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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Author: 임공
“그래도... 뭐요?”

장미리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뭔가 숨기고 있는 듯한 기색이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장미리는 결국 결심한 듯 말했다.

“딸, 혹시 돈 좀 있어? 그게... 엄마 좀 도와줄 수 없겠니?”

‘응?’

소미는 의아한 표정으로 장미리를 바라봤다.

“엄마, 요즘 왜 자꾸 돈이 필요해요? 무슨 일 있는 거예요?”

‘뭔가 이상한데...’

지동성이 집안 재정을 전부 장미리에게 맡기진 않았지만, 생활비 정도는 부족함 없이 지원해 줬다.

그런데 왜 요즘 이렇게 돈이 급한 걸까?

“그게... 지난번에 도박에서 진 돈이 조금 남았어.”

“뭐라고요?”

소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도대체 얼마를 잃은 거예요?”

“별거 아니야. 네가 4천만 원만 더 주면 돼.”

‘4천만 원?’

소미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져 왔다.

“엄마, 대체...”

“알았어, 알았어! 이번이 마지막이야.”

장미리는 투덜거리며 말했다.

“요즘 집안일이 많았잖아. 너도 입원해 있고, 네 아빠도 병원에 있고... 스트레스받아서 그런 거야.”

‘뭐든지 이유는 있네...’

소미는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내가 마련할게요.”

“역시 우리 딸! 널 안 낳았으면 큰일 날 뻔했네!”

...

며칠 동안 시연은 우주의 유학 준비로 바쁘게 움직였다.

‘웰스’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이제 우주를 받아들일 준비가 끝났다는 소식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주지한은 바로 우주의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날짜만 정해지면 바로 출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시연은 아침 일찍 별산장으로 향했는데, 출국 전, 동생과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었다.

다만, 유건은 함께 오지 않았다.

그는 강울대병원에 있었다.

왜냐하면, 유건이 M국에서 초빙한 전문의가 도착했고, 예정된 회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유건은 시연도 함께 가자고 했었다.

하지만 시연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당신, 의사랑 같이 있는 거잖아요. 그 사람이랑 단둘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질투하겠어요? 잘 다녀와요.”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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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740화

    시연은 그제야 유건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깁스했네요? 어휴, 그래도 얼굴이 받쳐주니까... 깁스해도 잘생긴 건 여전하네요?”시연의 웃음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하지만 유건의 눈엔 ‘아무렇지 않은 척’으로 보일 뿐이었다. ‘진심이야? 아니면 그냥... 다 잊은 척 연기하는 거야?’유건은 뭔가 억울하고 허탈한 마음에 물었다.“얼마나 아픈지는 안 물어봐?”“아... 맞네요.”시연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많이 아파요?”조심스럽게 유건의 팔을 들여다보며, 손끝으로 깁스 테두리를 살짝 짚었다.“다행이네요. 수술 안 하고도 맞춰져서... 만약 절개해서 고정했으면, 나중에 비 올 때마다 욱신거렸을 텐데...”그 말은 분명, 마음을 다해 걱정하고 있는 듯했다. 손길도, 시선도... 전부 진심이었다.하지만 그럼에도 유건의 가슴은 자꾸만 허전했다.‘왜 이리 공허하지... 왜 자꾸... 불안하지.’“여보, 정말 화 안 났어? 나한테... 실망한 거 아니야?”시연은 대답 대신, 혼잣말처럼 입을 열었다.“기억났어요... 당신, 예전에도 장소미 때문에 다친 적 있었잖아요?” “여보...”유건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시연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엔... 다른 데를 다치도록 해요. 맨날 그 팔만 다치면 나중에 못 쓰게 될지도 모르니까요.”그러고는 손바닥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피곤해요. 조금 누워야겠어요.”“여보!”유건은 급하게 손을 뻗었지만, 시연은 그 손을 피했다.“날 왜 잡아요?”말투는 여전히 나른했지만, 그 움직임은 너무나 정확했다.머뭇거림 없이, 단호하게.그 순간, 유건은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화 안 났다고? 거짓말이잖아.’“날 안아주지도 않으려고? 여보, 아까는... 진짜 위험했어. 내가 한 일은, 그저 사람을...”“알아요. 나도 알아요.”시연은 차분히 끊어 말했다.“하지만... 그게 다른 사람이었어도, 그렇게까지 목숨 걸 수 있었을까요?”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739화

