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사미야의 시점
알파의 집무실을 빠져나오는 건 당초 생각했던 것만큼 까다롭지 않았다. 내가 눈을 떴을 땐 이미 침대 옆자리가 비어 있었다.
알파의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서둘러 가운을 챙겨 들었고, 알파와의 아슬아슬한 일탈 속에서도 이 얇은 옷감이 찢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달의 여신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내 작고 소중한 목재 플루트도 잊지 않고 챙겼다.
밖은 아직 어두컴컴했다. 알파가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 나간 이유가 내 머릿속을 오래 매돌았지만, 나는 생각을 모두 털어내고 그의 방에서 걸어 나왔다. 이제 내 계획의 1단계가 완료되었으니, 아직 참여해야 할 경연에 마음을 집중해야 했다.
날이 아직 밤이었기에 복도에 서 있는 호위병은 몇 없었지만, 그 앞을 지날 때 대부분이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은 내게서 알파의 향을 맡은 것이 틀림없었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볼 이유는 그것뿐이었다. 그 생각만으로도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가슴속이 따스해졌다.
이 경연의 승리에 거의 다다랐다는 좋은 예감이 들었다.
방 안으로 슬그머니 들어온 나는 문을 잠그고, 경연의 첫 번째 공식 일정에 걸맞은 아름다운 드레스를 찾기 위해 짐을 뒤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네 말이 맞았을지도 몰라.’
내 탐색을 방해하며 스칼렛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녀석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눈알을 굴렸다.
‘알파 제인이 우리 둘 모두에게 훨씬 더 나은 짝이 될 거라는 거?! 당연히 내 말이 맞지! 너 그 대단한 크기 봤어?’
나는 웃으며 텔레파시를 보냈다.
‘봤지. 날 믿어, 나도 봤어. 하지만 미야, 그 남자의 크기 때문만은 아니야. 그의 늑대도 마찬가지였어. 그 녀석은 우리를 원했어. 우리를 원하고 있다는 게 똑똑히 느껴졌다고.’
내 안에서 스칼렛의 에너지가 보글보글 피어오르는 것이 느껴졌고, 솔직히 가슴이 뭉클해졌다. 메인라드에게 거절당한 이후로 녀석이 무언가에 이렇게까지 흥분한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원했겠지. 내가 그 남자의 돌아가신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시던 노래를 연주해 줬잖아. 남자는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여자에게 더 끌린다는 말 못 들어봤어? 내가 전부 잘 처리할 수 있다고 했잖아.’
머릿속에서 작은 비웃음 소리가 울려 퍼졌고, 나는 동작을 멈췄다.
‘잠깐만... 너 나한테 나만 믿는다고 계속 말했던 애 아니었어?’
‘그건 내가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니까 한 말이지.’
‘스칼렛.’
내가 경고하는 어조로 불렀다.
‘그냥 이번 일을 망치지만 마.’
녀석이 완전히 침묵에 빠지기 전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나는 픽 웃음을 터뜨리며 옷을 계속 뒤적거린 끝에 완벽한 붉은색 드레스를 찾아냈다.
드레스와 함께 장신구, 향수, 완벽한 백을 침대 위에 정돈해 둔 뒤, 나는 샤워실로 들어가 몸을 씻었다. 알파의 향을 완전히 덮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도, 몸에 남은 흔적들을 씻어낼 수 있도록 신중하게 움직였다.
씻고 나오자 창문 너머로 첫 여명이 언뜻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옷을 입었다. 장신구는 금빛으로 골랐고, 머리는 자연스럽게 늘어뜨리기로 했다. 오늘만큼은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드레스가 나를 대변해 주길 바랐다. 다른 드레스들과 마찬가지로, 이 드레스 역시 가슴골을 꽤 많이 드러내는 위험할 정도로 깊은 V라인으로 파여 있었고, 아래로는 바닥까지 자연스럽게 흘러내려 인어 같은 실루엣을 연출해 주었다.
