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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내가 마녀라고?

Author: Sada Vii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6 15:10:46

사미야의 시점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내 시선은 정면만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머릿속에서 스칼렛이 날뛰는 것이 느껴졌지만, 녀석을 무시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나를 향한 알파 제인의 시선이 단 1초도 가라앉지 않는 것을 확인하며, 나는 그분의 바로 앞까지 걸어가 깊숙이 커트시를 해 보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알파님."

"따라와라."

그가 명령하고는 잠시 멈칫했다.

"호위병들, 그리고 메인라드. 너희는 따라올 필요 없다. 이 적발의 여인과 단둘이 할 얘기가 있으니."

몇몇 호위병들의 "예, 알파님" 하는 소리와 발소리가 들려온 뒤에야 나는 감히 고개를 들고 허리를 펴 보였다. 여전히 나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알파의 호위병들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나는 알파의 뒤를 따라 방을 나와 이름 모를 복도로 들어섰다.

몇 분 동안 걷던 남자가 걸음을 멈추었고, 나 역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가 천천히 돌아서 보였다. 그의 밤색 머리칼은 뒤로 쓸어 넘겨져 있었고, 이마 앞으로 흘러내린 몇 가닥의 밤나무빛 머리털은 마치 전담 직원이 붙어 매 순간 완벽한 위치를 유지하도록 관리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완벽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내 영혼까지 꿰뚫어 보며 내 존재의 모든 것을 추궁하는 듯한 그의 한밤중 바다 같은 푸른 눈동자가 있었다. 고개를 돌려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싶은 강렬한 충동이 들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내 자존심이 그것만큼은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이내 내 시선은 큐피드의 활처럼 매혹적인 그의 입술로 떨어졌다. 지난밤 그가 내 귓가에 속삭이던 온갖 탄원과 찬사, 부드러운 쾌락의 신음 소리가 폭풍처럼 머릿속으로 다시 밀려들어 왔고,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지금부터 네가 뱉는 모든 말은 너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도, 혹은 내 은총으로 이끌 수도 있다. 조심해서 입을 열어라."

내가 대답할 겨를도 없이, 남자는 내 손목을 낚아채 근처의 문을 열고 나를 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

번개 같은 속도로 그는 문을 다시 닫고 잠겄다.

"너는 누구냐?"

방금 닫은 문 옆 벽에 들을 기대며 그가 입을 열었다.

나는 목을 가다듬었다.

"사미야입니다. 사미야 코르도바... 오메가예요."

그가 코웃음을 쳤다.

"오메가 치고는 배짱이 두둑하군. 지난밤 내 방에서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거지? 왜 안대를 차고 플루트 따위를 불고 있었으며, 도대체 왜 오늘 아침 참가자들 사이에서 네 모습이 보이는 거냐? 첩자라도 되는 건가... 아니면 마녀인가?"

‘내가 이건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했잖아.’

스칼렛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끔 이 암늑대는 날 단단한 벽에 머리를 백만 번쯤 박고 싶게 만들곤 했다.

‘입 다물고 네가 약속한 대로 날 믿어!’

내가 텔레파시로 고함을 치자, 녀석은 몇 번 투덜거리더니 이내 침묵했다.

나는 목을 가다듬었다.

"전 마녀가 아니에요. 원하신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늑대로 변신해 보일 수 있어요. 그리고 지난밤 알파님의 방에 있었던 건 제가 당신을 원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보아하니, 알파님 역시 절 원하셨던 것 같고요. 노래와 안대에 관해서라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였는데... 효과가 없었나요?"

알파 제인은 침묵을 지켰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이 남자가 내 말을 듣기는 한 건지 의심했겠지만, 그의 얼굴 표정이 짜증에서 호기심으로 차츰 변해가는 모습을 보니, 내 말을 똑똑히 들었고 그에 대해 숙고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는 허리를 곧게 펴고 벽에서 몸을 떼어 걸어 나왔다. 아무런 말도 없이 그는 나를 지나쳐 걸어갔고, 내 시선은 그의 모든 움직임을 쫓았다. 그제야 나는 내가 밀려 들어온 방 안을 둘러볼 엄두를 냈다.

진작 눈채챘어야 했는데, 알파 제인의 기분을 살피고 스칼렛을 진정시키느라 정신이 없어서 깨닫지 못했었다. 알파 제인은 성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 중 하나로 나를 데려온 것이었다. 어쩌다 보니 우리는 지면과 벽면 전체를 다양한 크기와 색상의 꽃들이 수놓고 있는 온실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이어 향기가 밀려왔다. 젖은 흙의 신선하고 알싸한 내음과 이슬을 머금은 잎사귀들, 그리고 피어나는 꽃들의 향기가 섞인 짙은 흙내음이 내 콧가를 찌렀다.

앞으로 걸어가자,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은은하고 부드러운 빛에 눈이 적응해 갔다. 이곳은 완벽했다. 이 풍경을 영원히 감상하고 싶었지만, 알파 제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자 나는 잔혹하게 현실로 떨어졌다.

"변신해라!"

단 한 번의 단순한 명령이었지만 내 목덜미의털을 바짝 서게 만들었다.

