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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Author: 복덩이
심은호가 말했다.

“민이가 정이를 찾으려고 했다면 지금쯤 2층에 있을 거예요.”

2층은 학생들의 무대 공연을 위한 분장실로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민아는 자기 바지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으면서도 심은호와의 전화를 끊지 않았다.

그녀는 메고 있던 가방을 벗어 그 안에 있던 텀블러를 꺼내 손수건을 적시며 심은호에게 물었다.

“제가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올라가면 2층에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화재가 통제되지 않는다면 56초 이내에 대피해야 해요.”

그는 56초가 지나면 2층의 일산화탄소 농도가 위험 수준에 도달하고, 강민아가 더 있으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의식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재빨리 계산했다.

“알았어요. 그럼 카운트다운 좀 해줘요!”

강민아는 강당에 들어가지 않은 심은호를 믿고 자신의 목숨을 맡겼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곳에 있었지만 마치 등을 맞댄 채 다가오는 미지의 위험을 막아내는 것 같았다.

강민아는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급히 2층으로 올라갔다.

심은호는 스포츠카에 앉은 채 노트북을 앞에 놓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정이는 뒷좌석에 앉아 컴퓨터 화면 속 강민아를 바라보며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행동하며 강민아를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잘 알았다.

...

강당 안에서 강민아는 2층으로 달려가 민이의 행방을 찾기 위해 방 안을 둘러보았다.

갑자기 복도에 서 있던 그녀는 미약한 울음소리를 들었다.

울음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가서 문을 열고 들어가니 민이가 밧줄에 묶인 채 바닥에 쓰러져 작게 흐느끼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눈앞에 나타난 강민아를 보자 아이가 소리를 질렀다.

“왜 이제 와요!”

아들을 본 강민아가 곧바로 달려가 보니 민이를 묶은 밧줄의 다른 쪽 끝이 테이블 다리에 묶여 있었다.

다행히 밧줄의 매듭이 어렵지 않아 강민아는 그냥 보기만 해도 풀 수 있었다.

신속하게 밧줄을 풀자 민이가 그녀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엄마!”

그리움으로 가득 찬 외침에 강민아의 가슴이 떨렸다.

긴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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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20화

    심은호는 휴대폰 화면을 두드리며 다른 곳에 통화를 연결했다.육성민에게 연락해 통화가 연결되자 그가 짜증스럽게 소리쳤다.“어딨어요! 불경이라도 가지러 갔어요? 길가에 있는 할아버지도 벌써 지팡이 들고 불 끄러 갔겠네!”“닥쳐요!”육성민은 무언가를 뒤집어쓴 듯 목소리가 다소 어눌하게 들렸다.심은호는 그가 호흡 마스크를 쓰고 있었을 거라고 짐작했다.“나 들어갑니다!”육성민은 한 마디만 전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강당 2층. 민이는 강민아의 휴대전화를 들고 방 밖으로 뛰어나갔다.그는 휴대폰 화면에 표시된 ‘심은호'라는 이름을 내려다보다가 바로 끊기 버튼을 눌렀다.계단을 뛰어 내려가던 아이는 자신이 시켜서 지른 불이기에 비서가 반드시 무사할 정도로만 일을 벌였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온몸으로 주변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 민이는 젖은 손수건으로 막아도 불쾌한 냄새를 계속 맡을 수 있었다.민이는 당황한 나머지 계단을 내려와 강당 출입문 방향으로 달려갔다.강당 밖에는 소방차 4, 5대가 주차되어 있었고, 불을 끄고 있던 소방관들이 뛰어나오는 아이를 보고 달려와 감쌌다.“아빠!”민이는 울타리 밖에 서 있는 반하준을 보고 흥분한 나머지 소리를 질렀고 그제야 목소리가 쉬었다는 걸 깨달았다.민이의 외침을 들은 반하준은 경계선을 뜯어버리고 달려들었다.민이의 뒤를 돌아보았지만 민이를 따라 나오는 사람이 보이지 않자 반하준의 가슴은 물에 빠진 돌처럼 무겁게 가라앉았다.“강민아는?”그가 다급하게 묻는데 민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원망 섞인 어투로 말했다.“아직 안에 있어요.”반하준은 더욱 초조했다.“왜 아직도 안에 있어!”민이는 강민아가 준 손수건을 쥔 채 미간을 찌푸렸다. 그 모습이 반하준과 똑 닮아 있었다.“반석현을 선택했으니까요!”민이는 화풀이를 하듯 소리를 질렀다.“날 버렸어요! 내가 친아들이 맞긴 해요?”민이가 흐느끼며 반하준에게 물었다.“왜 반석현만 챙기고 날 그냥 내버려둬요? 난 그냥 예전처럼 돌아가길 바랐던 건데!”굵직한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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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18화

