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사미야의 시점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내 시선은 정면만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머릿속에서 스칼렛이 날뛰는 것이 느껴졌지만, 녀석을 무시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나를 향한 알파 제인의 시선이 단 1초도 가라앉지 않는 것을 확인하며, 나는 그분의 바로 앞까지 걸어가 깊숙이 커트시를 해 보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알파님."
"따라와라."
그가 명령하고는 잠시 멈칫했다.
"호위병들, 그리고 메인라드. 너희는 따라올 필요 없다. 이 적발의 여인과 단둘이 할 얘기가 있으니."
몇몇 호위병들의 "예, 알파님" 하는 소리와 발소리가 들려온 뒤에야 나는 감히 고개를 들고 허리를 펴 보였다. 여전히 나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알파의 호위병들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나는 알파의 뒤를 따라 방을 나와 이름 모를 복도로 들어섰다.
몇 분 동안 걷던 남자가 걸음을 멈추었고, 나 역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가 천천히 돌아서 보였다. 그의 밤색 머리칼은 뒤로 쓸어 넘겨져 있었고, 이마 앞으로 흘러내린 몇 가닥의 밤나무빛 머리털은 마치 전담 직원이 붙어 매 순간 완벽한 위치를 유지하도록 관리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완벽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내 영혼까지 꿰뚫어 보며 내 존재의 모든 것을 추궁하는 듯한 그의 한밤중 바다 같은 푸른 눈동자가 있었다. 고개를 돌려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싶은 강렬한 충동이 들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내 자존심이 그것만큼은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이내 내 시선은 큐피드의 활처럼 매혹적인 그의 입술로 떨어졌다. 지난밤 그가 내 귓가에 속삭이던 온갖 탄원과 찬사, 부드러운 쾌락의 신음 소리가 폭풍처럼 머릿속으로 다시 밀려들어 왔고,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지금부터 네가 뱉는 모든 말은 너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도, 혹은 내 은총으로 이끌 수도 있다. 조심해서 입을 열어라."
내가 대답할 겨를도 없이, 남자는 내 손목을 낚아채 근처의 문을 열고 나를 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
번개 같은 속도로 그는 문을 다시 닫고 잠겄다.
"너는 누구냐?"
방금 닫은 문 옆 벽에 들을 기대며 그가 입을 열었다.
나는 목을 가다듬었다.
"사미야입니다. 사미야 코르도바... 오메가예요."
그가 코웃음을 쳤다.
"오메가 치고는 배짱이 두둑하군. 지난밤 내 방에서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거지? 왜 안대를 차고 플루트 따위를 불고 있었으며, 도대체 왜 오늘 아침 참가자들 사이에서 네 모습이 보이는 거냐? 첩자라도 되는 건가... 아니면 마녀인가?"
‘내가 이건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했잖아.’
스칼렛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끔 이 암늑대는 날 단단한 벽에 머리를 백만 번쯤 박고 싶게 만들곤 했다.
‘입 다물고 네가 약속한 대로 날 믿어!’
내가 텔레파시로 고함을 치자, 녀석은 몇 번 투덜거리더니 이내 침묵했다.
나는 목을 가다듬었다.
"전 마녀가 아니에요. 원하신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늑대로 변신해 보일 수 있어요. 그리고 지난밤 알파님의 방에 있었던 건 제가 당신을 원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보아하니, 알파님 역시 절 원하셨던 것 같고요. 노래와 안대에 관해서라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였는데... 효과가 없었나요?"
알파 제인은 침묵을 지켰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이 남자가 내 말을 듣기는 한 건지 의심했겠지만, 그의 얼굴 표정이 짜증에서 호기심으로 차츰 변해가는 모습을 보니, 내 말을 똑똑히 들었고 그에 대해 숙고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는 허리를 곧게 펴고 벽에서 몸을 떼어 걸어 나왔다. 아무런 말도 없이 그는 나를 지나쳐 걸어갔고, 내 시선은 그의 모든 움직임을 쫓았다. 그제야 나는 내가 밀려 들어온 방 안을 둘러볼 엄두를 냈다.
