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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مؤلف: 딱그만큼
나는 경악으로 물든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한 채, 일말의 미련도 없이 등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몸을 무겁게 옥죄던 드레스부터 벗어 던졌다.

내가 지강우에게 맹목적으로 목을 맨다는 건 세상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의 일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세팅해 놓곤 했다.

입버릇처럼 일이 너무 힘들어 쉬고 싶다는 투덜거림에 나는 지강우의 일정에 맞춰 알로섬 여행을 계획해 두었다.

눈부신 모래사장과 푸른 바다가 그립다고 스쳐 가듯 말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생의 지강우는 내 제안을 매몰차게 묵살했다.

대신 박수연과 함께 산으로 캠핑을 하러 가겠다며 나를 짐꾼 삼아 억지로 끌고 갔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지강우는 박수연이 잃어버린 팔찌를 찾아오라며 내 등을 떠밀었다.

결국 빗길에 미끄러져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다리가 부러진 채 병원에 두 달 동안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 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허덕이던 끔찍한 절망감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지강우에게서 최대한 멀어지는 것이야말로 내 첫 번째 목표였다.

나는 지체 없이 짐을 쌌다.

신분증과 여권을 챙겨 들고 막 1층으로 내려온 참이었다.

슈트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지강우가 갑자기 집 안으로 들이닥쳤다.

나를 발견한 지강우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대뜸 내 손에서 캐리어를 빼앗아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윤주희, 그 대사는 내가 해야지! 장난해? 나이를 어디로 처먹었길래 아직도 가출 소동이나 벌여? 다음엔 또 뭐야? 유서라도 남겨놓고 자살 쇼라도 하게?”

거친 숨을 몰아쉬는 지강우의 얼굴은 오직 혐오감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진짜 유치하지도 않냐? 또 자살하겠다고 나 협박하는 거!”

나는 바닥에 구르느라 더러워진 캐리어를 툭툭 털어냈다.

그리고 아주 차분하게,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반문했다.

“누가 그래? 나 자살한다고.”

지강우와 박수연, 이런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도 멀쩡히 살아가고 있었다.

기적처럼 얻은 새 삶을 즐기기만 해도 모자랄 판에 내가 미쳤다고 자살하겠는가.

지강우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냉소를 지었지만, 눈빛엔 경멸이 가득했다.

바로 그때, 뒤따라 들어온 박수연이 입을 열었다.

“주희야, 생일 파티에 오고 싶었으면 강우한테 말하지 그랬어. 둘이 같이 자란 남매 같은 사이인데, 강우가 설마 널 정말 매정하게 내쫓았겠니?”

“그리고... 자살 협박도 한두 번이지, 자꾸 그러면 양치기 소년밖에 안 돼.”

박수연의 뼈 있는 말에 나를 바라보는 지강우의 눈빛은 한층 더 혐오감으로 물들었다.

머릿속에서 전생의 장면들이 어지럽게 뒤엉켰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기억이 선명하게 스쳐 지나갔다.

고등학교 때 지강우와 박수연이 연애를 시작했을 무렵, 나를 대하는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당시 분노와 서러움에 눈이 멀었던 나는 차라리 강물에 뛰어내리겠다는 글을 남겼고, 그 소동은 지강우의 부모님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두 분은 당장 박수연과 헤어지라고 불호령을 내렸다.

그날 이후로 지강우는 나를 혐오하고, 냉대하며, 대화조차 거부했다.

박수연의 무리가 은밀하게 따돌리고 괴롭힐 때도 그는 철저히 눈을 감았다.

나는 지강우를 똑바로 응시하며 차분히 설명했다.

“착각이 심하네. 나 자살할 생각 따위 없어. 알로섬으로 가야 해서 짐을 쌌을 뿐이야.”

지강우는 콧방귀를 꼈다.

내가 말도 안 되는 허술한 핑계로 어떻게든 체면을 세우려는 줄 아는 모양이었다.

그때 박수연이 지강우의 소맷자락을 살짝 잡아끌었다.

“강우야, 그러지 말고 주희도 우리랑 같이 파티에 가게 해주자. 혼자 저러고 있는 거 좀 안쓰럽잖아.”