무엇보다 이 드레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지난밤 알파 제인이 내 목을 얼마나 깊이 애무했는지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목선을 완전히 노출시켜 준다는 사실이었다.
방을 나서자, 어제 메인라드가 우리를 모아두었던 연회장으로 향하는 몇몇 다른 여성들이 보였다. 아까 본 호위병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지나치는 여성들 대부분이 약간의 혼란이 섞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게서 나는 알파 제인의 향을 맡았거나, 내 목에 남은 애정의 흔적을 보았거나, 혹은 둘 다였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그다지 상관없었다.
우리는 메인라드가 나타날 때까지 약 10분 동안 기다려야 했다.
그의 은발이 섞인 금발을 발견한 순간,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어제의 그 금발 머리 참가자와 그가 정신없이 몸을 섞던 광경이었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혈관을 타고 솟구치는 분노를 막을 수는 없었다.
내 감정이 그 남자를 불러낼 만큼 격렬했던 것일까, 메인라드가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 짧은 순간만큼은 방 안에 우리 두 사람만 존재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느낌은 그가 내게 다가오기 시작하면서 곧 사라졌다.
내 첫 번째 본능은 달아나거나 그를 피하는 것이었으나, 내 발은 바닥에 고정된 듯 움직이지 않았다. 이 남자는 내가 자신을 얼마나 경멸하게 되었는지 똑똑히 봐야 했다. 어릴 적의 무력했던 오메가나 2년 전 시장 한복판에 그가 버리고 간 약해 빠진 창녀가 아니라는 것을 이 남자는 알아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어깨를 펴고 곧게 서서 그를 맞이했다.
나에게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메인라드가 멈춰 섰다. 그의 코가 경련하듯 꿈틀거렸고, 콧구멍이 눈에 띄게 팽창했다.
그는 향을 맡은 것이다.
그의 얼굴 표정은 경악에서 두려움으로 바뀌었고, 그의 다리가 움직이며 나를 향해 한층 더 빠르게 걸어왔다. 내 앞에 선 그는 내 손을 거칠게 낚아채며 나를 자신 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그의 눈이 내 눈을 탐색했고, 눈썹이 찌푸려졌다.
"제인? 진심이야? 여기서 하룻밤을 보내더니, 그 밤을 알파의 침대에서 보내기로 한 거냐고?"
그가 침을 뱉듯 쏘아붙였다.
메인라드의 악력에서 손을 털어내며, 내 안의 분노가 새로운 차원으로 치솟는 것이 느껴졌다.
"당신은 나한테 다가오거나 말할 자격 따위 없어! 내가 기억하기로 당신은 아무한테나 다리를 벌린다며 나를 모욕했었지. 그러니까 이건 당신한테 딱히 놀라울 일도 아니잖아!"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받아쳤다. 다른 이들에게 우리 목소리가 쉽게 들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내 울분은 메인라드를 더욱 자극한 듯했고, 그의 눈이 한층 더 가늘어졌다. 그가 당장이라도 폭발하기 직전이라고 느낀 순간, 우렁찬 목소리가 우리의 다툼을 끝맺었다.
"메인라드, 이 여성들이 올해 경연에 참가할 인원의 전부인가?"
나는 그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에트라나 팩의 누구라도 무릎 꿇릴 수 있는 목소리이자, 지난밤 내가 절정에 다다를 때마다 내 귓가에 울려 퍼지던 바로 그 목소리. 알파 제인이었다.
메인라드는 나에게서 한 걸음 물러서며 번개처럼 몸을 돌렸다. 조금 전까지 나와 한 뼘 거리도 안 되는 곳에 서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예, 제인. 올해 당신의 선택받은 짝 자리를 두고 경쟁하기 위해 신청한 여성들은 이들이 전부입니다."
그가 손을 펼쳐 보이며 보고했다.