진작 눈채챘어야 했는데, 알파 제인의 기분을 살피고 스칼렛을 진정시키느라 정신이 없어서 깨닫지 못했었다. 알파 제인은 성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 중 하나로 나를 데려온 것이었다. 어쩌다 보니 우리는 지면과 벽면 전체를 다양한 크기와 색상의 꽃들이 수놓고 있는 온실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이어 향기가 밀려왔다. 젖은 흙의 신선하고 알싸한 내음과 이슬을 머금은 잎사귀들, 그리고 피어나는 꽃들의 향기가 섞인 짙은 흙내음이 내 콧가를 찌렀다.
앞으로 걸어가자,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은은하고 부드러운 빛에 눈이 적응해 갔다. 이곳은 완벽했다. 이 풍경을 영원히 감상하고 싶었지만, 알파 제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자 나는 잔혹하게 현실로 떨어졌다.
"변신해라!"
단 한 번의 단순한 명령이었지만 내 목덜미의털을 바짝 서게 만들었다.
알파 제인과 시선을 맞춘 채, 나는 드레스의 어깨끈에 손을 올려 아래로 내리기 시작했다. 드레스를 완전히 내려 내 발거벗은 가슴이 노출될 때까지, 몇 초 동안 우리는 시간 속에 동결된 듯 서 있었다.
알파 제인은 시선을 돌리며 미간을 짚었다.
"변신하라고 했다. 옷을 벗으라는 게 아니라."
"옷을 입은 채 변신하면 나중에 사람으로 돌아왔을 때 입을 옷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이 경우엔 변신하는 게 옷을 벗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요, 알파님... 혹시 제 알몸이 당신에게 그렇게까지 영향을 주나요?"
나는 눈썹을 슬쩍 올리며 알파의 다음 반응을 면밀히 살폈다.
그가 다시 나를 돌아보았다. 손을 내리고 눈썹 사이에 작은 주름을 잡은 채였다.
"네 마음대로 해라. 하지만 1분 안에 변신하지 않는다면, 내 영지에 들어온 첩자와 마녀를 내가 어떻게 다루는지 직접 확인하게 될 거다."
그의 어조는 날이 서 있었지만, 그 언변 아래 깔린 취약함이 느껴졌다. 특히 그 그 운명의 짝에게 당했던 일을 생각하면 그를 탓할 수는 없었다.
아까보다 조금 더 서두르는 태도로 나는 드레스를 벗어 몇 걸음 떨어진 바닥에 놓은 뒤, 그가 명령한 대로 이행했다.
처음에는 송곳니가 돋아나는 것이 느껴지더니, 이내 스칼렛에게 모든 통제권을 넘겨주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변신할 때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 때문에 변신한다는 생각조차 두려워했었는데, 스물셋이 된 지금은 변신이 마치 본능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우리 바보처럼 보이지 않게 처신 잘해.’
스칼렛이 완벽히 주도권을 잡은 것을 확인하며 텔레파시를 보냈다. 이 나쁜 녀석은 내게 대답조차 해주지 않았다.
알파 제인의 시선이 우리에게 고정된 것이 느껴졌다. 마치 지난밤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 그대로 스칼렛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내 늑대가 얼마나 희귀한 종인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다른 대부분의 늑대들과 달리, 녀석은 체리빛이 도는 붉은색에 갈색이 섞인 털과 아몬드 모양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늑대들보다 덩치가 작고 약간 약했으나, 때로는 여우처럼 보이게 만드는 특유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내 유일한 바람이 있다면 녀석이 행동도 여우처럼 똑부러지게 해주는 것뿐이었다.
아무래도 그 기도보다 더 간절히 바라야 했던 모양이다. 녀석이 알파 제인이 서 있는 곳으로 터벅터벅 걸어가 그의 다리에 몸을 비비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맙소사,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밝히는 늑대를 들인데 된 거람.’
스칼렛이 내 말을 들었는지, 나를 더 골탕 먹이는 것이 유일한 목적인 것처럼 끙끙거리는 소리를 냈다. 놀랍게도, 따스한 손길이 스칼렛의 털을 쓸어 넘겼다가 거두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알파 제인이 한 걸음 물러서며 목을 가다듬었다.
