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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작가: 젠모
임산부용 칼슘 보충제는 중년층, 칼슘 결핍자용과 포장이 같았다.

다행히 병에 쓰인 것은 단순히 칼슘 보충제였다.

"굳이 먹는 약을 다른 사람들에게 곧이곧대로 말해야 하나요?"

진아연의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말투는 여전히 차분했다.

그리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는 도망쳤다.

그녀는 칼슘 보충제를 서랍에 넣고 화장실로 가 세수를 하며 본인을 진정시켰다.

이대로는 안 돼.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 언젠가는 그에게 들통날 것이다.

그녀의 산부인과 검사증명서도 모두 방에 있다. 박시준이 방을 뒤지면 바로 들킬 것이다.

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박시준이 또라이는 맞지만 그렇게까지 변태는 아닐 테니 그녀의 방을 뒤지진 않을 거다.

박 씨 가문으로부터 고액의 예물을 받았기 때문에 그가 이혼을 말하지 않는 이상 이혼을 할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침대에 앉아 여러 가지 생각에 배고픔조차 잊고 있었다.

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문을 열었다.

"사모님, 대표님께서는 방으로 들어가셨어요. 식사하시러 오세요!" 이모님의 미소는 매우 친절하였다.

그녀의 불안한 마음은 많이 완화되었다. 이 별장에서는 박시준을 제외한 모든 이가 그녀에게 친절했다.

아마도 그녀가 어려서 잘 보살펴주는듯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이모님을 따라 다이닝 룸으로 갔다. 테이블에는 이미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이모님, 저 혼자서는 이 많은 걸 다 못 먹어요. 같이 식사해요!"

이모님은 여전히 친절한 미소를 지으셨다. "사모님, 드실 수 있을 만큼만 드세요. 저는 규정을 어길 수 없어요."

"혹시... 자제분이 계신가요?" 박시준이 없으니 진아연의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있어요. 지금 대학생이에요! 사모님과 나이가 비슷하죠. 왜 갑자기 그게 궁금하신 거예요?"

진아연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그냥... 듣기로는 임신하면 몸매도 다 망가지고 한다던데 이모님 몸매는 여전히 좋으시네요!"

"그런가요? 임신했을 때 입덧으로 아무것도 못 먹어서 출산할 때도 50 킬로를 넘지 못했어요. 그래서인 것 같네요."

"그럼 임신하셨을 때 배도 별로 안 불렀겠네요?"

"네 그랬죠! 임신 7~8개월이었을 때만 해도 임신 5~6개월로 보여서 조금만 헐렁한 옷을 입으면 아무도 임신한 걸 모를 정도였어요."

진아연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을 먹었다.

그녀는 밥을 조금 먹고 나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몸매를 유지하여 최대한 배를 안 부르게 해야겠다고.

"사모님, 더 안 드세요?" 이모님은 그녀가 조금만 먹는 것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진아연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배가 부르네요. 다음부터 저녁은 조금만 준비해 주세요. 살이 찌는 게 두려워요."

"찌울 살도 없으신데요."

"운동을 좋아하지 않으니 적게 먹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다이닝 룸에서 나온 그녀는 방에 들어와 산부인과 검사증명서를 꺼냈다.

전에 의사 선생님이 거기에 적어둔 다음 산부인과 검진 시간을 적어주셨는데 임신 3개월부터는 산부인과에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가야 하고 개인 파일도 작성해야 했다.

검사서에 적혀 있는 다음 검진 시간이 공교롭게도 내일이었다.

침대에 누워 손을 배에 대고 아이의 존재를 느끼고 싶었으나 아직은 아무것도 안 느껴졌다.

임신 후 입덧은 없었지만 입맛이 예전만큼 좋지는 않았다.

최근 들어 살이 좀 빠졌고 심지어 공복인 상태에서는 예전보다 더욱 배가 더 납작했다.

......

다음 날, 그녀는 병원에 가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오늘은 검사 내용이 많아 끝나니 벌써 12시가 되었다.

일부 검사 결과는 오후 2시에야 확인할 수 있어 병원 근처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갈 예정이었다.

그녀가 병원에서 나왔을 때 뒤에서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낯설지 않은 얼굴이었다.

