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banner
하지훈
Author

Novels by 하지훈

14일간의 계약 연애

14일간의 계약 연애

​"딱 보름만 제 애인인 척해 주시죠. 원하는 건 뭐든 들어드릴 테니."
Read
Chapter: 7화
​도현은 핸들을 꺾어 차를 차선 밖으로 돌렸다.​"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제 집 방향이 아닌데요."​소율이 물었지만 도현은 답하지 않았다. 차는 불과 5분 거리에 있는 익숙한 빌딩의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며칠 전 가짜 커플 사진을 찍기 위해 방문했던 도현의 펜트하우스 건물이었다.​"내려요."​"팀장님 집에는 안 갑니다. 비가 그칠 때까지 차에 있겠습니다."​"감기 걸려 골골대다 이사회 서류 구멍 낼 작정입니까?"​도현이 냉정한 어조로 받아쳤다.​"옷 말리고 비 그칠 때까지만 있는 겁니다. 쓸데없는 고집 피우지 말고 따라오세요."​도현은 차에서 우산을 꺼내지도 않은 채, 조수석 문을 열어 소율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거절할 틈도 주지 않는 단호한 행동이었다.띠리릭-​펜트하우스의 도어록이 열리고, 두 사람은 거실 안으로 들어섰다.​거실 조명이 켜지자 빗물에 젖은 두 사람의 몰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도현의 고급 와이셔츠는 젖어서 몸에 딱 붙어 어깨와 가슴 근육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고, 소율 역시 젖은 블라우스가 살갗에 달라붙어 속옷 라인이 어렴풋이 비쳐 보이고 있었다.​도현이 소율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그의 눈동자가 커지며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도현의 목울대가 크게 꿀컥 움직였다.​"…잠시 기다려요."​도현은 드레스룸으로 들어가더니 커다란 타월 두 장과 자신의 하얀색 오버핏 드레스 셔츠 한 장을 가지고 나왔다.​"욕실로 들어가서 씻고 나오세요. 젖은 옷은 세탁기에 넣고, 당장 입을 옷이 없으니… 내 셔츠라도 걸치고 나와요."​도현이 셔츠와 타월을 소율의 품에 쥐여주었다.​"팀장님 옷을 입는 건 좀…."​"그럼 그 축축하고 투명하게 젖은 옷을 계속 입고 있겠다는 겁니까?"​도현의 날 선 지적에 소율은 자신의 옷 상태를 깨닫고 뺨을 발갛게 물들였다. 소율은 더 이상 반박하지 못하고 욕실로 들어갔다.​따뜻한 물로 씻고 나온 소율은 거울 앞에 섰다.​도현이 준 드레스 셔츠를 입은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도현의
Last Updated: 2026-08-06
Chapter: 6화
​"남 대리 앞에서도 그렇게 웃습니까? 남 대리가 어깨를 잡고 손을 대도 그렇게 가만히 있어요?"​"팀장님이 무슨 자격으로—"​"자격?"​도현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의 눈빛이 소율의 입술로 떨어졌다.​"14일 동안 넌 내 애인이야. 적어도 이 계약이 끝날 때까지는, 넌 내 눈 앞에서 다른 놈 보고 웃지 마."​억지와 질투, 그리고 인정할 수 없는 끌림이 뒤섞인 도현의 선언.​두 사람의 호흡이 밤공기 속에서 뜨겁게 부딪치며, 6일 차 밤의 어둠이 지독하게 깊어가고 있었다.​가로등 불빛 아래 내던져진 도현의 목소리는 밤공기보다 서늘했고, 동시에 끓는점 직전의 물처럼 뜨거웠다.​소율은 손목을 잡아챈 도현의 손아귀 힘에 눌려 숨을 헐떡였다. 도현의 눈동자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타오르는 불꽃을 안고 있었다. 언제나 냉정하고 이성적인 계산만을 해대던 그 차도현이, 오직 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팀장님… 이거 놓으세요."​소율이 손목을 비틀어 빼내려 하자, 도현은 놓아주기는커녕 오히려 악력에 힘을 주어 소율의 몸을 제 가슴 앞으로 더욱 밀착시켰다. 두 사람의 조용한 마찰음 사이로, 하늘에서 우르릉하는 불길한 뇌성이 울려 퍼졌다.​"안 놓는다고 했습니다, 한 대리."​"지금 무슨 억지를 부리시는 겁니까? 남 대리는 제 동기일 뿐입니다. 제가 누구와 웃고 누구와 대화하든, 그건 제 사생활입니다. 계약서 어디에도 제 일상적인 인간관계까지 통제받아야 한다는 조항은 없었습니다!"​소율의 또렷한 반박에 도현의 눈썹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사생활?"​도현이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그 사생활 때문에 회장님이 붙인 감시망에 오점을 남기게 된다면, 그건 더 이상 사생활이 아니라 업무 태만입니다. 내 계약 파트너로서의 자격 문제라고요."​"핑계 대지 마십시오!"​소율의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가슴 밑바닥에서 3년 동안 쌓여온 설움이 울컥 터져 나왔다.​"오늘 회식 자리에 감시원은 없었습니다. 팀장님도 그걸 아시면서 왜
