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남편과 다섯 상간녀가 한 침대에 뒤엉킨 밤, 아내는 죽는 대신 그들을 무너뜨리기로 했다. 산후우울증과 섭식장애로 무너진 한서윤은 재벌 남편의 잔혹한 배신과 시댁의 모욕 속에서 삶을 포기하려 한다. 하지만 딸의 울음에 살아남은 순간, 복수가 시작된다. 치료로 몸과 마음을 되찾고 자신의 브랜드를 성공시킨 서윤. 돈과 명성, 새로운 남자들의 구애까지 손에 넣자 남편은 뒤늦게 그녀에게 미쳐 집착한다. 그리고 그가 숨긴 치명적인 검사 결과가 드러난 날, 서윤은 완벽한 이혼을 준비한다.
View More“저 여자였으면 나도 밖으로 안 돌았지.”
강준혁은 거실 벽에 걸린 결혼사진을 올려다보며 남의 아내를 평가하듯 말했다.
사진 속 한서윤은 흰 드레스의 허리가 한 손에 잡힐 만큼 가늘었고,
광고회사에서 밤을 새운 다음 날에도 원하는 얼굴을 골라 쓸 줄 알았다.
결혼식 날 준혁은 평생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섯 해가 지난 지금 그가 지키는 것은 아내가 아니라 사진 속 여자였다.
서윤은 한때 타인의 욕망을 문장으로 팔았다.
화장품 광고에는 ‘당신이 선택받는 이유’를,
유아용품 광고에는 ‘엄마가 되어도 당신은 사라지지 않는다’를 썼고,
그 문구로 상을 받던 해에 임신했다.
준혁은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만 쉬라고 했으나
출산 뒤 복직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하은을 남의 손에 맡길 거냐고 몰아붙였다.
그렇게 복직을 미루는 동안 서윤의 이름은 명함에서 사라지고
병원 보호자란과 유치원 비상연락망에만 남았다.
그녀가 만든 문장은 광고판에 남았지만,
정작 그 문장을 쓴 사람은 만 원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었다.
식탁 위 국을 다시 데우던 서윤은 전자레인지 문에 비친 자신을 보았다.
씻지 못한 머리와 오래 입어 늘어난 티셔츠,
출산 뒤 달라진 몸이 검은 유리에 한꺼번에 잡혔다.
어젯밤에는 하은이 열이 올라 두 시간마다 깼고,
아이가 잠든 뒤에는 빵과 남은 반찬을 혼자 먹었다.
먹는 동안만 머릿속이 조용했지만 아침이 되자 준혁은 빈 접시부터 찾아냈다.
“또 다 먹었어?”
“하은이 재우고 나서 조금 먹었어.”
“조금 먹어서 그렇게 됐겠어?”
준혁은 카드 내역을 열어 편의점 결제 금액을 보여줬다.
“새벽 한 시에 이만큼 샀네. 먹고 싶으면 누구 돈으로 먹는지는 기억해야지.”
“생활비로 산 거야.”
“그 생활비를 누가 주는데?”
퇴사한 뒤 서윤에게 남은 것은 준혁이 한도를 정한 생활비 카드 한 장뿐이었다.
그는 편의점 결제까지 따지면서도 자신의 새벽 지출은 접대비라는 말로 끝냈고,
영수증을 요구하면 서윤의 병부터 들먹였다.
“당신은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아?”
“이유가 뭐가 중요해. 결과가 이건데.”
“출산하고 아팠잖아. 나 혼자 하은이 키웠고.”
“세상 여자들이 다 애 낳아. 다 당신처럼 자기 몸을 버리진 않아.”
예전 같았으면 카피 한 줄로 상대의 허점을 찾아냈겠지만,
지금은 생활비와 병원비, 하은의 유치원비까지 준혁이 쥐고 있었다.
말을 이겨도 집을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이 모든 문장을 무용하게 만들었다.
그때 여섯 살 하은이 방문을 열고 나와 결혼사진을 보았다.
“엄마, 저 사람 엄마 맞아?”
“응. 엄마야.”
준혁이 끼어들었다.
“옛날 엄마. 아빠가 사랑했던 엄마.”
“지금 엄마는?”
“하은이 키우느라 자기를 버린 엄마지.”
하은은 사진 앞에 서서 액자 속 엄마를 자기 몸으로 가렸다.
“나는 여기 있는 엄마가 더 좋은데.”
“매일 보니까 모르는 거야. 망가진 것도 오래 보면 익숙해지거든.”
