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환생한 후, 나는 소꿉친구인 지강우에게 더 이상 집착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자기 생일 파티에 [개랑 윤주희는 출입 금지]라는 표지판을 세우는 바람에 나는 멀리 알로섬으로 떠났다. 집에서 내 냄새가 나서 역겹다고 하면, 그의 말대로 순순히 이사했다. 졸업 후에 나와 같은 도시의 공기를 마시고 싶지 않다는 한마디에 두말없이 타국으로 영영 가버렸다. 마지막으로, 내 존재가 자신의 첫사랑에게 오해를 사기 쉽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사람을 만나 연애를 시작했다. 그렇게 전생과 정반대의 선택을 끊임없이 이어 나갔다. 과거, 소원대로 지강우와 결혼한 후 그의 첫사랑이 절벽에서 떨어져 자살했다. 지강우가 씌운 살인자라는 굴레와 모진 학대를 견디지 못한 나는 결국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스스로 차가운 바다에 몸을 던졌다. 그러니 이번 생에는 그저 평범하게, 잘 살고 싶을 뿐이다. 몇 년 후, 내가 새 남자친구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걷고 있을 때였다. 지강우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우리 앞을 가로막아 섰다. “윤주희, 장난은 여기까지. 지금이라도 나 따라오면 전부 다 없던 일로 해줄게.”
View More우리는 원래 관계를 이렇게 빨리 밝힐 생각이 없었다.한때 이로운이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으나, 회사의 필사적인 만류로 결국 3년 재계약을 맺었다.다행히 배우 전향에 성공하며 반응이 폭발적이었고, 지금은 영화에만 전념하고 있다.그의 주가가 치솟을수록 우리의 제약은 심해졌다.이제는 데이트 한 번 하려 해도 남들의 눈을 피해 깊은 밤에나 겨우 움직였다.결국 참다못한 이로운이 직접 디자인한 반지를 들고 와 내게 청혼했다.나 역시 그 마음을 받아들였다.“주희야...”익숙한 목소리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하지만 얼굴을 확인한 순간, 내 미간은 사정없이 찌푸려졌다.어둠 속에서 지강우가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나를 뚫어지게 응시하는 그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어 갔다.내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지강우? 네가 내 주소를 어떻게 알아?”지강우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사람 시켜서 알아봤어. 주희야, 겁먹지 마. 난 그냥... 너랑 얘기 좀 하고 싶어서 온 거야.”이로운이 내 손을 꽉 움켜쥐었다.나는 그를 다독이며 먼저 들어가 있으라고 눈짓했다.이로운은 마지못해 걸음을 옮겼다.그 모습에 그만 웃음이 터졌다.지강우가 코를 훌쩍였다. 목소리에는 울음기가 섞여 있었다.“주희야, 잘 지냈어?”나는 웃음기를 싹 지우고 덤덤하게 말했다.“네가 초치기 전까진 아주 완벽한 밤이었지.”지강우는 또다시 특유의 미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마치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한 시선에 머리털이 쭈뼛 섰다.“용건만 말해. 대체 무슨 일인데?”지강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사실 우리 부모님이 너 많이 보고 싶어 하셔. 맨날 네 얘기만 하시는데... 친구한테서 널 봤다는 얘기 듣고 사람 써서 알아본 거야.”“다른 뜻은 없어. 그냥 네 얼굴이 보고 싶었어.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나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요즘 뉴스에 심심찮게 나오는 이별 범죄 기사들이 뇌리를 스쳤다.“그럼 목적은 달성했네. 보다시피 나 아주 잘 지내. 아버님이
지인에게서 링크가 날아왔다. 한번 들어가 보라는 멘트와 함께.접속하는 순간 눈에 들어온 건, 병실 침대에 누워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는 박수연이었다.그녀는 악을 쓰며 울부짖었다. 내가 자신을 밀치는 바람이 유산했다면서 대놓고 저격했다.피해자 코스프레는 원래 박수연의 전공이었다.병실 배경에 진단서까지 손에 쥐고 있으니, 대중을 선동하는 것쯤은 그야말로 누워서 떡 먹기였다.박수연의 바람대로 네티즌들은 폭도처럼 날뛰기 시작했다.어떻게 내 연락처를 알아냈는지, 밤낮없이 전화를 걸어댔다.결국 SNS는 마비되었고, 휴대폰을 켤 때마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들이 쏟아졌다.심지어 동창이라는 인간들까지, 친분이 있든 없든 이 난장판에 숟가락을 얹으려고 했다.하도 기가 막혀서 실소가 터졌다.나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를 접수한 뒤, 지강우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집 안의 CCTV 영상을 넘기라고 요구했다.하지만 지강우가 이 정도로 파렴치한 인간일 줄은 미처 몰랐다.“윤주희, 결백을 증명하고 싶어? 그럼 집으로 와. CCTV 메모리 카드 그대로 있으니까. 내 곁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다 너 줄게.”“박수연 그년 진짜 모습, 나도 이제 알았어. 더 이상 만날 일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주희야, 앞으로 난 온전히 네 거야.”