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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비가 그치고 날이 개인 후의 공기는 더없이 맑았다. 지초는 쉬러 갔고 낙청연은 나침반을 들고 나갔다.

풍수지리가 좋은 곳에서 일월정화(日月精華)를 흡수하면 내공 심법을 수련하는 데 도움이 되어 재주를 하루라도 빨리 연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정이 넘은 이 시각의 정원은 유달리 고요했다. 나침반을 들고 그녀는 둘러보더니 조용한 화원의 정자에서 멈췄다. 그리고 나침반을 몸 앞에 두었더니 나침반은 천천히 질서 있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달빛이 나침반을 비추니 은은한 하얀색 빛이 퍼지기 시작했다.

묘초(卯初)에 황금 닭이 새벽을 깨우고 하늘이 어슴푸레 밝아오자 낙청연은 눈을 떴다.

내공 심법을 수련한지 비록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효과는 현저했다. 주먹을 쥐었을 때 전보다 힘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

갑자기 처량한 비명이 고요하고 아름다운 아침을 깨웠다.

맹금우가 죽었다.

낙청연의 정원, 우물에서 기이하게 죽어 있었다.

창백한 얼굴은 수면 위로 떠 있었고 몸은 우물 바닥에 서 있었다. 어떻게 사람이 죽어서도 서 있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

정원은 사람들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었다. 모두 맹금우의 시체를 밖으로 끌어 올리려고 했으나 밑에서 무엇인가 그녀를 끌어당기는 듯이 아무리 애를 써도 끌어 올릴 수가 없었다.

빠르게 부진환도 알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그녀의 정원에 모였다.

소소는 몇 명 시위에게 시체를 끌어 올리라고 시켰다.

맹금우의 죽음에 대해서 정원의 하인들까지 수군대기 시작했다.

“어젯밤에 맹금우가 왕비님 정원에 들어가서 왕비님과 다투는 것을 목격했어.”

“나도 맹금우의 미친 듯한 고함을 들었어.”

“설마 왕비가 맹금우를……”

듣고 있던 부진환의 안색은 안 좋았다. 그는 낙청연을 바라보더니 “어젯밤에 맹금우가 여기 왔었던 거냐?”

“네! 하지만 왔다고 해서 제가 죽인 겁니까? 저는 오히려 그녀가 복수하려고 일부러 저의 정원에서 죽음을 택하여 저에게 모함한다고 생각합니다.” 낙청연은 차가운 어투로 의심에 대한 불쾌함을 드러냈다.

“언니, 맹금우가 이유 없이 언니의 정원에서 죽었을 리가요! 왜 하필 언니의 정원이었을까요?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감추려고 하지 말고 사실대로 말해야 언니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어요.” 낙월영은 진지한 표정으로 열심히 설득했다.

낙청연의 눈빛은 차가워지더니 의미심장하게 낙월영을 바라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맹금우가 일부러 자신의 정원 우물에서 자결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맹금우의 죽음은 낙월영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시위들이 끝내 시체를 끌어 올리자 그녀는 가까이 가서 자세히 검사했다.

낙영월은 겁에 질려 시체를 보지도 않고 부진환의 품속으로 숨어들었다. “언니, 어쩌면 이렇게 악독할 수가 있어요! 불쌍한 금아씨의 목숨까지 뺏어야 했어요?”

낙청연은 반박할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시체에 상흔이 있는지 자세하게 검사했다.

이때 정원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사람이 왕비가 맹금우를 죽였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두 다툼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입이 여럿이면 금도 녹인다고 부진환은 이 사건을 중요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부진환은 이마를 찌푸리더니 낙청연에게 물었다.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하게 말해보거라.”

낙청연은 열심히 맹금우의 시체를 검사하고 있었다. 그녀는 부진환의 질문에 머리도 들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맹금우는 익사한 것입니다. 손바닥의 피부는 벗겨졌고 삼밧줄의 부스러기가 잔류해있으며 허리에는 또 이렇게 긴 삼밧줄이 묶여 있습니다!”

낙청연은 맹금우 허리에 묶여 있는 밧줄을 부진환에게 보여 주었다.

“맹금우는 스스로 우물에 들어간겁니다.!” 낙청연의 어투는 차갑고 날카로왔다.