지강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내 마지못해 허락하려는 찰나, 내가 다시 한번 단칼에 거절했다.

“필요 없다고 했어. 난 알로섬에 갈 거야.”

그러자 지강우의 잘생긴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곧이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들었지? 본인이 직접 알로섬에 가시겠다잖아.”

“주희야, 억지 좀 그만 부려.”

박수연이 한숨을 푹 쉬더니 다가와서 내 손을 붙잡았다.

지강우의 시선이 닿지 않는 완벽한 사각지대, 길고 뾰족한 손톱이 내 여린 살점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날카로운 통증에 나는 본능적으로 그녀를 세차게 밀쳐냈다.

박수연은 힘없이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처량한 모습으로 상처 입은 손바닥을 감싸 쥐더니,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나를 올려다보며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주희야, 너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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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종말   제9화

    우리는 원래 관계를 이렇게 빨리 밝힐 생각이 없었다.한때 이로운이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으나, 회사의 필사적인 만류로 결국 3년 재계약을 맺었다.다행히 배우 전향에 성공하며 반응이 폭발적이었고, 지금은 영화에만 전념하고 있다.그의 주가가 치솟을수록 우리의 제약은 심해졌다.이제는 데이트 한 번 하려 해도 남들의 눈을 피해 깊은 밤에나 겨우 움직였다.결국 참다못한 이로운이 직접 디자인한 반지를 들고 와 내게 청혼했다.나 역시 그 마음을 받아들였다.“주희야...”익숙한 목소리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하지만 얼굴을 확인한 순간, 내 미간은 사정없이 찌푸려졌다.어둠 속에서 지강우가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나를 뚫어지게 응시하는 그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어 갔다.내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지강우? 네가 내 주소를 어떻게 알아?”지강우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사람 시켜서 알아봤어. 주희야, 겁먹지 마. 난 그냥... 너랑 얘기 좀 하고 싶어서 온 거야.”이로운이 내 손을 꽉 움켜쥐었다.나는 그를 다독이며 먼저 들어가 있으라고 눈짓했다.이로운은 마지못해 걸음을 옮겼다.그 모습에 그만 웃음이 터졌다.지강우가 코를 훌쩍였다. 목소리에는 울음기가 섞여 있었다.“주희야, 잘 지냈어?”나는 웃음기를 싹 지우고 덤덤하게 말했다.“네가 초치기 전까진 아주 완벽한 밤이었지.”지강우는 또다시 특유의 미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마치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한 시선에 머리털이 쭈뼛 섰다.“용건만 말해. 대체 무슨 일인데?”지강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사실 우리 부모님이 너 많이 보고 싶어 하셔. 맨날 네 얘기만 하시는데... 친구한테서 널 봤다는 얘기 듣고 사람 써서 알아본 거야.”“다른 뜻은 없어. 그냥 네 얼굴이 보고 싶었어.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나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요즘 뉴스에 심심찮게 나오는 이별 범죄 기사들이 뇌리를 스쳤다.“그럼 목적은 달성했네. 보다시피 나 아주 잘 지내. 아버님이

