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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임재욱과 신서현이 그런 사이였다는 걸 유시아는 정말로 몰랐다.

예전에 유시아가 임재욱을 쫓아다녔을 때, 임재욱은 그저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는 잘생겼지만 차가웠고, 온몸에서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내뿜었다. 그것은 겨우 중2였던 유시아에게 치명적인 매력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때 신서현은 이미 연예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유명한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여 많은 팬들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매일 이곳저곳을 다니며 촬영하고 제작발표회를 하며 남들이 부러워할 법한 삶을 살았다.

여자 연예인과 대학생은 전혀 다른 집단이었다.

3년 전, 유시아는 임재욱과 교집합이 생길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이 언젠가 신서현의 죽음 때문에 3년간 감옥에 갇힐 줄은 더더욱 예상치 못했다.

유시아의 아버지는 자신의 목숨으로 신서현을 죽게 한 빚을 갚으려고 했으나 임재욱은 겨우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유시아의 애정과 신뢰를 이용하여 그녀를 속여서 여러 서류에 사인하게 했고, 종국에는 그녀를 경제범죄자로 만들어 결혼 당일 감옥에 보냈다.

그들의 관계에서 임재욱은 갑이었고 유시아는 을이었다. 유시아는 임재욱을 사랑했지만 임재욱은 유시아를 사랑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임재욱은 살아있는 유시아를 지옥으로 몰아넣었고 그녀를 처참히 짓밟았다. 그러나 죽은 신서현은 가장 아름다운 형태로 그의 마음속에 살고 있었다.

유시아는 신서현과 달리 살아있지만, 그 대가로 임재욱의 잔혹함과 무자비함을 견뎌야 했다.

“그래, 넌 나와 서현이 일을 몰랐겠지. 하지만 네 아버지는 알고 있었어!”

유시아를 바라보던 임재욱의 입가에 서늘하면서도 잔인한 미소가 떠올랐다.

“네 아버지는 네가 날 사랑하고, 내가 서현이를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리고 내가 할아버지에게 손자로 인정받고 곧 대우 그룹을 이어받을 거란 것도 알고 있었어.”

그러니 유병철은 자기 딸이 재벌가에 시집갈 수 있게 길을 닦아놓고 장애물을 치워버리려 했을 것이다.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우리 아빠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유시아는 연신 고개를 저으며 눈물을 흘렸다.

“우리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자상하고 착한 사람이었어요. 우리 아빠가 그랬을 리가 없다고요...”

유병철을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 임재욱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임재욱은 그를 몰랐다. 임재욱은 처음부터 유병철을 살인범으로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유병철이 죽인 건 그가 가장 사랑하던 신서현이었다.

그래서 유병철의 딸인 유시아는 그에게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존재였다.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유시아는 목덜미가 눌린 채 바닥에 머리를 찧게 되었다. 그 바람에 그녀는 눈앞이 아찔했다.

임재욱은 그녀를 차갑게 내팽개친 뒤 시선을 들어 신서현의 사진을 바라보며 슬픔에 젖었다.

‘서현아, 이 여자를 네 앞에 데려왔어. 아직도 자기 죄를 인정하지 않다니, 참 괘씸하지? 하지만 걱정하지 마. 내가 널 대신해 벌을 줄 거니까. 서현아, 너무 보고 싶다.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는 거지?’

-

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유시아는 혼돈 속에서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깼다. 악몽을 꾼 것은 아니었다. 그저 꿈에서 발을 헛디뎌서 번쩍 눈을 뜬 것뿐이었다.

유시아는 1층 소파에 누워있었다. 주위는 온통 까맸고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어둑어둑한 빛을 빌려 집안을 가득 채운 프리지어와 벽에 걸린 사진들을 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머리가 어지러웠다. 유시아는 어지러움을 참으며 소파에서 일어난 뒤 비틀거리면서 문가를 향해 걸어갔다.

별장의 문은 아주 두터웠다. 문을 살짝 밀어보았는데 꼼짝하지 않아서 문고리를 두어 번 돌려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어둠과 갇혔다는 두려움에 유시아는 순간 감옥에 갇혔었던 어두운 시절을 떠올리고는 잠깐 이성을 잃고 고함을 지르며 문을 사정없이 두드렸다.

“임재욱 씨, 날 내보내 줘요. 날 내보내달라고요....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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