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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Aвтор: 꽃길
“그럼 같이 먹어.”

강유형은 내 의견을 묻지도 않고 동의해 버렸다.

조나연이 앉으며 앞에 놓인 음식을 보더니 군침을 삼키는 표정을 지었다.

“생선구이네. 요즘 딱 먹고 싶던 참이었어.”

“그럼 거위 간도 하나 더 시켜줄까?”

강유형의 말투는 무척 자연스러웠다.

“디저트도 하나 추가해 줘.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에 딸기 소스 올린 거. 음료는 오렌지 주스로 할게,”

조나연이 말을 마치고 나를 보았다.

“지원 씨도 오렌지 주스 한잔하실래요?”

“괜찮아요. 저는 물만 마실게요.”

말을 마치고 나는 포크에 꽂힌 거위 간을 입에 넣었다.

부드럽고 섬세한 맛에 은은한 우유 향까지...

“유형 씨, 전에 몇 번 사다 준 거위 간도 여기 거야?”

조나연의 말에 내 씹는 동작이 멈췄다.

나는 그를 바라보았고 그의 표정이 약간 불편해 보였다.

“...응.”

그가 이곳의 거위 간 맛이 좋다는 걸 아는 이유가 밝혀졌다. 다른 사람에게 여러 번 사다 줬던 거였고 나는 오늘 처음이었다.

그것도 그가 죄책감에 사로잡혀 보상하는 차원에서.

순간 내 입 안의 거위 간 맛이 변했고 삼키기조차 힘들어졌다.

“그래서 이 근처를 지나가다 거위 간 냄새가 익숙하다고 느꼈나 봐.”

조나연이 웃으며 강유형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 속 깊은 곳에 서려 있는 따스함이 마치 그물처럼 나를 감싸 숨이 막히는 듯했다.

그녀가 다시 나를 보며 말했다.

“지원 씨, 유형 씨가 분명 자주 데리고 오셨겠어요. 그래서 이곳 거위 간 맛이 좋다는 걸 알고 저한테 사다 주신 거겠죠.”

가슴에 꽂힌 칼로 부족해 두 번 더 비트는 느낌이 이런 걸까. 지금 나는 그 맛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나도 강유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뇨, 오늘이 처음이에요. 저는 나연 씨만큼 복이 없나 봐요.”

조나연의 웃음이 잠시 굳더니 시선을 살짝 내리며 낮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석진 씨가 저랑... 아이를 버리고 갔는데 무슨 복이 있겠어요?”

말을 마치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나는 당황했다.

한 마디에 어떻게 울어버릴 수가 있지?

“윤지원!”

강유형이 강한 어조로 나를 불렀다. 그리고는 휴지를 꺼내 조나연에게 건네며 말했다.

“생각하지 마. 지금 울면 아이에게 좋지 않아.”

“석진 씨가 있었다면 이렇게 혼자 외롭게 밥 먹을 일도 없었을 텐데.”

조나연이 말하며 강유형이 건넨 휴지로 눈가를 닦았다.

“미안해요. 임신해서 감정 기복이 심해요. 분위기 망쳐서 죄송해요. 그만 가볼게요...”

그녀가 일어서려 하자 강유형이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았다.

“네가 너무 생각이 많아서 그래. 게다가 음식도 이미 주문했잖아. 이곳 생선구이 한번 먹어봐. 정말 맛있어.”

강유형이 그녀의 손을 놓고 생선 살을 집어 그녀의 접시에 올려주려 했다.

이를 본 내가 말했다.

“강유형, 왜 네 젓가락으로 나연 씨한테 음식을 집어줘? 공용 젓가락을 써야지.”

내 말에 강유형의 생선을 든 손이 공중에서 멈췄고 분위기가 순간 어색해졌다.

조나연이 강유형을 잠깐 쳐다보더니 배려심 있게 말했다.

“유형 씨, 신경 쓰지 마. 내가 알아서 먹을게.”

강유형은 생선을 자기 접시에 놓았다. 하지만 곧이어 내 접시를 가져와 생선 살을 집어 가시를 발라냈다.

예전에 나는 생선 가시에 걸린 적이 있었다. 그 뒤로 강유형이 있을 때면 항상 그가 내 생선 가시를 발라주곤 했다.

강유형은 항상 이랬다. 한 대 때리고 사탕 하나를 쥐여주는 식이었다.

“지원 씨, 유형 씨가 정말 잘해주네요.”

조나연이 감탄했다.