알파 제인과 시선을 맞춘 채, 나는 드레스의 어깨끈에 손을 올려 아래로 내리기 시작했다. 드레스를 완전히 내려 내 발거벗은 가슴이 노출될 때까지, 몇 초 동안 우리는 시간 속에 동결된 듯 서 있었다.

알파 제인은 시선을 돌리며 미간을 짚었다.

"변신하라고 했다. 옷을 벗으라는 게 아니라."

"옷을 입은 채 변신하면 나중에 사람으로 돌아왔을 때 입을 옷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이 경우엔 변신하는 게 옷을 벗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요, 알파님... 혹시 제 알몸이 당신에게 그렇게까지 영향을 주나요?"

나는 눈썹을 슬쩍 올리며 알파의 다음 반응을 면밀히 살폈다.

그가 다시 나를 돌아보았다. 손을 내리고 눈썹 사이에 작은 주름을 잡은 채였다.

"네 마음대로 해라. 하지만 1분 안에 변신하지 않는다면, 내 영지에 들어온 첩자와 마녀를 내가 어떻게 다루는지 직접 확인하게 될 거다."

그의 어조는 날이 서 있었지만, 그 언변 아래 깔린 취약함이 느껴졌다. 특히 그 그 운명의 짝에게 당했던 일을 생각하면 그를 탓할 수는 없었다.

아까보다 조금 더 서두르는 태도로 나는 드레스를 벗어 몇 걸음 떨어진 바닥에 놓은 뒤, 그가 명령한 대로 이행했다.

처음에는 송곳니가 돋아나는 것이 느껴지더니, 이내 스칼렛에게 모든 통제권을 넘겨주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변신할 때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 때문에 변신한다는 생각조차 두려워했었는데, 스물셋이 된 지금은 변신이 마치 본능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우리 바보처럼 보이지 않게 처신 잘해.’

스칼렛이 완벽히 주도권을 잡은 것을 확인하며 텔레파시를 보냈다. 이 나쁜 녀석은 내게 대답조차 해주지 않았다.

알파 제인의 시선이 우리에게 고정된 것이 느껴졌다. 마치 지난밤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 그대로 스칼렛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내 늑대가 얼마나 희귀한 종인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다른 대부분의 늑대들과 달리, 녀석은 체리빛이 도는 붉은색에 갈색이 섞인 털과 아몬드 모양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늑대들보다 덩치가 작고 약간 약했으나, 때로는 여우처럼 보이게 만드는 특유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내 유일한 바람이 있다면 녀석이 행동도 여우처럼 똑부러지게 해주는 것뿐이었다.

아무래도 그 기도보다 더 간절히 바라야 했던 모양이다. 녀석이 알파 제인이 서 있는 곳으로 터벅터벅 걸어가 그의 다리에 몸을 비비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맙소사,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밝히는 늑대를 들인데 된 거람.’

스칼렛이 내 말을 들었는지, 나를 더 골탕 먹이는 것이 유일한 목적인 것처럼 끙끙거리는 소리를 냈다. 놀랍게도, 따스한 손길이 스칼렛의 털을 쓸어 넘겼다가 거두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알파 제인이 한 걸음 물러서며 목을 가다듬었다.

"다시 돌아와라."

‘시간 다 됐다, 친구야. 어서 나오시지.’

내가 놀렸다.

‘시끄러! 이 사람은 너보다 나를 훨씬 더 좋아하는 게 틀림없어.’

녀석이 받아쳤다.

‘그래봤자 저 남자가 원하는 건 내 몸이야. 얼마나 웃겨.’

녀석이 중얼거리는 저주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그저 웃음이 나왔다. 내가 아무리 놀려대도 스칼렛이 결코 진심으로 화내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고, 이내 녀석은 통제권을 놓아주어 내가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내가 처한 상황을 확인한 순간, 왜 스칼렛이 별다른 저항 없이 그렇게 쉽게 내게 주도권을 넘겨주었는지 깨달았다.

나는 알파 제인의 바로 옆에 앉아 있었다.

알몸으로.

이 미친 암늑대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너는 사미야 코르도바. 에트라나의 창녀. 오메가로군."

알파 제인이 마치 책을 암송하듯 말했다. 이런 자세로 그가 말하는 것을 듣고 있자니 수치심이 더욱 밀려와, 나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말하는 방식으로 보아, 누군가와 텔레파시로 연락해 정보를 얻어낸 것이 분명했다. 메인라드일 가능성이 높았다. 내가 궁금한 것은 그 자식이 나를 배신하기 전 우리가 소꿉친구였다는 사실이나 내가 그의 거절당한 짝이라는 사실까지 말했느냐는 점이었다. 부디 그 얼간이가 그 정도로 더러운 세부 사항까지 나불댈 만큼 멍청하지는 않았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제야 절 믿으시는군요."

"그래, 그리고 이제 너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경연에서 사퇴하고 내 첩이 되어라. 수완을 잘 발휘한다면 너를 내 가장 총애하는 첩으로 만들어 줄 수도 있고, 더 이상 아무도 너를 ‘에트라나의 창녀’라고 부르지 못하게 해주겠다.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게 되겠지. 아니면 내 권력을 총동원해 너를 낙마시킬 것을 똑똑히 알면서도 경연에 계속 남아있거나. 현명하게 선택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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