"다시 돌아와라."
‘시간 다 됐다, 친구야. 어서 나오시지.’
내가 놀렸다.
‘시끄러! 이 사람은 너보다 나를 훨씬 더 좋아하는 게 틀림없어.’
녀석이 받아쳤다.
‘그래봤자 저 남자가 원하는 건 내 몸이야. 얼마나 웃겨.’
녀석이 중얼거리는 저주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그저 웃음이 나왔다. 내가 아무리 놀려대도 스칼렛이 결코 진심으로 화내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고, 이내 녀석은 통제권을 놓아주어 내가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내가 처한 상황을 확인한 순간, 왜 스칼렛이 별다른 저항 없이 그렇게 쉽게 내게 주도권을 넘겨주었는지 깨달았다.
나는 알파 제인의 바로 옆에 앉아 있었다.
알몸으로.
이 미친 암늑대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너는 사미야 코르도바. 에트라나의 창녀. 오메가로군."
알파 제인이 마치 책을 암송하듯 말했다. 이런 자세로 그가 말하는 것을 듣고 있자니 수치심이 더욱 밀려와, 나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말하는 방식으로 보아, 누군가와 텔레파시로 연락해 정보를 얻어낸 것이 분명했다. 메인라드일 가능성이 높았다. 내가 궁금한 것은 그 자식이 나를 배신하기 전 우리가 소꿉친구였다는 사실이나 내가 그의 거절당한 짝이라는 사실까지 말했느냐는 점이었다. 부디 그 얼간이가 그 정도로 더러운 세부 사항까지 나불댈 만큼 멍청하지는 않았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제야 절 믿으시는군요."
"그래, 그리고 이제 너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경연에서 사퇴하고 내 첩이 되어라. 수완을 잘 발휘한다면 너를 내 가장 총애하는 첩으로 만들어 줄 수도 있고, 더 이상 아무도 너를 ‘에트라나의 창녀’라고 부르지 못하게 해주겠다.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게 되겠지. 아니면 내 권력을 총동원해 너를 낙마시킬 것을 똑똑히 알면서도 경연에 계속 남아있거나. 현명하게 선택해라."
사미야의 시점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내 시선은 정면만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머릿속에서 스칼렛이 날뛰는 것이 느껴졌지만, 녀석을 무시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나를 향한 알파 제인의 시선이 단 1초도 가라앉지 않는 것을 확인하며, 나는 그분의 바로 앞까지 걸어가 깊숙이 커트시를 해 보였다."좋은 아침입니다, 알파님.""따라와라."그가 명령하고는 잠시 멈칫했다."호위병들, 그리고 메인라드. 너희는 따라올 필요 없다. 이 적발의 여인과 단둘이 할 얘기가 있으니."몇몇 호위병들의 "예, 알파님" 하는 소리와 발소리가 들려온 뒤에야 나는 감히 고개를 들고 허리를 펴 보였다. 여전히 나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알파의 호위병들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나는 알파의 뒤를 따라 방을 나와 이름 모를 복도로 들어섰다.몇 분 동안 걷던 남자가 걸음을 멈추었고, 나 역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가 천천히 돌아서 보였다. 그의 밤색 머리칼은 뒤로 쓸어 넘겨져 있었고, 이마 앞으로 흘러내린 몇 가닥의 밤나무빛 머리털은 마치 전담 직원이 붙어 매 순간 완벽한 위치를 유지하도록 관리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완벽하게 배치되어 있었다.그리고 내 영혼까지 꿰뚫어 보며 내 존재의 모든 것을 추궁하는 듯한 그의 한밤중 바다 같은 푸른 눈동자가 있었다. 고개를 돌려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싶은 강렬한 충동이 들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내 자존심이 그것만큼은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이내 내 시선은 큐피드의 활처럼 매혹적인 그의 입술로 떨어졌다. 