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有

제176화

作者: 류한나
듣고 곽승재는 여전히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은서 씨도 여기 있나요?”

허 교수는 예상치 못한 대답에 잠시 멈칫했다.

고은서는 허 교수가 지난번 오이 만찬 때문에 그녀와 곽승재에 대해 오해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서로 밀당하는 줄로 오해하고 이런 장난스러운 말을 한 것 같았다.

허 교수가 어색해하지 않도록 고은서는 웃으며 인사했다.

“허 교수님.”

소리를 들은 곽승재는 그녀 쪽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여전히 깊고 차분하며 감정이 읽히지 않았다.

고은서는 그의 눈길을 무시하고 허 교수에게 말했다.

“오늘 방해가 되어 죄송해요. 전 이만 돌아가 볼게요.”

말을 마친 고은서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고 곧바로 떠났다.

자신의 차에 금방 도착했을 때 곽승재는 그녀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허 교수님에게 볼 일 있어서 온 게 아니였나? 왜 이렇게 빨리 나왔지?’

하지만 고은서는 그의 일에 신경 쓸 기분이 없었고, 운전석 문을 열려고 했지만 곽승재가 그녀 앞을 가로막았다.

“너 정말로 허 교수님에게 대리권 문제를 상담하러 간 거야?”

“뭐가 문젠데?”

곽승재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급하게 떠나려고 했어? 너도 알다싶이 방금 기회가 있었어.”

‘방금 날 도와줄 수 있었다고 암시하는 건가?’

고은서는 다소 웃긴다고 느껴졌다.

“이 프로젝트가 유미 씨의 것이라고 들었어. 그럼 난 무슨 기회가 더 있는데?”

곽승재는 미간을 찌푸렸다.

“백유미는 판주 투자은행의 이사로 업무를 협상하러 온 것뿐이야. 혹시 이것도 신경 쓰여?”

‘날 신경 쓰게 만드는 건 유미 씨가 아니고 너잖아.’

그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생각하며 고은서는 매우 불쾌했다.

“아직 할 말 남았어? 없으면 비켜. 이런 말 따윈 듣고 싶지 않아.”

고은서의 말은 예전 곽승재의 말을 그대로 복사한 것이었다.

어조와 표정마저 정말 완벽하게 일치했다.

역시 곽승재의 얼굴색은 순간 안 좋게 변했고 그는 이런 감정을 극력 참으며 물었다.

“왜 내 전화는 안 받았어?”

고은서는 차갑게
この本を無料で読み続ける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をダウンロード
ロックされたチャプター

関連チャプター

  • 어게인, 비긴   제177화

    곽승재는 더 이상 논쟁할 힘이 없는 듯 보였다.“대표 사무실에서의 직책은 네가 원하는 대로 골라. 내일 주민기에게 말하면 그가 알아서 배치해 줄 거야.”고은서는 금방 졸업했을 때 곽승재에게 대표 사무실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하면 그와 가까이에서 매일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곽승재가 정말로 그녀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하지만 지금, 고은서는 대표 사무실에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그와 멀리 떨어져 있고 싶었다.이런 말을 해도 곽승재는 믿지 않을 것이었고 이혼까지는 열흘도 안 남았으니 더 이상 그와 논할 필요도 없었다.고은서는 아무 말 없이 차에 탔다.차를 시동 걸 준비를 하자, 곽승재가 갑자기 조수석에 앉았다.“고은서, 말도 안 끝났는데 어디를 가?”곽승재는 매우 불쾌해 보였다.고은서는 그를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말이 아직 안 끝났어? 출근 문제에 대해 말하려는 거야? 고맙지만, 대표 사무실의 어떤 직책에도 관심 없어. 누구에게 주든 네 맘대로 해.”고은서의 심기불편한 듯한 표정에 곽승재는 진심으로 화가 났다.“고은서, 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지금 내 차에서 내려줬으면 좋겠어.” 고은서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안 내려?”곽승재는 이를 악물었다.“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갈 거야.”“그건 안돼. 같은 방향이 아니야.”“어딜 가는데?”“신경 꺼.”고은서의 차가운 태도는 마치 그를 찌질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았고 곽승재는 결국 인내심을 잃었다.그는 최근 이혼하고 싶다는 마음이 그렇게 강하지 않았고 억지로라도 계속 이어갈 수 있다고 느꼈지만, 그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여전히 떠나고 싶어 한다면 그도 억지로 잡아두지는 않겠다고 결심했다.결국, 곽승재는 긴 다리를 뻗어 차에서 내렸다.몇 마디 더 하려 했으나 그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고은서는 가속 페달을 밟고 먼지만 남긴 채 사라졌다.“하...”...고은서는 외할아버지 집에 도