    민이는 멍하니 반석현의 몸을 옭아맨 밧줄을 끊어내려는 강민아를 바라보았다. 저 밧줄을 끊지 못하면 반석현은 캐비닛을 벗어날 수가 없다.반석현은 기침하지 않으려 참았고 강민아는 서둘러 옷을 벗어 텀블러에 남은 물로 적신 뒤 젖은 옷을 반석현의 머리에 둘러주며 코와 입을 막았다.옷이 반석현의 얼굴을 반쯤 가리자 흑백이 분명한 눈동자만 불안에 잠식되어 밧줄을 풀려고 애쓰는 강민아를 바라보았다.“민아 씨, 이젠 나와야 해요!”스피커 모드로 돌린 휴대폰에서 심은호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렸다.2층 방에는 감시 카메라가 없어 차에 있던 심은호는 컴퓨터로 복도 카메라를 확인하고 있었다.강민아의 휴대폰으로 민이와의 대화를 듣고 현재 그녀의 처지를 판단했다.강민아와 통화하는 동시에 남자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빠르게 움직였다.카메라 시스템이 망가지지 않았는데 2층의 카메라 기록이 사라졌다는 건 누군가 일부러 저장되지 않게끔 설정한 거다.하지만 카메라 칩에 백도어가 있어 감시 영상을 백업용으로 한 시간 동안 임시 저장할 수 있었다.컴퓨터 화면의 차가운 빛이 심은호의 잘생긴 얼굴을 비췄고, 그의 동공은 어두운 빛으로 덮여 있었다.그는 자신이 심어놓은 크롤러 프로그램이 강당 내부의 감시 영상을 컴퓨터로 전송할 때까지 기다렸다.그 시각 심은호의 휴대폰에서 강민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석현이가 갇혔어요. 심은호 씨는 우선 민이부터 강당 밖으로 안내해요!”강민아는 입을 여는 순간 매캐한 연기가 밀려와 콜록거렸다.공기 중 일산화탄소가 위험 수준에 이르렀고 이런 환경에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지원 요청할 테니까 민이 데리고 먼저 나와요!”심은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안 강민아는 이를 악물고 밧줄을 끊느라 손 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석현이를 두고 갈 수 없어요!”못하는 게 아니라 그럴 수 없는 거다. 반석현만 두고 민이와 함께 떠나는 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었다.반석현에게 차마 여기서 기다리면 누군가 금방 구하러 올 거라는 말을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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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16화

    “엄마가 나를 지키려고 불 속으로 뛰어들지 않아도 아빠한테 죄를 물으라고 하진 않을게요. 엄마가 얼마나 나한테 못되게 구는지 알았으니까.”비서가 여전히 머뭇거리자 민이가 독하게 말을 뱉었다.“내 말 안 들으면 해고할 거예요!”민이의 최후통첩을 들은 비서는 바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요즘 취업이 너무 어려운데 이렇게 보수가 좋은 직장을 잃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는 소방서에서 일한 적이 있었고, 소방서 내에서 각종 건물 화재에 대비한 훈련을 할 때 불을 지르는 담당이었기에 아주 능숙했다....육성민은 휴대폰을 꺼내 심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축제 공연이 끝나고 모두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심은호는 스포츠카 안에 앉아 있다가 멀지 않은 곳에서 육성민의 SUV가 멈추고 강민아가 갑자기 밖으로 뛰어나오는 것을 보았다.차에서 내리려는 순간 휴대폰 벨이 울렸다.심은호가 전화를 받자 육성민이 말했다.“정이 좀 챙겨요. 강당에 불이 났는데 안에 아직 못 나온 사람들이 있어서 불 끄는 장비 가져와야 해요.”심은호가 고개를 돌려 강당 방향을 바라보니 강당 꼭대기 층에서 발생한 불이 하늘 한가운데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군대에 있었던 육성민은 화재나 응급상황을 진압하는 일에 있어서는 전문가였고, 강당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강당과 가장 가까운 소화전의 위치가 떠올랐다.학교에 몇 번 와보면서 학교 내 소방 장비가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본 적이 있었다.“민아 씨는요?”“벌써 강당에 갔어요!”육성민은 심은호와 더 대화를 이어가지 않고 전화를 끊은 뒤 뒤돌아 떠났다.심은호는 차에서 내려 정이를 곁에 데려왔다.“엄마랑 삼촌 어디 갔어요?”정이가 의심스럽게 물었다.“금방 올 거야. 여기서 기다리자.”심은호는 운전석에 앉더니 그렇게 말하며 컴퓨터를 꺼냈다.휴대폰을 거치대에 올려놓고 손끝으로 화면을 두드리며 강민아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금방 연결되자 심은호가 물었다.“왜 그렇게 서둘러 강당에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15화

