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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임공
“고 대표님.”

진광수가 갑자기 행동을 멈추었는데, 상업계에 관련된 사람이라면 고유건을 모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유건은 진광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눈물을 줄줄 흘리는 장소미를 응시하였다.

‘저 여자가 바로 어젯밤에 내 품에서 간드러지게 신음하던 여자라는 거지...?’

그가 갑자기 손을 들어 거센 힘으로 진광수를 바닥에 뒤집어엎었다.

“으악!”

진광수가 갑자기 피가 잔뜩 문득 이빨 하나를 뱉어냈다.

이 광경을 본 지동성의 일가족은 겁에 질려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유건은 얇은 입술로 조롱의 미소를 지어 보였으나,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그의 말투는 얇고 예리한 칼날 같았다.

“감히 내 여자를 건드려?!”

진광수는 처절한 모습으로 땅에 엎드려 입을 가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을 뿐이었다.

“고 대표님, 정말이지 장소미 씨가 고 대표님의 여자인 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건드린 적도 없지만요. 정말입니다,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그의 말을 들은 유건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미를 바라보았다.

“확실해요?”

소미가 놀란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 확실해요...”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고 대표님, 정말 감사합니다!”

진광수가 헐레벌떡 저택을 뛰어나갔다.

지동성 일가가 분분히 서로를 마주 보던 찰나, 유건이 허리를 숙여 소미를 일으켜 세웠다.

그는 부드러운 손끝으로 소미의 뺨에 흐른 눈물을 닦아주었다.

“왜 울어요? 겁낼 거 하나도 없어요.”

“내가 있으니까 아무도 소미 씨를 건드릴 수 없을 거예요.”

약간은 허스키하고 저음인 목소리를 들은 소미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저를 아세요?”

“어젯밤에...”

이 말을 뱉는 유건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로얄호텔 7203호실, 소미 씨와 나, 이제 알겠어요?”

‘어젯밤?’

‘로얄호텔?’

‘나와 이 남자?’

지동성 일가는 말이 막힐 정도로 놀랐다.

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동시에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그럼 지시연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던 거야? 어젯밤에 호텔에 간 건 맞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실수로 눈앞에 있는 저 남자의 침대에 올랐던 거냐고!’

‘게다가 저 남자는 시연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해서 어젯밤의 여자가 소미라고 착각하는 것 같은데?!’

소미가 가슴을 부여잡으며 물었다.

“실례지만... 성함이?”

유건이 드디어 얇은 입술을 열었다.

“고유건입니다.”

‘고! 유! 건?’

G시에서 그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GP 그룹의 대표이자 G시 최고의 권력자인 고유건, 그는 사람됨이 겸손하여 결코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그런 그가 이렇게 젊고 준수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라니...

소미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고, 심장 박동도 덩달아 급격히 빨라졌다.

‘지금이 기회야!’

‘고유건이 잘못 알고 있는 이상, 어젯밤에 이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 사람은 나인 거라고!’

소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젯밤에는 제가 방을 잘못 찾아서 그만... 오늘 여기 오신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유건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젯밤의 기억을 되찾으려 했으나, 야속하게도 기억나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중요하지 않은 일은 개의치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소미 씨는 이미 내 사람입니다. 마침 아내가 필요하던 참인데, 저랑 결혼하시죠.”

‘결혼?’

세 사람은 이 엄청난 기쁨에 정신이 멍해져서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대답을 듣지 못한 유건이 눈썹을 찌푸렸다.

“왜 대답이 없어요? 싫은 겁니까?”

“그럴 리가요!”

소미가 정신을 차리고 수줍게 고개를 숙였다.

“결혼... 할게요.”

유건은 그제야 만족했다.

“그럼 결혼에 관한 건 다 내가 준비할게요. 소미 씨는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 없고, 그냥 차분히 내 아내가 되는 걸 기다리기만 하면 돼요.”

“네, 모두 유건 씨의 의견에 따를게요.”

소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좋은 마음을 내비쳤다.

소미뿐만 아니라 지동성과 장미리도 큰 기쁨에 빠졌다.

‘우리 소미가 고 대표님에게 시집만 가면, 우리가 엄청난 부귀영화를 누리는 건 시간문제일 거야!’

...

고씨 저택.

고상훈이 비취 팔찌를 다시 상자에 넣어 시연에게 건넸다.

“받아 둬라, 원래 너한테 주려던 거였으니까.”

“네, 어르신.”

“아직도 나를 어르신이라고 부를 게냐?”

고상훈이 탄식하며 말했다.

