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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作者: 딱그만큼
“윤주희, 너 죽고 싶어?”

지강우는 격분하며 나를 거칠게 밀쳐냈다.

뒤통수가 계단 모서리에 쾅 하고 부딪히며 극심한 통증이 밀려와 눈앞이 캄캄해 났다.

시야가 흐려지는 와중에도 지강우의 서슬 퍼런 고함이 똑똑히 들려왔다.

“윤주희! 사람 괴롭히는 게 아주 취미지? 너 같은 배은망덕한 년이랑 한 공간에 있으려니 집안 공기까지 썩는 기분이야. 진심으로 역겨워!”

나는 밀려오는 통증을 꾹 참아내며, 점점 더 들을 가치도 없어지는 그의 폭언을 잘라냈다.

“어차피 이 집에서 나갈 테니까 안심해.”

“그 말, 꼭 지키는 게 좋을 거다.”

지강우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꾹 참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리고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더니, 바닥에 쓰러져 있던 박수연을 안아 들고 미련 없이 돌아섰다.

뒤통수를 짚자 손끝에 끈적한 피가 묻어났다.

지독한 통증 속에서 기억 저편의 한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15살 무렵만 해도 우리 사이는 이 정도까지 아니었다.

일찍이 약혼자라는 사실을 알고, 언젠간 한 가족이 될 거라 믿었기에 나는 늘 그림자처럼 지강우를 따라다녔다.

한창 반항기였던 그가 몰래 허름한 동네 PC방으로 게임을 하러 갈 때도 군말 없이 동행했다.

그러다 게임 문제로 다른 패거리들과 시비가 붙은 적이 있었다.

어떻게든 말려보려던 내가 싸움에 휘말려 손가락 끝이 살짝 긁혀 피가 났던 순간, 눈이 뒤집힌 지강우는 한 마리의 맹수로 돌변했다.

자신보다 덩치가 배는 더 큰 성인 남성을 바닥에 메치고, 비명이 난무할 때까지 두들겨 팼다.

고작 손가락에 난 작은 상처 하나만으로도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안절부절못하던 소년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여자를 위해 앞뒤 사정은 알아보지도 않고 나를 사지로 내몰며 죽고 싶냐고 악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다 상관없다.

지강우의 부모님이 귀국하시기만 하면, 이 지긋지긋한 약혼도 마침내 끝을 맺을 테니까.

나는 옆에 서 있던 도우미를 바라보며 간신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병원에 좀 데려다줄래요? 돈은 원하는 대로 드릴게요.”

새로 들어온 듯한 젊은 도우미가 머뭇거리며 다가오려 하자, 고참으로 보이는 여자가 그녀를 뒤로 끌어당겼다.

주변을 살피며 속삭이는 목소리가 내 귀에 똑똑히 박혔다.

“너 죽으려고 환장했어? 도련님이 저 아가씨라면 이를 부득부득 가는 거 몰라? 괜히 도와줬다가 도련님 눈에 띄는 날엔 넌 해고야!”

겁을 먹은 젊은 여자는 마지막으로 나를 힐끗 보더니, 이내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고 구석으로 기어가 액정이 산산조각이 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지강우의 부모님은 일 년 내내 해외에 상주했다.

한 달에 고작 3~4일 정도만 집에 머무는 게 전부였다.

그러니 실질적으로 이 저택의 유일한 권력자는 지강우였다.

지강우는 내게 입버릇처럼 지껄이곤 했다.

“넌 우리 집안 사람 아니야. 그러니까 알아서 기어.”

그 말 한마디 때문에 저택에서 아무도 내게 다가오지 못했다.

집에 오면 음식들은 모조리 쓰레기통으로 직행했고, 식탁 위에는 늘 빈 접시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내가 이미 그런 취급에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간신히 정신을 붙들어 매고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는 뇌진탕이라며 이틀 동안 입원해서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다.

퇴원한 뒤, 짐을 정리하기 위해 다시 지씨 저택으로 향했다.

도우미들은 혼자서 낑낑거리는 나를 철저히 방관하며 싸늘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그날 오후, 나는 모든 짐을 정리해 급하게 구한 자취방으로 옮겼다.

앞으로의 계획을 구상할 임시 거처였다.

졸업장을 받고, 합격 통지서를 챙긴 뒤 파혼까지 하면 그때는 정말 이곳으로부터 영영 멀어질 수 있을 것이다.

지씨 저택을 떠난 지 사흘째 되던 날, 지강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잔뜩 취해 꼬여 있었다.

“너 어디야? A12번 룸이니까 당장 이쪽으로 와.”

한창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느라 집중하고 있던 흐름이 뚝 끊기자 짜증이 확 치밀었다.

“무슨 일인데?”

휴대폰 너머로 침묵이 이어졌다.

시끌벅적하던 주변의 소음마저 덩달아 한풀 꺾여 고요해졌다.

내가 다시 한번 채근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길래 전화를 끊으려던 찰나, 지강우가 불쑥 입을 열었다.

“윤주희, 지금 어디냐고 묻잖아!”

나는 마우스를 움직여 다시 타이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휴대폰을 책상에 내려놓은 채 덤덤하게 내뱉었다.

“나랑 한 공간에 있으면 공기마저 역겹다며. 그래서 이사했어. 걱정 마. 앞으로 그 집 들어갈 일 절대 없을 거니까.”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전해지더니, 이내 차가운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

“네가 언제부터 그렇게 말귀를 잘 알아들었다고? 그동안 죽어라 매달리고 온갖 진상은 다 부렸던 게 누군데.”

“그래, 내 말이 곧 법이라는 거지? 이 도시에서 영영 꺼지라고 하면, 그땐 군말 없이 떠날 수나 있고?”

“네가 지금 무슨 수작 부리는지 관심 없는데, 만약 앞으로도 계속 수연이 괴롭힐 생각이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마우스 커서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나는 가만히 화면을 응시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지강우가 내뱉은 말이 무슨 의미인지 깨달았다.

수화기 너머로 빈정거리는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왜, 할 말이 없어? 맨날 이런 유치한 짓으로 밀당하는 거, 너는 안 지겹냐?”

“지금 당장 수연이한테 사과해. 그럼 집에 다시 기어들어 오는 것 정도는 허락해 줄 테니까.”

나는 차분하고 느릿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래, 약속할게. 나 완전히 떠날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강우의 대답이 들려오기도 전에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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