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포식자의 장난감

최상의 포식자의 장난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5
By:  연화령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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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갖고 싶다며? 그럼 내 놀잇감이 되면 돼.” ​천지그룹 후계자 천 지안. 그의 앞에 아버지가 부도난 회사를 살려주며 데려온 '담보' 한 별이 나타난다. ​지안은 별이를 아버지가 새로 들인 여자라 오해하며 혐오하지만 그녀가 2년 전 자신을 구원한 첫사랑인 줄은 꿈에도 모른다. ​한편, 부모님을 위해 스스로 담보가 된 별은 그토록 그리워하던 지안의 서늘한 모욕을 온몸으로 견뎌내야만 하는데. ​지키고 싶은 첫사랑을 증오하며 소유하려는 포식자. 잔혹한 오해 속에 갇혀버린 비운의 담보물. 시작: 고등학생 신분으로 시작하여 ​전개: 대학생 신분을 거쳐 ​결말: 직장인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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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부도 직전, 계약 이행

잠들지 않는 거리, 청담동의 가장 깊숙한 이면.

자정이 넘은 시각에도 식지 않는 열기로 뜨거운 이 골목은 화려한 불빛들이 수많은 사람을 붉고 푸른 네온사인으로 적셔 내렸다.

그 무질서한 욕망의 거리 중심부.

대한민국 상위 0.1%의 후계자들과 그들의 비호를 받는 이들만이 발을 들일 수 있다는 시크릿 라운지 블랙 드래곤이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업소와는 차원이 다른 압도적인 인테리어와 삼엄한 보안.

그곳은 법보다 돈이, 상식보다 권력이 우선시되는 그들만의 은밀한 낙원이었다.

​그리고 그 낙원의 정점에는 '밤의 황제'라 불리는 천지안이 있었다.

대한민국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법한 혹은 단 한 번만이라도 그 시선의 끝에 닿길 갈망하는 지고지섹(至高至色)의 표본.

유명 연예인부터 재벌집 딸들까지 지안의 나른한 눈빛에 중독되지 않은 이는 없었다.

그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기묘한 파괴력이 있었다.

​지안은 낮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블랙 드래곤의 대리석 복도를 여유롭게 거닐었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맞춤 슈트는 그의 탄탄한 몸매를 완벽하게 감싸고 있었고 의도적으로 풀어헤친 셔츠 단추 사이로는 매끄러운 목선이 도드라졌다.

흑갈색 머리카락 사이로 언뜻 보이는 차가운 눈매와 굳게 다물린 붉은 입술은 마치 정교하게 깎아 만든 조각상처럼 비현실적이었다.

​그가 남다른 아우라를 풍기며 복도를 지나자 지안을 기다리고 있던 율이 초조한 듯 다가와 그의 어깨를 낚아챘다.

​“야, 천지안! 넌 발에 브레이크라도 달았냐? 왜 이제야 나타나!”

“어, 그렇게 됐다. 바깥 공기가 좀 좋길래.”

“공기 타령할 때냐? 지금 7번, 11번 룸 애들 너 안 온다고 난리 났어. 특히 유하나, 그 계집애는 오늘 작정하고 온 모양인데 수습 좀 해라.”

​지안은 피식, 비릿한 실소를 흘렸다. 지안에게 이곳은 유일한 낙원이었다.

아버지가 돈과 권력으로 여자들을 지배하듯, 자신도 아버지가 물려준 그 잘난 조건들로 여자들을 발밑에 두며 아버지를 비웃는 유희의 장일 뿐이었다.

​“걱정 마. 유하나 다루는 건 내 전문이니까.”

​저벅, 저벅.

7번 룸 문을 거세게 열어젖힌 지안은 언제 차갑게 굴었냐는 듯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시선으로 유하나를 바라보았다.

“누나, 나 기다렸다면서?”

“야! 너 뭐야! 왜 이렇게 늦어!”