“아빠는 엄마 싫어?”
준혁은 아이의 질문을 서윤에게 돌렸다.
“그건 엄마한테 물어봐. 엄마가 다시 저렇게 되면 우리 집도 예전 같아질 테니까.”
그는 외박한 이유도, 다른 여자 향을 묻혀 온 이유도,
집에서 웃음이 사라진 이유도 서윤의 몸과 병으로 설명했으며,
그녀가 항의하면 예민하다고 몰아붙이고 기억을 확인하려 들면 약부터 먹으라고 했다.
그렇게 서윤은 남편의 거짓말보다 자신의 판단을 먼저 의심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준혁이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자 셔츠 깃이 접혔다.
그 아래로 선명한 진홍색 자국이 드러났고,
바로 옆에는 살구빛 얼룩이, 반대편에는 보랏빛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게 뭐야?”
서윤이 셔츠 깃을 잡자 준혁은 옷보다 먼저 휴대전화를 챙겼다.
“접대.”
“여자 셋이 당신 목에 입 맞추는 접대도 있어?”
“당신이 회사 생활을 안 해봐서 그래.”
“나 광고회사 다녔어. 접대와 불륜 정도는 구분해.”
“그때의 당신은 다녔겠지.”
준혁은 결혼사진을 가리켰다.
“지금 당신이 뭘 할 수 있는데? 돈을 벌어, 애를 혼자 책임져, 아니면 이혼이라도 할 수 있어?”
“그게 당신이 바람피워도 된다는 이유야?”
“내가 이혼하자고 했어? 생활비를 끊었어?
당신이 싫어하는 여자들을 만나도 이 집 안주인 자리는 지켜주고 있잖아.
가정을 버린 적 없는 사람한테 피해자인 척하지 마.”
현관문이 닫힌 뒤 서윤은 바닥에 떨어진 결혼사진 액자를 세웠다.
사진 속 준혁의 손은 그녀의 허리를 다정하게 감싸고 있었지만,
지금 그 손은 생활비와 병원 예약, 아이의 양육권까지 움켜쥐고 있었다.
사랑받는 아내처럼 보이던 사진 속 여자와 달리,
현재의 서윤은 그 사진을 증거로 매일 심판받는 피고인에 가까웠다.
서윤은 셔츠를 세탁기에 넣으려다가 멈췄다.
진홍색과 살구색, 보랏빛 자국은 색만 다른 것이 아니라 입술이 닿은 위치와 모양까지 달랐다.
한 여자가 여러 색을 덧바른 흔적이라고 우기기에는 세 자국이 너무 분명하게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셔츠 깃을 카메라로 찍었다.
무엇에 쓸지는 아직 몰랐지만,
이 얼룩까지 지워버리면 내일의 자신은 또 준혁의 설명을 믿게 될 것 같았다.
한 여자가 아니었다.
어젯밤 준혁은 최소 세 명의 여자와 함께 있었고,
그런데도 아침 식탁의 죄인은 서윤이었다.
그녀는 사진을 삭제하지 않고 날짜를 파일명으로 저장했다.
남편의 불륜을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자신이 미친 게 아니라는 첫 번째 증거였다.
사진 선택 링크가 닫히기 전에 서윤은가족사진과 준혁·세라의 비공개 사진을 휴대전화에 저장했다.파일 정보와 촬영 시각도 따로 캡처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는 몰랐지만,다시 없던 일이 되게 둘 생각은 없었다.준혁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재킷도 벗지 않고 물었다.“스튜디오에서 연락 왔어. 비공개 사진 봤어?”“가족사진 고르다가 봤어.”“직원이 실수한 거야. 지웠으니까 당신도 삭제해.”“왜? 가족사진이랑 같은 폴더에 있어서?”“회사 이미지에 문제 생기면 당신도 편할 것 없어.”준혁은 휴대전화를 내놓으라고 손을 내밀었다. 그때 하은이 방문을 열었다.“엄마 또 혼나?”준혁은 손을 거두고 아이를 향해 웃었다.“엄마가 남의 파일을 잘못 받아서 그래.”남의 파일이라는 말은 정확했다. 가족사진 속 서윤은 허리도, 팔도, 피로도 지워진 사람이었다.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은 원본은 세라를 바라보는 준혁의 얼굴뿐이었다.