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안세은 씨. 개명하시겠습니까? 이름이 바뀌면, 학력, 증명서, 여권까지 모두 다시 변경해야 합니다.” 안세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직원은 그녀에게 계속 충고했다. “성인이 되어서 이름을 바꾸는 것은 사실 꽤 번거로워요. 게다가 원래 이름도 매우 아름다운데 다시 한번 고민해 보실래요?” “고민할 필요 없어요.” 안세은은 개명 동의서에 사인하며 말했다. “부탁드릴게요.” “네, 바꾸실 이름은... 안영이죠?” “맞아요.” 안영이, 꽃길만 걷자...
View More그의 이성은 이미 끝없는 절망 때문에 무너져버린 상태였다. 상대방은 우물쭈물하다가 국내 주소를 알려주었다.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역시 배인혁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그저 사기를 치려고 아무 주소를 말하고 그를 속인 것이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그럴 힘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그날 이후로 비슷한 전화는 끊임없이 걸려 왔다. 다들 안세은을 봤다고 하며 보상금을 요구했다.배인혁은 그들 중 사기꾼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그들에게 돈을 보내주곤 했다. 작은 희망이라도 붙잡기 위해서였다.보상금을 챙겨 준다고 해도 아무런 진전도 없었다. 하지만 배인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지금 그 작은 희망 하나로만 버티고 있었다.전화를 걸어 면담을 요청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는 약속을 잡고 만났다. 그와 연락을 시도한 여성들도 있었다. 다들 예쁘고 유혹적인 외모를 한 여자들이었는데 그들은 속셈을 드러내며 말했다.“저 친구도 많아요. 외로우시면 저희가 곁에 있을게요.”배인혁은 그런 이들을 일절 무시해 버리고 단호하게 한마디 했다.“꺼져.”그 후로는 그를 속이려던 사람들도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고 그의 핸드폰은 하루 종일 조용히 놓여 있었다.그렇게 한 달이 지나니 결국 일이 터져버렸다.그날 오후, 배인혁은 침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하인들이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자 그들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보았다.그러자 배인혁 의식이 없는 채로 카펫 위에 쓰러져 있는 것이었다. 호흡이 가쁜 상태였고 매우 위험했다. 그들은 급히 구급차를 불러 그를 병원으로 실어 갔다.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배인혁의 부모님은 그사이에 나이가 많이 든 것 같아 보였다. 두 사람은 응급실 앞에서 배인혁이 나오는 걸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도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상태였다.그런데 의사마저 그들에게 나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었다.“환자분은 탈수와 영양 부족으로 인해 기절한 것입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이는 심리적인 문제예요. 아주 심각한
바닥을 가득 채운 종이는 안세은이 그에게 남긴 편지와 같은 재질로 된 종이였다. 그는 그녀가 다 쓰지 않은 노트를 서재에서 침실로 가져와서는 몇 날 며칠 동안 밤낮없이 글을 써 내려갔다.이정화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세은이는 널 보는 것조차 싫어하는 데 편지를 잔뜩 써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눠야지.”배인혁은 잠깐 생각하고는 어머니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그는 고집을 부리고 있었고 그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고집스럽게 말했다.“세은이도 알게 될 거예요. 내가 이걸 다 쓰면 날 용서해 줄 거예요. 그러니까 편지를 쓸 때도 진심으로...”배인혁은 목소리가 갈라진 상태였지만 말투는 평소와 달리 굉장히 열정적이었다. 이렇게 말하다가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노트를 다시 빼앗아 가더니 손을 바들바들 떨며 글을 써 내려갔다. 글을 쓰면서 배인혁은 계속 중얼거렸다.“세은아, 내가 잘못했어. 나를 용서해 줄 거지? 내가 이 노트를 다 채우면 날 용서해 줘. 미안해...”그는 지칠 줄 모르고 이런 말을 계속했다.이정화는 미쳐버린 것만 같은 그를 바라보며 무력하게 울며 간청했다.“제발, 엄마가 부탁할게. 더 이상 안 먹고 안 자고 이러지 좀 마. 이대로 있다가는 너 죽어.”하지만 어떻게 말해도 배인혁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노트를 빼앗으려 해도 힘이 부족했다.결국 배민후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는지 방법을 생각해 냈다.“세은이한테 사과하고 싶다고 했지? 그럼 네 태도를 보여줘야지. 요즘 딱 맞는 프로그램이 있어. 그 프로그램에 신청해서 카메라 앞에서, 관객들 앞에서 사과해.”그 프로그램은 요즘 인기가 많았기에 배인혁 같은 젊은 친구가 나가면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었다. 아마 안세은도 세상 어딘가에서 그의 고백을 볼 것이었다.배인혁은 즉시 프로그램에 신청했고 게스트 자리로 출연하게 되었다. 프로그램은 그의 합류로 인해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끌어모았다.그는 프로그램을 위해 샤워를 하고 깔끔