​화가 머리끝까지 난 하나의 옆자리에 앉은 지안은 그녀의 시선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망설임 없이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거세게 포개었다. 놀란 하나의 귓가에 낮은 중저음이 감돌았다.

“너는 말이야. 화낼 때가 미치게 예뻐.”

그의 가식적인 유혹임을 알면서도 하나는 그의 미세한 떨림에 모른 척 넘어가 주는 수밖에 없었다. 지안은 그녀를 감싸안으며 등 뒤로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같은 시각, 대한민국 재계의 거물 천지그룹의 저택.

천 회장이 들어서자 비서 실장인 김 실장의 발걸음이 다급해졌다. 천 회장은 정갈하게 매여 있던 넥타이를 풀어헤치며 물었다.

​“지안이는.”

“도련님께서는 아직 귀가 전입니다.”

“이 자식,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건가?”

​천 회장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본인 역시 수많은 스캔들을 몰고 다녔지만 후계자인 지안이 밤마다 블랙 드래곤에서 에이스 소리를 들으며 노는 꼴은 참기 힘들었다.

그때 김 실장이 조심스럽게 태블릿을 내밀었다.

​“회장님, 천지 계열사인 별푸드가 최종 부도 위기입니다. 10년 전 계약하셨던 조항을 검토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별푸드? 10년 전, 내가 직접 투자 계약을 체결했던 그곳인가?”

“네, 맞습니다. 한 대표의 경영 실책으로 자금줄이 막혔습니다.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조항에 명시된 절차를 밟아야 할 것 같습니다.”

​천 회장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10년 전, 그는 별푸드에 거액을 투자하는 대가로 특별한 조항 하나를 넣었다.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한 부도 위기 시 채무 이행의 담보로서 외동딸 한별을 천지그룹에 귀속시킨다.‘

“그럼… 이제 데려와야겠군. 한 대표 딸내미 말이야. 열여덟이었나?”

“네. 한별 양입니다. 그런데 별푸드 쪽에서 한 별양을 순순히 내어줄까요?”

“난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움직일 뿐이야. 부도를 막는 방법이 그것뿐이라면 그쪽에서도 감행하겠지.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네. 알겠습니다. 별푸드 쪽에 연락해 두겠습니다.”

김 실장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서재 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천 회장이었고 그의 표정은 마치 얼음처럼 냉철하고도 차가웠다.

​다음 날 오후,

부모님의 사업 성공으로 항상 넉넉하게 살아온 18살 한 별은 지성과 미모는 물론 완벽한 몸매의 소유자였다.

그래서일까. 이성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았고 항상 자신감이 넘치며 당당했다.

오늘도 그녀는 친오빠나 다름없는 초롬과 함께 한적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별아, 진짜 나랑 사귀면 안 돼? 내가 우리 학교에서 얼마나 인기가 많은데.”

“어, 안 돼.”

초롬이와 별이의 인연은 어릴 적부터였다.

별이가 이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성당을 옮기게 되었는데 초롬이는 그때부터 그녀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

“왜!”

“오빠는… 글쎄… 음… 너무~~ 오빠 같아.”

만날 때마다 장난스러운 말투로 대쉬하는 그의 모습에 그녀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익숙해져서일까. 그녀의 칼 같은 대답에도 초롬이는 수없이 자신을 어필했다.

“내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 남자인데!! 이렇게 수시로 철벽 쳐도 되는 거야?”

“오빠가 인기가 많으면 뭐 해. 오빠는 내 스타일이 아닌데 난 나쁜 남자가 좋더라. 차갑고 냉철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나.쁜.남.자.”

​별은 장난처럼 말했지만 가슴 한구석에는 2년 전 그 여름날의 잔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비를 맞으며 성당 벤치에 앉아 있던 그 소년.

그 매서운 눈동자를 떠올릴 때마다 별은 이상한 통증을 느꼈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자 초롬의 마음이 알게 모르게 애가 타기 시작했다.