    반하준이 소리쳤다. 강민아가 달려가는 순간 거대한 자력이 잡아당기듯 심장이 툭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반하준은 강민아의 뒤를 바로 따라 나갔다.“엇, 대표님!”뒤따라 달려가던 비서가 강당을 바라보며 불안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조바심이 났다.2주 전, 민이는 학교 강당을 둘러보라고 시켰다.“강당에 불을 낼 거예요. 가서 아빠, 엄마한테 내가 강당에 갇혀서 못 나간다고 말해줘요. 엄마가 날 사랑한다면 날 구하려고 뛰어들 거예요.”그때 반하준의 지시로 민이를 돌보는 일을 맡게 된 비서는 민이의 계획을 듣고 식은땀을 흘렸다.“도련님, 그건 너무 위험해요! 저희는 절대 도련님을 불 속에 둘 수가 없어요.”“그러니까 덜 위험한 방법을 생각하라는 거잖아요!”민이가 기세등등하게 말했다.“엄마 아빠를 화해시키려고 이러는 거예요.”비서는 난감한 듯 말했다.“그럼... 도련님께서 위험할 때 어머님이 구하러 불 속에 뛰어들지 않으면요?”“그럼 내 엄마가 될 자격이 없는 거죠!”민이는 불쑥 말하며 작은 주먹을 꽉 쥐고 자기 다리를 내려다보았다.“난 엄마가 내 곁에 돌아오길 바라서 테스트하는 거예요. 엄마가 날 구하러 오지 않으면 완전히 포기할 거예요.”민이는 태블릿을 들고 말했다.“아빠 엄마가 이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그랬으면 좋겠어요. 아빠는 날 구하기 위해 불 속으로 뛰어들고 엄마는 우리가 없으면 안 된다는 걸 깨닫고 함께 뛰어드는 거죠. 우리 셋은 불길 속에서 서로를 안고 마음을 확인하는 거죠. 서로에게 제일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그리고 아빠는 한 손에 엄마를 안고 한 손으론 날 데리고 함께 불길을 헤쳐나오는 거예요. 이 화재가 우리 가족에겐 해피 엔딩이 되는 거죠!”민이는 아름다운 환상에 빠져 비서에게 지시했다.“그쪽은 강당에 불이 나도 안전하다는 걸 확인하는 거예요. 절대 나나 아빠, 엄마를 다치게 하진 않을 거예요.”비서는 민이에게 무릎이라도 꿇고 못 하겠다고 애원하고 싶었다.이력서에 유아교육 자격증이 있다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14화

    “화재 경보음이야!”“불이야? 어딘가에 불이 났어?”“냄새가 나! 타는 냄새가 난다고!”부모들은 입과 코를 막고 자리에 있던 선생님들이 외쳤다.“친구들, 당황하지 마요. 다들 줄 서서 얼른 여기서 나가요!”선생님들이 다급하게 외쳤지만 경보음이 재촉하듯 울렸고 부모들은 자기 아이를 안고 밖으로 내달렸다.강당에는 의자가 마구 쓰러지고 아이들은 공포와 혼란 속에서 울부짖었다.위층에서 허둥지둥 내려오던 아이들은 넘어지기도 했다.반씨 가문 경호원은 본능적으로 넘어진 아이를 안았고, 한 경호원이 휴대폰을 든 채 말했다.“도련님 위치가 휴대폰에서 사라졌어.”“이미 나갔을지도 몰라. 윤정 아가씨를 만나고 방해받기 싫어서 끈 건 아닐까?”몇몇 경호원들은 난감한 듯 자리에 서 있었다. 강당에 불이 났는데 반석현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이 위험한 곳을 나갈 수가 없었다.“도련님은 똑똑하니까 이런 상황에서 분명 강당을 나갔을 거야. 위험에 빠질 때까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어.”경호원들은 이렇게 합리화하며 아직 대피하지 못한 아이들을 먼저 대피시키고 강당 밖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동료들에게 연락해 반석현을 계속 찾기로 마음을 굳혔다.밤이 짙어 강당의 창가로 불이 번뜩이지만 계속 쏟아져 나오는 연기와 어둠에 가려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겨울밤에는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타는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운전석에 앉아 차를 돌리려던 육성민은 코를 움찔하며 창밖을 내다보았다.평소 냄새에 예민했던 그는 타는 냄새를 맡았다.‘왜 학교에서 탄내가 나지?’이미 주차장 입구까지 가서 커다란 SUV를 세우자 창가에 앉아있던 강민아는 난간 앞에 서 있는 반하준을 발견했다.서둘러 달려온 비서가 반하준을 불렀다.“대표님, 큰일 났어요. 강당에 불이 났어요!”잠시 멈칫한 반하준은 학교 강당 방향을 바라보며 강당 위층 창문이 주황색으로 물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반현민은?”그가 묻자 비서는 절망하며 말했다.“현민 도련님은... 아직 안에...”반하준은 살벌한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13화