알파 제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단 한 걸음 내딛더니, 코를 살짝 찌푸렸다. 그는 고개를 공중으로 더 높이 들고 방 안의 모든 얼굴을 하나하나 훑기 시작했다. 그의 시선이 내게 멈추었을 때, 내 심장은 찰나의 순간 정지했다가 겨우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의 눈길은 내게 고정되어 있었고, 나 역시 그가 나를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깊은 호기심을 담아 그를 바라보았다. 스칼렛은 내게 고개를 숙이거나 최소한 시선을 피하라고 종용했지만, 나는 내 안의 모든 힘을 끌어모아 거부했다.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여기까지 온 마당에 결코.
"내 마음을 얻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들었는데, 몇몇은 경연을 기다리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 욕구를 채워야 했던 모양이군."
마치 이곳에 억지로 끌려온 사람처럼 느릿하게 말을 끌며, 그의 목소리가 벽을 타고 울려 퍼졌다.
찰나의 순간 나는 그가 나를 가리키는 것이라 생각했고 내 심장 박동이 다시 가빠졌으나, 그의 고개가 마침내 다른 참가자에게로 향하자 나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너는 내 베타와 잤더군."
알파 제인이 손가락으로 지목한 것은, 지난밤 내가 메인라드와 몸을 섞는 것을 목격했던 그 갈색 머리의 여자였다. 그녀는 마치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처럼 입을 'O' 자로 벌리며 눈을 커다랗게 떴다.
이 얼간이는 우리 워울프들, 특히 알파가 향을 얼마나 쉽게 추적할 수 있는지 잊어버린 걸까?
여자가 변명할 기회를 잡기도 전에 알파 제인이 말을 이어갔다.
"축하한다! 너는 공식적으로 첫 번째 관문에서 탈락했다. 호위병들, 저 여자를 내 눈앞에서 치워라."
알파의 호위병 두 명이 앞으로 나와 그 갈색 머리 여자를 성 밖으로 연행할 준비를 했다. 우리 모두가 방금 일어난 일을 감지하려 애쓰던 그 순간, 알파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내 감각을 사로잡았다.
"적발의 여인, 앞으로 나와라. 할 이야기가 있다."
사미야의 시점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내 시선은 정면만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머릿속에서 스칼렛이 날뛰는 것이 느껴졌지만, 녀석을 무시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나를 향한 알파 제인의 시선이 단 1초도 가라앉지 않는 것을 확인하며, 나는 그분의 바로 앞까지 걸어가 깊숙이 커트시를 해 보였다."좋은 아침입니다, 알파님.""따라와라."그가 명령하고는 잠시 멈칫했다."호위병들, 그리고 메인라드. 너희는 따라올 필요 없다. 이 적발의 여인과 단둘이 할 얘기가 있으니."몇몇 호위병들의 "예, 알파님" 하는 소리와 발소리가 들려온 뒤에야 나는 감히 고개를 들고 허리를 펴 보였다. 여전히 나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알파의 호위병들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나는 알파의 뒤를 따라 방을 나와 이름 모를 복도로 들어섰다.몇 분 동안 걷던 남자가 걸음을 멈추었고, 나 역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가 천천히 돌아서 보였다. 그의 밤색 머리칼은 뒤로 쓸어 넘겨져 있었고, 이마 앞으로 흘러내린 몇 가닥의 밤나무빛 머리털은 마치 전담 직원이 붙어 매 순간 완벽한 위치를 유지하도록 관리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완벽하게 배치되어 있었다.그리고 내 영혼까지 꿰뚫어 보며 내 존재의 모든 것을 추궁하는 듯한 그의 한밤중 바다 같은 푸른 눈동자가 있었다. 고개를 돌려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싶은 강렬한 충동이 들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내 자존심이 그것만큼은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이내 내 시선은 큐피드의 활처럼 매혹적인 그의 입술로 떨어졌다. 