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내 바라기가 된 대표님: Chapter 1 - Chapter 10

100 Chapters

제1화

“톱 여배우 엄나온 씨가 드디어 3년 만에 귀국하였습니다. 베일에 싸인 남성 한 명이 경호원을 대동하여 공항에 엄나온 씨를 마중 나갔는데요. 두 사람은 굉장히 다정한 모습을 보이며...”영상 속 아름다운 엄나온은 마스크를 쓴 키 큰 남자의 품에 안긴 채 수많은 경호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검은색 차에 탔다.태블릿을 쥐고 있는 송다빈의 손에 힘이 들어가며 손가락이 살짝 하얘졌다.송다빈은 엄나온이 탄 검은색의 롤스로이스 팬텀이 매우 익숙했다. 송다빈의 남편 고윤한의 차였기 때문이다.송다빈은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마음이 아려왔다. 그녀는 고윤한과 결혼한 지 3년이 되었는데 고윤한의 측근을 제외하면 재유 그룹의 대표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고윤한이 송다빈을 데리고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엄나온이 귀국하자마자 고윤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놓고 공항에 마중 나갔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엄나온이라는 것을 온 세상에 알리고 싶은 듯이 말이다.역시 사랑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대우가 남달랐다.반대로 송다빈은 고윤한에게 가족들의 닦달을 막아 줄 방패막이였다.송다빈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휴대전화를 들어 카톡을 클릭하여 가장 상단에 고정된 대화창을 열었다.마지막 메시지는 오늘 오후 3시 20분에 보낸 것이었다.[오늘 집에 돌아와서 밥 먹을 거예요?][아니.]답장을 보낸 시간은 2분 전이었다.한편으로는 내연녀를 챙기며 다른 한편으로는 아내인 그녀를 상대한 것이다.‘하...’송다빈은 조소를 흘렸다....새벽 한 시, 검은색 롤스로이스 팬텀이 별장 앞에 멈춰 섰다.별장의 조명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꿋꿋이 켜져 있었다.송다빈은 누운 지 한참 됐지만 잠이 오지 않아서 깨어 있었다.방문이 열리자 송다빈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마치 낮의 기사를 보지 못한 척 태연하게 물었다.“왔어요? 왜 이렇게 늦었어요?”“회식 때문에.”고윤한은 말수가 매우 적은 편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의 몸에서 술
Read more

제2화

아침.고윤한이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송다빈은 이미 아침 준비를 마쳤다.고윤한은 송다빈이 해주는 음식을 좋아했으나 오늘은 평소처럼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식사하지 않았다.“송다빈.”고윤한은 식탁 옆에 서서 말했다.“주 비서가 오후에 이혼 합의서를 가져올 거야.”송다빈은 젓가락을 든 손에 천천히 힘을 주었다. 그녀는 시선을 들어 맑은 눈동자로 고윤한을 덤덤히 바라보았다.“이혼하려고요? 엄나온 씨가 돌아와서요?”고윤한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송다빈, 잊었어? 우리 결혼 합의서에 똑똑히 적혀 있잖아. 나는 언제든 이 결혼 생활을 끝낼 수 있다고.”그건 사실이었다.그것은 그들의 약속이었다.하지만 3년간의 결혼 생활로 송다빈은 고윤한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깜빡했다.송다빈은 코끝이 찡해졌으나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다.“윤한 씨, 정말로 나랑 이혼할 거예요? 후회 안 할 자신 있어요?”“응.”고윤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송다빈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렇게 할게요.”송다빈은 고윤한을 사랑하게 되었으나 고윤한의 마음속에는 오직 엄나온뿐이었다. 송다빈이 무슨 짓을 해도 이혼이라는 결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굳이 이혼하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괜히 미움을 살 필요는 없었다.고윤한의 시선이 송다빈에게 잠시 고정되었다가 잠시 뒤 천천히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고윤한은 송다빈이 난리를 칠 줄 알았다.그는 송다빈이 이렇게 평온하게 이혼을 받아들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왠지 모르게 짜증이 난 고윤한은 넥타이를 잡아당기면서 몸을 돌려 떠났다....다이닝룸에는 송다빈 한 명만 남았다.그녀는 고윤한의 비서가 도착할 때까지 식탁 앞에 앉아 꼼짝하지 않았다.“사모님, 이건 사모님과 대표님의 이혼 합의서입니다. 확인해 보시죠.”주현우는 식탁 위 전혀 줄어들지 않은 음식과 송다빈의 살짝 창백한 얼굴을 보고 남몰래 탄식했다.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송다빈은 무덤덤한 얼굴로 짧게
Read more