배인혁은 애가 탔지만 비자와 티켓은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그가 노르웨이 땅을 밟고 대사관과 현지 경찰을 통해 안세은의 행방을 찾았을 때는 이미 3일이 지난 후였다.배인혁은 급히 아파트 문을 두드리며 그녀의 이름을 외쳤다.“안세은!”문이 열리자마자 그는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하지만 방을 정리하고 있던 집주인이 그를 가로막았다.“누구세요?”“안세은이라는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제 아내입니다. 저희 사이에 오해가 있어서요.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려고요.”그러나 집주인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여기엔 그런 사람 없습니다.”“제 세입자는 안영이라는 분입니다. 당신이 찾는 사람과는 이름이 달라요.”‘안영이?’배인혁은 순간 당황했다.“혹시 잘못 기억하신 거 아닙니까?”집주인은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믿지 못하겠으면 그냥 가세요.”그는 이렇게 말하며 문을 닫으려 했지만 배인혁은 이 단서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그는 급히 지갑에서 돈을 꺼내며 말했다.“팁이에요. 그녀가 언제 입주했는지, 머무는 동안 누구를 만난 적이 있는지 말해주실 수 있나요?”집주인은 돈을 받았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결국 그는 아무런 단서도 얻지 못했다.요즘 배인혁은 희망과 절망, 두 극단적인 상태를 반복하며 정신적 상태가 나빠지고 있었다.그는 노르웨이에서 한참 동안 기다렸다. 하지만 안세은은 마치 세상에서 사라지기라도 한 듯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었다.결국 배인혁은 한국으로 돌아왔고 그날 이후로 회사를 나가지 않은 채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다.비서가 업무 보고를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배인혁이 그의 말을 끊었다.“세은이 소식은?”“아직... 없습니다. 전단지도 뿌렸지만 별다른 소식이 없더라고요.”비서는 그의 지시에 따라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그녀를 찾고 있었다.배인혁은 오직 이 희망 하나만 붙잡고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다는 걸 듣고 나서도 그는 화를 내지도, 추가 지시를 내리지도 않았다.오히려 너무도 차
그때, 최근 바람난 남편과 이혼한 한 아주머니가 그녀를 가로막았다.“나이도 어린 게 할 일도 없냐? 남의 가정을 파탄 내는 방해꾼 짓을 해야겠어? 여우 같은 년...”갑자기 낯선 사람이 자신을 욕하자 임지연은 억울함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아줌마, 당신 같은 얼굴로는 여우 노릇도 못 하잖아요. 절 여우라고 욕하는 거 보니까 혹시 아줌마도 남편한테 버림받았어요?”“그래도 난 이렇게 속옷 차림으로 쫓겨나진 않았어!”아주머니는 분을 참지 못하고 그녀의 머리채를 잡으려 했다.그러자 순식간에 난장판이 벌어졌다.아주머니는 이 근처에 사는 동네 주민이었기에 금세 친구들을 불러 모아 임지연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파렴치한 여우 년!”구경꾼들도 점점 늘어나더니 여기저기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별장 안에서도 들릴 정도로 시끄러웠지만 배인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아무리 애를 써도 그녀는 혼자서 이 많은 사람을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임지연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얼굴을 감싸 쥐고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그녀가 도망가려는 순간, 한 남자가 슬그머니 손을 뻗어 그녀를 더듬으려 했다.“꺼져! 아무도 나한테 손대지 마!”배인혁이 자신과 철저히 등을 돌린 걸 본 그녀는 더 이상 그에게 뭘 바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임지연은 본능적으로 주변 다른 남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릴 때부터 남자에게서 보호를 받으며 살아온 그녀는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몰랐다.임지연은 주변의 여자들이 전부 자신을 질투한다고 여겼고 그래서 오직 남자들에게만 희망을 걸었다.그녀는 눈물을 닦고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누구든 상관없어요. 저를 도와주세요. 절 도와주시기만 하면 그분과 같이 잔다고 해도 좋아요. 정말이에요...”그 말을 들은 몇몇 남자들은 음흉한 눈빛을 띠며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다.그러나 한 남자가 친구를 잡아당기며 말했다.“야, 너 진짜 저런 여자를 덥석 받아들일 거야? 보고 즐길 수는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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