"정말 너구나?"

강진은 오늘 화이트 원피스에 짧은 검은색 재킷을 입고 있었다. 섬세한 메이크업과 뒤로 묶은 긴 머리는 그녀를 더욱 지적이고 섹시하게 보이도록 하였다.

"너 어디 아프니?"

"그냥 건강검진 받으러." 진아연은 그녀와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강진은 그런 그녀를 이대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진아연, 아직 점심 안 먹었지? 내가 점심 살게! 지난번에 내가 잘못했어. 사과할게."

"미안할 것 없어요."

"어... 그냥 이야기 하고 싶어서... 다른 의미는 없고." 강진은 가여운 표정을 지었다.

마치 그녀의 초대를 거절하면 천하의 나쁜 사람이 되는 것 마냥.

어쩔 수 없이 진아연은 그녀와 같이 밥을 먹기로 했다.

채혈을 위해 공복이었던 진아연은 아직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여서 더 이상 서있을 힘도 없었다.

둘은 근처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았다.

진아연은 간단한 음식 두 개를 주문했고 강진은 과일 샐러드와 야채샐러드를 주문했다.

"몸매 유지해야 돼서 점심에 탄수화물은 안 먹거든."

강진은 놀란 진아연의 얼굴을 보고 말을 꺼냈다.

"그나저나 너와 시준의 얘기를 해 봐봐. 사모님께서 널 무척이나 아낀다던데. 시준 씨와의 이혼을 승낙하지 않는다고 들었어. 참 힘들겠다."

진아연은 물을 마시며 말을 했다. "그러게 애초에 신부를 구할 때 네가 시집오겠다고 하지 그랬어? 아, 나도 이제 말 놓을게."

강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는 내가 외국에서 여행 중이여서 이 일을 전혀 몰랐었지. 내가 돌아왔을때 너희 둘은 이미 결혼한 상태였고."

"그래? 이런 우연이!"

강진은 날카롭게 째려보며 말을 했다.

"설마 지금 날 의심하는 거야? 진아연, 그 누구도 시준 씨에 대한 내 사랑을 의심할수 없어. 그가 아이를 싫어한다 해서 난 자궁까지 절제했어. 너라면 할 수 있겠어?"

진아연은 기가 막혔다.

"난 더 이상 여자가 아니야. 영원히 아이를 가질 수도 없어. 하지만 난 후회하지 않아. 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거든." 강진은 이 사실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 하는듯 했다.

자신이 매우 용감하고 독특하다고 칭찬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진아연은 놀란 마음을 진정하고 입을 열었다.

"시준 씨도 미쳤지만 너도 제정신이 아니구나. 시준 씨는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고 너는 자신을 다치게 하고 그를 위해 자신을 다치게 하는 것은 참 어리석은 짓이야."

강진은 갑자기 안색이 안 좋아지며 차갑게 말을 했다.

"네가 뭘 안다고? 시준 씨는 다른 여자들은 싫어해도 나한테만큼은 부드럽..."

"아니, 그가 좋아하는 여자는 따로 있어. 더 이상 그를 위해 이런 바보같은 짓은 하지 마."

진아연은 흥분해서 마음 속의 말을 내뱉고 말았다.

말을 꺼내고는 바로 후회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강진이 바보짓을 하는게 자신과 무슨 상관이라고.

박시준의 비밀을 말한 것을 들킨다면 분명히 더 심한 벌을 받을게 뻔한데.

강진은 우스운 농담이라도 들은 것처럼 몇 초 동안 표정이 굳었다가 다시 웃으며 말을 꺼냈다.

"아니. 시준이가 널 좋아할 리 없어!"

진아연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가 날 좋아한다는 말이 아니고, 내 말은 좋아하는 다른 여자가 따로 있다고."

강진은 강하게 반박했다.

"그건 더욱 불가능한 일이야! 시준 씨 곁에는 나 말고 다른 여자는 없었어. 난 그의 곁에서 10년 동안이나 있었고 우리 오빠도 그와 알고 지낸 지 20년 가까이 되는데. 난 누구보다 그를 더 잘 알아!"

진아연은 머리가 더욱 복잡해졌다.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강진은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강진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컴퓨터에서 본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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