지난밤 그가 내 귓가에 속삭이던 온갖 탄원과 찬사, 부드러운 쾌락의 신음 소리가 폭풍처럼 머릿속으로 다시 밀려들어 왔고,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지금부터 네가 뱉는 모든 말은 너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도, 혹은 내 은총으로 이끌 수도 있다. 조심해서 입을 열어라."내가 대답할 겨를도 없이, 남자는 내 손목을 낚아채 근처의 문을 열고 나를 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번개 같은 속도로 그는 문을 다시 닫고 잠
사미야의 시점알파의 집무실을 빠져나오는 건 당초 생각했던 것만큼 까다롭지 않았다. 내가 눈을 떴을 땐 이미 침대 옆자리가 비어 있었다.알파의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서둘러 가운을 챙겨 들었고, 알파와의 아슬아슬한 일탈 속에서도 이 얇은 옷감이 찢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달의 여신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내 작고 소중한 목재 플루트도 잊지 않고 챙겼다.밖은 아직 어두컴컴했다. 알파가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 나간 이유가 내 머릿속을 오래 매돌았지만, 나는 생각을 모두 털어내고 그의 방에서 걸어 나왔다. 이제 내 계획의 1단계가 완료되었으니, 아직 참여해야 할 경연에 마음을 집중해야 했다.날이 아직 밤이었기에 복도에 서 있는 호위병은 몇 없었지만, 그 앞을 지날 때 대부분이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은 내게서 알파의 향을 맡은 것이 틀림없었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볼 이유는 그것뿐이었다. 그 생각만으로도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가슴속이 따스해졌다.이 경연의 승리에 거의 다다랐다는 좋은 예감이 들었다.방 안으로 슬그머니 들어온 나는 문을 잠그고, 경연의 첫 번째 공식 일정에 걸맞은 아름다운 드레스를 찾기 위해 짐을 뒤지기 시작했다.‘어쩌면 네 말이 맞았을지도 몰라.’내 탐색을 방해하며 스칼렛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녀석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눈알을 굴렸다.‘알파 제인이 우리 둘 모두에게 훨씬 더 나은 짝이 될 거라는 거?! 당연히 내 말이 맞지! 너 그 대단한 크기 봤어?’나는 웃으며 텔레파시를 보냈다.‘봤지. 날 믿어, 나도 봤어. 하지만 미야, 그 남자의 크기 때문만은 아니야. 그의 늑대도 마찬가지였어. 그 녀석은 우리를 원했어. 우리를 원하고 있다는 게 똑똑히 느껴졌다고.’내 안에서 스칼렛의 에너지가 보글보글 피어오르는 것이 느껴졌고, 솔직히 가슴이 뭉클해졌다. 메인라드에게 거절당한 이후로 녀석이 무언가에 이렇게까지 흥분한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당연히 원했겠지. 내가 그 남자의 돌아가
제인의 시점나로 하여금 첩을 들이겠다는 현명한 결정을 내리게 만든 그 누군가에게 마음속으로 깊이 감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오늘 역시 다른 날들과 마찬가지로 끔찍하게 잊히지 않고, 지루하며, 미쳐버릴 것 같은 날이었다. 내 운명을 달의 여신에게 내맡기고 감정을 믿기로 했던 그 멍청한 결정을 내린 이후부터 내 삶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삶이 완벽한 어둠 속으로 처박히는 것을 막기 위해 매일 눈을 뜨고 있는 모든 순간을 소진해야만 했다.처음에는 술로 독을 타듯 시름을 덮는 것이 좋은 방법처럼 보였으나, 그것도 내 머릿속의 마귀들을 완전히 마비시키고 조용히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샬라짓(Shilajit) 차였다.내 방으로 이어지는 복도 한가운데서부터 이미 귓가를 울리는 끔찍한 멜로디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마신 술이 감각을 완전히 짓뭉개놓은 게 아니라면, 내 방에서 흘러나오는 그 곡조는 들리브의 중 ‘꽃의 이중주’가 분명했다. 