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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0화

Author: 류한나
조금 전까지만 해도 피곤해하던 곽승재는 반짝이는 두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다음 날 아침.

고은서는 MQ에 가서 외삼촌과 유성준을 찾으러 가기로 했다. 고은서는 두 번이나 곽현수를 만나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다.

고씨 가문의 입지를 다지려면 MQ가 강해져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또 실패의 길로 들어서고 말 것이다.

MQ에 도착한 고은서는 먼저 유성준의 사무실로 올라갔다. 유성준은 서류를 검토하다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는 고은서가 들어온 것을 보고는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은서야, 여기까지 웬일이야?”

고은서가 정색하면서 입을 열었다.

“오늘 외삼촌도 이쪽으로 오라고 했어요. 두 분한테 할 말이 있거든요.”

유성준은 비서한테 커피를 부탁하고는 고은서와 같이 소파에 앉았다.

“은서의 표정을 보니 아주 중요한 일인가 봐.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긴장되네.”

고은서는 피식 웃더니 팔짱을 낀 채 말했다.

“긴장할 필요 없어요. 중요한 일을 혼자 결정할 수 없잖아요.”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고은혜가 잘 깎은 과일을 들고 걸어왔다.

“유 대표님... 은서야, 언제 왔어?”

고은혜는 고은서의 옆에 앉으면서 물었다.

“할 얘기가 있어서 왔지.”

고은서는 씩 웃으며 물었다.

“은혜야, 너는 일하는 시간에 여기는 왜 왔어?”

“대표님한테 맛있는 과일을 주려고 왔어. 제철 과일이라 정말 달콤해.”

고은혜가 과일을 집어서 고은서의 입에 넣어주었다.

“얼른 먹어 봐. 너무 맛있지 않아?”

고은서는 먹으면서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은혜야, 성준 오빠의 사무실에 들어올 때 노크하지 않는 건 너만의 특권이야?”

그녀는 장난기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은서랑 은혜는 다 내 동생이니까 마음대로 들어와도 돼.”

유성준이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는 대놓고 고은혜를 감싸고 돌았다.

두 사람이 깊은 관계로 발전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지금은 두 사람 모두 아무 생각이 없겠지만 인연이라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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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1426화

    곽승재는 제대로 듣지 못한 듯 말했다.“은서야, 방금 뭐라고?”“쾅!”그 순간, 테라스 쪽 벽이 불길에 타 무너지며 더 거대한 화염이 들이닥쳤다!곽승재는 화세에 밀려 비틀거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고 거의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쓰러질 뻔했다.이곳에는 상수도가 없어 물을 끌어올 수 없었고 소방대가 도착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다행히도 지붕 위에서 특수기동대원이 줄을 타고 내려와 그들을 밖으로 끌어내려 했지만 몰아치는 불길 속에서 빠져나가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곽승재는 부모님의 상태가 걱정돼 특수기동대원에게 먼저 고은서를 데리고 나가 달라고 부탁한 후 자신은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를 지키러 가야 했다.그때였다.지붕에서 떨어진 굵은 들보가 은서의 머리 위로 곤두박질치려 했다.곽승재는 본능적으로 고은서를 감싸며 온몸으로 그 충격을 받아냈다.“조심해!”고은서가 놀라 소리쳤지만 짙은 연기와 치솟는 불길에 가슴이 답답해지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고은서는 온몸에 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은서야, 정신이 들어? 내가 의사 부를게!”희미한 의식 속에서 은서는 여재훈의 목소리를 들었다.그녀가 힘겹게 눈을 뜨자 여재훈은 급히 호출 버튼을 눌렀다.휠체어에 앉아 있는 여재훈의 두 눈은 핏발이 가득했고 얼굴에는 깊은 걱정이 서려 있었다.고은서는 자신이 병실 침대에 누워 있고 주위가 온통 하얀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정신을 가다듬으니 잠들기 직전의 기억이 떠올라 곧장 숨이 막히듯 가슴이 죄어들었다.“곽승재 괜찮아요? 지금 어딨어요? 무사한가요?”여재훈은 고은서를 진정시키려 애쓰며 말했다.“곽 대표는 연기를 너무 많이 들이마시고 피부에 화상도 입었어. 아직 의식을 찾지 못했지만 의사 말로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대. 지금은 면회가 불가능하니 조금만 기다려야 해.”고은서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괜찮기만 하면 돼요. 늦게 만나도 괜찮아요.”그녀는 그가 지붕에서 떨