“그 당시에 네 어머니가 나를 구했기 때문에, 나는 그 대가로 이 팔찌를 주면서 너와 유건이의 혼약을 정했던 거란다. 헌데, 연락이 끊겼던 몇 년 동안 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그래도 네가 나를 찾아와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벌써 시집갈 나이가 다 되었는데, 그냥 나를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건 어떻겠니?”

“...”

시연은 아무리 노력해도 고상훈을 ‘할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었다.

시연의 어머니인 부명주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이 혼약에 대해 말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부명주 역시 시연에게 이 혼약을 진실로 여길 수 없으며, 그저 고상훈이 은혜에 보답하려고 한 말을 냉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시연이 오늘 고상훈을 찾아온 것은 혼약을 위해서가 아니었으며, 동생 우주의 치료비를 빌리기 위한 것이었다.

‘엄마가 어르신의 목숨을 구해줬으니, 분명 돈을 빌려주실 거야. 게다가 나는 그 돈을 꼭 갚을 생각이고...’

‘막다른 길에 다다르지만 않았더라면, 이 집에 와서 돈을 빌릴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을 거야.’

시연이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어르신, 제가 오늘 여기 온 이유는...”

그 순간,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고상훈이 말했다.

“유건이가 온 모양이구나!”

그렇다. 발걸음 소리의 주인공은 고유건이었다.

유건은 고상훈에게 돌아오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지동성의 저택에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빨리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그는 이 경사를 고상훈에게 전하여 그를 기쁘게 해 줄 생각이었다.

유건은 긴 다리를 내디디며 안으로 들어왔는데, 따뜻한 조명이 그의 아름다운 얼굴과 풍채를 비추자, 그는 더욱 기분이 좋아 보였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저랑 식사도 하시고 바둑도...”

그가 하려던 말을 갑자기 멈추고 시연을 바라보았다.

가늘고 늘씬한 여인은 희고 윤기 흐르는 피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특히 우아하고 아름다운 이목구비는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다웠다.

고상훈이 반갑다는 듯 손자를 끌고 왔다.

“유건아, 이 아이가 바로 네 약혼녀인 지시연이란다. 잘 준비해서 시연이와 결혼하도록 하거라.”

“안녕하세요.”

시연이 급히 일어나 유건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눈살을 찌푸린 유건은 조금 전까지의 행복한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듯했다.

‘이 여자가 여태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던...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되었다던 내 약혼녀라고?’

‘이틀만 일찍 나타났어도 할아버지를 위해서 소미 씨와의 결혼을 결심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하지만 이제 내 곁에는 소미 씨가 있어. 게다가 소미 씨는 나와 보낸 그날 밤이 처음이라서… 내가 소미 씨의 첫 남자인 셈이지. 난 소미 씨를 책임지고 싶고, 이미 그렇게 하겠다고 소미 씨와 약속하기도 했어.’

‘나는 절대 소미 씨를 버리지 않을 거야. 절대 다른 여자는 받아들일 수 없어.’

유건이 시연을 힐끗 보고는 거절했다.

“할아버지, 저는 지시연 씨와 결혼할 수 없어요.”

“뭐야?”

고상훈이 경악했다.

“할아버지, 저는 이미 결혼할 여자가 있거든요...”

“말도 안 되는 소리!”

고상훈이 그를 밀쳐냈다.

‘평생 효도하던 유건이가 내 말을 거스르는 날이 올 줄이야!’

“헛소리는 집어치우거라!”

유건이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

“죄송하지만… 거짓말이 아니에요. 저는 절대 지시연 씨와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그의 시선이 시연에게 떨어지자, 시연은 뼛속까지 전해지는 서늘함을 느꼈다.

“어린 시절에 약속한 결혼을 여태 진심으로 여긴 건 아니죠?”

“그 입 닥치지 못해?! 네가 아주 미쳤구나!”

고상훈은 가슴을 가린 채 숨을 크게 쉬었다.

“내가 여태 너를 그렇게 가르쳤니?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은혜에 보답하고, 뱉은 말은 지켜야하는 법이거늘!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한 줄 알아? 네가 감히 이 할아비를 곤경에 빠뜨리다니! 아...”

갑자기 눈을 감은 고상훈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할아버지!”

“어르신!”

고상훈은 급히 병원으로 이송되어 응급처치를 받았고 병실로 옮겨졌다.

고상훈의 상태를 확인한 유건은 로비에 있던 시연을 찾아갔다.

시연은 두 손을 모은 채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불안해하고 있었다.

“어르신은 괜찮으세요?”

“네.”

