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언제 어디서나 나를 일순위로 지켜줄 거라는 우리 율혜. 나도 우리 율혜와 같은 마음이야. 혹시라도 내가 없는 자리에서 율혜가 상처받는 일이 생겼다? 난 당장이고 율혜를 보듬어주고, 그 못된 상대방에게 진한 복수를 들어갈 거야.”역시나 최고로 훌륭한 아기 토끼의 자질 중 깡 하나는 매일같이 장착하고 지낸다는 남자.율혜는 편지지에 쓰인 복수라는 단어에 화들짝 놀라다가도 다음 문장을 읽고서야 마음을 다잡게 됐다는 후문이다.“놀랐지? 헤헤. 근데 어쩔 수 없어. 우리 율혜는 내 애정의 주인이니까. 앞으로도 율혜 손 놓치지 않고 계속 안아줄게. 율혜를 외롭게 둘 생각도 없어. 우리가 사귀기로 한 첫날부터 이 마음 하나는 쭉 이어가기로 다짐했거든.”작년 한 해,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며 저만의 루틴대로 한국 생활을 즐겨보려 했다는 율혜.평일이야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난다지만 학교를 가지 않았던 주말에는 집 근처 출사를 나가는 것으로 사람 구경을 대신했다는 율혜.그러다가도 문득 외로움이 찾아올 때면 외동은 뭐든 혼자 해내는 거라 되새기며 한국 조부모님 앞에서 씩씩한 척을 다했다고 했다.하지만 휘안은 국어 1등급의 수재답게 율혜가 했던 말의 속뜻을 간파해낸 거다.그 시절 율혜는 체리로서 지니와 SNS DM을 수시로 주고받았다 해도 현실에서는 많이도 외로웠을 테니 두고두고 기억해서 그와 비슷한 상황이란 다시금 겪게 만들어주지 말자고.“율혜야. 아마 오늘 하루 수없이 들어온 말일 테지만 열일곱이 된 걸 진심으로 축하해. 우리 율혜의 열일곱 번째 생일에 나 역시 함께할 수 있었음에, 난 진정한 행운아라고 생각해.”이런, 리짱이야말로 우리 휘안이를 알게 되어 토끼풀이 한층 더 소중해졌다는 건데.이렇게 되면 휘안이 의사와 상관없이 딸기 찹쌀떡 하나를 휘안이 입에 넣어주고 복숭아 하나 깎아달라고 떼쓸 수밖에 없다는 건데.한평생 체리 공주님으로 살아온 리짱의 어리광을 어디까지 받아주려고 그러지.“새하얀 토끼처럼 순수한 우리 율혜. 새빨간 체리처럼 통통 튀는 우리
소중한 부모님과 소중한 친구들 모두에게 둘러싸여 맞이하게 된 열일곱 번째 생일.작년 생일과 비교해보면 올해 생일은 유난히도 행복하게 보내게 된 셈이었다.그도 그럴 것이 작년 생일이라 하면 한국 고등학교 입학 서류 문제에 이사 문제에 각종 문제들이 겹쳐서는 혼란스러운 시기였지.물론 여느 생일 때와 다름없이 할머니 표 수제 푸딩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던 건 행복한 기억이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새로운 변화를 앞두고 불안한 기운이 자리 잡혔기도 했다니까.그러니 오늘 하루는 여러 방면으로 더욱 더 특별해서 세세히도 되짚어보고 싶다는 거지.“오늘 부로 리짱의 나이는 십대의 후반인 열일곱 살~ 따라서 앞으로의 두 달이 너무나도 기대돼. 글쎄, 일본에서 남은 방학을 보내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개학을 맞이한다고 해도 휘안이랑 온전한 동갑이라는 시기라니까.”케이크 커팅을 시작으로 선물 포장도 낱낱이 뜯어보는 것까지가 제가 생각해온 공식 식순.