토가 나올 것 같았다.녹음을 마치자마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통화를 종료했다.나 역시 라이브 방송을 켜고 대중 앞에서 박수연의 뻔뻔한 거짓말을 정면으로 까밝혔다.그리고 이 기회를 틈타 나를 짓밟고 모함했던 인간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지강우의 말은 박수연이 결코 피해자가 아니며, 애초에 피해자조차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그제야 사리 분별하기 시작한 네티즌들이 사건의 전말을 분석해 나갔다.구경만 하던 이들까지 가세해 지강우에게 당장 CCTV 영상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쏟아지는 여론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지성만과 민서정은 결국 지강우를 달달 볶아 메모리 카드를 내놓게 했다.이로써 박수연의 유산 사건은 완벽
그날 이후, 지성만과 민서정에게서 잇달아 전화가 걸려 왔다.두 분은 내게 다시 집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그 지옥 구덩이에서 간신히 탈출했는데, 미쳤다고 제 발로 거길 다시 기어들어 가겠는가.이로운과 약속한 당일.그는 여전히 온몸을 꽁꽁 싸맨 무장 상태로 나타났다.워낙 이목을 끄는 비주얼이니 충분히 이해가 갔다.그래서 나는 일부러 프라이빗한 룸으로 예약해 두었다.하지만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하필이면 여기서 지강우와 딱 마주치고 말았다.그는 다짜고짜 돌진해 와서 내 손목을 거칠게 움켜잡았다.“윤주희, 너 진짜 나 배신한 거야? 그냥 장난인 줄 알았는데, 진짜로 이딴 놈이랑 나와서 밥을 먹고 있어? 이 새끼 누구야!”“지강우, 네가 무슨 드라마속 재벌 총수라도 되는 줄 알아? 이거 안 놔?”나는 눈을 흘기며 지강우의 팔뚝 안쪽 살을 사정없이 꼬집었다.놈이 억 소리를 내며 손을 놓자마자, 이로운의 앞을 가로막으며 뒤로 물러섰다.지강우는 분노조절장애가 있어 언제 미쳐 날뛸지 모르는 인간이다.얼마 전에도 느닷없이 내 캐리어를 집어던지는 바람에 박살이 났었다.지강우의 눈동자가 상처받은 듯 잘게 흔들렸다.“윤주희, 지금 저 새끼를 감싸고 도는 거야?”나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그럼 너 같은 쓰레기를 감싸줄 줄 알았어? 볼일 없으면 좀 꺼져 줄래? 사흘이 멀다고 찾아와서 난리인데, 안 지겹니? 우리 진작에 파혼한 거 몰라? 너랑 나, 이제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지강우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난 너 절대 안 보내. 내 아이를 죽인 범인 주제에, 대신 책임져!”이 무슨 망언인가.나는 순간 두 귀를 의심했다.“지강우, 뇌에 문제 있으면 제발 병원부터 가 봐. 집안에 사방으로 깔린 CCTV는 그냥 장식용이니? 박수연이 제 발로 굴러떨어진 걸, 왜 나한테 뒤집어씌우려는 건데!”말을 이어가다 기가 차서 헛웃음을 터뜨렸다.“드라마 보면 이런 수법 자주 나오잖아. 남도 먹이고, 동시에 자기한테 거
지강우는 말했다. 나는 자기랑 박수연의 앞길을 가로막는 방해물일 뿐이라고.‘그래, 둘이서 잘 먹고 잘 살아봐.’그날 나는 맞잡은 두 손이 담긴 사진 한 장을 SNS 계정에 올렸다.길고 하얗게 뻗은, 마디가 또렷한 남자의 커다란 손이 내 손을 꽉 맞잡고 있었다.두 손이 겹친 모양은 예쁜 하트 형태를 갖추었다.함께 올린 글은 그야말로 폭탄선언이었다.[공개 연애 시작.]스토리가 올라가기 무섭게 댓글 창이 발칵 뒤집혔다.[뭐지?][이거 강우 손 아니잖아.][윤주희, 너 지금 뭐 하냐?][좋은 말 할 때 빨리 내려라.]지강우의 한심한 친구들이 일제히 출동한 것이었다.나는 이 상황이 아주 흥미진진하고 만족스러워 기분 좋게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그쪽 알아요. 요즘 엄청 핫한 남돌 센터죠? 이름이 이로운이었나?”남자는 쑥스러운 듯 손을 내저었다.“우리 그룹 이제 해체했어요. 전 센터도 아니었고.”잠시 같이 있어 본 게 전부였지만, 남자의 성격이 대충 눈에 보였다.온몸을 꽁꽁 싸매고 있는 꼴이라니.연예인이거나, 변태거나, 그것도 아니면 대인기피증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나는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두 번이나 도와줘서 고마워요. 괜찮다면 제가 밥 한 끼 대접하고 싶은데.”남자가 머뭇거리는 기색을 보였다.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지금 시간 안 되면 다음에 약속 잡고 만나요.”이로운과 밥을 먹기로 약속한 날은 이틀 뒤였다.내가 성강시에 머무르는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짐들은 이미 며칠에 걸쳐 해운시로 차례차례 택배를 부친 상태였다.남은 마지막 작은 캐리어 두 개는 직접 들고 가기로 했다.내가 SNS에 ‘공개 연애 시작’을 올린 뒤로, 지강우는 미친 사람처럼 전화를 걸어댔다.연락처를 차단하면 다른 번호로 연락했다.이쯤 되니 진지하게 번호를 바꿀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그러다 실수로 전화를 받아버린 어느 날, 수화기 너머로 서슬 퍼런 포효가 쏟아졌다.“윤주희, 너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대놓고 바람을 피워? 네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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