    반석현의 몸통이 작은 모래주머니처럼 바닥으로 툭 쓰러졌다.두 눈을 감은 채 얼굴은 창백하고 서리 맞은 잔디처럼 생기를 잃었다.방은 고요했고, 막대기를 잡은 민이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아직 어린 그의 얼굴에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성숙함과 차가움이 번쩍였다.그의 뼛속에는 반씨 가문 사람들의 타고난 이기심과 무관심이 있었다.바닥에 쓰러진 반석현은 마치 시간의 틈에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아 보는 사람을 섬뜩하게 했다.하지만 민이의 눈동자는 깊고 어두운 심연 같았고, 생각 없는 어린아이처럼 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하는 듯 자기가 저지른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민이는 막대기를 내려놓고 손을 뻗어 반석현의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풀었다.예전에 반석현과 친했을 때 반석현이 민이에게 비밀을 말해준 적이 있었다.시계에는 위치 추적기가 있는데 화가 나거나 짜증 날 때면 다른 사람이 찾는 게 싫어서 시계를 개조했다는 거다.민이는 반석현이 알려준 시계의 버튼을 눌렀다.이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반씨 가문의 경호원들은 위성을 통해 반석현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민이는 시계를 바닥에 떨어뜨린 뒤 기절한 반석현을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는 밧줄을 꺼내 아주 힘들게 반석현을 묶었다.의식을 잃은 반석현을 바라보는 민이의 얼굴은 창백했다. 핏기 없는 입술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자신이 반석현을 다치게 했다는 것도, 그 대가가 무엇인지도 잘 알기에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게 두렵고 무서웠다.하지만 이러지 않으면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우리 엄마 절대 빼앗기지 않을 거야!”꼭 자신에게 되뇌는 말 같았다.“난 이미 엄마를 한 번 잃었어. 엄마를 잃는 게 얼마나 괴로운지 알아? 네가 뭔데 우리 엄마를 빼앗아 가!”민이는 힘겹게 움직이며 반석현을 캐비닛 안으로 밀어 넣었다.다친 다리와 발은 아직 회복되지 않아 무릎뼈에 녹슨 못이 박힌 것처럼 어정쩡하게 걸었다.몸의 통증은 차치하고서라도 이제 조금은 걸을 수 있게 되었다.하지만 걸으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12화

    “반 여사님인가요? 천사 엔터 실장 전이한입니다. 조금 전 현장에서 따님 공연을 봤는데 혹시 따님을 키즈 모델로 데뷔시킬 의향이 있으신지 궁금해서요. 원래 학교에서 직접 만나서 이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전이한은 반진경, 장기명, 반연주가 반씨 가문 사람들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반진경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야 했다.반진경은 양손으로 전화기를 들고 갑자기 온몸을 똑바로 세웠다.“천사 엔터 알아요. 내 딸을 눈여겨본 거예요?”순식간에 반진경의 가슴이 두근거렸다.반연주를 대외적으로 공개해서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게 할 생각도 했지만 영상을 찍을 줄 몰랐고 먼저 자존심을 굽히며 회사를 찾아갈 수도 없었다.반씨 가문 사람으로서 먼저 엔터 회사를 찾아가 반연주를 연예계에 들여보내면 집안 어른들이 뭐라고 할 게 분명하다.하지만 연예인이 돈을 많이 벌고 반연주가 유명해지면 그녀도 그 덕에 유명세를 치를 거라는 걸 잘 알았다.반진경은 이미 ‘유명 아역 스타’ 반연주의 엄마가 되어 인터뷰하는 상상까지 했다.“좋아요. 내일 딸 데리고 가서 오디션 볼게요.”반진경은 전화를 끊은 뒤 가방에서 파우더 콤팩트를 꺼내 퍼프를 들고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쳤다.장기명이 물었다.“무슨 오디션?”반진경은 파우더를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장기명을 바라보았다.“국내 최대 아역 스타 육성 회사 천사 엔터라고 알아?”장기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들어본 적 없어.”반진경은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거기 실장한테 연락이 와서 연주와 계약하고 싶다네.”장기명의 눈빛이 반짝였다.“우리 연주 연예인 되는 거야?”그는 흥분했다.“그럼 연주 앞으로 돈도 많이 벌겠네!”반진경은 입꼬리가 올라가며 으쓱해졌다 “허시연에게 돈을 찔러주고 연수를 센터 시키길 잘했어. 덕분에 천사 엔터의 눈에 띄었잖아.”반진경은 화장품을 치우며 반연주에게 손을 내밀었다.“엄마 품으로 와.”그래도 엄마에게 의지하는 아이라 반연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반진경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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