준혁이 샤워하러 들어가자 서윤은 사진을 결혼 전 사용하던 이메일 계정으로 전송했다.제목에는 날짜만 적고 본문에는 확인한 사실만 남겼다.[오후 3시 18분. 가족사진과 같은 스튜디오에서 강준혁·문세라 비공개 촬영 확인. 원본 폴더명과 파일 정보 첨부.]메일을 보낸 뒤에는 광고 자료를 보관하던 이동식 저장장치에도 같은 파일을 복사했다.계정이 지워지고 휴대전화를 빼앗겨도 한곳에는 남아 있어야 했다.서윤은 빈 문서를 열어 지금까지의 일을 날짜순으로 적었다.낯선 립스틱, 모르는 여자들의 전화, 요일별 일정, 호텔 키와 귀걸이, 문세라의 이름, 같은 스튜디오의 사진.기억 속에서 뒤엉켰던 일들이 문장으로 옮겨지자 하나의 방향을 가리켰다.호텔.서윤은 가족 태블릿을 켰다.오전에 가족사진 링크를 확인한 준혁의 개인 메일 계정이 로그아웃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받은 편지함에는 재무팀이 전달한 법인카드 정산 파일이 있었다.이틀 전 호텔 이름으로 검색하자 같은 날짜의 결제 건이 연달아 나타났다.정산 파일에는 호텔이 발행한 거래명세서도 첨부돼
“팔을 더 붙여. 지금 상태로는 보정할 게 너무 많잖아.”사진작가가 자세를 지시하기도 전에 준혁이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내 몸인데 왜 당신이 방향을 정해?”“강림그룹 가족 화보야. 개인 사진 아니야.”자선행사 다음 날, 서윤은 하은과 함께 기업 홍보용 촬영장에 서 있었다.강림그룹 창립기념 특집 기사에 실릴 가족사진이었다.촬영 콘셉트는 ‘아픈 아내를 지키는 후계자와 단란한 가족’이었다.서윤이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 생활비 카드가 왜 막혔는지,하은의 약을 누가 샀는지는 기사에 들어가지 않았다.스타일리스트는 서윤에게 허리를 조이는 원피스를 입히고 재킷 뒤쪽을 집게로 잡아당겼다.정면에서는 몸에 맞는 옷처럼 보였지만 등을 돌리면 천이 벌어졌다.“엄마 옷 아파 보여.”“옷은 안 아파.”“엄마가 아파 보여.”준혁이 아이의 말을 잘랐다.“사진 찍을 때는 웃어야 착한 딸이지.”“엄마도 웃어야 착해?”“엄마는 더 잘 웃어야 해.”촬영이 시작되자 준혁은 서윤의 어깨를 감싸고 하은을 가운데 세웠다.사진작가는 하은에게 흰 꽃다발을 안기고 세 사람이 손을 잡은 채 웃어달라고 주문했다.“아빠는 집에서는 엄마 손 안 잡잖아.”스태프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준혁은 아이의 손을 감싸 쥐며 카메라 쪽으로 돌렸다.“쓸데없는 말 하면 촬영 다시 해야 해.”“그래도 아빠는 집에서 엄마 손 안 잡잖아.”준혁은 카메라 불빛이 들어오자 곧바로 웃었다.아내를 아끼는 남편처럼 몸을 기울이다가 촬영이 멈추면 손을 떼고 모니터 앞으로 갔다.“이 컷은 안 돼. 팔이 너무 크게 나왔어.”“원래 내 팔이야.”“원래대로 내보내자는 사람이 어디 있어.”“나는 있는데.”준혁은 사진작가에게 다음 컷을 지시했다.하은은 웃으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입을 다물었고,서윤은 아이가 더 지치기 전에 끝내려고 카메라가 원하는 표정을 만들었다.두 시간 뒤 보정팀이 1차 시안을 띄웠다.서윤의 허리는 줄었고 팔과 어깨도 다른 사람의 비율로 바뀌었다.눈 밑의 피로와 출산 뒤 남