“나한테 잘 안 해주면 누구한테 잘해주겠어요.”

나는 생선 살을 집어 입에 넣고 한 입 먹은 뒤 계속 말했다.

“만약 다른 사람한테도 이렇게 잘해준다면 그건 문제겠죠. 그렇죠, 나연 씨?”

조나연이 다시 강유형을 힐끗 보며 약간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죠.”

이 눈빛과 말투... 내가 눈이 멀지 않는 한 그 속내를 읽을 수 있었다.

“나연 씨, 아이는 몇 개월 됐어요?”

나는 화제를 바꿨다.

그런데 내 말이 끝나자마자 강유형이 나를 불렀다.

“지원아, 네 거위 간 식어가. 식으면 맛 없어져.”

나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가 내가 조나연에게 이 질문을 하는 걸 막으려 한다는 걸 알아챘다.

하지만 그는 이 아이가 자기 아이가 아니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내가 물어보면 안 되는 거였을까?

만약 아이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는 게 아니라면 그는 이 여자에게 너무 신경 쓰고 있는 거다.

하지만 그의 약혼녀는 나였다.

“지금은 맛이 별로야.”

그가 조나연에게 거위 간을 사다 줬다는 얘기를 들은 후로 나는 한 입도 먹고 싶지 않았다.

강유형은 내 말투가 좋지 않음을 알아채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도 그를 바라보았고 우리는 말없이 그렇게 대치하고 있었다.

방금 전 식당에 들어섰을 때의 따뜻하고 행복했던 분위기는 이미 사라져 버렸다.

역시 두 사람의 세계에는 제삼자가 끼어들 수 없나 보다.

마침 그때 조나연이 주문한 거위 간과 디저트 그리고 음료가 나왔다. 종업원이 음식을 놓고 정중하게 물었다.

“거위 간을 잘라드릴까요?”

“괜찮아요.”

조나연이 거절하고 강유형을 보며 말했다.

“유형 씨가 잘라줘. 전에도 항상 유형 씨가 잘라줬잖아. 크기도 딱 좋게.”

“나연 씨.”

나는 다시 말을 꺼냈다.

“식당에서 음식 자르는 서비스를 해주니까 유형이한테 부탁하지 마세요. 어차피 제 생선 가시도 발라야 하고 바쁠 테니까요.”

조나연은 순간 입술을 깨물더니 말했다.

“미안해요 지원 씨.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제가 직접 자르면 돼요.”

“윤지원!”

강유형이 또다시 강한 어조로 나를 불렀다. 이번이 세 번째였다.

“나연이는 다른 사람 손을 거친 음식을 안심해서 먹지 못해. 지금 아이를 임신 중이라 모든 면에서 조심해야 해.”

“허.”

나는 즉시 비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연 씨 앞에 있는 음식 중에 다른 사람 손을 거치지 않은 게 뭐가 있어?”

강유형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조나연은 곧바로 억울하고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유형 씨, 지원 씨한테 화내지 마. 이러면 내가 그만 가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녀가 다시 일어서려 하자 강유형이 또다시 그녀를 붙잡았다.

“신경 쓰지 마. 지원이가 생리 기간이라 기분이 안 좋은 거야. 평소에도 말투가 이래.”

강유형은 정말 대단했다.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나는 아래가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강유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맞아. 정말 생리가 시작됐어. 그런데 생리대를 안 가져왔네. 가서 하나 사다 줄래?”

강유형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 며칠이 생리 기간인 거 알면서 가방에 안 챙겼어?”

“내 생리 주기까지 기억하는 약혼자가 있으니까.”

나는 웃으며 말했지만 그 웃음은 눈에 닿지 않았다.

강유형은 화가 난 게 분명했지만 그래도 일어섰다.

“두 사람 먼저 먹어. 나 금방 다녀올게.”

식탁에는 나와 조나연 둘만 남았지만 우리 둘 다 음식을 먹지 않고 그저 침묵 속에 있었다.

몇 초 후 조나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지원 씨, 지금 저를 싫어하시죠?”

‘제법 눈치가 있네.’

나도 꾸밈없이 말했다.

“싫어한다기보다는... 당신이 정말 불편해요.”

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그녀의 애처로운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유형은 제 약혼자예요. 우리는 곧 혼인신고를 할 거고요. 당신이 자꾸 강유형을 찾고 심지어 한밤중에 불러내는 건 좀 지나치지 않나요? 당신이라면 이런 상황을 참을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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