지난밤 그가 내 귓가에 속삭이던 온갖 탄원과 찬사, 부드러운 쾌락의 신음 소리가 폭풍처럼 머릿속으로 다시 밀려들어 왔고,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지금부터 네가 뱉는 모든 말은 너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도, 혹은 내 은총으로 이끌 수도 있다. 조심해서 입을 열어라."내가 대답할 겨를도 없이, 남자는 내 손목을 낚아채 근처의 문을 열고 나를 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번개 같은 속도로 그는 문을 다시 닫고 잠
사미야의 시점알파의 집무실을 빠져나오는 건 당초 생각했던 것만큼 까다롭지 않았다. 내가 눈을 떴을 땐 이미 침대 옆자리가 비어 있었다.알파의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서둘러 가운을 챙겨 들었고, 알파와의 아슬아슬한 일탈 속에서도 이 얇은 옷감이 찢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달의 여신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내 작고 소중한 목재 플루트도 잊지 않고 챙겼다.밖은 아직 어두컴컴했다. 알파가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 나간 이유가 내 머릿속을 오래 매돌았지만, 나는 생각을 모두 털어내고 그의 방에서 걸어 나왔다. 이제 내 계획의 1단계가 완료되었으니, 아직 참여해야 할 경연에 마음을 집중해야 했다.날이 아직 밤이었기에 복도에 서 있는 호위병은 몇 없었지만, 그 앞을 지날 때 대부분이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은 내게서 알파의 향을 맡은 것이 틀림없었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볼 이유는 그것뿐이었다. 그 생각만으로도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가슴속이 따스해졌다.이 경연의 승리에 거의 다다랐다는 좋은 예감이 들었다.방 안으로 슬그머니 들어온 나는 문을 잠그고, 경연의 첫 번째 공식 일정에 걸맞은 아름다운 드레스를 찾기 위해 짐을 뒤지기 시작했다.‘어쩌면 네 말이 맞았을지도 몰라.’내 탐색을 방해하며 스칼렛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녀석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눈알을 굴렸다.‘알파 제인이 우리 둘 모두에게 훨씬 더 나은 짝이 될 거라는 거?! 당연히 내 말이 맞지! 너 그 대단한 크기 봤어?’나는 웃으며 텔레파시를 보냈다.‘봤지. 날 믿어, 나도 봤어. 하지만 미야, 그 남자의 크기 때문만은 아니야. 그의 늑대도 마찬가지였어. 그 녀석은 우리를 원했어. 우리를 원하고 있다는 게 똑똑히 느껴졌다고.’내 안에서 스칼렛의 에너지가 보글보글 피어오르는 것이 느껴졌고, 솔직히 가슴이 뭉클해졌다. 메인라드에게 거절당한 이후로 녀석이 무언가에 이렇게까지 흥분한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당연히 원했겠지. 내가 그 남자의 돌아가
제인의 시점나로 하여금 첩을 들이겠다는 현명한 결정을 내리게 만든 그 누군가에게 마음속으로 깊이 감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오늘 역시 다른 날들과 마찬가지로 끔찍하게 잊히지 않고, 지루하며, 미쳐버릴 것 같은 날이었다. 내 운명을 달의 여신에게 내맡기고 감정을 믿기로 했던 그 멍청한 결정을 내린 이후부터 내 삶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삶이 완벽한 어둠 속으로 처박히는 것을 막기 위해 매일 눈을 뜨고 있는 모든 순간을 소진해야만 했다.처음에는 술로 독을 타듯 시름을 덮는 것이 좋은 방법처럼 보였으나, 그것도 내 머릿속의 마귀들을 완전히 마비시키고 조용히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샬라짓(Shilajit) 차였다.내 방으로 이어지는 복도 한가운데서부터 이미 귓가를 울리는 끔찍한 멜로디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마신 술이 감각을 완전히 짓뭉개놓은 게 아니라면, 내 방에서 흘러나오는 그 곡조는 들리브의 중 ‘꽃의 이중주’가 분명했다. 