제3화

고윤한의 말에는 송다빈을 향한 불신이 가득했다. 그는 심지어 송다빈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녀가 벌인 짓이라고 단정 지었다.고윤한은 송다빈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만약 송다빈이 어떤 사람인지 알았다면 고윤한은 송다빈이 절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것이다.15분 뒤, 고윤한의 차가 별장 문 앞에 멈춰 섰다. 송다빈은 연한 화장을 하고 태연한 얼굴로 차에 탔다.고윤한은 효심 넘치는 사람이라 할머니가 송다빈을 데리고 본가로 돌아와서 밥을 먹으라고 한다면 반드시 송다빈을 데리러 올 것이었다.송다빈이 아는 고윤한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굳이 그가 얘기하지 않아도 화장까지 마치고 집에서 고윤한을 기다렸다.그러나 고윤한이 보기에는 송다빈이 미리 이 일을 계획한 것으로 보였다. 그게 아니라면 화장까지 하고 그를 기다리고 있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미간을 찌푸린 고윤한은 송다빈과 대화하기 싫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송다빈은 억울했기에 고윤한에게 설명하고 싶었으나 고윤한의 눈동자 속 혐오를 본 순간 미리 생각해 두었던 말들을 다시 집어삼켰다.송다빈은 창밖을 바라보며 고윤한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3년 전, 송다빈은 연기과 학생이었는데 예쁜 외모 덕분에 대작 영화에서 조연으로 출연했고 뒤풀이에서 고윤한을 만났다.당시 고윤한은 모든 이들의 환영을 받으며 감독과 몇몇 스태프들에게 둘러싸인 채 송다빈의 앞에 나타났다.송다빈은 당시 그들과는 다른 차원의 사람 같은 고윤한의 완벽한 외모를 보고 속으로 감탄했었다.그녀의 눈빛이 너무 노골적이었던 탓일까? 송다빈의 존재를 의식한 고윤한은 송다빈 쪽을 힐끗 보았었다.잠깐도 머무르지 않은 그 찰나의 시선에 송다빈은 심장이 쿵쾅댔다.당시 고윤한은 재유 그룹을 물려받기 전이었고 재유 그룹 산하의 미랑 미디어를 책임지고 있었다.그 영화는 미랑 미디어에서 투자한 영화였고, 재유 그룹 둘째 아들이자 미랑 미디어의 대표였던 고윤한은 그 영화의 여주인공을 포함한 수많은 여자들이 노리는 남자였다.
Read more