    “유건 씨!!”소미는 간신히 난간을 넘으며 온몸이 풀린 듯 유건의 품에 안겼다.극도의 공포가 풀린 그 순간, 여자는 울음을 터뜨렸다.“으아아... 나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이제 괜찮아. 괜찮아졌어.”유건은 낮은 목소리로 소미를 달랬다.“이렇게 살아 있잖아...”그 순간, 유건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지면서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유건 씨?”이상함을 느낀 그녀는 남자를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그리고, 손끝이 유건의 팔에 닿자 유건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터졌다.“악...”“팔... 팔이요?”소미는 숨을 삼켰다.“설마... 다친 거예요?”유건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빠진 것 같아. 아마... 탈골.”소미의 눈가가 다시 붉어졌다.그녀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유건을 꼭 껴안았다.“미안해요... 유건 씨... 정말 미안해요...”“괜찮아. 그냥 어깨가 좀 빠진 거야.”유건은 진심으로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하지만 소미는 흐느낌을 멈추지 못했다.“흑... 흑...”유건은 자신을 안고 있는 소미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그 시선 너머로 보인 사람은 시연이었다.바로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시연이 아무 말 없이, 천천히 돌아섰다.‘아니야, 이건...’유건은 소미를 떼어내려 했지만, 오른팔은 이미 탈골된 상태였다.그가 왼팔을 뻗으려는 순간, 시연은 아무 표정 없이 조용히... 등을 돌리고 사라졌다.“여보!”유건은 애타게 불렀지만, 시연은 멈추지 않았다.그때, 유건의 품에 안겨 있던 소미의 몸이 축 늘어졌다.“소미 씨?”유건이 고개를 숙이자, 정신을 잃은 소미의 모습이 보였다. ...한편, 시연은 말없이 건물 아래로 내려왔다.기환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뒤를 따랐다.차에 도착하자, 시연은 차 문을 열고 조용히 올라탔다.“집으로 가요.”“네?”기환은 순간 멍해졌다.“형수님, 지금... 병원에 가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내 집으로 가자고요. 지금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738화

    설대강은 소미의 말에 얼굴이 일그러졌다.“눈이 멀었냐고? 웃기지 마! 넌 내 핏줄이야! 오늘 이 자리에서, 반드시 날 인정하게 할 거야!”소미는 갑자기 감정이 폭발하듯 움직였고, 바닥에 놓은 가방을 낚아채듯 안아 들며 외쳤다. “헛된 꿈 꾸지 마! 이 돈, 절대 안 줘! 단 한 푼도!”“뭐라고?!”설대강은 놀라며 달려들었다.“이건 내 거야! 당장 놔! 그 돈 내놔!!”“싫어! 절대 안 줘!!”“놓으라고 했지!!”몸싸움이 벌어지려는 그 순간, 유건의 손이 번뜩 들렸다.그는 단숨에 앞으로 치고 나갔다.“소미 씨!!”“꺄악!”“아악...!”비명이 교차한 순간, 소미의 몸이 중심을 잃고 난간 바깥으로 밀려 나갔다. ‘안 돼!’유건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한 채, 몸을 던졌다.그는 한 손으로 소미의 손목을 낚아챘고, 다른 손으로 간신히 난간을 붙잡았다.“크윽...!”지한과 민환이 바로 뒤따라와 유건의 팔을 잡아챘다.“형님!!”“힘내세요, 형님! 절대 놓지 마세요!”...건물 아래, 시연은 거의 눈도 깜빡이지 않고 위층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왜 이렇게... 불안하지.’그 순간, 그녀의 시선이 멈췄다.‘저건... 뭐지?’불현듯 시연의 눈에 들어온 건, 건물 외벽에 위태롭게 매달린 두 사람.‘저건... 고유건? 그리고... 장소미?’시연은 순간 굳어버렸다.곧장 차 문을 열고 내리자,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매달려 있는 건 유건과 소미였다.바로 이 건물, 7층에서 말이다.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죽을 수도 있었다.아니, 살아남더라도... 그건... 살아 있는 게 아닐 수도 있었다.시연의 가슴이 조여왔다.걱정인지, 분노인지...‘내가 왜 이렇게 숨이 막히는 거야?’시연은 기환을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기환 씨, 우리가 올라가야 해요.”“형수님, 안 됩니다! 형님이 절대 올라오지 말라고... 너무 위험해요.”“위험...?”시연은 헛웃음을 내뱉었다.“지금 진짜 위험한 사람이 누군지 몰라서 그래요? 그러니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737화