  • 어게인, 비긴   제178화

    “네 이모가 말하던데, 승재가 선물을 받을 때 엄청 기뻐했다고.”‘무슨 기뻐했겠어. 이모님이 또 과장하시는 거겠지.’고은서가 이렇게 생각하며 물었다.“외할아버지, 사신 게 뭐예요? 너무 비싸지 않으시죠?”이제 그녀는 곽승재에게 더 이상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고용덕은 고은서의 머리를 가볍게 쳤다.“고작 넥타이핀 하나가 얼마나 비싸겠어?”‘넥타이핀?’고은서는 갑자기 어젯밤 곽승재가 그녀를 부축해 줄 때 넥타이와 함께 넥타이핀을 착용했던 게 떠올랐다.그때 그녀는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곽승재는 보통 정식 자리 아니면 넥타이를 매는 습관이 없었기 때문이다.‘설마 넥타이핀에 맞추기 위해 특별히 넥타이를 맸던 거야?’“은서야, 네 삼촌이 이번 사업을 성사한 건 승재가 자발적으로 도와줬기 때문이래. 승재는 꼭 너를 생각하는 마음에 그런 거야.”고용덕은 흐뭇해 하며 말했다.“외할아버지께서 저와 그 사이의 관계를 풀어주고 싶어 하시는 걸 알지만 정말 필요하지 않아요.”고은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지난번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는 좋아하는 사람과 일을 쉽게 포기하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제가 내린 결정도 좀처럼 바뀌지 않죠.”“저는 승재 씨에 대한 감정을 한꺼번에 전부 지울 수는 없었지만, 그 과정에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되었어요.”“예전에는 너무 고집을 부리며 원하는 것을 꼭 잡으려고 했는데, 많은 것들이 그렇게 간단히 잡을 수 있는 게 아니었고 오히려 자신을 다치게 했어요. 그래서 승재 씨를 놓아주는 것도 나 자신을 놓아주는 거라고 생각해요.”고용덕은 손녀의 진지한 눈빛 속 들어 있는 미세한 씁쓸함을 보아내고 마음이 아팠다. “우리 은서, 다 켰구나.”손녀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좋은 일이다. 그만큼 더 이성적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니깐 말이다.그러나 그의 손에서 자란 소중한 손녀로서, 개인적으로는 그녀가 영원히 어린애처럼 순진하고 걱정 없이 크기를 바랐다.“외할아버지, 며칠 후 승재 씨 할머니

  • 어게인, 비긴   제179화

    “그럼 네가 걱정하는 건 뭐야?” 할머니는 이렇게 묻고 나서 알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덧붙였다.“은서야, 너와 승재의 이혼 문제 말이야... 넌 아직 마음을 바꾸지 않았구나?” 고은서는 대답 대신 사과했다.“할머니, 지난번에 제 외삼촌과 이모가 할머니를 귀찮게 해서 죄송해요. 많이 신경 쓰이셨죠?” 할머니는 듣더니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것보다 나는 네가 그들이 말한 대로 승재와 이혼하지 않으면 좋겠어.” 고은서는 말이 없었다. 오직 이 부탁만큼은 그녀도 들어줄 수가 없었다. 할머니는 그녀의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연히 알고 있었다. “은서야, 네가 이 기간에 이혼 얘기를 다시 언급하지 않겠다고 나랑 약속했는데도 이혼 서류를 받았다는 건, 승재가 또 너를 슬프게 했다는 거지?” 할머니는 계속 말했다.“할머니는 네가 먼저 찾아와 얘기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할머니에게 전화 한 통 없었잖아.” 예전 같았으면, 고은서는 확실히 할머니에게 자주 전화해 불만을 털어놓았고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걱정을 끼쳤는지 모른다. 고은서는 미안한 마음으로 말했다.“할머니, 이 일은 승재 씨와는 관계가 없어요. 제가 억지로 그에게 서명을 받은 거예요. 들으니 그를 꾸짖으셨다고 하던데, 사실 책임져야 하는 건 저예요.” 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은서야, 봐봐, 아직도 승재 편을 들고 있잖아.”“솔직히 말해봐, 지난번 술자리 때 백유미가 방해한 것 때문에 승재에게 미리 이혼 합의서에 서명하게 한 거지?” 할머니는 인터넷을 하지 않지만 누군가가 인터넷에서 본 그날 밤의 일을 할머니에게 전해줬을 가능성도 있었다. 고은서가 말하려고 하자 할머니는 다시 입을 열었다.“그 여자는 예전에 곽씨 가문에 자주 있었고 승재와 아는 사이일 뿐이야. 그 둘 사이에는 절대 아무런 사적인 감정도 없어. 그래도 마음이 안 놓이면 할머니가 걔를 회사에서 쫓아내줘?” “아니요! 그럴 필요 없어요!”고은서가 재빨리 막았다.“그때 술자