다만 오늘의 또 다른 주인공들이신 유미 씨와 은호 씨께도 쉴 시간을 드리고 싶다는 판단 하에 식사 후 외출을 감행했다는 거지.근데 이게 웬걸.집밖을 나선 건 총 네 명이 확실했지만 텔레파시는 두 사람 사이에서만 통했단다.그러니 저와 예린은 갈라지게 됐다는 거고, 휘안과 단 둘뿐인 데이트가 성사되었지.그렇게 휘안의 손에 이끌려 생각지도 못한 아이스링크에 입장해서는 만두 머리를 부스터 삼아 빙판 위를 가로지르게 된 리짱.분명히 리짱이 싫어하는 갑작스러운 상황이 확실해서는 바로 싫어해야 했던 게 맞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즐기기 바빴던 거 같다.정말이지 매번 휘안이 한정으로는 예외가 많아 똑 부러지기 어려운 리짱이라니 말이다.“자, 그런 의미로 지금부터는 편지 낭독의 시간을 가져볼까 해. 이제야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돼서는 이 편지지를 펼쳐볼 수 있다니까.”다이어리 꾸미기 시간의 뒷정리도 바로 하고, 뽀득뽀득 소리가 울려 퍼지게끔 두 손도 바로 씻고, 다시금 방으로 돌아와 침대 위로 다이빙.율혜는 하루 웬 종
리짱의 따뜻한 만두 머리와 달리 냉동 만두 저리가라 꽝꽝 언 볼로서 바로 웃는 휘안이.이건 여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었어요.그러니 한시라도 더 빨리, 휘안이 체온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말겠다는 강한 의무감에 사로잡혔다는 거고요.물론 우리 휘안이는 꿈에도 몰랐을 테지만요.“치잇~ 이거, 이거. 우리 유미 씨가 해줬지. 우선 안으로 들어가자. 들어가서 손도 잡아주고 따뜻한 물도 갖다 줄게. 휘안이 추우면 안 돼.”“좋아. 근데 율혜야. 난 아직도 한결같다?”“응? 뭐가 한결같은데?”드디어 현관문을 벗어나 따뜻한 안쪽으로 들어가는가 싶었더니 리짱에게 귓속말 좀 해야겠다며 바로 또 엉겨 붙는 휘안이.보아하니 앞서 들어간 다수의 지인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다는 뜻 같다니, 리짱은 그 뜻이 궁금해서라도 휘안이 뜻을 따라주기로 했어요.“아니, 이렇게 말도 안 되게 예쁜 율혜라는데 왜 꼭 저 두 명도 함께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쟤들 없이 우리끼리만 놀고 싶다. 난 그편이 훨씬 더 즐거운데. 지금이라도 내쫓아볼까?”“에구구, 그래도 이제 와서 내쫓을 수는 없지. 예린이랑 재이도 오늘의 손님들인걸. 대신에 휘안이 생일에는 휘안이가 원하는 대로 노는 거야. 그날은 휘안이 방식을 다 따라줄게.”“알았어... 오늘은 율혜 생일이니까. 율혜 마음대로 하는 게 좋지. 휘안이는 납득할게.”이런, 말로만 납득한다 하고 표정은 영 납득하지 못한 게 분명해 보이는 휘안이.혹시라도 제 마음이 거절당했다는 사실에 한참을 심란해 할지도 모르니 복도 코너를 돌기 전 양 볼에 가벼운 입맞춤을 선사했어요.그러자 다시 또 되살아난 소중한 휘안이.역시나 시련과 반전에 강한 하나뿐인 아기 토끼답게 리짱을 보며 배시시 웃어보였답니다.뭐랄까, 촛불을 후 하고 불기 한참 전인데도 잔머리가 삐죽 선 느낌이었다고 말해야 할까요.아무래도 오늘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리짱의 생일이라기보다 휘안이와 함께 보내는 첫 번째 생일이라는 뜻에 끝도 없이 설레 버렸다니까요.***생일 선물의 가격은 최