  • 아름다운 종말   제8화

    지인에게서 링크가 날아왔다. 한번 들어가 보라는 멘트와 함께.접속하는 순간 눈에 들어온 건, 병실 침대에 누워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는 박수연이었다.그녀는 악을 쓰며 울부짖었다. 내가 자신을 밀치는 바람이 유산했다면서 대놓고 저격했다.피해자 코스프레는 원래 박수연의 전공이었다.병실 배경에 진단서까지 손에 쥐고 있으니, 대중을 선동하는 것쯤은 그야말로 누워서 떡 먹기였다.박수연의 바람대로 네티즌들은 폭도처럼 날뛰기 시작했다.어떻게 내 연락처를 알아냈는지, 밤낮없이 전화를 걸어댔다.결국 SNS는 마비되었고, 휴대폰을 켤 때마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들이 쏟아졌다.심지어 동창이라는 인간들까지, 친분이 있든 없든 이 난장판에 숟가락을 얹으려고 했다.하도 기가 막혀서 실소가 터졌다.나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를 접수한 뒤, 지강우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집 안의 CCTV 영상을 넘기라고 요구했다.하지만 지강우가 이 정도로 파렴치한 인간일 줄은 미처 몰랐다.“윤주희, 결백을 증명하고 싶어? 그럼 집으로 와. CCTV 메모리 카드 그대로 있으니까. 내 곁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다 너 줄게.”“박수연 그년 진짜 모습, 나도 이제 알았어. 더 이상 만날 일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주희야, 앞으로 난 온전히 네 거야.”토가 나올 것 같았다.녹음을 마치자마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통화를 종료했다.나 역시 라이브 방송을 켜고 대중 앞에서 박수연의 뻔뻔한 거짓말을 정면으로 까밝혔다.그리고 이 기회를 틈타 나를 짓밟고 모함했던 인간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지강우의 말은 박수연이 결코 피해자가 아니며, 애초에 피해자조차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그제야 사리 분별하기 시작한 네티즌들이 사건의 전말을 분석해 나갔다.구경만 하던 이들까지 가세해 지강우에게 당장 CCTV 영상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쏟아지는 여론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지성만과 민서정은 결국 지강우를 달달 볶아 메모리 카드를 내놓게 했다.이로써 박수연의 유산 사건은 완벽

  • 아름다운 종말   제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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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종말   제6화

    지강우는 말했다. 나는 자기랑 박수연의 앞길을 가로막는 방해물일 뿐이라고.‘그래, 둘이서 잘 먹고 잘 살아봐.’그날 나는 맞잡은 두 손이 담긴 사진 한 장을 SNS 계정에 올렸다.길고 하얗게 뻗은, 마디가 또렷한 남자의 커다란 손이 내 손을 꽉 맞잡고 있었다.두 손이 겹친 모양은 예쁜 하트 형태를 갖추었다.함께 올린 글은 그야말로 폭탄선언이었다.[공개 연애 시작.]스토리가 올라가기 무섭게 댓글 창이 발칵 뒤집혔다.[뭐지?][이거 강우 손 아니잖아.][윤주희, 너 지금 뭐 하냐?][좋은 말 할 때 빨리 내려라.]지강우의 한심한 친구들이 일제히 출동한 것이었다.나는 이 상황이 아주 흥미진진하고 만족스러워 기분 좋게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그쪽 알아요. 요즘 엄청 핫한 남돌 센터죠? 이름이 이로운이었나?”남자는 쑥스러운 듯 손을 내저었다.“우리 그룹 이제 해체했어요. 전 센터도 아니었고.”잠시 같이 있어 본 게 전부였지만, 남자의 성격이 대충 눈에 보였다.온몸을 꽁꽁 싸매고 있는 꼴이라니.연예인이거나, 변태거나, 그것도 아니면 대인기피증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나는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두 번이나 도와줘서 고마워요. 괜찮다면 제가 밥 한 끼 대접하고 싶은데.”남자가 머뭇거리는 기색을 보였다.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지금 시간 안 되면 다음에 약속 잡고 만나요.”이로운과 밥을 먹기로 약속한 날은 이틀 뒤였다.내가 성강시에 머무르는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짐들은 이미 며칠에 걸쳐 해운시로 차례차례 택배를 부친 상태였다.남은 마지막 작은 캐리어 두 개는 직접 들고 가기로 했다.내가 SNS에 ‘공개 연애 시작’을 올린 뒤로, 지강우는 미친 사람처럼 전화를 걸어댔다.연락처를 차단하면 다른 번호로 연락했다.이쯤 되니 진지하게 번호를 바꿀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그러다 실수로 전화를 받아버린 어느 날, 수화기 너머로 서슬 퍼런 포효가 쏟아졌다.“윤주희, 너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대놓고 바람을 피워? 네가 이렇게

