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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공혜리는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 가여운 표정으로 염무현을 올려다봤다.

이승휘는 눈이 휘둥그레서 큰 소리로 말했다.

“공혜리 씨, 너무 급해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사기꾼한테 비는 거야 지금?”

“안 그러면 당신한테 맡겨요?”

공혜리가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

결과로 보면 염무현의 말이 맞았다. 뼈를 뚫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대가가 너무 참혹했다.

공혜리는 갈팡질팡했던 자신이 너무 수치스러웠다. 지금 아빠를 구할 수 있는 건 염무현뿐이었다.

“아빠한테 무슨 일 생기기라도 하면 살아서 서해에서 나갈 생각하지 마요.”

이승휘가 당황하며 책임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공혜리 씨, 잘못을 왜 내가 다 떠안아야 해? 난 이미 최선을 다했어. 공규석 씨한테 쓴 치료 방법은 제일 좋은 선택이었다고. 우리 모두가 증명할 수 있어. 나도 못 고치는 병이면 신이 온다 해도 소용없어. 공규석 씨가 명줄이 짧은 거야. 운명을 어떻게 막아. 생로병사는 자연의 이치야. 강요할 수는 없다고. 애초부터 방법이 없는 문제였어. 보상으로 시체를 내가 제원시에 이송해서 원인을 분석해 줄 수는 있어. 공혜리 씨를 끝까지 책임지는 거지.”

이승휘는 재벌에 꽤 익숙한 편이었다. 어떤 재벌이든 그를 보면 공손하게 대했기에 공규석의 죽음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서해는 원래 작은 곳이었다. 아무리 이 지역 유지라고 해도 의학적 권위에 도전하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앞에 했던 맹세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권위라는 타이틀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은퇴는 더더욱 없을 일이었다.

하지만 공씨 집안이 겉에 보이는 장사뿐만 아니라 어두운 장사도 같이한다는 걸 그는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공규석은 서해의 황제나 다름없었다. 몇 년 사이 공규석은 조금 회개하긴 했지만 그래도 공씨 집안이 쌓아놓은 기초가 있는지라 얕봐서는 안 되었다.

“끌어내요.”

공혜진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지시했다.

열댓 명의 기골이 장대한 경호원이 안으로 쏟아졌고 군말 없이 이승휘와 다른 사람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간덩이가 너무 팅팅 부었다. 감히 내게 무례를 범해? 전화 한 통에 공씨 집안 무너트릴 수도 있어. 알고 지내는 고위층 간부들도 수두룩하고.”

이승휘는 그런 치욕을 느껴본 적이 없기에 바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공혜리도 전혀 위협을 느끼지 않고는 말했다.

“우리 아빠가 죽으면 당신들도 같이 죽는 거예요. 주제에 손 벌릴 생각을 하다니, 꿈에서 도와주면 모를까.”

이승휘는 공혜리가 장난이 아님을 알고 순간 얼굴이 하얘지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현 님...”

공혜리가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염무현을 보며 간절히 빌었다.

염무현도 딱히 공혜리를 나무라진 않았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염무현도 그랬을 것이다.

공혜리도 그저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그랬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용서해서는 안 된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면 너무 밑지는 장사다. 적당히 티 내는 것도 필요했다.

“다음에 또 이러면 절대 그냥 안 넘어가요.”

염무현이 이 말을 뒤로하고 바로 침대맡으로 걸어갔다.

그러더니 침착하게 사슴 가죽으로 만든 침구 가방을 꺼냈다. 이승휘는 기다렸다는 듯 이를 조롱했다.

“다들 봤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성능 좋은 설비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직도 이런 구닥다리를 가지고 다니는 거야? 내가 저 새끼 사기꾼이라 했지. 다들 안 믿어서 그렇지. 저걸로 사람을 어떻게 살려. 책임감 있는 내가 다시 알려주지. 신이 와도 못 구해.”

공혜리가 큰소리로 호통쳤다.

“닥쳐요!”

이승휘는 원래 몇 마디 더 조롱하려 했지만 도로 삼켰다. 먼저 염무현이 어떻게 손 쓰는지 보고 모든 잘못을 염무현에게 뒤집어씌울 생각이었다.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염무현은 이승휘의 조롱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구천을 날아다니는 검은 용이 바닥에서 기어다니는 개미를 의논할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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