내 어머니가 살아계실 적 왕궁 정원에서 연주하시던 바로 그 클래식 곡이었다.저 곡을 연주하고 있는 자가 누구든, 내 손에 죽을 각오를 했거나 나를 그 과거 속으로 다시 끌고 간 죄로 지독한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터였다.아련한 향수가 감각을 찌르며 스쳐 지나갔고, 이 하루를 끝내버리기 위해 샬라짓 차를 향해 가려는 내 욕구를 더욱 부추겼다.침실 문을 열었을 때, 내가 가장 예상하지 못했던 광경은 안대를 차고 반누드로 목재 플루트를 입에 붙이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었다. 내 안의 늑대가 요동치기 시작할 때까지 내 모든 생각은 몇 초간 멍하게 정지해 버렸다.미미한 자스민과 바닐라 향의 파도가 공기 중에 몽글몽글 피어나 내 후각 시스템을 공격했고, 나와 랄프(Ralph) 둘 다 ‘이성’이라는 아슬아슬한 끈에서 거의 튕겨 나갈 뻔하게 만들었다.우리의 운명의 짝이 그토록 끔찍한 방식으로 우리를 배신한 이후로, 내 늑대인 랄프는 내 안에서 침묵을 지켜왔다. 녀석은 전투와 피
사미야의 시점가끔은 이 팩의 모든 남자가 타고난 뇌 대신 두 다리 사이에 달린 것으로만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었다.그 호위병이 내 돈을 받는 대신 나와 하룻밤을 보내고 싶어 하는 게 훤히 보였지만, 그는 어찌 됐든 돈을 챙겼다. 그리고 내가 알파와 만날 때마다 치르는 특별한 리추얼(의식)이 있다고 말해주자, 이 얼간이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고 내가 필요한 대로 정확히 움직여 주었다.이 계획은 정말이지 미친 짓이었다.스칼렛은 이 계획이 수틀릴 수 있는 온갖 가능성을 내게 알려주는 것을 자신의 유일한 사명으로 삼은 듯했고, 녀석이 지적한 몇몇 포인트는 꽤 일리가 있었지만 나는 어떻게든 이 일을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게다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마련해 두었다. 완벽하진 않아도, 어떻게든 작통해야만 했다.‘내 직감이 틀린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어?’나는 빈정거리는 텔레파시로 스칼렛에게 물었다.‘우리 짝이 우리를 거절했을 때.’스칼렛이 콧방귀를 뀌었다.‘좀 닥쳐 줄래!’호위병은 나를 왕실 주방으로 안내했다. 듣자하니 알파에게는 매일 밤 방으로 조달되는 특별한 샬라짓(Shilajit) 차가 있었는데, 나는 당연히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연기해야 했다. 호위병이 그 차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내 머릿속에서 기발하고도 미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아이디어를 듣고 주방 직원 몇 명과 호위병은 내 제정신 여부를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냈다."알파 제인님께선 제 기발한 생각들에 이미 익숙하셔요. 못 믿겠다면, 알파께서 자기 방에 낯선 사람이 있는 걸 보고 절 직접 처벌하실 테니 그분을 믿어보시죠. 그리고 여러분이 이 일에 개입했다는 사실은 절대로 입 밖으로 내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나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호위병과 여직원에게 단호하게 말했다.그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고, 이 일 전체가 얼마나 미친 짓인지 그들이 완전히 깨닫기 전에 나는 얼른 쐐기를 박았다."그리고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사미야의 시점가슴.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가슴이 넘쳐나고 있었는데, 정작 여기서 ‘창녀’ 취급을 받는 건 나였다.에트라나에서 가장 큰 시장 한복판에서 메인라드에게 거절당한 지 2년, 그리고 내가 복수를 계획하기 시작한 지도 2년이 지났다.