제4화

고윤한의 본가는 강해시에서 가장 중요한 서문구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고씨 가문 본가 주위에 인가라고는 그곳뿐이었다.넓디넓은 고윤한의 본가는 마치 영주의 저택 같은 느낌을 주었는데 건물에 남은 시간의 흔적이 오히려 그들의 높은 신분을 상징하게 되었다.고윤한의 아버지는 다이닝룸 상석에 앉아 있었고 왼쪽에는 고윤한의 할머니, 오른쪽에는 고윤한의 어머니가 앉아 있었다. 송다빈은 고윤한의 할머니 곁에 앉아 있었고 고윤한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다이닝룸 분위기는 마치 폭풍전야처럼 기이할 정도로 고요했다. 송다빈은 고윤한과 결혼한 지 3년이 되었는데 이런 상황을 처음 겪어 보았다.송다빈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밥을 먹으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최대한 지우려고 했다.그런데 갑자기 고윤한의 아버지가 젓가락을 탁 내려놓았다. 쥐 죽은 듯 고요하던 다이닝룸 안에서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고윤한, 송다빈. 너희 둘 언제 아이를 가질 거냐?”고명진은 비록 이미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위엄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고윤한과 매우 닮은 얼굴은 세월의 흔적 때문에 그를 더욱 성숙하고 듬직해 보이게 했다.갑자기 이름을 불리게 된 송다빈은 본능적으로 맞은편에 앉아 있는 고윤한을 바라보았다.고윤한은 어쩌면 송다빈이 아이를 이용해 그를 묶어두기 위해 그의 가족들 앞에서 아이 얘기를 꺼냈을 거라고 의심할지도 몰랐다.고윤한이 보기에 송다빈은 그런 사람인 걸까?정말 그럴 생각이었다면 결혼한 지 3년인데 그 사이 아이가 생기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송다빈은 고윤한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고 고윤한은 당황해하면서 시선을 돌렸다.정소희도 남편을 따라서 두 사람을 재촉했다.“윤한아, 너랑 다빈이 결혼한 지 3년 됐어. 이젠 아이 가져야지. 할머니도 이젠 연세가 많으셔서 손주를 보고 싶어 해. 그렇죠, 어머님?”최경자는 협조하듯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나는 3년 동안 손주를 바랐어. 얼른 아이를 낳아. 난 이제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Read more

제5화

송다빈은 늘 자신의 운이 좋다고 여겼다. 고씨 가문 사람들 모두 그녀에게 매우 잘해주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봤던 것처럼 모든 재벌가가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었다.오직 고윤한만이 그녀에게 차갑게 굴었다.그러나 송다빈은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 고윤한을 사랑하게 되었다. 마치 운명처럼 말이다.송다빈은 가끔 자신이 참 미련하다고 생각되었다. 고윤한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그에게 진심을 쏟았으니 말이다.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서서히 그를 향한 마음을 접을 것이다.“고윤한! 네 형이 어쩌다가 지금처럼 됐는지를 잊은 거야? 경고하는 데 엄나온이랑은 그만 엮여. 그렇지 않으면 엄나온을 다시 한번 연예계에서 매장해 버릴 줄 알아.”송다빈이 시선을 들어 고명진을 바라보았다.‘다시 한번이라니. 설마 3년 전 엄나온 씨는 고씨 가문 때문에 연예계에서 매장당해 해외로 도피했던 걸까? 고씨 가문은 왜 엄나온 씨를 좋아하지 않는 거지?’사실 따지고 보면 고윤한의 형이 당한 교통사고에서 엄나온은 엄연히 피해자였다. 그러나 고씨 가문 사람들 성격을 봤을 때 괜히 피해자에게 화를 쏟을 것 같지는 않았다.“아버지!”고명진이 협박하자 고윤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그 기세 때문에 그의 의자가 뒤로 넘어가면서 둔탁한 소리를 냈다.“왜? 한 번 해보려고?”고명진은 테이블을 내려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송다빈은 고명진이 이처럼 화를 내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고윤한은 입을 꾹 다문 채로 한참을 있다가 타협한 듯이 말했다.“저랑 나온이 아무 사이 아니에요.”“하, 감히 나를 속이려고 들어? 기사 봤어. 귀국한 엄나온 마중 나간 거 너잖아.”“네. 저 맞아요. 나온이는 국내에 친구가 없어요. 그런데 귀국한다는 소식이 새 나가서 기자들이 공항에 몰려들었고 나온이는 어쩔 수 없이 저한테 도와달라고 한 거예요. 진짜 그게 다예요.”“내가 널 어떻게 믿어?”고윤한은 잠시 침묵하다가 갑자기 송다빈을 바라보았다
Read more