“뭐, 콩고물의 크기는 아무래도 좋아. 그니까 올해는 너나 나나 성질 좀 죽여보자. 왜 나쁜 짓 하면 다 돌아온다며. 그 말, 일리 있어.”“뭐래... 세상이 날 가만두지 않는 거라니까. 작년에 들어간 그 회사만 해도 그래. 들어간 지 닷새도 안 돼서 계약금부터 내놓으라고 했잖아. 그게 뭐 내 탓이냐. 그 못된 회사 탓이었지.”“그래서 내가 뭐라고 했어. 그 회사 검색했을 때 뭐 하나 제대로 나오는 게 없다고 했잖아. 난 분명 말렸던 거 같은데. 안 그래, 성소연?”“그러게. 캐스팅이라고 들떠서 받아들일 거 없다. 포털 검색 안 되고 SNS에서만 존재하는 유령 회사는 상대할 가치도 없다. 이도준이 괜한 조언했던 게 아니었는데 말이야.”지난 학기, 소연은 여러모로 유명해졌다.듣도 보도 못한 연예 기획사에 캐스팅이 되어서는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지 일주일도 안 돼 퇴사를 선언했다는 패기의 주인공.솔직히 뜬소문은 아닌 지라 반박도 어려웠지.제 기분과 상관없이 저에게로 집중되는 관심.아무튼 제 꿈은 배우라는 거고, 저는 이미지 관리라는 걸 무시할 수 없는 입장 아니던가.그렇게 웃는 낯의 가면을 잘도 장착했다니까.“근데 휘안이 걔는 내 복잡한 속사정이고 뭐고 자기 살기 바빠. 그니까 나한테 말도 안 하고 다른 연기 학원을 등록했던 거겠지. 내가 다니는데 같이 다니면 좀 좋아. 막말로 내가 연극부 하자고 권하지도 않았으면 무대에 서볼 일도 없었을 애가... 너무 대놓고 밀어내잖아.”“글쎄. 어쩌면 연극부에 합류하기 이전부터 연기에 관심을 갖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너 휘안이 한참 입시 미술하다 그만뒀을 때도 놀랐었잖아. 그럴 기미 전혀 안 보였다고.”“몰라... 날이 갈수록 휘안이 얘를 점점 더 모르겠어. 내가 어디 불편한 낌새인 거 같으면 칼같이 내 편을 들어주다가 싶다가도 그새 또 잠잠해져. 그니까 자꾸만 기대하게 되는 거고.”“…소꿉친구로서 포지션 애매해지기 싫다며. 어렵게 마음 다잡았으면 그걸로 끝인 거야. 넌 네 갈 길 가. 휘안이는 휘안이
저희 둘만의 안부 인사이자 칭찬 개념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뽀뽀란 하루 최대 치 백 번.물론 그 백 번이라는 숫자가 진정으로 잘 지켜졌는가에 대해서는 저도 모르고 율혜도 모른다는 입장이다.저 먼저 입술 쭉 내밀고 말캉한 촉감의 젤리 좀 훔쳐내자면 저 역시 반격할 거라며 제 무릎 위로 올라타기 일쑤였던 율혜였다니까.사실상 매일이 끝도 없는 도발이었다.근데 꼭 이렇게 그 백 번이라는 숫자를 기준으로 이백 번을 입에 담겠다는 율혜라면 저 역시 맞장구 좀 쳐봐야겠다는 거지.“좋지~ 내 생일에는 뽀뽀 이백 번. 율혜가 말해준 거니까 함부로 까먹기도 힘들겠어.”“응. 근데 휘안이 생일뿐만이 아니라 리짱 생일에도 뽀뽀 이백 번을 주고받아야 해. 그래야 우리 둘 다 공평한 생일인 거니까.”“헤헤. 그럼 내 생일도 내 생일이지만 율혜 생일도 내 생일일 거 같은데. 아, 벌써부터 너무 기대된다. 내년 2월, 3월 어떡하면 좋아.”“치잇~ 리짱은 다이어리에도 써놓을 거야. 