    “안 돼.”유건은 단호하게 말했다.“괜찮아요.”그런데, 소미는 오히려 고개를 끄덕였다.“소미 씨?”유건은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너무 위험해. 설대강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그럼 어떡해요?”소미는 차분한 목소리로 반문했다.“당신도 그랬잖아요. 설대강은 그냥 돈이 필요할 뿐이라고.”“하지만...”“‘하지만’이라는 건 없어요.”소미의 눈빛은 단단히 굳어 있었고, 눈가엔 희미한 눈물이 맺혀 있었다.“유건 씨, 저 사람 손에 우리 엄마가 있어요. 날 낳아주고, 키워준 엄마예요. 위험해도... 내가 나서야 해요.”‘그래, 자식이라면... 결국 그럴 수밖에 없겠지.’유건은 더 이상 반박하지 못했고, 지한에게서 가방을 건네받아 소미에게 넘겼다.“너무 가까이 가진 마.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뒤로 물러나.”“네.”소미는 살짝 웃었다.유건이 이렇게까지 걱정해 주는 게, 무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따뜻했다.가방을 받아 들자, 유건이 다시 물었다.“무겁지 않아? 괜찮아?”소미의 왼쪽 팔은 얼마 전까지 심하게 다쳤던 쪽이었다.“괜찮아요.”소미는 오른손으로 가방을 들며 말했다.“이쪽은 멀쩡하니까.”“그래, 조심해서 다녀와.”유건은 조용히 그녀의 손을 놓았다.소미가 가방을 들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제발... 무사히 돌아와.’소미는 조심스럽게, 느린 걸음으로 다가갔다. 너무 가까워지지 않으려 애쓰면서, 철제 난간에 묶여 있는 엄마를 한 번 바라보았다.“돈, 여기 있어.”“열어봐! 확인 좀 하자.”설대강의 눈빛엔 노골적인 탐욕이 번뜩였다.“좋아.”소미는 몸을 낮춰, 조심히 가방을 열었다. 안에는 오래된 현금 뭉치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이 정도면 됐지? 일일이 다 세어봐야겠어?”“아니, 됐어!”설대강은 기쁨을 억누르지 못했다.“닫아! 얼른 닫아!”소미는 지시에 따라 가방을 덮었다.“이리 와. 가까이 와서 줘.”소미는 얼굴을 찡그리며 조금씩 다가갔다.“소미야...”설대강은 그녀의 얼굴을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736화