매년 첫 번째 달의 세 번째 날이 되면, 모든 여성 워울프들—내가 ‘늑대 여인들’이라 부르길 좋아하는 이들—이 알파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경쟁하는 경연이 시작된다. 이 경연은 참가하는 모든 여성이 자신이 완벽한 루나(Luna)가 될 자격이 있음을 알파 제인 본인에게 증명해야 하는 게임이었지만, 그 남자는 항상 요리조리 핑계를 대며 빠져나가곤 했다. 잘해봐야 참가자들이 도달할 수 있는 자리는 그의 첩실 모임 정도였다.하지만 올해는 달랐다.올해는 내가 에트라나 전체에 알파와 각인하는 법이 어떤 것인지 똑똑히 보여주고, 그 새로운 신분을 이용해 메인라드를 완벽히 짓밟아 버릴 작정이었으니까.알파의 성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건물 내의 특별한 구역으로 안내받았다. 그곳에는 알파의 선택받은 짝이 되기 위해 경쟁하러 온 다른 여성들이 이미 모여 있었다. 다행히도 올해 경연에 참가한 여성의 수는 훨씬 적었지만, 대신 그만큼 지독하게 필사적이기도 했다.복도에는 대략 7명에서 10명 정도의 여성들이 서 있었는데, 그들이 입은 정장 드레스는 딱히 ‘정장’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내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여성은 가슴이 드레스 밖으로 쏟아져 내릴 듯했고, 내가 제대로 본 게 맞다면 어떤 여자는 훤히 비치는 드레스 사이로 노출이 과감하게 드러나 있었다.그렇다고 그들의 전략을 비난할 생각은 없었다. 나 역시 이 대륙에서 도덕적으로 가장 결백한 인물은 아니었고, 워울프란 본래 욕망에 충실한 생물이니까.게다가 내가 입은 옷도 그리 조신한 편은 아니었다. 어머니와 나는 짙은 주황빛 머리를 높고 매끄러운 번 헤어로 올리고, 옆트임이 깊게 파이고 가슴선이 시원하게 파인 몸에 딱 붙는 드레스를 선택했었다. 내 드레스는 남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히
사미야의 시점"모두 물러가라."메인라드가 나를 내 집—아니, 한때 내 집이었던 곳에서 데리고 나온 순간부터 입 밖에 낸 말은 그것뿐이었다.더 이상 음침한 호위병들이 우리와 동행하지 않는 것은 다행이었지만, 우리 사이를 채운 짓눌리는 듯한 침묵은 전혀 반갑지 않았다.내 늑대인 스칼렛 역시 짝이 침묵을 지키는 상황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스칼렛이 머릿속 한구석에서 끊임없이 징징대는 소리가 느껴졌지만, 녀석을 탓할 수는 없었다. 이제 막 짝을 발견했을 뿐인데도 메인라드, 그리고 그의 늑대와 하나가 되고 싶다는 욕구가 거의 참기 힘들 정도로 거세지고 있었으니까."달의 여신께서는 정말 훌륭하신 분이야. 항상 좋은 짝을 만나길 바랐는데, 세상에 이런 확률이 어디 있겠어? 세상 그 많은 사람 중에서 내 짝을 너로 만들어 주시다니, 메인라드. 비록 한동안 서로 멀어졌긴 했지만, 그래도 내 짝이 어린 시절 가장 친한 친구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난 정말 기뻐."어떻게든 대화의 물꼬를 터보고자 나는 슬그머니 말을 건넸다.하지만 메인라드는 내 말을 들었는지조차 알 수 없을 만큼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의 냉담함은 스칼렛의 불평을 달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그는 돌길을 따라 계속 걸어갔고, 나는 그 뒤를 바짝 따라갔다. 몇 번인가 그의 보폭에 맞춰 걸어보려 애썼지만, 그는 나를 쉽게 따돌렸다."메인라드, 제발 좀 천천히 걸어줄래?"이번에는 조금 더 큰 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그제야 그가 걸음을 멈추었다. 천천히 나를 향해 돌아서는 그의 눈과 내 눈이 마주친 순간, 폐속의 공기가 전부 빠져나간 듯 숨이 턱 막혀왔다.부드러운 꿀빛 갈색 눈동자가 내 작은 에메랄드빛 초록 눈동자와 마주쳤고, 공기 중에 찌릿한 진동이 감돌기 시작했다. 짝의 결속 때문이 분명했다. 속으로 몇 번이고 이것이 짝의 결속 때문에 느껴지는 감정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려 했지만, 메인라드를 향했던 어린 시절의 짝사랑이 결코 완전히 사라진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내 심장은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