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화

Penulis: 임공
시연은 유건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으나, 결혼은 장난이 아니었다.

그녀가 머뭇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죠? 그냥 어르신을 잘 설득해 보시는 게...”

하지만 시연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유건이 말했다.

그는 안색이 변하지 않은 채 평온한 어투를 유지하고 있었다.

“계약 결혼 조건으로 보상도 해줄게요, 돈으로요.”

‘금전적인 보상을 하겠다고?’

멍해진 시연은 차마 그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우리 우주는 아직도 치료비를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그게 바로 내가 고씨 저택을 찾아간 이유였지.’

시연이 흔들린다는 것을 알아차린 유건이 계속해서 말했다.

“지시연 씨가 원하는 대로 드릴게요.”

시연은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할게요.”

눈을 흘기는 유건의 눈동자에는 차가운 조롱이 서려 있었다.

‘고작 돈 때문에 결혼을 결심하다니, 정말 보잘것없는 여자잖아?’

‘하지만 오히려 좋아, 앞으로도 다루기 쉬울 테니까.’

“그럼 합의서는 내가 준비할게요. 내일 아침, 신분증과 필요한 서류를 들고 구청으로 오세요!”

“네.”

이튿날 아침, 시연은 구청 입구에서 유건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밤새 잠을 잘 자지 못했기 때문에 유건이 나타날 때까지 계속 머리가 멍한 상태였다.

하지만 바로 그때, 유건이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을 본 시연이 억지 미소를 지었다.

“고유건 씨.”

하지만 유건은 시연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얼른 따라와요!”

“아, 네.”

절차는 빠르게 끝났는데, 혼인관계증명서를 손에 쥔 지시연은 왠지 마음이 복잡했다.

‘생존을 위해 몸을 파는 것도 모자라서, 결혼까지 하다니...’

구청의 입구에는 차 두 대가 세워져 있었다.

유건이 뒤에 있는 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타요, 기사님이 집까지 데려다 줄 거예요.”

그는 곧장 앞에 있는 차로 향했다.

“형수님.”

주지한은 지시연에게 다가가 카드 한 장을 건네주었다.

“형님께서 주신 겁니다.”

‘바라던 바가 이렇게 빨리 실현되다니!’

시연은 사양하지 않았다.

카드를 건네받은 그녀는 유건을 향한 깊은 감사를 느꼈다.

“감사해요.”

하지만 유건은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지 않았다.

‘이건 거래의 일부일 뿐이야. 고맙다는 말을 바라고 한 일도 아니었고.’

“지한아, 이 여자는 네가 ‘형수님’이라고 부를 자격이 없는 사람이야! 이만 가자.”

하지만 시연은 운전기사와 함께 가지고 않았고, 목적지의 주소를 물어본 뒤, 기사를 먼저 가게 했다.

그리고 그녀는 곧장 자폐증 치료 전문 요양병원인 태산 요양병원으로 향했다.

벤틀리 뮬산에 몸을 실은 유건이 지한에게 지시했다.

“소미 씨한테 가서 결혼이 없던 일이 되었다고 전해. 최대한 잘 달래주고,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 들어줘. 꼭 그녀를 만족시켜야 해.”

“네, 형님.”

그때, 유건의 핸드폰이 울렸는데, 카드 거래 명세서였다.

[XXXX 카드 승인, 고*건 님, 40,000,000원 일시불로 결제하였습니다.]

‘카드를 받자마자 이렇게 큰돈을 쓰다니!’

...

태산요양병원에서 나온 시연은 병원 진료비 납입 확인서를 가지고 있던 장부에 집어넣고는 꼼꼼히 메모를 해놓았다.

[XX년 X월 X일, 고유건 씨에게 4,000만 원을 빌렸음.]

시연은 결코 유건에게 공짜로 돈을 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능력이 없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해서든 꼭 갚을 거야.’

