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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Author: 송진
이날 밤 박한빈은 자신의 자제력과 품위를 모두 내던져 버린 듯했다.

성유리 역시 더는 미련을 두지 않고 차에서 내렸다.

심지어 옷매무시도 정리하지 않은 채 두 팔을 감싸안고 조용히 걸어갔다.

차 문이 닫히고 박한빈은 바로 가속페달을 밟았다.

검은색 마세라티는 이내 밤 속으로 사라졌다. 성유리는 이것이 아마도 그와의 마지막 만남일 것임을 직감했다.

...

박한빈은 그대로 도연제로 돌아왔다.

이곳에 온 것도 꽤 오랜만이었다.

지난 두 달 동안 성유리가 시월파크에 더는 오지 않아도 그는 그곳에서 머무는 게 익숙해져 있었다.

그가 갑자기 집으로 돌아오자 숙자 아주머니는 매우 기뻤다.

“저녁은 드셨나요? 뭘 좀 준비해 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아요.”

박한빈은 짧게 대답하며 발걸음을 재촉해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러다 복도 끝에 있는 방의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방은 성유리가 쓰던 방이었다.

성유리는 이혼할 때 자신의 물건만 챙겨갔고 남은 보석과 옷들은 그대로 남겨뒀었다.

박한빈은 그 물건들을 치우지 않고 문을 잠가둔 상태였는데, 오늘은...

숙자는 박한빈의 뒤를 따라가며 그의 시선을 발견한 후 급히 설명했다.

“오늘 사모님께서 오셔서 방을 정리하라고 하셨어요. 계속 문을 잠가둘 수는 없다고 하시면서 보석과 옷들을 가져가셨습니다.”

숙자의 말이 끝나자 박한빈은 곧바로 그 방으로 향했다.

안에 있던 물건들은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침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깔끔한 침대 시트가 덮여 있었다.

이제는 그저 집 안의 다른 손님방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마치 그 방에 아무도 살지 않았던 것처럼.

박한빈의 입술이 굳게 다물렸다.

그때 그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단예진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박 대표님이 저에게 관심이 없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한 번 더 여쭤볼게요. 내일 저녁 식사 어떠세요?]

박한빈은 잠시 휴대폰 화면을 응시하다가 방을 한 번 더 둘러본 후 짧게 답장을 보냈다.

[좋아요.]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한 달 동안 내리던 잔잔한 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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