보다 더 귀해질 테니까.""알았어요. 뒷간 청소, 더 열심히 시킬게요."서백설이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에 화약 가루가 금가루로 보이는 모양이었다.그때, 산 아래 마을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방금 무슨 소리여?""천둥 친 거 아니여? 마른하늘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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