한 가지 걱정거리를 해결한 시연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틀 동안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던 시연은 갑자기 긴장이 풀리자, 이마와 등에서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실습의로서 무엇이 문제인지 곧장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날 밤 그 남자랑 너무 지나친 밤을 보내서 그런지… 이틀간 그곳이 심하게 아프고 출혈까지 있었어. 앞으로도 문제가 있을까 봐 걱정이네.’

이렇게 생각하자, 시연은 더 이상 지체할 엄두가 나지 않아 즉시 병원에 가서 산부인과에 진료 접수를 했다.

...

같은 시각.

회의 중이던 유건은 지한의 전화를 받았다.

[형님!]

지한이 다급하게 말했다.

[장소미 씨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형님께서 이미 결혼했다는 사실을 듣고는 갑자기 쓰러지셔서 지금 급히 병원으로 옮기는 중입니다!]

“지금 바로 갈게!”

병원.

장미리가 눈물을 흘렸다.

“아이고, 불쌍한 우리 딸! 약속했던 결혼이 물거품이 되다니, 억울해서 어째!”

“엄마,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유건 씨는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한 사람이에요.”

눈물을 글썽이는 소미는 아주 가련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제가 복이 없었던 거죠. 유건 씨, 그래도 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워요.”

유건은 여자가 우는 것을 귀찮게 여기는 사람이었지만, 소미는 그의 첫 여자인 셈이었기에 그는 약간의 인내심을 가져야만 했다.

“갑자기 일이 생겨서 그만... 그 여자와의 결혼은 임시방편이었을 뿐이에요. 절대 그 여자를 향한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조만간 이혼할 거고, 소미 씨와 한 약속도 꼭 지킬 거예요.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줘요.”

유건이 말했다.

“정말이에요?”

장미리는 곧 울음을 그쳤다.

“고 대표님, 지금 우리 소미를 속이시는 건 아니죠?”

유건은 결코 의심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설령 그 사람이 장소미의 어머니라고 할지라도.

“절 의심하시는 겁니까?”

“아니요!”

소미가 유건의 옷소매를 잡고 흐느꼈다.

“저는 유건 씨를 믿어요.”

이 말을 들은 유건의 얼굴빛이 누그러졌다.

‘얼마나 억울하겠어.’

‘모든 게 다 지시연, 그 여자 때문이야. 그 여자 때문에 내 신용을 잃었다고!’

“푹 쉬어요,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요.”

“네, 유건 씨의 말대로 할게요.”

소미를 위로한 유건은 서둘러 회사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병원 로비를 지나던 그의 눈에 익숙한 그림자가 보였다.

‘저 사람은... 지시연?’

‘집으로 가랬더니 왜 여기 있는 거야?’

유건이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시연이 한 진료실로 들어가는 것을 본 유건이 고개를 들어 팻말을 확인했다.

[산부인과.]

유건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30분 후,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벽을 짚고 천천히 걸어 나오던 시연은 유건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시연은 멍해졌다.

“고유건 씨가 왜 여기 있어요?”

유건은 대답하지 않고 반문했다.

“산부인과에는 왜 온 겁니까?”

“이건 제 개인적인 일이에요.”

시연이 눈이 반짝였다.

“고유건 씨는 알 필요 없는... 제 개인적인 일이라고요.”

갑자기 진료실 문이 열리고, 손에 의무기록 사본을 쥔 간호사가 소리쳤다.

“지시연 님, 신청하신 의무기록 사본 챙겨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시연이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으나, 유건이 한발 앞서 의무기록 사본을 빼앗았다.

놀란 그녀가 발을 구르며 의무기록 사본을 빼앗으려 했다.

“돌려주세요! 보지 마시라고요!”

“내가 보든 말든, 네가 무슨 상관인데?”

큰 키라는 장점을 활용한 유건이 의무기록 사본을 펼치자, 시연은 조급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대체 당신이 뭔데요? 제발 보지 마세요!”

그러나 이미 물은 엎질러진 상황이었다.

순간, 유건의 얼굴이 잿더미처럼 검게 변했다.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이게 대체... 무슨 천박한 상처야?”