제6화

송다빈의 캐리어는 완전히 닫힌 게 아니라서 고윤한이 송다빈을 잡아당기자 캐리어가 바닥으로 쓰러지며 옷들이 쏟아져 나왔다.송다빈은 고윤한에게 붙잡힌 손목이 아팠다. 게다가 어제 잠을 잘 자지 못한 데다가 다이닝룸에 반나절을 앉아 있은 탓에 눈앞이 자꾸 까매지면서 머리가 어지러웠다.아무리 성격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하지도 않은 일로 의심받고, 다른 사람의 방패막이로 사용된다면 화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송다빈도 마찬가지였다.“고윤한 씨, 왜 이러는 거예요? 미쳤어요?”고윤한은 송다빈의 손목을 잡고 실눈을 떴다.“연기하지 마. 네가 고씨 가문 며느리 자리를 지키려고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송다빈의 눈이 빨개졌다.“내가 무슨 연기를 했다는 거예요? 사람을 뭐로 보는 거예요?”“그래. 3년 동안 같이 살았는데 네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그동안 몰라봤네. 송다빈, 넌 정말 치밀하고 계산적이고 가식적인 사람이야.”송다빈은 몸을 흠칫 떨면서 눈시울이 빨개졌다.“그러니까 지난 3년간 내가 해왔던 것들을 모두 가식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고윤한은 송다빈의 모습을 본 순간, 목 끝까지 차오른 당연하다는 말을 차마 내뱉지 못했다.그러나 이제 송다빈에게는 그가 그 말을 하든 말든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고윤한 씨, 난 당신이랑 할 얘기 없어요. 이거 놔요!”고윤한은 그녀의 손목을 놓기는커녕 오히려 손에 힘을 더 꽉 주었다.송다빈은 힘주어 저항했다.“이거 놓으라고요. 나 컨디션 안 좋아요. 게스트룸으로 가서 쉴 거예요.”그 말이 도화선이 된 것인지 고윤한은 갑자기 송다빈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그녀를 번쩍 들었다.송다빈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고 어지럼증이 더 심해졌다.“고윤한 씨, 나 진짜 몸 안 좋다고요.”“게스트룸으로 갈 필요 없어. 너 아이 가지고 싶어 했잖아. 내가 그 소원 이뤄줄게.”“난 아이 갖고 싶다고 한 적 없어요!”그러나 고윤한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네가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라면 오늘 왜 아
Read more

제7화

주현우는 고윤한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고윤한은 옷은 깔끔히 차려입었지만 발에는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매사에 신중하고 엄숙하던 고윤한의 평소 모습과 큰 괴리감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고윤한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송다빈을 품에 안고 있었는데 큰 타월로 머리카락 한 가닥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녀의 몸을 꼼꼼히 감쌌다.고윤한이 송다빈으로 하여금 이혼 합의서에 사인하게 했다는 걸 몰랐다면, 주현우는 두 사람을 잉꼬부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송다빈, 송다빈. 일어나 봐. 송다빈...”병원으로 가는 길, 고윤한은 송다빈을 깨우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송다빈은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송다빈의 얼굴은 심하게 빨갰고 입술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으며 너무 건조해서 각질까지 일어난 상태였다. 주현우는 그 모습을 보고 놀랐다.“대표님, 사모님께서 왜 갑자기 이렇게 심하게 앓으시는 걸까요?”고윤한은 표정을 굳힌 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주현우에게 자신이 쓰레기같이 굴어 송다빈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는 없었다.병원에 도착할 때쯤, 고윤한은 뭔가 떠올리고는 주현우에게 분부했다.“여자 의사 선생님에게 진료받게 해. 그리고 산부인과 전문의였으면 좋겠어.”고윤한이 뭔가를 설명할 필요도 없이 주현우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없었다.고윤한은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었다.주현우는 병원에 미리 연락해 두었고 송다빈은 곧장 입원 병동으로 향했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전문의까지 전부 도착했고 그들 모두 여자 의사였다.외과 전문의까지 부른 이유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고윤한은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니 말이다.내과, 외과,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모두 모였으니 검사해야 하는 것이 당연히 많았다. 고윤한은 간호사가 송다빈의 팔에서 피를 십여 차례 뽑아가는 걸 보더니 안색이 돌변했다.“피를 그렇게 많이 뽑아도 돼요? 그러다 빈혈이라도 오면 어떡해요?”간호사는 화들짝 놀랐고 옆에 있던 의사 한 명이 서둘러 설명
Read more