“오늘은 웃어.”호텔 키를 빼앗아 간 다음 날, 준혁이 서윤에게 건넨 첫 말이었다.침대 위에는 검은 드레스와 구두가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메이크업 실장 명함이 있었다.“어제 일은 설명 안 해?”“자선행사 끝나고.”“귀걸이 주인도?”“하은이가 주머니를 뒤진 것부터 가르쳐. 남의 물건에 손대는 버릇 들이면 안 돼.”준혁은 다른 여자의 귀걸이를 가져온 일보다 그것을 찾아낸 아이의 행동을 문제 삼았다.오늘은 강림그룹이 주최하는 아동의료재단 기금 만찬이었다.언론 앞에서 아픈 아내를 돌보는 후계자 역할을 해야 했고, 그 옆에는 잘 웃는 서윤이 필요했다.“표정 관리해. 기자들 와.”“내 표정까지 당신 소유야?”“가족 얼굴은 회사 자산이야.”행사 직전 메이크업 실장은 서윤의 눈 밑을 가리고 입술에 색을 덧칠했다.준혁은 거울 속 아내를 확인한 뒤에야 고개를 끄덕였다.“이 정도면 아파 보이지 않겠네.”“안 아픈 게 아니라, 안 아파 보이게 만든 거잖아.”“사람들은 보이는 걸 믿어.”행사장 입구에서 준혁은 서윤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카메라가 사라지자 손도 떨어졌다.그는 부부 인터뷰에서 아내의 건강을 가장 걱정한다고 말했고,서윤에게 마이크가 넘어오자 대신 답했다.“요즘 많이 안정됐습니다. 제가 곁에서 잘 돌보고 있어요.”서윤은 카드가 정지된 채 하은의 해열제를 사러 다닌 밤을 떠올렸다.그러나 준혁은 다음 질문을 받으며 헌신적인 남편의 얼굴을 완성했다.본행사 전 VIP 대기실에 문세라가 들어왔다.준혁은 대화하던 사람을 남겨두고 먼저 그녀에게 다가갔다.“대표님, 늦으셨네요.”“내 행사가 아닌데 시간을 맞출 이유가 있나요?”세라는 준혁이 내민 손을 보지 않고 서윤에게 시선을 옮겼다.서윤은 태블릿 알림에서 보았던 이름을 떠올렸다.S등급 문세라, 최우선.이름으로만 보았던 세라는 자신이 누구보다 위에 있다는 사실을 설명할 필요가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다.“한서윤 씨죠?”“제 이름을 아시네요.”“준혁 씨 아내인데 모르면 곤란하죠
서윤은 서랍에 남아 있던 현금으로 하은의 해열제를 샀고,아이의 열이 내릴 때까지 밤을 새웠다.아침이 되자 준혁은 카드 정지에 관해서도,하은의 상태에 관해서도 묻지 않은 채 식탁에 앉았다.자신이 막아놓은 카드로 아이의 약조차 사지 못했다는 사실도 궁금해하지 않았다.하은은 우유를 마시다가 아빠의 넥타이 쪽으로 코를 가져갔다.“아빠, 오늘은 꽃 냄새 나.”준혁은 휴대전화를 확인했다.“회사에서 묻은 거야.”“어제는 달콤한 냄새였는데.”“접대 다니다 보면 별 냄새가 다 묻어.”“그럼 접대하는 사람들이 아빠한테 붙어 있어?”하은은 날짜보다 냄새를 먼저 기억했다.어떤 날에는 꽃 냄새가 났고,어떤 날에는 사탕처럼 달콤한 향이 났으며,또 어떤 날에는 엄마에게서 한 번도 맡지 못한 향이 따라왔다.준혁이 접대라고 부른 밤마다 아이는 아빠의 옷을 다시 확인했다.“엄마한테는 맨날 같은 냄새 나.”“엄마는 집에만 있으니까.”준혁은 집에만 있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는 빼놓았다.서윤이 복직을 말할 때마다 아이를 버릴 셈이냐고 막았고,이제는 밖에 나가지 않는 삶을 능력 부족처럼 사용했다.“하은아, 밥 먹자.”서윤이 화제를 돌리자 준혁이 끼어들었다.“애가 묻는데 왜 말을 막아?”“아이 앞에서 또 나를 깎아내리니까.”“사실을 말한 거야. 당신은 사실만 들으면 공격받았다고 생각하잖아.”하은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내가 냄새 말해서 싸워?”“아니야. 하은이 때문 아니야.”서윤이 답했지만 준혁은 곧바로 다른 설명을 붙였다.“엄마가 요즘 예민해서 그래. 하은이가 조심하면 돼.”“아이한테 왜 그런 말을 해?”“당신 상태를 어떻게 설명해. 멀쩡하다고 거짓말해?”“내 상태를 아이한테 책임지게 하지 마.”“엄마가 화낼 것 같으면 아빠한테 말해. 괜히 옆에 있다가 놀라지 말고.”그는 안전수칙을 알려주듯 서윤을 위험한 사람으로 정리했다.밤마다 하은의 열을 확인하고 밥을 먹이며 유치원 준비물을 챙기는 사람은 서윤이었지만,준혁의 문장 속에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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