수치심을 느낀 시연이 눈을 질끈 감았는데, 그녀의 얼굴에서는 생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간호사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남자 친구이신 것 같은데, 여태 그것도 모르셨어요? 정말이지 여성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분이시네요. 그쪽이 쾌락을 찾는 동안, 환자분은 그곳이 심하게 찢겨 몇 바늘이나 꿰매야 했다고요. 사랑하는 여자라면 더 잘해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녀가 등을 돌리면서 중얼거렸다.

“경험이 많지도 않으면서, 왜 자기 여자 친구한테 그런 쓸데없는 요구를 해?!”

유건은 누군가에게 몽둥이를 맞은 것 같았다.

‘심하게 찢긴 상처? 몇 바늘이나 꿰맸다고? 게다가... 쓸데없는 요구?’

‘허, 정말 얼마나 뜨거운 밤을 보낸 거야?!’

‘내가 이런 여자랑 결혼하게 될 줄이야!’

‘이제 막 결혼했는데, 나한테 이렇게 어마어마한 충격을 선물하다니!’

‘내가 고작 이런 여자 때문에 소미 씨를 슬프고 억울하게 한 거야?!’

“지시연, 그 어떤 말로도 네 뻔뻔함을 형용할 수는 없을 거야! 알아?!”

유건은 시연을 끌고 갔다.

그의 거센 힘으로 인해 통증을 느낀 그녀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예요?”

“당연히 할아버지께 가야지!”

‘막 혼인신고 한 여자가 이미 다른 남자와 첫날밤을 가졌고, 심지어는 수치스러운 상처 때문에 병원까지 방문했으니까!’

고유건은 잠시도 참을 수 없었다.

“할아버지께 네가 어떤 여자인지 똑똑히 말씀드려! 이렇게 방탕하게 몸을 굴리는 주제에, 감히 겁도 없이 우리 할아버지를 찾아가서 혼약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먹여?!”

시연은 미안함과 동시에 억울함을 느꼈다.

‘결혼을 원한 건 당신이지, 내가 아니었잖아?’

‘게다가 우리는 계약 결혼을 했을 뿐이고, 실질적인 부부관계와 간섭은 하지 않기로 했어!’

‘우리는 곧 이혼할... 그런 사이라고!’

‘하지만 고유건 씨가 나한테 큰 은혜를 베푼 건 사실이야... 그래, 이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하자.’

병실에 도착한 유건은 시연을 거칠게 안으로 밀쳤다.

“들어가, 가서 네가 어떤 인간인지 할아버지께 직접 말씀드리라고!”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baru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660화

    ‘이 사람은 애초부터 나를 진심으로 좋아했던 게 아니었잖아.’진아는 속으로 생각했고, 지하는 아주 옅게 웃었다.“그 질문에는 이미 몇 번이고 설명했잖아. 내 취향이 딱 너 같은 얼굴이야. 그리고 공교롭게도, 내가 그런 너를 만나버린 거고.”‘정말 그럴까?’진아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며 반신반의했다.“그런데 말이야.”지하는 그녀가 아직 믿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너희 둘은 사실 전혀 안 닮았어. 성격이랑 분위기가 사람 외모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데. 나랑 너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까지 가본 사이야. 내가 어떻게 너희가 안 닮았다는 걸 모를 수 있겠어?”오늘 이미 이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는 더 숨기지 않기로 한 듯했다. “진아, 난 아직도 너를 사랑해. 그것도... 예전보다 훨씬 더...”말을 마친 그는 손을 들어 진아의 머리 위에 올리고, 아주 가볍게 한 번 쓰다듬듯 두드렸다.“해야 할 말은 다 했어. 난 이제 가볼게.”지하는 그렇게 떠났다.하지만 진아는 여전히 벤치에 앉은 채, 한동안 꼼짝도 하지 못했다....점심시간이 가까워졌을 즈음, 채숙희가 진아에게 말했다.“점심 좀 시켜라. 네 아빠 수액 다 끝나려면 한두 시는 돼야겠다.”“네, 알겠어요.”진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집어 드는 순간, 병실 문이 열렸다.들어온 사람은 지하였다.“장인어른, 장모님.”그는 빈손이 아니었다. 양손에 종이봉투를 들고 있었고, 거기에는 ‘영복루’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우리 부 서방이 왔구나.”채숙희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반갑게 맞았다.“이건... 점심이니?”“네.”지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마침 점심시간이기도 하고, 지나가다 ‘영복루’가 보여서 포장해 왔어요.”‘흥...’진아는 입술을 삐죽였다.‘지나가다? 부씨 가문 회사랑 영복루는 방향부터가 다른데.’채숙희는 종이봉투를 받아 들고 연신 감탄했다.“내 자식 둘을 둬도, 우리 부 서방의 반쪽만큼도 못 하네, 못해.”‘반쪽?’진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659화

