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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손 하나가 나타나 벽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자 거실 샹들리에가 밝혀졌다.

유시아는 비참함과 분노로 가득 찬 얼굴로 문고리를 꼭 쥐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덫에 걸려 절망에 빠진 사슴 같았다.

유시아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남자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임재욱 씨, 우리는 이미 이혼한 사이에요. 그런데 임재욱 씨가 무슨 자격으로 저한테 이러는 거죠? 대체 무슨 자격으로 이러는 거냐고요!”

3년 전 감옥에 들어갈 때, 그는 변호사를 데리고 직접 그녀를 찾아왔다. 그는 유시아에게 이미 사인을 마친 이혼합의서 2부를 건넸다. 이혼합의서에 적힌 내용대로 그녀는 임재욱의 재산을 나눠 갖지 않았다.

그때 임재욱은 유시아가 유병철의 딸이라서, 신서현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일부러 그녀에게 천국을 보여준 거라고 했다.

그래야만 그녀를 짓밟고 지옥으로 밀어 넣었을 때 그녀가 더욱 아파하고 괴로워할 것이다.

그날 임재욱은 검은색 정장에 흰색 셔츠, 버건디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클래식한 세 가지 색상이 그의 완벽에 가까운 미모를 돋보여줬다. 그는 마치 지옥에서 걸어 나온, 홀릴 듯한 아름다움을 지닌 아수라처럼 사람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그때부터 유시아는 임재욱을 향한 마음을 접었다.

임재욱은 그녀의 꿈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 지척에 있는 그는 그녀를 가둬둔 감옥이 되었다.

“자격? 그런 게 중요한가.”

계단에서 내려온 임재욱은 천천히 걸어가 그녀의 앞에 섰다.

“이렇게 끝낼 수는 없잖아. 난 아직 충분히 즐기지 못했는데 말이야. 내가 먼저 그만한다고 하기 전까지 넌 이 게임을 끝낼 자격이 없어.”

유시아는 입술을 깨물면서 손을 들어 힘껏 그의 뺨을 때리려 했다.

“나쁜 놈!”

유시아는 온 힘을 다해 손을 휘둘렀다. 때리고 나니 손바닥이 얼얼할 정도였다. 임재욱은 그녀에게 뺨을 맞아 머리가 한쪽으로 돌아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손을 뻗어 유시아의 목을 콱 조르며 그녀를 문쪽으로 밀쳤고 다짜고짜 입을 맞췄다.

입을 맞췄다기보다는 물어뜯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듯했다. 그는 마치 치타처럼 사실 자신의 사냥감을 꽉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입술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에 유시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입속에서 점차 피비린내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읍...”

임재욱의 단단한 몸이 벽처럼 느껴졌다. 밀어낼 수도,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는 탓에 유시아는 화가 난 소동물처럼 손과 발로 그의 몸을 때렸다. 유시아는 임재욱의 본능과도 가까운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두 손으로 유시아의 셔츠 자락을 잡더니 양쪽으로 힘껏 당겼다.

찌직-

뜯겨져 나간 단추들이 바닥에 와르르 떨어졌다. 병에 걸린 것처럼 보일 정도로 지나치게 흰 피부에 차가운 공기가 닿았고 긴장 때문에 순간 소름이 돋았다.

유시아는 비명을 지르면서 본능적으로 웅크리고 앉아 자기 몸을 꽉 안았다.

“시아야...”

임재욱은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턱을 쳐들었다. 비록 신사다운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유시아는 등골이 오싹했다. 그녀는 고개를 마구 가로저었다.

“싫어요. 임재욱 씨,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신서현 씨지 내가 아니에요. 내가 아니라고요...”

임재욱은 코웃음 치면서 그녀를 안아 들었다.

“난 서현이를 사랑해. 서현이는 아주 귀여우니까. 하지만 너도 재밌어서 좋아...”

“임재욱, 이 나쁜 놈...”

유시아는 임재욱 때문에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화가 난 그녀는 발버둥 치면서 그를 마구 때렸고 심지어 그의 부모님이나 조상님들까지 들먹이며 그에게 욕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받았던 가정교육 때문에 다른 욕은 하지 못하고 그저 기껏해야 나쁜 놈이라며 고함을 지를 뿐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임재욱에게 안겨 위층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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