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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작가: 늑대 구름
임지연이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냈다.

[이 사진 봐봐요. 나를 몰디브로 데려왔어요. 임신하느라 고생했다고 그냥 누워만 있으라네요.]

안세은은 답장하지 않았다. 그녀는 가까운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만나는 자리를 가졌다.

이제 곧 떠나야 했기에 안세은은 그 모임에서만큼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비행기 출발까지 이틀 남았을 때, 임지연이 또다시 사진을 보냈다. 이번엔 배인혁이 책을 읽고 있었고 책의 제목은 ‘아기 조기교육 가이드’였다.

[초보 아빠가 아기 교육에 정말 관심이 많아요. 우리 아기가 아직 콩알만 한 크기인데도 아빠는 매일 아기한테 말을 걸어 주고 있어요.]

안세은은 여전히 답장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녀는 은행에 가서 모든 돈을 유로화로 환전한 후, 계좌를 해지했다.

비행기 출발 하루 전, 임지연은 이번엔 동영상을 보내왔다. 화면 속에는 아름다운 해상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었다. 임지연은 감동한 듯 눈물을 흘렸고 배인혁은 그녀를 부드럽게 안으며 위로했다.

“왜 울어? 앞으로 더 많은 서프라이즈가 기다리고 있는데.”

[인혁 씨가 나를 위해 섬 하나를 통째로 빌렸어요. 몰디브의 모든 불꽃놀이를 사들여 내 생일을 축하해 줬거든요.]

“오늘이 그 여자의 생일이구나. 생일에 임신까지.”

그들에게는 정말 겹경사가 아닐 수 없었다. 안세은은 동영상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리고 조용히 지역 자선단체에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제가 기부할 옷 몇 벌이 있는데요.”

곧, 자선단체가 집 앞에 도착했고 그녀는 미리 정리해 둔 다섯 개의 캐리어를 직원에게 넘겼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신분증, 호적등본, 학위증 등 ‘안세은’이라는 이름과 관련된 모든 서류와 물건을 화장터의 직원에게 돈을 주며 태워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안세은이라는 흔적이 완전히 사라졌다.

다시 텅 빈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조차도 이곳이 낯설게 느껴졌다. 집 안은 말끔히 정리되었고 그녀의 흔적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은 단 하나의 배낭이었고 그리고 그 안에는 오직 여권만 들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과거’는 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뿐이었다. 그녀는 휴대폰으로 택시를 불렀고 잠시 후 공항 터미널 앞에 택시가 멈췄다.

결제를 하려는 순간, 배인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세은아, 나 방금 출장에서 돌아왔어. 지금 집으로 갈게. 만나서 밥 먹자.”

그의 목소리는 여느 때처럼 다정했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차 안에서 안세은은 그 두 사람이 터미널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을 목격했다.

배인혁은 짐 카트를 밀고 있었고 그 위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커플용 캐리어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리고 임지연이 그의 팔짱을 끼고 어깨에 사랑스럽게 기대었다.

“출장 피곤했어?”

“아니, 그다지 피곤하지는 않았어.”

그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행복해 보였다.

“맞다, 당신이 나한테 준 선물, 오늘 풀어 봐도 된다고 했지?”

“응, 맞아.”

“너무 기대된다. 나 일주일 동안 기다렸잖아. 매일 당신이 뭘 줬을까 궁금했어. 우리 결혼기념일 선물이니까, 분명 뜻깊은 거겠지?”

안세은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아주 뜻깊어. 보면 알 거야.”

“좋아. 그럼 조금만 기다려. 두 시간 후에 집에 도착할 거야.”

두 시간이면 충분했다. 그때쯤이면, 그녀의 비행기는 이미 국경을 벗어날 테니까.

“응, 기다릴게.”

“그럼 이따 봐. 사랑해, 여보.”

전화를 끊고 나서 임지연이 입을 삐쭉 내밀자 배인혁은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하며 달래는 듯했다.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안세은은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때, 택시 기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가씨, 아직 요금 안 내셨어요.”

그녀는 결제 코드를 스캔하고 계좌에 남은 돈 전부를 이체했다.

기사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가씨, 금액을 잘못 입력하신 것 같은데요. 2만 6천 원인데 260만 원을 보내셨어요! 제가 바로 돌려드릴게요.”

그러나 안세은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그리고 차 문을 닫으며 덧붙였다.

“이제 제게는 필요 없어요. 저를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사는 당황하며 말했다.

“별말씀을요. 제 일이니까요.”

그러나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달라요. 기사님은 저를 ‘새로운 삶’으로 데려다주셨어요.”

출국심사를 마친 후, 안세은은 휴대폰을 끄고 유심 카드를 꺼내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옆에 있던 한 어린아이에게 휴대폰을 건네주었다.

“자, 가져. 이제 나한텐 쓸모없는 물건일 뿐이야.”

아이의 얼굴이 밝아졌다.

“감사합니다, 누나!”

안세은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아이의 엄마가 당황하며 말했다.

“꽤 비쌀 텐데 이걸...”

안세은은 조용히 물었다.

“해외로 가시나요?”

“네, 아프리카로 가서 아이 아빠를 만나려고요.”

그녀는 따뜻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받으세요. 아프리카에서는 분명 필요할 거예요.”

공항 방송이 울려 퍼졌다.

“안영이 승객께서는 H23 번 게이트로 신속히 탑승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객님이 탑승하실 항공편이 곧 출발합니다...”

그녀는 여권을 꽉 쥔 채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결연한 발걸음으로 게이트를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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