  • 어게인, 비긴   제1425화

    곽승재는 아버지를 염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혹시라도 아버지가 아까 이혼 협의서에 서명한 일로 어머니를 추궁하려는 건 아닐까 불안했기 때문이다.그는 한 발 앞으로 나서서 어머니를 지키려 했으나 곽현수는 아무 말 없이 서연정의 등 뒤로 돌아서더니 조심스레 묶인 끈을 풀어주었다.곽승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정말로 감정이 없었던 건 아니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곳은 너무나 위험했다. 사방에 휘발유가 흩어져 있었고 고은서와 어머니의 몸에도 휘발유가 잔뜩 묻어 있었다.곽승재는 오래 머물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고은서의 몸에 묶인 밧줄을 풀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그러나 손이 밧줄에 닿기도 전에 갑자기 묶여 있던 손문호가 소매 속에서 뭔가를 누르듯 움직였다.곽승재가 반응할 틈도 없이 문 쪽에서 “쾅!” 하는 굉음이 터지며 숨겨져 있던 철문이 천장에서 떨어졌다.그 철문은 방 안 사람들의 출구를 완전히 막아버렸고 떨어지며 바닥의 철 홈통과 부딪쳐 튀어 오른 불꽃이 곧장 휘발유에 옮겨붙었다.순식간에 거대한 화염이 집 밖을 뒤덮으며 짐승이 포효하듯 으르렁거렸다.짙은 연기가 방 안으로 밀려드는 동시에 손문호는 소매에서 다시 라이터를 꺼냈다.다행히도 그를 붙잡고 있던 특수기동대가 잽싸게 손을 뻗어 라이터를 빼앗고는 그를 의자 다리에 수갑으로 묶어버렸다.특수기동대는 침착하게 탈출구를 찾았지만 화염은 이미 전선을 태워버렸고 방 안의 불빛이 꺼져 어둠이 깔렸다.이제 해가 저물고 있었고 문은 막혔으며 창문은 고은서와 서연정이 끌려오기 전부터 이미 봉쇄된 상태였다.게다가 짙은 연기 때문에 방 안의 상황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하하하!”방 안이 혼란에 빠진 사이 손문호가 광기에 젖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기침하며 말했다.“연정아, 너와 곽현수는 이미 이혼했어. 이제 넌 자유야! 난 일찍이 명령을 내려뒀지. 혹시 내가 이곳에서 죽더라도 우리를 함께 묻어버리라고. 죽어서라도 같이 묻히면 좋잖아? 하하하!”그의 웃음소리는

  • 어게인, 비긴   제14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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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1423화

    곽승재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손문호가 첫 번째로 내건 조건이 부모의 이혼이라니.곽승재는 사실 전에 아버지에게 어머니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일단 손문호의 요구를 들어주고, 이혼 협의서에 서명하는 것이 낫다고 한번 권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아버지는 그의 말을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았다.그때는 어머니와 고은서를 찾는 데만 온 신경을 쏟느라 아버지의 생각을 깊이 파악할 틈이 없었다.지금 이 순간, 손문호의 말을 들은 곽승재는 잠시 멈칫한 후 현실을 그대로 전했다.“아버지도 같이 왔어요. 하지만 원하는 조건을 바로 들어주기는 어려울 겁니다.”고은서는 이 말을 듣고 순간 놀랐다. 곽현수가 여기에 왔다고? 그가 서연정에게는 무심한 줄 알았는데?고은서는 본능적으로 서연정을 바라봤지만 그녀의 표정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손문호 역시 크게 놀라진 않았고 오히려 싸늘하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잘됐네. 그럼 당장 불러와서 바로 이혼 협의서에 서명하게 해.”손문호가 부모의 이혼 문제에 이렇게까지 집착하는 이유를 곽승재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지금은 시간이 촉박했기에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손문호의 요구대로 따르기로 했다.곽현수를 기다리는 동안 손문호는 두 번째 요구를 꺼냈다.여재훈에게 연락해 여시은을 보석으로 풀어주고 합의서를 작성해 그녀를 자유롭게 만들라는 것이었다.이 일은 경찰과의 협조로 신속하게 진행됐다. 곽현수가 낡은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이미 손문호는 여시은이 무죄로 풀려났다는 메시지를 받았다.손문호는 경찰의 빠른 처리 속도에 흡족해하며 한층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그는 이미 서연정이 서명하고 지문까지 찍은 이혼 협의서를 꺼내 들고 곽현수에게 내밀었다.곽현수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손문호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부부가 이혼하든 말든 당신하고 무슨 상관이지? 당신에게 연정이를 대신해 결정할 권리가 있어?”“그야 당연하지!” 손문호가 목소리를 높였다.“둘은 진작에 이혼해야 했어! 곽현수, 넌 한 번도 연정이를 진심으로 대했

