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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바라기가 된 대표님
아내 바라기가 된 대표님
Author: 지안

제1화

Author: 지안
“톱 여배우 엄나온 씨가 드디어 3년 만에 귀국하였습니다. 베일에 싸인 남성 한 명이 경호원을 대동하여 공항에 엄나온 씨를 마중 나갔는데요. 두 사람은 굉장히 다정한 모습을 보이며...”

영상 속 아름다운 엄나온은 마스크를 쓴 키 큰 남자의 품에 안긴 채 수많은 경호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검은색 차에 탔다.

태블릿을 쥐고 있는 송다빈의 손에 힘이 들어가며 손가락이 살짝 하얘졌다.

송다빈은 엄나온이 탄 검은색의 롤스로이스 팬텀이 매우 익숙했다. 송다빈의 남편 고윤한의 차였기 때문이다.

송다빈은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마음이 아려왔다. 그녀는 고윤한과 결혼한 지 3년이 되었는데 고윤한의 측근을 제외하면 재유 그룹의 대표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고윤한이 송다빈을 데리고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나온이 귀국하자마자 고윤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놓고 공항에 마중 나갔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엄나온이라는 것을 온 세상에 알리고 싶은 듯이 말이다.

역시 사랑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대우가 남달랐다.

반대로 송다빈은 고윤한에게 가족들의 닦달을 막아 줄 방패막이였다.

송다빈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휴대전화를 들어 카톡을 클릭하여 가장 상단에 고정된 대화창을 열었다.

마지막 메시지는 오늘 오후 3시 20분에 보낸 것이었다.

[오늘 집에 돌아와서 밥 먹을 거예요?]

[아니.]

답장을 보낸 시간은 2분 전이었다.

한편으로는 내연녀를 챙기며 다른 한편으로는 아내인 그녀를 상대한 것이다.

‘하...’

송다빈은 조소를 흘렸다.

...

새벽 한 시, 검은색 롤스로이스 팬텀이 별장 앞에 멈춰 섰다.

별장의 조명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꿋꿋이 켜져 있었다.

송다빈은 누운 지 한참 됐지만 잠이 오지 않아서 깨어 있었다.

방문이 열리자 송다빈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마치 낮의 기사를 보지 못한 척 태연하게 물었다.

“왔어요? 왜 이렇게 늦었어요?”

“회식 때문에.”

고윤한은 말수가 매우 적은 편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의 몸에서 술 냄새가 났다.

무심한 얼굴로 넥타이를 잡아당기는 고윤한의 모습에 송다빈은 홀딱 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오늘 그가 엄나온과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속이 뒤집어졌다.

“술 냄새가 진동하네요. 씻고 와요.”

“응.”

고윤한은 겉옷을 벗은 뒤 곧장 욕실로 향했다.

고윤한은 욕실에서 나온 뒤 말없이 침대에 누웠다. 대화도 하지 않고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마치 이 방 안에 그 혼자만 있는 것처럼 말이다.

송다빈은 자신을 등진 고윤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답답함을 느꼈다. 오늘 엄나온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서 아내인 그녀를 상대해 주기가 귀찮은 걸까?

아니면 엄나온이 돌아와서 그녀를 위해 순결을 지키려는 것일까?

송다빈은 갑자기 고윤한을 시험해 보고 싶어졌다.

그녀는 이불 안으로 파고들면서 고윤한을 껴안았고,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고윤한은 눈살을 찌푸렸다.

“송다빈, 놔.”

평소였다면 송다빈은 얌전히 손을 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그녀는 고윤한을 더욱 꽉 끌어안았다.

고윤한은 그녀의 남편인데 아내인 그녀가 남편을 안지도 못한단 말인가?

“송다빈!”

“여보, 왜 그래요?”

송다빈은 억울한 척, 아무것도 하지 않은 척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작은 손은 그의 목 언저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고 있었다.

고윤한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목이 타는 기분을 느꼈다.

결혼 후, 고윤한은 욕구를 참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평소에는 늘 그가 먼저 하자고 했었는데 오늘은 그 반대였다.

고윤한은 송다빈이 사람을 잘 홀린다는 걸 인정해야만 했다.

...

먼저 불을 지핀 것은 송다빈이었고 결국 시달리는 것도 송다빈이었다.

고윤한은 이미 깊이 잠들었고 송다빈은 저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봤다.

고윤한의 얼굴은 완벽했다. 사람들이 가만두지 않을 만도 했다. 그러나 현재 고윤한은 송다빈의 남편이고 그녀의 사람이었다.

만약 고윤한과 엄나온이 바람이라도 피운다면 송다빈은 더는 그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송다빈은 비몽사몽인 상태로 그런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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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 바라기가 된 대표님   제9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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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 바라기가 된 대표님   제9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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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 바라기가 된 대표님   제9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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