앞으로 있을 아기 토끼 탄생일에는 뽀뽀 백 번이 아니라 이백 번도 가능한 거라고 말이야.”아하, 뽀뽀 이백 번의 기준은 아무렇게나 나온 게 아니라 아기 토끼의 탄생일이라는 특수한 이유에서 탄생한 거다?그럼 또 이 몸은 참을 수가 없다는 건데.“율혜야. 그럼 오늘도 아기 토끼 탄생일인 거 아니야? 이 친구들은 전부 다 오늘 태어났잖아. 딱 봐도 생일이 확실한데 그냥 넘어가겠다고?”“어, 그러게. 그렇다면 오늘 역시 뽀뽀 이백 번이 가능하다는 건데... 내년 말고 오늘부터 그 기준을 적용해도 괜찮을까? 괜히 막 리짱 멋대로 기준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는 거거든.”미심쩍은 티가 물씬 풍기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정하고도 화끈한 방법으로 답변을 더하기.휘안은 11월의 아기 토끼 옆에 12월의 아기 토끼를 내려놓으며 초코 펜으로 정점을 더한 제 작품의 모든 끝을 알렸다.“당연히 되지. 그 기준의 실효성이란 율혜가 정하기 나름인 거야. 게다가 나랑 우리 율혜가 달콤한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12월의
“하하. 우리 소안이가 바른 말만 하네. 이렇게 제 동생을 끔찍하게 여겨주니 말이야. 바라만 봐도 아주 흐뭇해. 자식 농사 참 잘 지었어.”“당연하지~ 그럼 아빠. 휘안이는 엄카 찬스 썼으니까 난 아카 찬스 쓰면 안 돼? 겨울이라 목이 좀 휑하더라고. 뭘 좀 둘러야 이번 겨울도 잘 이겨낼 거 아니야. 머플러 하나만, 응?”“그래, 그래. 우리 딸 감기 걸리면 안 되지. 어떻게 말 나온 김에 당장 백화점이나 갈까?”“너무 좋지! 우리 편집 숍도 들르고 외식도 하고 오자. 주말에 돈을 써줘야 나라 경제가 돌아간다며. 이거 다 아빠한테 배운 거다? 막 돈 헤프게 쓰는 거 같다고 뭐라 하면 안 돼~”과연 가족의 화목을 도모하는 데 있어서는 여러 방면으로 죽이 척척 맞는다는 차씨 남매.오늘도 평생을 길러온 효도 스킬 어디 가지 않는다고 부모님의 지갑 사정부터 나라의 경제 사정까지 걱정해주는 효녀 효자가 따로 없었다.***오늘은 우리 율혜와 단 둘뿐인 베이킹 시간.목선을 시작으로 웨이브 진 머릿결.찰랑거리는 반 묶음에 목덜미가 드러날 때면 괜스레 저 혼자 붉어져 고개를 내리깔게 된다.아침부터 머리 세팅을 끝마치고 부지런히도 오븐 앞에 서서 쿠키 반죽을 들여다봤을 율혜.덕분에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올해 막바지였다.“휘안아. 여기 10월에게도 리본을 그려줄래?”“응~ 우리 율혜가 손꼽아 기다려온 순간인데 겨우 리본 하나 더 못 그려줄까. 이걸로 우리 아기 토끼가 열 마리나 탄생한 거잖아. 그치?”“맞아. 앞으로 두 마리만 더 만들면 진정한 완성이라는 거야. 올해를 마무리할 열두 마리의 아기 토끼라니. 정말이지 너무 훌륭해!”이제 막 10월의 아기 토끼 생산이 끝났으니 11월과 12월의 아기 토끼를 생산할 차례.알록달록 초콜릿 펜을 들고는 하도 들숨 날숨을 숨기지 못하는 율혜였으니 이 얼마나 진심이라는지 가늠도 안 되는 작업이었다.“헤헤. 오늘 우리 둘 다 아기 토끼 꿈 제대로 꾸겠다. 율혜 꿈속에서 딱 한 마리만 만날 수 있다면 몇 월의 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