“나쁜남자가 좋다면 내가 나빠져 볼게.”

“오빠가 나빠져 봤자지!!”

“어? 너 나 무시하냐? 나 너한테만 착한 거거든.”

“거짓말~ 오빠 얼마 전에 사랑 보육원에 봉사활동 간 거 다 알거든? 수시로 가잖아!! 그거 말고도 말해줘? 오빠는 절대 나빠질 수 없어. 천성이 그런걸?”

“아니, 도대체 그런 건 어디에서 듣는 거야? 강보롬이 말해 준거야?”

“오빠, 자꾸 잊는 것 같아서 말해주는데 나 보롬이랑 둘도 없는 베프야. 그리고 오빠랑 나랑 알고 지낸 지 벌써 10년이다. 그런 오빠가 남자로 보이겠냐? 2년 전 그때 그 녀석이 딱 나쁜남자 같던데…”

“어? 누구?”

“눈빛도 매섭고 말투도 차갑던…”

“그러니까 그게 누군데?!!”

“오빤 몰라도 되거든요? 그리고 정확하게 얼굴도 생각 안 난다고.”

초롬의 물음에 별이는 딱 잘라 대답했고 이내 아이스 커피잔을 천천히 저의 입술에 갖다 대었다.

***

집으로 돌아온 별은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무거운 공기에 숨을 멈췄다.

거실에서는 부모님의 억눌린 울음 섞인 대화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여보, 천 회장님이 사람을 보낸대. 천 회장 성격이라면 분명 그 계약을 이행하려 들 거야.”

한 대표의 말에 눈치챈 윤정아의 표정은 금세 근심 어린 표정으로 가득 찼다.

“우리 별이를 담보로 잡겠다는 게 말이 돼요? 유흥업소 같은 곳에 팔려가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나도 알아! 하지만 별푸드가 무너지면 우린 다 끝이야."

​별은 거실로 뛰어 들어왔다.