    “다르다고?”진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비웃듯 말했다.“뭐가 다른데? 내가 아파서 당신이 1년이나 돌봐줬던 거?”“하지만 현실이 그랬잖아. 나는 1년 동안 아팠지만, 오설아는 아니었어. 그 사람이 아팠어도, 당신은 똑같이 놓지 못했을 거야. 그때 당신은... 그 사람 일이면 뭐든 다 해줬잖아. 부탁만 하면 다 해줬었다고.” “그 사람이 아팠어도 그랬을 거라고?”지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억울하다는 표정이 됐다.“아예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그렇게 가정하는 게, 공평하다고 생각해?”진아는 말문이 막혀 잠시 멍해졌다.잠깐 생각한 뒤, 한숨처럼 말을 이었다.“미안해, 가정한 건 내가 잘못했어. 그건 인정할게. 그렇다고 해도, 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아.”“다른 사람?”지하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었다.“누구를 말하는 거야?”“누구냐고?”진아는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올 뻔했다.“당신 기억력이 그렇게 나빠? 당신 여자친구 말이야.”지하는 되물었다.“누구?”진아는 그대로 눈을 부릅떴다.“당신이랑 ‘CLOUD’에 같이 갔던 그 여자애 말이야.”심지어 호칭까지 예전 설아를 부르던 방식과 똑같았다!“아...”지하는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지수 말하는 거지?”‘지수? 이름 부르는 것도 꽤 다정하네.’진아는 눈썹을 다시 한번 올렸다.“이제 생각났어? 내가 한 번 겪었던 상처를, 다른 사람한테 다시 주고 싶지 않아...”“내가 그 사람이 내 여자친구라고 말한 적이 있던가?”지하는 웃음을 터뜨리며 진아를 바라봤다. 표정이 꽤 황당해 보였다.“도대체 왜 지수를 내 여자친구라고 생각한 거야?”‘아니...?’진아는 그대로 굳어버렸다.‘아닌가?’“지수가 왜 내 여자친구야?”지하는 웃음을 멈추지 않은 채 말했다.“지수가 나랑 좀 닮았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닮았다고?’진아는 지하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지수의 얼굴을 떠올려봤다.이렇게 말하니까... 아주 조금은 닮은 것도 같았다.“그럼...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658화

