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우는 고윤한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고윤한은 옷은 깔끔히 차려입었지만 발에는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매사에 신중하고 엄숙하던 고윤한의 평소 모습과 큰 괴리감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고윤한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송다빈을 품에 안고 있었는데 큰 타월로 머리카락 한 가닥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녀의 몸을 꼼꼼히 감쌌다.고윤한이 송다빈으로 하여금 이혼 합의서에 사인하게 했다는 걸 몰랐다면, 주현우는 두 사람을 잉꼬부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송다빈, 송다빈. 일어나 봐. 송다빈...”병원으로 가는 길, 고윤한은 송다빈을 깨우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송다빈은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송다빈의 얼굴은 심하게 빨갰고 입술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으며 너무 건조해서 각질까지 일어난 상태였다. 주현우는 그 모습을 보고 놀랐다.“대표님, 사모님께서 왜 갑자기 이렇게 심하게 앓으시는 걸까요?”고윤한은 표정을 굳힌 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주현우에게 자신이 쓰레기같이 굴어 송다빈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는 없었다.병원에 도착할 때쯤, 고윤한은 뭔가 떠올리고는 주현우에게 분부했다.“여자 의사 선생님에게 진료받게 해. 그리고 산부인과 전문의였으면 좋겠어.”고윤한이 뭔가를 설명할 필요도 없이 주현우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없었다.고윤한은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었다.주현우는 병원에 미리 연락해 두었고 송다빈은 곧장 입원 병동으로 향했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전문의까지 전부 도착했고 그들 모두 여자 의사였다.외과 전문의까지 부른 이유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고윤한은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니 말이다.내과, 외과,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모두 모였으니 검사해야 하는 것이 당연히 많았다. 고윤한은 간호사가 송다빈의 팔에서 피를 십여 차례 뽑아가는 걸 보더니 안색이 돌변했다.“피를 그렇게 많이 뽑아도 돼요? 그러다 빈혈이라도 오면 어떡해요?”간호사는 화들짝 놀랐고 옆에 있던 의사 한 명이 서둘러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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