“아빠! 엄마! 그게 무슨 소리야? 담보라니! 계약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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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즈
나인즈
흥미로운 작품이네요
2026-04-24 22:30:00
2
1
김소희
김소희
잘 읽고 있다가 마지막 지안이 아빠의 말에 가슴이 철렁----- 혹, 지안과 별이의 역경이 시작되는건 아니겠죠... 안돼! 안돼! 무슨일이 닥치더라도 부디 잘 헤쳐나가길 서로 지금의 마음 변치 않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지안아 별이 잘지키라이~~~
2026-04-20 19:41:41
4
1
김소희
김소희
지금까지 굿노벨에서 읽었던 작품들과는 글의 흐름진행이 다르네요 그래서 더 좋아요~~ 글의 진행이 빠르면서도 표현해야 할건 다하구요(# 7개월, #3년후) 이렇게 짚어주니 글의 흐름이 빠르구 질질 끌지 않아서 읽기도 편해요. 작가님은 힘드시겠지만 독자인 저는 즐겁습니다. 완결 빨리 읽고 싶어 조바심 나네요ㅋㅋ 내일도 설렘안고 기다려봅니다.
2026-04-19 21:55:49
4
1
김소희
김소희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지안이랑 별이 진실한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별이가 7개월 동안 깨어나지 못하고 기억을 잃은 가운데도 지안이를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는게 둘이 잘되었으면 좋겠다. 내일은 또 어떤 내용으로 흘러갈지 몹시 궁금해집니다. ^^
2026-04-18 19:31:54
3
1
Guardians Angel
Guardians Angel
뭐야~~둘이 연달아 기억상실이야?흐름 참~~
2026-04-18 15:31:22
2
1
136 Chapters
[제2화] 묵주반지의 비밀
“아빠! 엄마! 그게 무슨 소리야? 담보라니! 계약이라니!”한 별의 외침이 거실의 정적을 날카롭게 가르며 파고들었다.넉넉하고 평온했던 집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진흙탕처럼 무겁게 가라앉았다.한 대표는 차마 딸의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바닥으로 고개를 떨구었다.10년 전,투자 유치를 위해 서명했던 가혹한 조항.당시에는 사업을 일으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자신 있게 써 내려갔던 문장들이었다.분명 자신을 위해 작성했던 조항들이었지만 지금 와서 후회하기에는 이미 늦어있었다.“별아 미안하다.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네가 담보로 잡혀가야 해. 네가 가야 별푸드가 살 수 있어.”아버지의 음성은 패배자의 그것처럼 힘없이 갈라져 있었다.별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떨리는 손을 꽉 움켜쥐었다.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통증보다 부모님의 절망적인 얼굴을 마주하는 고통이 더 컸다.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할게. 내가 갈게. 아빠는 회사 살려. 난 괜찮아.”별은 도망치듯 씩씩하게 방으로 들어갔다.하지만 굳게 닫힌 문 너머, 홀로 침대에 앉자마자 긴장이 풀린 듯 참아왔던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그 시각. 블랙 드래곤의 VIP 룸.은은한 시가 향과 비싼 술 냄새가 진동하는 방 안에서 지안은 새끼손가락에 끼워진 낡은 묵주반지를 조용히 만지작거렸다.화려한 실내 조명이 반지의 닳은 표면에 반사되어 위태롭게 흔들렸다.“넌 계속해서 이렇게 놀기만 할 거야? 이제 곧 회사 경영에도 신경 써야 하지 않아?”옆에 앉은 율의 물음에 지안은 감정 없는 눈으로 차갑게 답했다.“천 회장 엿 먹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거든. 그러는 넌? 너도 이렇게 계속 놀기만 하잖아?”“난 그냥 여자가 좋아서 이 자식아.”“너 다운 대답이네. 난 그 애 빼고 여자는 다 증오해. 다 형편없고 더러워.”“그 애? 누군데?”“있다, 그런 애가”지안은 말끝을 흐리며 이내 새끼손가락에 끼워진 묵주반지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내가 존나 그리워하는 년.”​[에필로그]2년 전우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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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소유