    시연은 단호했다. 그 어떤 말로도 그녀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나 안 데려갈 거면... 당신도 가지 마요.”‘이기적인 말인 거 알아. 하지만... 나도, 무섭고 싫어.’유건은 난감하다는 듯 이를 악물었다.“좋아, 하지만 약속해. 차에서 절대 내리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너랑 아기는 다치면 안 돼.”“네, 약속할게요.”유건과 시연은 차에 올라탄 후, 소미가 보낸 주소로 향했다.도착한 곳은 근교의 폐건물, 건축이 중단된 채 오래도록 방치된 건물이었다.차가 건물 앞에 다다랐을 때, 먼저 도착한 소미가 차에서 내려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오늘 소미는 휠체어를 타지 않았다.사실 소미의 다리 멀쩡했고, 치료도 다른 방향으로 전환된 상태였다.그리고 화상 부위도 많이 호전되었다.차가 멈추자, 유건은 몸을 숙여 시연을 안아 올렸다.“여기서 기다려. 설대강은 돈만 원해. 금방 끝내고 내려올게.”“네.”“그래.”유건은 시연의 손을 조심히 놓고, 차에서 내렸다.“유건 씨!”소미가 바로 뛰어왔는데, 유건의 뒤쪽을 힐끔 보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시연이도 같이 왔네요?”“응.”유건은 감출 생각도 없었다.“분만실 둘러보다가 같이 왔어.” 그 이상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몇 층이야?”“7층이요.”유건은 고개를 돌려 뒤쪽을 확인했다.주지한, 정민환, GP그룹의 보안팀까지 모두 준비 완료.유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가자.”일행은 건물 안으로 조심히 들어갔다.7층에 도착하기도 전, 위층에서 고성이 들려왔다.“설대강! 이 개XX야! 내가 너 먹여 살리고 입혀 줬더니, 날 이렇게 버려?! 나 이제 막 유산했어! 네 애였잖아! 날 죽일 셈이야?!”“지랄 떨지 마.”설대강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애 얘긴 꺼내지도 마. 그 애X끼 네가 없앤 거잖아.”‘진짜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는 놈이야.’“우리 집은 몇 대를 잇는 동안 남자애 하나만 낳던 집안이야. 그런데 너는, 몰래 딸을 낳아 기른 걸로도 모자라, 임신했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735화

    유건은 순간 굳어졌다.‘휴게실... 발코니?’‘시연이가 말하는 게... 발코니에 놓여있던 그 나비난일까?’ “여보.”유건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시연의 손을 급히 붙잡았다.“그게 마음에 안 든다면, 지금 당장 치울게...”“치운다고요?”드디어 시연이 고개를 들었다. 입꼬리에 떠오른 건, 웃음이 아닌 조롱이었다.“치워서 뭐 하게요? 병원에 갖다주려고요? 장소미한테? 본가에 뒀던 그 화분들처럼?”상처는, 말을 안 꺼낸다고 없던 게 되는 게 아니었다.덮어뒀다고 지워지는 게 아니라, 그저 어디에 묻혀 있다가... 결국, 밟으면 터지게 되는 것이었다.지금의 시연이 바로 그런 마음이었다.“여보...”유건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는 않았다.“왜 그렇게 긴장해요?”시연은 도리어 담담하게 웃었다.“난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요?”그리고 잠시 후, 시연의 말투가 바뀌었다.“혹시... 치워야 하는 게, 화분이 아니라 ‘나’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여보!”유건의 목소리에 단번에 날이 섰다.“그딴소리는 하지 마! 어젯밤 일 때문에 이러는 거라면... 너도 봤잖아. 그 상황에서 장소미가 기댈 곳은 나밖에 없었다고.” “맞아요. 알아요.”“알면 그런 말 하지 마.”유건은 찡그린 이마를 펴지 못한 채, 억지로 목소리를 낮춰 달래듯 말했다.“내가 너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그렇게 생각해?”시연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고, 숟가락을 들어 조용히 밥을 떠먹었다.그러나 곧,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오늘 밤은... 내 집에서 자고 싶어요.”유건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어쩔 수 없어. 지금은 억지로 붙잡는 것도 의미 없겠지.’“그래, 밥 다 먹으면 데려다줄게.”...다음 날은 주말이었고, 유건이 오랜만에 맞이한 휴일이었다.시연과 유건은 알람 없이 늦잠을 자고, 느긋하게 아침을 먹은 뒤 함께 외출했다.오늘은 시연이 출산할 병실을 미리 둘러보는 날이었다.유건은 미리 예약해 둔 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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