    “아닙니다.”지하는 고개를 저으며 슬쩍 진아를 훔쳐봤다. 어딘가 불안한 기색이었다.‘화난 건가?’진아는 분명 약간 화가 나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감정은 당혹감이었다.잠에서 깨어난 사이, 부모님의 지하를 대하는 태도가 이렇게까지 완전히 달라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장인어른, 제가 먼저 차까지 업어 드릴게요.”“아, 그래. 고맙다.”지하는 임병지를 업고 먼저 밖으로 나갔다.채숙희는 그 뒷모습을 한 번 바라본 뒤, 딸을 향해 한숨을 내쉬었다.“진아야, 부 서방은 참 괜찮은 사람이야. 네가 아팠던 지난 1년 동안 부 서방이 너 어떻게 돌봤는지 생각해 봐라. 요즘 세상에 이혼한 전처를 위해서 똥오줌까지 다 받아내는 젊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니?”“엄마!”진아는 얼굴이 단번에 붉어졌다.“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무슨 말이긴, 사실을 말하는 거지.”채숙희는 딸을 가볍게 흘겨봤다.“1년 내내 그렇게 너를 돌본 사람, 이 세상에 나랑 네 아빠 말고 또 누가 있겠어. 네 오빠도 그렇게는 못 했을 거다.”그러곤 마당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봐라, 네가 그렇게 거절했는데도 집에 일 생기니까 제일 먼저 달려온 사람이 누구야? 저 사람은 아직도 너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거야.”“엄마...”어머니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지하의 장점만을 짚고 있었다. 진아는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속이 점점 더 답답해졌다.“엄마는 모른다니까요...”“뭘 모르는데?”채숙희는 고개를 저었다.“설마 네가 말하려는 게... 그냥 사람이 좋아서 그런 거라는 거냐? 그럼 다른 집 부모한테도 무슨 일 생기면 저렇게 앞장서서 다 도와줄까?”진아는 말문이 막혔다. 잠시 침묵한 끝에 더는 반박하지 않았다.이건... 지하와 직접 이야기해야 할 문제였다.곧이어 가족은 병원으로 이동했다.임병지는 관찰실에서 수액을 맞고 있었고, 채숙희는 침대 옆에 앉아 지키고 있었다.지하는 회사 일도 있어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진아.”채숙희가 눈짓했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657화

    진아는 미간을 찌푸렸다.“병원에는 간병인이 있어. 그분들이 도와주실 수 있잖아.”“그럼 집에 돌아가서는?”지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미 짐작한 듯했다.“간병인 구할 거라고? 하지만 말처럼 바로 적당한 분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장인어른 상태는 그냥 출입할 때 옆에서 좀 거들어드리면 되는 정도인데, 상주 간병인까지 둘 필요는 없어.” 진아는 잠시 말이 막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채숙희가 밖으로 나왔다.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물었다.“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그러고는 지하를 향해 조금 미안한 듯 말했다.“부 서방... 진아 아버지가 화장실 좀 가고 싶어 하셔서...”“네.”지하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제가 바로 들어갈게요.”“아이고,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네.”“괜찮습니다.”지하는 그대로 문을 열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문 앞에 남은 채숙희와 진아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채숙희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사위는 반쯤 아들이라는 말, 괜히 있는 말이 아니구나.”“엄마!”진아는 원래도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그 말을 듣자 더 조급해졌다.“저 사람 엄마 사위 아니에요. 우리는 이미 이혼했다고요!” “너 말이야.”채숙희는 늘 딸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뻔한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혹시라도 네가 못 느꼈을까 봐 하는 말인데, 부 서방은 너한테 아직 마음이 있어... 지난 1년 동안 거의 너만 보고 살았잖아.” 그러고는 딸을 향해 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진아야, 부 서방이 잘못한 건 맞지만, 죄지은 사람한테도 기회를 줘야 하는 법이야. 기회를 줄 생각이 정말 눈곱만큼도 없는 거야?”“엄마, 엄마는 몰라요.”진아는 고개를 돌린 채 더 말하지 않았다.그런 딸의 모습을 본 채숙희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야. 받아들이든 말든 그건 네 선택이지, 결국 네 인생은 네가 사는 거니까.”그날 밤, 임병지가 수액을 다 맞고 난 뒤, 지하는 그들을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656화