  • 아름다운 종말   제5화

    “지강우, 나도 너 참을 만큼 참아줬어.”얼빠진 채 서 있는 지강우는 몹시 놀란 눈치였다.나는 얼얼한 손을 가볍게 털어냈다.그리고 문가에 서 있는 지성만 부부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아버님, 어머님. 저 이만 가볼게요.”두 분이 어떤 반응을 보이든 상관없었다.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저택을 걸어 나왔다.하지만 대문을 나서자마자 머리가 어지러워 길가에 주저앉고 말았다.지강우가 따귀를 날릴 때 전력을 다했던 모양이다.뺨을 타고 욱신거리는 통증이 전해졌다.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기회 있을 때 몇 대 더 때려줄걸.지강우는 늘 이런 식이었다.무슨 일이 생기면 단 한 번도 내 편을 들어준 적이 없었다.나를 향해 돌아오는 건 언제나 서슬 퍼런 비난뿐이었다.그도 그럴 것이 박수연은 청순가련한 척하는 데 도가 텄고, 뒤에서 잔머리를 굴리는 영악한 부류였다.따라서 고등학교 시절부터 나는 온갖 고초를 겪어야 했다.한번은 화장실에 갇혀 비명을 지르는 박수연을 구해준 적이 있었다.그런데 문이 열리자마자 그녀는 지강우의 품에 와락 안기며, 마치 내가 가둔 것처럼 교묘하게 말을 바꾸었다.당시의 나는 유구무언이었다.어차피 지강우는 내 말을 믿어주지 않을 테니까.그 이후로는 굳이 구차하게 해명도 안 했다.대신 내가 뒤집어쓴 오명은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갔다.“저기... 병원에 모셔다드릴까요?”나는 흐려지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들었다.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옷을 입고, 모자와 마스크까지 무장한 남자가 내 곁에 서 있었다.이런 옷차림은 연예인이거나, 변태 둘 중 하나였다.괜찮다고 고개를 저으려던 순간, 내 몸이 앞으로 훅 꺾이며 그대로 쓰러졌다.다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병원 특유의 하얀 천장이었다.코끝을 찌르는 메스꺼운 소독약 냄새, 그리고 침대맡에 엎드려 있는 검은 옷의 남자.그의 정수리 위로 탐스러운 황금빛 곱슬머리가 흘러내렸다.나는 금빛으로 반짝이는 몽실몽실한 머리카락을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 아름다운 종말   제4화

    나는 마침내 졸업장을 손에 넣었다.이력서를 넣은 곳들에서 연달아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오퍼는 이웃 도시에 있는 대기업이었다.나는 서둘러 면접 일정을 잡았다.번듯한 직장을 갖는 것이야말로 전생에서부터 간절히 바라왔던 염원이었다.불안과 기대로 마음을 졸였지만, 다행히도 기차에 올라타기 직전 회사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최종 합격이었다.고속열차에 앉아 나는 들뜬 마음으로 지낼 만한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지강우에게서 곧 멀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괜스레 설렜다.기차역을 나서자 휴대폰이 울렸다.통화 버튼을 누르는 순간, 지강우의 거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윤주희, 너 어디야?”좋았던 기분이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차갑게 식어 내렸다.“무슨 일인데?”지강우의 목소리가 한층 더 냉랭해졌다.“집에 와서 우리 부모님이랑 같이 식사해.”지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땅거미가 짙게 깔린 저녁이었다.식탁에는 네 사람이 앉아 있었다.지성만과 민서정 부부, 지강우, 그리고 박수연까지.저마다의 표정들이 하나같이 심상치 않았다.내가 없는 사이,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진 게 분명했다.나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지강우의 시선이 내 얼굴에 닿았다.그러더니 돌연 수저를 팽개치고는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입맛 다 버렸네.”박수연이 허둥지둥 그의 뒤를 쫓아갔다.나는 개의치 않고 지성만과 민서정의 곁에 가 앉았다.두 사람은 멋쩍은 표정으로 지강우의 무례함을 대신 변명하기 바빴다.나는 눈앞의 중년 부부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내게 친부모나 다름없는 어른들이다.전생에서 내가 지강우에게 감금당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두 분은 어떻게든 나를 구해주려고 애를 썼다.하지만 지씨 가문의 권력은 이미 지강우의 손에 넘어간 뒤였다.이미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버린 노부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도 한정적이었다.원망하진 않는다. 그저 나 자신이 미련했을 뿐.나는 조곤조곤 말을 이었다.“아버님, 어머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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