​“네?” ​“학교 가서 아는 척하면 뒤진다.” ​별이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말투는 거칠었지만 그 낮은 톤에서 느껴지는 기시감에 별이는 순간적으로 그의 입술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리고 도착해서도 나 내리고 정확히 5분 뒤에 내리도록.” “아… 네.” ​지안은 별이의 확실한 대답을 듣고서야 시트에 몸을 깊숙이 기댔다. ​교문 앞은 지안의 등장으로 이미 환호성이 가득했다. 지안이 먼저 내려 무리 속으로 사라진 뒤 별이는 초조하게 5분을 기다렸다 조심스럽게 차에서 내렸다. ​“한 별!” 별이를 부르며 단숨에 ​달려온 보롬은 별이가 지안의 차에서 내린 것을 보고 경악했다. “어떻게 된거야? 네가 왜 천지안 차에서 내려?” “아… 보롬아, 그게…….” 별이가 체념한 듯 입술을 떼려던 찰나, 김 실장이 별이를 불렀다. “아가씨. 교무실에 들를 필요 없이 2학년 4반으로 가시면 됩니다.” “아… 네.” “그럼, 하교할 때 뵙겠습니다.” 김 실장이 정중히 고개를 숙인 뒤 차에 올라탔다. 검은 세단이 교문을 빠져나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던 별이에게 보롬이 달려들듯 물었다. “어? 어떻게 된 거야?” 별이는 등 뒤로 쏟아지는 시선들을 피해 교문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그간의 사정을 차근차근 설명했다.별푸드의 부도 위기, 그리고 50억의 담보가 되어 지안의 집에 머물게 된 기막힌 현실까지. “뭐? 너 지금 그래서 담보로 잡혀 있는 거야?” “어….” “야! 왜 진작 말을 안 했어! 내가 얼마나 걱정했다고!” “미안해.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경황이 없었어.” 보롬은 펄펄 뛰며 화를 내다가도 이내 안도한 듯 별이의 손을 꽉 잡았다. “아무튼 다행이야! 우리 학교로 오게 된 건 더 다행이고! 그런데 방금 김 실장님이 몇 반이라고 했지?” “4반.” “오! 나랑 같은 반!” 별이의 얼굴에 그제야 옅은 안도가 스쳤다. 하지만 이곳은 상위 0.5%의 후계자들만 모이는 천지고였다. 기죽어 있는 별이에게 보롬은 씩씩하게 어깨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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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담보가 별이라고?
​“이 시간부터 이 덜떨어진 년은 내 소유다. 그러니까 이 년에게 함부로 굴다가 내 눈에 띄는 순간그 누가 되었든 내 손에 다 죽는다는 걸 명심해라.”​운동장에 모인 학생들의 숨소리가 한꺼번에 멎었다.지안의 선언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었다. 그것은 천지고의 절대적인 법령과도 같았다.​“난 내 허락 없이 내 것에 손대는 거 상당히 싫어하거든.”​지안의 오만한 시선이 주변을 훑자수군거리던 아이들은 황급히 눈을 피하며 뒷걸음질 쳤다.공포와 경외가 뒤섞인 침묵 속에서 지안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알아들었으면 이제 좀 꺼지지 그래? 나 이 덜떨어진 년이랑 둘만 있고 싶은데.”​지안의 서늘한 축객령에 태리는 입술을 깨물며 분한 표정으로 돌아섰다.보롬은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는 것을 직감하고는 별이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별아! 나 교실에 가 있을게. 이참에 그냥 천지안 꽉 잡아. 학교 편하게 다니고 싶으면 알았지? 파이팅! 내 베프!”​보롬은 장난스럽게 윙크를 날리며 유유히 사라졌고 주변에 남았던 학생들도 밀물 빠지듯 재빠르게 흩어졌다.정적만이 남은 운동장에서 별이가 어색하게 입을 뗐다.“…고맙습니다.”​그녀의 인사에 지안의 표정이 찰나의 순간 머쓱하게 변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다시 차가운 눈빛으로 별이를 응시했다.​“고마울 건 없어. 내가 시끄러워지는 게 싫어서 도와준 것뿐이니까.”“…”​“그러니까 널 위해서가 아니라 날 위해서라고. 알아들었어?”“네… 그런데… 누가 뭐라고 했나요?”​지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누가 뭐… 뭐라 한 건 아니지만! 네가 고맙다고 말하니까!”​당황한 나머지 말을 더듬는 지안의 모습이 별이의 눈에는 퍽 귀엽게 느껴졌다.이 빌런 자식, 의외로 허당기가 있는 걸까? 별이는 저도 모르게 픽, 하고 미소를 지었다.​“너 지금 웃었냐?”​“아니요~ 선배가 자꾸 당황해하니까 꼭 저를 도와주고 싶어서 도와주신 것처럼 느껴져서요~”​“그런 거 아니래도? 너 진짜 혼나볼래?”​지안이 미간을 찌푸리며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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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3학년, 지창민