  • 어게인, 비긴   제1422화

    고은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손문호가 완전히 미쳐버린 것이다. 경찰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도 두려워하기는커녕 조건을 내걸고 마지막 발악을 하려 한다.아니, 마지막 발악이라고만 할 수도 없었다.손문호가 이렇게 많은 휘발유를 준비해 둔 상황에서 누구도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곽승재는 손문호의 조건을 받아들이든가, 아니면 손문호가 자신들과 함께 불 속에서 최후를 맞는 걸 지켜보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누가 봐도 곽승재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뻔했다.밖에서 곽승재가 여전히 확성기로 말을 이어가고 있을 때 손문호는 곧장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혼자 내려오고 모든 경찰들은 가까이 오지 마. 그렇지 않으면 휘발유에 불을 붙일 거야.”휘발유량이 너무 많아 누구도 섣불리 막아설 수 없었기에 경찰은 손문호의 요구대로 곽승재를 헬기에서 내려보낼 수밖에 없었다.“나도 같이 내려가.”그때, 곽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말했다.특수기동대가 급히 제지했다.“곽 회장님, 사모님이 걱정되시는 건 이해하지만 이건 장난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곽현수의 눈빛이 한층 더 깊어졌지만 결국 이 시점에서 일을 그르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 곽승재 혼자 내려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곽승재가 헬기에서 내리자마자 밑에서 기다리던 보디가드들이 달려와 그를 제압하듯 붙잡았다.그리고 헬기에게 신호를 보내 떠나라는 표시를 했다.집 안에 인질이 있는 상황이라 특수기동대는 헬기를 더 오래 머물게 하지 않고 곧장 상공으로 떠올렸다.헬기가 내린 지점은 손문호가 있는 집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곽승재는 보디가드들의 감시를 받으며 묵묵히 그곳으로 향했다.곧, 그는 낡은 집 한 채 앞에 도착했다.“여기서 멈춰! 움직이지 마!”보디가드 중 한 명이 거칠게 명령했다.곽승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바로 그때, 낡은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더니 손문호가 모습을 드러냈다.“내 어머니와 은서는 어디 있지?”곽승재는 다급히 안으로 들어가려 했

  • 어게인, 비긴   제1421화

    모두가 문 쪽을 바라보았고 곽현수가 들어왔다.그 역시 경찰 쪽에서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온 듯했다.곽승재가 만류했다.“아버지, 지금은 어머니와 은서에 대한 구체적인 소식이 없어요. 저희는 상황을 확인하러 가는 것뿐이니 굳이 같이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곽현수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내 결정에 네가 의견을 낼 필요 없어!”그렇게 말하곤 바로 현장 책임자에게 말했다.“인질 중에 내 아내가 있으니 나도 같이 가야겠소. 이미 당신들 상부와 연락해 두었으니 확인해 보시오.”곽현수가 이렇게까지 고집하자 곽승재는 놀란 기색을 보였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그들이 출발하려던 찰나, 경찰은 전력 회사로부터 답신을 받았다. 버려진 산자락 마을 근처 전기 계량기가 최근 며칠 사이 사용된 기록이 있다는 내용이었다.이로 미루어 보아 손문호 일행이 그곳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산자락에 있는 버려진 마을은 해성 시내에서 차로 세 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였다. 더욱 빨리 도착하기 위해 경찰은 관계 부서의 헬기와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특수기동대까지 지원 요청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헬기는 버려진 마을 상공을 선회했고 특수기동대는 장비로 지상 상황을 관찰했다.그 결과 마을 안의 한 집 주변에 사람의 형체가 어른거리는 것이 포착됐다.주변 환경을 더 살펴보니 고은서가 보낸 정보와 대부분 일치했다.즉 고은서와 서연정이 갇혀 있는 곳은 바로 이곳이었다!“큰일입니다. 누군가 철통을 들고 집 주변에 액체를 뿌리고 있습니다!”경험 많은 특수기동대원이 말했다.“아마 이상함을 눈치챈 모양입니다. 그 액체는 높은 확률로 휘발유입니다!”곽승재는 그 말을 듣자마자 심장이 쿵 하고 요동쳤다. 그는 급히 말했다.“휘발유가 불붙으면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제가 내려가서 직접 협상하겠습니다!”이곳 지형은 매우 가팔랐기에 도로를 따라 작은 길로 내려가려면 최소한 30분은 걸렸다. 가장 빠른 방법은 헬기에서 곧장 로프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었다.당연히 특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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