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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이혼, 후 집착
선 이혼, 후 집착
Penulis: 배시아

제1화

“차설아, 우리 이혼해.”

등 뒤에서 성도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을 때 차설아는 스테이크를 굽고 있었다.

지글거리는 뜨거운 기름이 얼굴에 튀었지만,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는 명의상 부부일 뿐 정은 없잖아. 이제 4년이란 시간도 채웠으니, 이쯤에서 끝내자.”

얼음장처럼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소외감이 느껴졌다.

차설아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드디어 이날이 왔군.’

4년 전 차씨 집안이 파산당하면서 그녀의 부모님은 부담감에 못 이겨 아파트에서 뛰어내렸고, 결국 차설아는 홀로 모든 뒤처리를 감당하게 되었다.

차설아의 할아버지와 성도윤의 할아버지는 함께 전쟁을 치른 전우였고, 차설아의 할아버지가 전쟁터에서 성도윤의 할아버지를 구해준 적이 있었다.

차설아의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계속 눈에 밟히던 사람이 바로 어린 손녀딸이기에 성도윤의 할아버지한테 잘 좀 챙겨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래서 이런 유명무실한 혼인을 치르게 된 것이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결혼 생활을 이어가면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렸고, 성도윤한테 푹 빠졌다.

그녀는 시간이 지날수록 ‘아내’라는 역할만 충실히 이행한다면 언젠간 그의 마음을 얻을 거로 믿었다.

하지만 이혼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너한테 보상으로 800억이랑 동탄구 아파트 펜트하우스를 줄게. 이건 이혼 신고서야. 별다른 문제 없다면 사인해.”

성도윤은 무표정한 얼굴로 차설아에게 서류 더미를 건넸다. 대수롭지 않은 그의 태도는 마치 이혼마저 하나의 사업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

차설아는 서류를 건네받아 일련의 숫자를 내려다보았다.

4년에 800억이라...

성씨 집안은 역시나 씀씀이가 달랐다.

“꼭 해야겠어?”

차설아는 서류를 내려놓고 눈앞의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그녀가 4년 동안 사랑한 남자는 조각 같은 외모에 훤칠한 몸매를 가졌는데, 매사에 진지하고 끊고 맺음이 분명했다. 그는 마치 전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닿을 수 없는 그런 존재이다.

“응.”

성도윤의 싸늘한 음성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비록 심장이 욱신거렸지만, 그녀는 우물쭈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미 절망적인 상황까지 이른 이상 피눈물을 흘린다고 해도 포기하는 게 맞았다.

결혼 생활을 4년 동안 이어가면서 800억을 받았으니 어쨌거나 밑지지는 않았으니까.

“알았어, 이혼해.”

그녀는 볼펜을 쥐고 신고서에 자기 이름을 거침없이 써 내려갔다.

성도윤은 살짝 의외였다.

기억 속의 그녀는 나약하고 우유부단하며 생존력이 전혀 없는 강아지처럼 느껴졌는데, 지금은 여장부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괜히 못마땅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신고일은 나중에 알려줄게. 최대한 오늘 밤에 집에서 나가줬으면 좋겠어.”

성도윤은 불쾌한 감정을 애써 외면한 채 무심하게 말하고는 뒤돌아서 별장을 나섰다.

물론 차설아와 협의해서 이혼하는 게 아니라 통보에 가까웠다.

그날 밤 평소에도 차설아에게 쌀쌀맞게 구는 도우미가 두 사람이 이혼한다는 소리를 듣자 더욱 기고만장해졌다.

이내 차설아의 짐을 별장 밖으로 내동댕이치면서 말했다.

“성씨 집안에서 4년 동안이나 기생하더니 드디어 쫓겨났네요? 쌤통이에요.”

찬 바람이 쌩쌩 부는 저녁, 땅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널브러진 옷을 주워 담는 차설아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이때, 등 뒤로 자동차 경적이 들리더니 늘씬한 여자가 차에서 내렸다.

“채원 양, 오셨어요? 먼 길 오느라 고생이 많으셨죠?”

아까 차설아를 향해 고래고래 외치던 도우미가 잽싸게 꼬리를 내리고 다가가 임채원의 캐리어를 건네받았다.

임채원은 턱을 치켜들고 도우미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조심해요, 이거 비싼 거라고요. 혹시라도 망가뜨리면 어떻게 배상하려고 그래요?”

옆에 있던 차설아는 멈칫하더니 어찌 된 영문인지 단번에 눈치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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