    한 시간 남짓 달려 시내로 들어섰다.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임병지가 이송된 병원으로 곧장 향했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임병지는 아직 검사를 기다리는 중이었고, 채숙희는 접수창구 앞에서 서류를 들고 수납하려는 참이었다.“엄마!”“진아!”채숙희는 진아를 보자마자 한숨 돌린 듯했다. 이제야 기댈 곳이 생긴 얼굴이었다.그제야 시선이 옆으로 옮겨졌다. 지하까지 함께 와 있었다.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싶었지만, 지금은 따질 여유가 없었다.“장모님.”설명할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아는 듯, 지하는 짧게 인사만 하고 채숙희 손에 들린 서류를 받아 들었다.“제가 할게요. 납부부터 하고 오겠습니다.”“아... 그래, 그래...”지하는 병원 안을 오가며 수납을 마치고, 검사 접수까지 모두 처리했다.“됐습니다, 장모님. 이제 장인어른 검사 들어가실 수 있어요.”그는 이렇게 말하며 휠체어를 밀어 검사실 쪽으로 향했다.검사실 안에서는 임병지가 휠체어에서 내려 검사 기계 위로 옮겨져야 했다.지하는 아무 말 없이 다가가 임병지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어 기계 위에 눕혔다.이를 지켜보던 담당 의사가 말했다.“아드님이 참 효자시네요.”임병지는 잠시 멈칫하더니 어색하게 웃었다.“하하... 하하...”지하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검사 끝나면 다시 들어오겠습니다.”“수고가 많네.”“별말씀을요.”밖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채숙희와 진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채숙희는 진아의 손을 꼭 잡고, 말없이 몇 번 가볍게 두드렸다.“에휴...”그저 짧은 한숨뿐이었다.검사가 이어지는 내내 지하는 말 그대로 앞뒤를 가리지 않고 움직였다.결과는 골절이 아니었지만, 미세한 골열이었다.의사는 다친 다리에 깁스하며 말했다.“뼈에 금이 갔습니다. 흔히 말하는 골열이에요. 최소 석 달은 조심히 지내셔야 합니다. 근육 타박도 있어서 며칠은 수액 치료가 필요합니다. 입원까지는 아니고, 매일 외래로 오셔서 관찰실에서 맞으시면 됩니다. 오늘은 먼저 한 번 맞고 가세요.”“알겠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655화

    [진아!]채숙희의 다급한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여 있었다.[네 아빠가... 아빠가 위에서 굴러떨어졌어!]‘뭐라고?’진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온몸이 순간적으로 굳어 버렸고, 손발 끝까지 차갑게 식었다.“엄마, 천천히 말해요. 아빠 지금 어떠세요?”[나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네 아빠가 위에서 내려오다가 갑자기 발을 헛디뎌서 그대로 굴러떨어졌어!]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진아는 손을 꽉 움켜쥐었다.“그럼 아빠는 지금...”[애 겁주지 마!]전화기 너머로 임병지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전화 줘, 내가 말할게.]“아, 알겠어요...”잠시 후,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바뀌었다.[진아야, 너무 겁먹지 마라. 네 엄마가 놀라서 그런 거지,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야. 내가 좀 넘어지긴 했는데 다리 좀 다친 거고, 큰일은 아니다...]말투는 최대한 태연해지려 애쓰는 듯했지만,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미세하게 새는 소리가 들렸다. 통증을 참고 있다는 게 분명했다.[이게 어떻게 큰일이 아니에요?]채숙희는 바로 받아쳤다.[당신 지금 다리도 못 움직이잖아요!]진아는 상황을 정확히 이해했다.“엄마, 아빠 다리를 다치신 거죠?”[그래!]채숙희는 거의 울먹이며 말했다.[다리가 아예 안 움직여. 조금도 못 움직여. 골절인지도 모르겠고, 이걸 어쩌면 좋아... 하필 네 오빠는 또 없고...]태권은 며칠 전 해외 출장을 떠난 상태였다. 전화한다고 해도 당장 돌아올 수는 없었다.그래서 채숙희는 진아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엄마.”진아는 숨을 고르며 최대한 침착해지려 했다.“지금 제가 119 먼저 부를게요. 구급차 타고 병원으로 가세요. 저도 바로 올라갈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아, 그래... 그래...]전화를 끊자마자 진아는 119에 전화를 걸었고, 동시에 옷방으로 뛰어 들어가 옷과 필요한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캐리어에 쓸어 담았다.그러고는 지퍼를 닫고 그대로 캐리어를 끌고 방을 나섰다.진아는 로비로 급히 내

Bab Lainnya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