제8화

엄나온은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지낼 곳을 찾지 못해 당분간은 호텔 스위트룸에서 지내기로 했다.고윤한은 엄나온을 위해 지낼 곳을 마련해주고 싶었으나 엄나온은 그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면서 본인이 직접 해결하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결국 고윤한은 포기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 팬텀이 호텔 문 앞에 멈춰 섰다. 주현우는 운전석에서 내린 뒤 고윤한을 도와 엄나온을 부축했다.조수석에 앉아 있던 이태영이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대표님, 저도 많이 마셔서 머리가 어지럽거든요. 나온이는 대표님이 챙겨주세요. 전 이만 돌아가서 쉴게요. 주 비서님, 저 좀 데려다주세요.”고윤한과 엄나온이 단둘이 있어야 한단 말인가? 주현우는 주저하는 표정으로 고윤한을 바라보았고 고윤한은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주현우는 차를 타고 그곳을 떠났다.엄나온은 고윤한에게 딱 달라붙어 있다시피 했고, 고윤한은 어쩔 수 없이 그녀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 올리게 한 뒤 그녀의 허리를 안은 채로 호텔로 들어갔다....고윤한은 엄나온을 데리고 룸 안으로 들어간 뒤 그녀를 소파 위에 앉혔다. 그가 기억하기로 엄나온은 상당히 이성적인 편이라 절대 몸도 제대로 가두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어떻게 된 걸까?해외에서 3년 동안 지내며 달라진 걸까?그런 생각이 들자 고윤한은 미간을 찌푸렸다.“물, 나 물 마시고 싶어.”고윤한은 물을 한 컵 가져온 뒤 엄나온의 어깨를 토닥이며 조심스럽게 그녀를 불렀고 엄나온은 눈을 뜨며 취기 어린 눈으로 고윤한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윤한아, 정말 보고 싶었어.”엄나온이 고윤한에게 달려들었고 고윤한은 본능적으로 그녀를 안은 뒤 다시 엄나온을 소파 위에 앉혔다.“나온아, 일단 물부터 마셔.”엄나온은 마치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무구한 소녀처럼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엄나온은 여전히 3년 전 그대로인 듯했다.물을 마신 뒤 엄나온은 다시 한번 고윤한에게 들러붙었고 고윤한은 어쩔 수 없이 컵을 내려놓고 그녀의 옆에
Read more