Last Updated: 2026-08-06
Chapter: 5화
​도현은 쥐고 있던 소주잔을 무의식적으로 꽉 쥐었다. 소주잔의 얇은 유리 벽이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자신 앞에서는 매번 긴장하거나, 단단하게 경계 태세를 갖추거나, 비즈니스용 미소만을 보여주던 한소율이었다. 그런데 저 남 대리라는 녀석 앞에서는 저렇게 눈꼬리를 접어가며 편안하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심지어 남 대리가 소율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장난을 치자, 소율 역시 자연스럽게 남 대리의 팔을 가볍게 치며 타박하고 있었다.​스윽-​도현의 미간이 완전히 찌푸려졌다.​'남궁혁 대리. 입사 3년 차, 기획 2팀. 일 처리는 나쁘지 않으나 사적으로 친밀감을 과도하게 표출하는 경향이 있음.'​도현의 머릿속에서 남 대리에 대한 정보가 차갑게 정리되었지만, 가슴 밑바닥에서 요동치는 본능은 철저히 이성을 압도하고 있었다. 지독하고 불쾌한 열감. 그것은 다름 아닌 '질투'였다.​소율은 도현의 차가운 시선을 느끼지 못한 채 남 대리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아, 맞아! 너 파리 지사 파견 신청서 냈다며? 진짜 가는 거야? 가면 나 심심해서 어쩌냐."​"아직 확정은 아니야. 그래도 준비는 꾸준히 하고 있어."​"가게 되면 내가 파리 여행 갈 테니까 가이드 해줘야 된다, 진짜!"​"알았어, 맛있는 거 사주면 생각해 볼게."​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질수록 도현의 참을성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자신이 직접 승인해 주기로 약속한 그 '파리 파견' 건을, 저 남 대리라는 녀석과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얘기하고 있는 모습이 지독하게 신경을 긁었다.​쿵-!​도현이 술잔을 테이블 위에 다소 거세게 내려놓았다. 왁자지껄하던 회식자리의 분위기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팀장님?"​팀원들이 일제히 도현을 바라보았다. 도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시계를 확인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1차는 여기까지 하죠. 다들 고생 많았습니다. 차비는 법인카드로 결제해 둘 테니 남아서 더 마실 사람들은 마시도록."​"와! 팀장님 최고입니다!"​팀원들이 환호하는 사이, 도현은 소
Last Updated: 2026-08-06
Chapter: 4화
​도현의 펜트하우스 거실에서 일어났던 그 아슬아슬한 사고 이후, 두 사람 사이에는 이질적이고 팽팽한 정적이 감돌기 시작했다.​"계약서 조항… 지키기가 생각보다 어렵군요."​그 나직하고 서늘한 음성이 소율의 귀에 닿았던 순간, 도현은 이내 자신의 행동에 당황한 듯 허리를 감싸 쥐었던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정돈했다.​"오늘은 이쯤 하죠. 사진은 내가 선별해서 커플 계정에 올리겠습니다. 늦었으니 택시를 불러주죠."​그것이 4일 차 밤의 전부였다. 도현은 지극히 이성적인 정적이 자신의 이성을 집어삼키는 것이 두려운 사람처럼 빠르게 소율을 집 밖으로 배웅했다. 택시에 올라탄 소율은 창밖에 멍하니 서 있는 도현의 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눈빛은 낯선 열기에서 다시 단단한 얼음 벽으로 돌아가 있었다.​​계약 5일 차, 화요일.​오전 출근길부터 도현의 태도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평소에도 냉철하고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팀장이었지만, 오늘은 지독할 정도로 사무적이고 차가웠다.​"한 대리, 3분기 해외 사업 전략 기안서 폰트 크기랑 줄 간격이 안 맞습니다. 기본 양식 재확인하고 다시 올리세요."​"팀장님, 그 양식은 지난주 이사회 보고용으로 승인받은 표준 서식입니다만."​"내가 새로 가이드라인을 내렸을 텐데요. 내 지시대로 재작업하세요."​사무실 안의 다른 팀원들도 얼어붙을 만큼 도현의 지적은 매서웠다. 소율은 가슴속에서 서운함과 황당함이 불쑥 솟구쳤지만, 곧바로 도현의 의도를 파악했다.​'선 긋기.'​도현은 전날 밤 자신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스스로가 정한 '감정 과입 금지'라는 4번 조항을 지키기 위해, 역으로 소율에게 철저하게 사무적인 차가움으로 벽을 치는 짓을 저지르고 있었다.​소율은 서류를 거두어들였다. 3년 동안 그를 짝사랑하면서 터득한 단단한 자존심이 고개를 들었다. 차도현이 원하는 게 완벽한 부하직원과 이성적인 비즈니스 관계라면,
Last Updated: 2026-08-06
Chapter: ​제3화: 선을 넘는 스킨십 (4일 차)