지안은 체념한 듯 대답했다.“역시 아나 보네.”“당연하지. 내가 10년 동안 좋아하던 애가 별이인데….”​“뭐?!”​지안의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롭게 변했다.율도 대박이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초롬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나 우선 별이 좀 만나고 올게.”​초롬이 나간 뒤 율이 조심스레 입을 뗐다.​“하긴 강초롬 저 자식이 지금 제정신이겠냐? 10년 짝녀가 담보로 잡혔다는데, 그것도 천지안 네 집에.”​지안은 침묵을 지키며 새끼손가락에 끼워진 묵주반지를 곁눈질로 바라보았다.​“그나저나 너 오늘 블랙드래곤 갈 거냐?”​지안은 묵묵부답이었다. 율이 재차 물었다.​“야!! 천지안!! 오늘 블랙드래곤 갈 거냐고!”​“어, 가야지. 석이 형이 오라고 했다면서.”​“그래, 네가 거기 에이스잖아.”​율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다시 물었다.​“그나저나 담보 예쁘냐?”​“X신이네, 이거. 네 옆에 붙어있는 년들이나 신경 쓰지 그래?”“장난이야~ 왜 장난을 다큐로 받아들여? 너… 설마 담보한테 마음 있는 거 아니지?”​“아 진짜!! 그런 거 아니라니까?”​지안의 당황하는 모습에 율은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초롬이 2학년 4반 교실 문을 거칠게 열어젖히자 교실 내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야, 저거 강초롬 선배 아냐?”“와, 오늘 무슨 날이야? 천지안에 이어 강초롬까지… 우리 반에 누구 있나 봐?”​주변의 소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초롬은 별이의 책상 앞까지 성큼성큼 다가갔다.평소의 다정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의 표정은 차갑게 일그러져 있었다.​“한별. 나 좀 봐.”​별이는 초롬의 낯선 기색에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가방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보롬이 중간에 끼어들며 제 오빠를 막아섰다.​“야, 강초롬. 네가 별이랑 단둘이 무슨 볼일이 있다고 이래?”“강보롬, 넌 빠져.”“뭐? 야!”“나 별이랑 단둘이 할 말 있으니까, 넌 좀 비키라고.”​낮게 깔린 초롬의 음성에 보롬도 흠칫하며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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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밥은 나랑 먹어야지.
도움을 받은 직후라 거절하기가 난처했던 별이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호의를 무시하기엔 그녀의 천성이 너무도 무르고 곧았다. “아… 뭐… 그래요. 도움도 받았으니까요.” “그럼 점심시간에 여기로 올게.” 창민은 해맑게 손을 흔들며 멀어졌다. 그 미소가 묘하게 뒤끝이 찝찝했지만 별이는 애써 외면했다. 하지만 별이가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보롬이 험악한 표정으로 달려와 그녀의 팔을 낚아챘다. “야, 방금 저 새끼가 뭐래?” “응? 저 선배가 나 길 잃은 거 도와줬어. 지창민 선배라던데 되게 친절하시더라.” “한별! 너 제정신이야? 쟤 우리 학교에서 더럽기로 유명한 놈이야!” “더러워? 엄청 깔끔해 보이던데?” “아오, 이 답답아! 외모 말고 인성이 쓰레기라고! 너같이 순진한 애들만 골라 건드리는 게 쟤 특기야.” 별이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심장이 바닥으로 쿵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정말…? 하… 나 어떡해? 점심시간에 같이 밥 먹기로 했는데…” “아, 미친… 신이시여, 이 어린양을 어찌할까요?” 보롬은 머리를 짚으며 한심하다는 듯 별이를 보다가 이내 눈을 번뜩이며 별이의 어깨를 꽉 부여잡았다.그 눈동자에는 전의가 불타고 있었다. “좋아. 오늘은 그냥 저 새끼랑 밥 먹어. 대신 이 언니가 다신 너한테 추근대지 못하도록 아주 제대로 판을 짜줄 테니까.” “어떻게? 보롬아, 무섭게 왜 이래…” “이 언니만 믿으라고!” 점심시간. 식당 앞에는 약속대로 창민이 기다리고 있었다. 별이는 보롬의 경고를 떠올리며 애써 요동치는 심장을 누르고 담담한 척 다가갔다. “가죠.” “어, 그래. 가자.” 창민은 미소 지으며 자연스럽게 별이를 리드했다. 하지만 창민의 리드에도 앞장서 걷던 별이가 길을 몰라 우물쭈물하자 창민이 재미있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너… 급식실은 어딘 줄은 알아?” “앗… 아니요.” “그런데 왜 앞장서서 가?” “아… 본능적으로?” 당황해서 엉뚱한 대답을 내뱉는 별이를 보며 창민은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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