제9화

늦은 밤 병원에서 출발해 레스토랑으로 가서 엄나온을 데리고 나온 뒤 엄나온을 호텔까지 데려다주었더니 고윤한이 호텔에서 나왔을 때는 날이 밝은 뒤였다.주현우가 호텔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대표님.”“오늘 일정은 어떻게 돼?”“오전에 미팅 3건 있고 오후 1시에 테이프 커팅식, 3시에는 진 대표님과 계약 체결하셔야 합니다.”미팅 3건이면 병원에 갈 시간이 없었다.“곧장 회사로 가자.”주현우는 당황하며 고윤한의 발을 보았다.“대표님, 아직 시간이 좀 있는데 일단 집으로 돌아가셔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는 게 어떻겠습니까? 지금 슬리퍼를 신고 계셔서...”고윤한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발을 보았다. 주현우의 말처럼 그는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정장에 슬리퍼라니, 왜 이런 꼴을 하고 있는 것일까?차 안, 주현우가 먼저 송다빈을 언급했다.“대표님, 사모님을 돌볼 사람이 따로 없는데 어떡하죠?”고윤한은 그 말을 듣더니 빠르게 누군가를 떠올렸다.“어머니한테 연락해서 가보라고 할게.”사실 병원에서 송다빈을 보살필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 주현우와 양가 부모님, 그리고 고윤한의 절친한 친구를 제외하면 그가 결혼한 사실을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송다빈의 어머니는 암 환자인 데다가 오랫동안 요양센터에서 지냈고 최경자는 나이가 너무 많아서 적절치 않았다. 그래서 남은 사람이라고는 그의 어머니 정소희뿐이었다....송다빈은 화장실이 너무 급해서 잠에서 깼다.밤새 수액을 맞았으니 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주위를 둘러본 송다빈은 자신의 곁에 아무도 없다는 걸 발견하고는 자조하듯 웃음을 터뜨렸다.밤새 시달려서 병원에 실려 온 걸까? 참으로 창피한 일이었다.그래도 괜찮았다. 혼자 있는 게 익숙했으니 말이다.송다빈은 간호사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홀로 조심스럽게 화장실로 향하여 생리적인 문제를 해결했다.송다빈이 고개를 들며 수액을 다시 수액 거치대에 걸려고 할 때,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온 세상이 빙빙 도는 것처럼 머리가 어지러웠다.송다빈은
Read more

제10화

고윤한은 어젯밤 전화를 받고 떠났다고 한다.전화를 받았다니.아마도 엄나온의 전화였을 것이다. 엄나온을 제외하면 늦은 밤 고윤한을 불러낼 수 있는 사람은 없었으니 말이다.그래서 고윤한은 의식이 없는 송다빈을 내버려두고 엄나온을 만나러 갔다.송다빈의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고윤한은 오전에 세 건의 미팅을 연달아 해서 정신없이 바빴고 점심을 먹을 때가 돼서 보니 이미 열두 시가 넘는 시간이었다.고윤한이 주현우를 불러서 송다빈의 상황을 물으려는데 주현우가 먼저 노크하고 안으로 들어왔다.“대표님, 조금 전 대표님 어머님께서 계속 전화하셨는데 대표님이 전화를 안 받으셨대요. 그래서 조금 전 저한테까지 연락하셨어요. 어서 어머님께 연락드리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고윤한이 주머니 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해 보니 전화가 무려 아홉 통이나 와 있었다. 그것들 모두 정소희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고윤한은 미팅을 할 때면 휴대전화를 무음 모드로 설정해 두기 때문에 전화를 받지 못한 것은 정상이었다. 그러나 정소희는 지금 그의 상황을 이해해 줄 만큼 너그러울 수가 없었다....정소희는 전화를 받자마자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었다.“내가 전화를 몇 통이나 했는데 왜 안 받았어? 뭐가 그렇게 바빠? 재유 그룹이 너 없으면 망하니? 그리고 고윤한,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내가 어쩌다가 너 같은 걸 낳았는지 모르겠다. 다빈이가 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애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거야?”친아들이다 보니 정소희는 고윤한을 혼낼 때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어머니, 저 아까 미팅하고 있어서 무음 모드로 하고 있었어요.”“무음 모드든 뭐든 상관없어.”정소희는 산부인과 전문의 강지아에게 한바탕 꾸중을 들었다. 송다빈이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고윤한 때문이었기에 고윤한에게 화를 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어머니, 다빈이 걔... 괜찮은 거예요?”“괜찮을 리가 있겠니?”송다빈의 이름이 언급되자 정소희의 목청이 높아졌다.“애가 40도까지 열이
Read more
PREV
123456
...
1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