유건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다행이네요.”

유건가 자신을 귀찮게 여긴다는 것을 알아챈 시연이 입을 열었다.

“어르신께는 제가 혼약을 위해서 온 게 아니었다고 전해주세요.”

시연도 고상훈이 혼약을 고집하며 화가 나서 쓰러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자신이 돈을 빌릴 면목을 잃게 된 셈이었다.

“어르신께서 괜찮으시다니 저는 이만...”

하지만 시연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유건이 입을 열었다.

그의 음침한 눈빛은 한기가 되어 시연의 뼛속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어쩜 그렇게 마음대로 행동하는 겁니까? 지시연 씨가 저지른 사고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지 않겠어요?”

‘이 여자만 아니었어도, 할아버지께서 쓰러지시는 일은 없었을 거야.’

‘할아버지는 한평생 신뢰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던 분이셔. 그런 할아버지의 목숨을 걸고 도박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유건의 눈동자에는 차가운 조롱의 빛이 깔려 있었다.

“저를 할아버지를 쓰러뜨린 불효자식으로 만들고 싶은 겁니까? 그런 게 아니라면 결혼은 꼭 해야 할 것 같군요.”

시연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결혼?’

그녀는 거절하고 싶었으나, 그의 말에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

‘어르신께서 쓰러지신 데에는 분명히 내 책임도 있어. 내가 어르신을 찾아가지만 않았더라면...’

유건이 시연을 흘겨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저랑 거래 하나 하시죠, 형식적으로 결혼해서 부부가 되었다는 것만 할아버지께 보여드리는 거예요. 실질적인 부부관계는 없고, 서로 간섭도 하지 않는 거죠. 그리고 할아버지께서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이혼하는 거예요, 어때요?”

‘아, 계약 결혼을 하자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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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880화

    리슬은 고개를 살짝 들어 유건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분이 바로... 아까 말한 시연 씨 남자 친구예요. 아, 아직은 아니지만...”눈웃음 가득한 얼굴로 이번엔 이경을 쳐다봤다.“곧 될 거 같죠? 느낌이 아주 좋아요.”‘뭐?’유건은 이경보다 약간 더 큰 키로 그를 내려다보며, 눈꺼풀을 반쯤 내려 깔끔하게 인사를 건넸다.‘눈에 뭐라도 들어간 것 같은 표정이네.’“고유건입니다.”“한이경입니다. 반갑습니다.”두 사람은 짧게 악수했다.그 순간만큼은 묘한 긴장감이 공기 중에 퍼졌다.리슬이 갑자기 제안했다.“이렇게 마주친 것도 인연인데, 다 같이 식사하는 거 어때요? 사람 많을수록 더 즐겁잖아요. 유건 씨, 괜찮죠?”‘안 돼. 정말 싫어. 부담 백배야.’시연은 속으로 단호히 거절하고 싶었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유건이 시연을 스치듯 흘겨보고 먼저 대답해 버렸다.“좋죠.”“한이경 씨, 함께하시죠.”이경은 잠시 시연을 바라보았다.시연의 눈빛엔 살짝 당황한 기색이 돌았지만, 결정은 결국 자신에게 맡긴 듯했다.그때, 리슬이 능청스럽게 시연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아이... 뭐가 그리 고민이에요. 매니저가 그러는데, 오늘 랍스터랑 달팽이 요리 진짜 잘 나왔대요! 배도 고프고... 얼른 가요!”리슬은 시연에게 거절할 틈을 주지 않았다....리슬과 유건이 예약한 룸은 시연이 예약한 테이블보다 훨씬 넓었다.네 명이 앉기에도 여유로운 공간이었다.자리 배치는 자연스럽게 리슬과 유건이 한쪽에, 시연과 이경은 맞은편에 앉게 되었다.잠시 후, 직원이 와서 메뉴 주문을 받았다.“오늘은 랍스터랑 달팽이 요리가 아주 좋아요. 일단 네 개 주세요, 각자 하나씩.”“잠시만요.”시연이 리슬을 말렸다.“이경 씨가 G시 전통 요리를 맛보고 싶어 하셨어요.”“아, 그렇구나?”리슬은 눈을 깜박이며 웃었다.“사실 나도 G시 토박이는 아니라 잘 모르겠는데... 유건 씨가 골라주세요. 괜히 제가 이상한 거 시켜서 시연 씨랑 남자 친구 분위기 망치면 안 되잖아요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87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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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876화