내 어머니가 살아계실 적 왕궁 정원에서 연주하시던 바로 그 클래식 곡이었다.저 곡을 연주하고 있는 자가 누구든, 내 손에 죽을 각오를 했거나 나를 그 과거 속으로 다시 끌고 간 죄로 지독한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터였다.아련한 향수가 감각을 찌르며 스쳐 지나갔고, 이 하루를 끝내버리기 위해 샬라짓 차를 향해 가려는 내 욕구를 더욱 부추겼다.침실 문을 열었을 때, 내가 가장 예상하지 못했던 광경은 안대를 차고 반누드로 목재 플루트를 입에 붙이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었다. 내 안의 늑대가 요동치기 시작할 때까지 내 모든 생각은 몇 초간 멍하게 정지해 버렸다.미미한 자스민과 바닐라 향의 파도가 공기 중에 몽글몽글 피어나 내 후각 시스템을 공격했고, 나와 랄프(Ralph) 둘 다 ‘이성’이라는 아슬아슬한 끈에서 거의 튕겨 나갈 뻔하게 만들었다.우리의 운명의 짝이 그토록 끔찍한 방식으로 우리를 배신한 이후로, 내 늑대인 랄프는 내 안에서 침묵을 지켜왔다. 녀석은 전투와 피
사미야의 시점가끔은 이 팩의 모든 남자가 타고난 뇌 대신 두 다리 사이에 달린 것으로만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었다.그 호위병이 내 돈을 받는 대신 나와 하룻밤을 보내고 싶어 하는 게 훤히 보였지만, 그는 어찌 됐든 돈을 챙겼다. 그리고 내가 알파와 만날 때마다 치르는 특별한 리추얼(의식)이 있다고 말해주자, 이 얼간이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고 내가 필요한 대로 정확히 움직여 주었다.이 계획은 정말이지 미친 짓이었다.스칼렛은 이 계획이 수틀릴 수 있는 온갖 가능성을 내게 알려주는 것을 자신의 유일한 사명으로 삼은 듯했고, 녀석이 지적한 몇몇 포인트는 꽤 일리가 있었지만 나는 어떻게든 이 일을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게다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마련해 두었다. 완벽하진 않아도, 어떻게든 작통해야만 했다.‘내 직감이 틀린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어?’나는 빈정거리는 텔레파시로 스칼렛에게 물었다.‘우리 짝이 우리를 거절했을 때.’스칼렛이 콧방귀를 뀌었다.‘좀 닥쳐 줄래!’호위병은 나를 왕실 주방으로 안내했다. 듣자하니 알파에게는 매일 밤 방으로 조달되는 특별한 샬라짓(Shilajit) 차가 있었는데, 나는 당연히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연기해야 했다. 호위병이 그 차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내 머릿속에서 기발하고도 미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아이디어를 듣고 주방 직원 몇 명과 호위병은 내 제정신 여부를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냈다."알파 제인님께선 제 기발한 생각들에 이미 익숙하셔요. 못 믿겠다면, 알파께서 자기 방에 낯선 사람이 있는 걸 보고 절 직접 처벌하실 테니 그분을 믿어보시죠. 그리고 여러분이 이 일에 개입했다는 사실은 절대로 입 밖으로 내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나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호위병과 여직원에게 단호하게 말했다.그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고, 이 일 전체가 얼마나 미친 짓인지 그들이 완전히 깨닫기 전에 나는 얼른 쐐기를 박았다."그리고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사미야의 시점가슴.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가슴이 넘쳐나고 있었는데, 정작 여기서 ‘창녀’ 취급을 받는 건 나였다.에트라나에서 가장 큰 시장 한복판에서 메인라드에게 거절당한 지 2년, 그리고 내가 복수를 계획하기 시작한 지도 2년이 지났다.