부진환은 이마를 찌푸리더니 눈빛이 차가웠다. “본왕은 네가 어젯밤에 무엇을 했냐고 물었다! 맹금우랑 다툼이 있었는지 말이다!”

그는 맹금우의 죽음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맹금우의 죽음은 중요하지 않다.

낙청연은 분노했다.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으셨잖습니까? 어젯밤 저는 맹금우와 다툼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무엇을 증명할 수 있습니까? 제가 맹금우를 속여 우물로 걸어 들어가게 해서 죽였다는 걸 증명합니까?”

낙청연은 화가 났다. 자신은 맹금우가 스스로 우물에 들어 가서 죽었다는 것을 부진환에게 증명하고 있는데 부진환은 맹금우의 죽음을 자신의 탓으로 몰아세울 생각만 하고 있었다!

맹금우와 다툼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낙청연은 죄인이 되는 것인가?

“하지만 맹금우는 네 정원에서 죽었어, 어젯밤에 넌 분명 방에 있었는데 맹금우가 네 정원에서 무엇을 하는지 전혀 느낌이 없었던 것이냐!” 부진환의 어투는 차갑고 날카로웠다.

“저는 자고 있었습니다. 꼭 무엇을 느껴야만 합니까?” 낙청연은 약간 분노했다. 어젯밤에 방에 없었다고 말해도 될까? 그럼 다른 곳에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해명해야 할까?

말할 수 없었다. 말을 했다면 도둑질 같은 죄명을 뒤집어 씌울지도 모르니까.

소소도 맹금우의 시체를 검사하고 나서 즉시 말했다: “왕비의 말씀이 옳습니다. 우물 입구 쪽에도 삼밧줄의 부스러기가 있습니다. 맹금우는 스스로 우물에 들어 갔고 위에 있는 사람이 삼밧줄을 끊어서 그녀를 익사하게 한 것입니다.”

소소는 말을 하고 나서 망설이더니 낙청연을 바라보았다. 낙청연은 순간 이 눈빛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부진환은 차갑고 날카로운 어투로 말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게냐!”

소소는 공경스럽게 대답했다: “소인은 어젯밤 왕비 마마께 약을 가져다드리고 정원을 나설 무렵에 맹금우가 정원에 들어 오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왕비 마마와 다툼이 발생하였고 맹금우의 몸에 충돌하면서 생긴 멍든 흔적을 보았습니다.”

정원에 있던 하인들이 이 말을 듣더니 수군대기 시작했다.

“무슨 변명이 필요하겠어, 맹금우는 왕비가 죽인 게 확실해!”

“독한 여자!”

낙청연은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낙월령을 노려보았다. 낙월령은 겁에 질려서 부진환의 품속으로 쏙 들어가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진환은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서 부진환의 날카로운 눈빛은 낙청연에게 멈췄다. 그의 눈빛은 경고와 위험을 담고 있었다.

이는 낙청연의 마음을 울적하게 했다.

“어젯밤에 맹금우와 다툼이 있었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녀를 죽이고 싶었다면 절대로 저의 정원에서 죽게 놔두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소소의 말대로라면 저는 맹금우의 몸에 상처를 내고 멍도 들게 할 수도 있는데 왜 맹금우를 굳이 속여서 우물에 들어 가게 한 다음 또 밧줄을 끊었을까요?”

“맹금우가 스스로 우물에 들어 갔다는 자체가 큰 의문입니다! 맹금우는 저를 죽도록 미워하는데 제가 보는 앞에서 스스로 우물에 들어가서 자신을 죽일 기회를 저에게 줄까요?”

낙청연의 반박에 낙월령의 당황해하는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마침 이 모습을 낙청연에게 들키고 말았다.

낙청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보아하니 누군가 맹금우를 속여서 우물로 들어가게 하여 제가 죽인 것처럼 보이도록 꾸민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맹금우는 죽기 싫었기 때문에 밧줄을 이용해 방어한 겁니다.”

“그러나 우물 밖에 있던 사람은 살의가 생겨서 밧줄을 끊어서 그녀를 익사하게 했습니다. 그래야만 그녀의 죽음을 철저하게 저에게 뒤집어 씌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낙청연은 말을 하면서 낙월영을 훑어보았다.

갑자기 낙청연은 눈을 번쩍 뜨더니 낙월영의 옷 소매에 마손 된 흔적을 발견했다. 그녀는 다가가서 낙월영의 손을 쥐어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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