​월요일 아침의 기획본부 TF팀은 여느 때처럼 전쟁터와 같았다.​새롭게 시작되는 유럽 시장 교두보 확보 사업과 하반기 이사회 안건 준비로 팀원들은 걸음을 바쁘게 옮겼다. 그 치열한 업무의 중심에는 여전히 서늘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차도현 팀장과, 그의 지시를 칼 같이 수행하는 한소율 대리가 있었다.​"한 대리, 10시 이사회 서류 출력하고 2분기 매출 분석표 재검토해서 보고해요."​"네, 팀장님. 바로 처리하겠습니다."​사무실 내에서 두 사람의 호칭은 완벽하게 '팀장님'과 '한 대리'로 돌아와 있었다. 지난 주말 청담동의 화려한 드레스숍과 레스토랑 테라스에서 나눴던 "도현 씨", "소율 씨"라는 호칭은 마치 꿈결 속 환상이었던 것처럼 싹 사라져 있었다.​그 어마어마한 갭에 소율의 마음 한구석은 가끔 쓸쓸해졌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차도현은 완벽하게 공사 구분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계약서 4번 조항인 '감정 과입 금지'를 지키는 비즈니스 파트너의 미덕이었으니까.​그러나 오후 5시가 넘어갈 무렵, 도현이 메신저로 보낸 단 한 줄의 비밀 메시지가 소율의 평정심을 다시 흔들어 놓았다.​[차도현 팀장: 오늘 퇴근 후 내 집으로 갑니다. 저녁 식사 겸 2차 작업이 있습니다.]​소율은 모니터를 바라보며 타자를 치던 손가락을 멈췄다. 도현의 집이라니.​[한소율 대리: 팀장님 집 말씀이십니까? 혹시 다른 외부 장소가 아니라요?]​[차도현 팀장: 회장님이 비서를 시켜 내 개인 SNS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연애를 시작했다면서 아무런 커플 사진도 없다는 걸 의심하더군요. 오늘 밤 가짜 커플 계정을 개설하고 연출 사진을 몇 장 찍어 올릴 겁니다. 외부 장소는 눈이 많으니 내 집이 가장 안전합니다.]​도현의 메시지는 철저히 이성적이었고 타당했다. 주말 산책로에서 찍힌 스냅사진 하나만으로는 회장님의 집요한 의구심을 완전히 끌어내릴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소율은 가슴을 짓누르는 어지러움을 누르며 짧게 답장을 보냈다.​[한소율 대리: 알겠습니다. 준비해
Last Updated: 2026-08-06
Chapter: ​제2화: 연인의 자격 (2일 차 ~ 3일 차)
​계약서에 서명하고 맞이한 첫 토요일 아침.​소율은 평소보다 훨씬 일찍 눈을 떴다. 침대 헤드에 매달린 시계가 오전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3년간 출근길마다 입었던 단정한 슬랙스와 블라우스 대신, 옷장 안에 걸린 옷들을 하나씩 꺼내어 침대 위에 늘어놓았다.​‘진짜 연인처럼 보일 것.’​계약서에 명시된 비공식 2번 조항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오늘 도현과 약속된 일정은 청담동의 한 셀렉트숍 방문 및 인근 레스토랑에서의 점심 식사였다. 단순한 주말 데이트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회장님의 눈을 속이기 위한 ‘연인의 자격 검증’ 무대였다.​소율은 무난한 파스텔톤 카디건과 플리츠스커트를 골라 입었다. 거울 앞에 서서 입술에 핑크빛 립스틱을 얹자, 평소 오피스 룩으로 무장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부드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할 수 있어, 한소율. 그냥 업무의 연장선일 뿐이야.’​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주문을 걸었지만, 가슴 한구석에서 피어오르는 생경한 떨림까지 완전히 눌러 담을 수는 없었다.​오전 11시, 청담동의 프라이빗 쇼룸 앞.​소율이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익숙한 검은색 세단이 도로변에 부드럽게 멈춰 섰다. 운전석에서 내린 도현은 평소의 각 잡힌 정장 차림이 아니었다. 짙은 네이비색 카디건에 슬림핏 슬랙스를 매치한 그의 모습은 평소보다 훨씬 접근하기 쉬워 보였지만, 그 특유의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는 그대로였다.​"일찍 왔군요, 한 대리."​차에서 내린 도현이 소율을 향해 걸어왔다. 그의 시선이 소율의 차림새를 위아래로 천천히 훑어렸다. 소율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깔끔하고 보기 좋지만… 조금 더 화려할 필요가 있겠습니다."​"예?"​"회장님은 내 취향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십니다. 내가 여자친구가 생겼다면 어떤 스타일을 선물했을지, 감시원들이 보고서에 적어 올릴 텐데 이 정도는 너무 평범해요."​도현은 쇼룸의 유리문을 열며 소율에게 먼저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쇼룸 내부는 최상위 VIP들만을 위한 고급스러운 공간
Last Updated: 2026-08-06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