매년 첫 번째 달의 세 번째 날이 되면, 모든 여성 워울프들—내가 ‘늑대 여인들’이라 부르길 좋아하는 이들—이 알파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경쟁하는 경연이 시작된다. 이 경연은 참가하는 모든 여성이 자신이 완벽한 루나(Luna)가 될 자격이 있음을 알파 제인 본인에게 증명해야 하는 게임이었지만, 그 남자는 항상 요리조리 핑계를 대며 빠져나가곤 했다. 잘해봐야 참가자들이 도달할 수 있는 자리는 그의 첩실 모임 정도였다.하지만 올해는 달랐다.올해는 내가 에트라나 전체에 알파와 각인하는 법이 어떤 것인지 똑똑히 보여주고, 그 새로운 신분을 이용해 메인라드를 완벽히 짓밟아 버릴 작정이었으니까.알파의 성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건물 내의 특별한 구역으로 안내받았다. 그곳에는 알파의 선택받은 짝이 되기 위해 경쟁하러 온 다른 여성들이 이미 모여 있었다. 다행히도 올해 경연에 참가한 여성의 수는 훨씬 적었지만, 대신 그만큼 지독하게 필사적이기도 했다.복도에는 대략 7명에서 10명 정도의 여성들이 서 있었는데, 그들이 입은 정장 드레스는 딱히 ‘정장’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내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여성은 가슴이 드레스 밖으로 쏟아져 내릴 듯했고, 내가 제대로 본 게 맞다면 어떤 여자는 훤히 비치는 드레스 사이로 노출이 과감하게 드러나 있었다.그렇다고 그들의 전략을 비난할 생각은 없었다. 나 역시 이 대륙에서 도덕적으로 가장 결백한 인물은 아니었고, 워울프란 본래 욕망에 충실한 생물이니까.게다가 내가 입은 옷도 그리 조신한 편은 아니었다. 어머니와 나는 짙은 주황빛 머리를 높고 매끄러운 번 헤어로 올리고, 옆트임이 깊게 파이고 가슴선이 시원하게 파인 몸에 딱 붙는 드레스를 선택했었다. 내 드레스는 남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히
사미야의 시점"모두 물러가라."메인라드가 나를 내 집—아니, 한때 내 집이었던 곳에서 데리고 나온 순간부터 입 밖에 낸 말은 그것뿐이었다.더 이상 음침한 호위병들이 우리와 동행하지 않는 것은 다행이었지만, 우리 사이를 채운 짓눌리는 듯한 침묵은 전혀 반갑지 않았다.내 늑대인 스칼렛 역시 짝이 침묵을 지키는 상황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스칼렛이 머릿속 한구석에서 끊임없이 징징대는 소리가 느껴졌지만, 녀석을 탓할 수는 없었다. 이제 막 짝을 발견했을 뿐인데도 메인라드, 그리고 그의 늑대와 하나가 되고 싶다는 욕구가 거의 참기 힘들 정도로 거세지고 있었으니까."달의 여신께서는 정말 훌륭하신 분이야. 항상 좋은 짝을 만나길 바랐는데, 세상에 이런 확률이 어디 있겠어? 세상 그 많은 사람 중에서 내 짝을 너로 만들어 주시다니, 메인라드. 비록 한동안 서로 멀어졌긴 했지만, 그래도 내 짝이 어린 시절 가장 친한 친구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난 정말 기뻐."어떻게든 대화의 물꼬를 터보고자 나는 슬그머니 말을 건넸다.하지만 메인라드는 내 말을 들었는지조차 알 수 없을 만큼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의 냉담함은 스칼렛의 불평을 달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그는 돌길을 따라 계속 걸어갔고, 나는 그 뒤를 바짝 따라갔다. 몇 번인가 그의 보폭에 맞춰 걸어보려 애썼지만, 그는 나를 쉽게 따돌렸다."메인라드, 제발 좀 천천히 걸어줄래?"이번에는 조금 더 큰 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그제야 그가 걸음을 멈추었다. 천천히 나를 향해 돌아서는 그의 눈과 내 눈이 마주친 순간, 폐속의 공기가 전부 빠져나간 듯 숨이 턱 막혀왔다.부드러운 꿀빛 갈색 눈동자가 내 작은 에메랄드빛 초록 눈동자와 마주쳤고, 공기 중에 찌릿한 진동이 감돌기 시작했다. 짝의 결속 때문이 분명했다. 속으로 몇 번이고 이것이 짝의 결속 때문에 느껴지는 감정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려 했지만, 메인라드를 향했던 어린 시절의 짝사랑이 결코 완전히 사라진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내 심장은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