    이경은 잠시 눈썹을 찌푸리며 생각했다.“G시에선... 이런 걸 ‘선’이라고 하나요?”‘역시...’시연은 어이없다는 듯 작게 웃었다.“레오 선생님도 비슷하게 말씀하시긴 했어요. 하지만, 한이경 씨께는 처음부터 확실히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시연은 고개를 들고 또렷하게 말했다.“저는 지금, 연애나 결혼 생각이 전혀 없어요.”“음?”이경은 다소 놀란 듯 눈썹을 살짝 올렸다.그 표정엔 이해하기 어려운 듯한 당황스러움이 어렸다.“그 말은... 혹시, 제가 마음에 안 드셨다는 뜻인가요? 제가... 부족했나요?”‘아... 이 사람, 생각보다 솔직하네.’사실, 이경은 시연의 첫인상이 꽤 마음에 들었다.시연은 전형적인 미인형의 외모에, 말투나 태도는 침착하고 예의 바르며, 어딘가 거리감 있는 그 분위기까지도 매력적이었다.‘완벽하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아니요, 전혀요.”시연은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한이경 씨는 정말 괜찮은 분이에요. 제 말은... 제 문제라는 거예요. 지금 제 삶은, 혼자여서 더 편하고 만족스러워요.”그 말을 들은 이경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그렇구나...’아쉬움이 남았지만, 아직은 첫 만남일 뿐이었다.감정이 얽힐 만큼의 시간도, 이유도 없었다.억지로 뭔가를 기대할 이유도 없었으니까.“그럼... 우리 친구가 될 순 있을까요?”“물론이죠.”시연은 자연스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렇게 이성적으로, 부드럽게 넘어가 주는 사람이란 점에서 시연은 은근히 안도했다.‘괜한 감정 소비 안 해도 되겠네.’“시연 씨의 생각을 존중해요.”이경은 고개를 끄덕이고, 시연은 손을 들어 직원을 불렀다.“브라우니 하나 부탁드릴게요.”이경이 시연을 바라보며 웃었다.“레오가 말해줬어요, 시연 씨가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라고요. 하루 종일 신경 써 주셨는데, 물만 마시게 할 순 없잖아요.”그 배려에 시연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SKY 전원주택단지.“으아아앙...!!”조용히 자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875화

    [농담 아니고...]전화기 너머, 레오는 웃으면서 말했다.[시연아, 이제 적은 나이 아니잖아. 설마 평생 혼자 살 생각은 아니지?]“그건 아닌데...”시연은 꼭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딱히 결혼을 부정하는 입장도 아니었다.“지금은 그냥, 그럴 생각이 없을 뿐이에요.”[그럼 한번 만나봐.]레오는 굳이 강요하진 않았다.[그 친구는 일 때문에 G시에 가는 거야. 너를 보러 가는 게 아니라고. G시엔 아는 사람 하나 없다고 하던데? 그냥 내가 부탁 좀 하는 셈 치자. 한 번만 챙겨줘.]이 정도 말까지 들었는데, 시연도 딱 잘라 거절하긴 어려웠다.“알겠어요.”고개를 끄덕이며 시연은 다시 물었다.“선생님의 그 친구, 혹시 좋아하는 거나 싫어하는 거 있어요? 알아두면 좋잖아요.”레오는 웃으며 하나하나 설명해 줬고, 시연은 조용히 들으며 머릿속에 정리해 나갔다.“네, 알겠어요...”문 앞, 복도 모퉁이.유건이 조용히 서 있었다. 등 뒤로 조명이 비추고, 얼굴은 어둠에 가려져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입꼬리엔 냉소가 스쳐 갔다. ‘선...? 게다가 저렇게까지 자세히 묻고 있어?’‘꽤 신경 쓰이네.’그는 가슴속 어딘가가 울렸다.그리고 갑자기 몸을 돌려 계단 위로 성큼성큼 올라갔다.‘지시연이 누구랑 선을 보든 내 알 바 아니잖아.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하필이면, 레오의 그 친구는 참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났다.시연은 최근 BLUE에서의 일이 어그러져 한가한 상태였다.며칠만 일찍 왔어도, 아마 만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거다.레오가 알려준 정보로 보면, 그 사람은 밤에 도착한다.마침 조이도 재워뒀고, 조명 하나 켜두고 마수경에게 조심스레 부탁했다.혹시 조이가 깨어나서 화장실을 찾을 때, ‘엄마 곧 온다’는 말 한마디만 해달라고.마수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걱정 마요. 나도 애 키워봤잖아요.”모든 걸 마무리한 시연은 조용히 현관문을 나섰다.공항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생각보다 가볍지 않았다....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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