  • 어게인, 비긴   제180화

    결정을 내린 할머니는 말했다.“은서야, 네 말이 맞아. 할머니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을게.”“오랜만에 네가 만든 단팥빵을 먹고 싶구나. 조금 만들어 줄 수 있니? 내일 아침에 사람을 보내서 가져올게.”고은서는 이전에 주방에 들어가 본 적도 없는 숙녀였지만, 남자들은 밥 잘하는 여자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말에 영향을 받아 요리 수업을 듣고 본격적으로 요리와 디저트를 배우게 되었다.그녀는 매일 따뜻한 밥과 반찬을 준비해 놓고 곽승재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음식이 식을 때까지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그가 설령 집에 돌아오더라도 그녀가 만든 음식을 몇 번 먹어본 적이 없었다.그러니 이로써 그의 마음을 잡는다는 것은 더구나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다행히 배웠던 요리 기술은 외할아버지와 할머니께 가끔 간식을 만들어 드릴 수 있어 완전히 무용한 건 아니었다. 노인들은 너무 달거나 기름진 음식을 드실 수 없기 때문에 그녀는 레시피를 직접 조절하여 그들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도록 했다.재생 이후로 요리하지 않았던 고은서는 할머니의 요구를 흔쾌히 수락했다.“물론이죠.”“그리고, 이 기간에 승재와 잘 지내기로 약속했으니 더 이상 할머니에게 거짓말해선 안 돼, 알겠어?”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한 고은서는 더 이상 설명을 하지 않고 대충 대답했다.“네.”할머니의 전화 때문에 원래 외할아버지 집에서 하룻밤 자려던 고은서는 차를 타고 예원 별장으로 돌아왔다.집 문에 들어선 후 아줌마에게 빵을 만들 재료들을 준비해 달라고 하려던 참에, 그녀는 곽승재가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는 아마도 오후의 일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은 듯, 잘생긴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를 본 순간 눈빛이 잠시 반짝였다.“할머니와 함께 저녁 먹으러 가지 않았어?”고은서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나 혼자 본가로 돌아갔는데 할머니는 네가 안 보이니까 내가 너를 괴롭혔다고 하시면서 나를 쫓아내셨어.”곽승재는 기분이 매우 나빠 보였다.“고은서, 이 일에

  • 어게인, 비긴   제181화

    그날 밤, 고은서는 밀가루 반죽을 냉장고에 넣어 발효시켜 다음 날 아침에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다. 그리고 직접 개량한 저당 팥앙금을 만들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샤워하고 피부 관리를 마친 후 침대에 눕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던 중, 서재에서 바쁘게 일하던 곽승재가 갑자기 들어왔다.고은서는 그와 대화하기 싫어서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다.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곽승재는 물기와 샴푸 향기를 남기며 침대에 누웠다. 고은서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존재감을 줄이려 애썼다.그러나 다음 순간, 고은서의 이불이 당겨졌다. 그리고 놀랄 틈도 없이 곽승재는 그녀의 몸 위에 바로 덮쳐들었다.“너 뭐 하는 짓이야!”고은서가 눈을 뜨고 화를 내며 물었다.곽승재는 팔을 그녀의 몸 양옆에 지탱하며 깊은 눈으로 말했다.“고은서, 내가 너의 남편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불만이었지? 지금 그 역할을 해줄게.”“야, 너 제정신이야?”고은서는 그를 밀어봤지만 그의 큰 몸집은 산처럼 움직이지 않았다.곽승재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강제로 밀어붙이려는 모습에 고은서는 주인혁이 가르쳐준 호신술을 떠올렸다. 그녀는 다리를 높이 들어 그의 허벅지 안쪽을 향해 강하게 찔렀다.“으악!”곽승재는 그녀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라서 통증을 호소하며 몸을 움츠렸다.고은서는 그 기회를 이용해 곽승재를 다시 한번 밀었고 이번에는 쉽게 그를 밀어낼 수 있었다.곽승재의 잔뜩 찡그린 이마와 창백한 얼굴, 그리고 손으로 가리는 부분을 보며 자신의 행동에 매우 뿌듯했던 고은서는 조금 난처했다.그녀는 뭔가 안 될 곳을 차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양심적으로 말하자면 그녀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다. 급한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다리를 들어 올린 것뿐인데 이렇게 될 줄은...“괜찮아?”고은서가 진심으로 물었다.곽승재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너 이러고도 정말 여자 맞아? 좀 살살하지 그래?”‘진짜로 할 생각도 아니었고 고은서가 좀 낮추는 태도만 보이면

  • 어게인, 비긴   제182화

    이 익숙한 호칭과 등록되지 않은 번호를 보고 고은서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아마도 문자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은서야, 나 지금 TIME에 있어. 네가 좋아하는 칵테일을 마시니까 우리 함께 술 마시던 시절이 정말 그립더라.”역시나 성아연이었다. 지난 술자리 이후로 고은서는 성아연이 다시는 자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그녀가 다시 스스로 연락을 해왔다.만약 성아연이 이 우정을 잃기 싫어서 연락한 거라면 고은서는 절대 믿을 수 없었다.TIME은 이 도시에서 가장 호화로운 바 중 하나로, 성아연은 자주 그곳에서 친구들을 불러내어 부잣집 딸처럼 대접을 아끼지 않았지만 사실 그 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고은서였다.혹시 술을 많이 마신 탓에 호구였던 자신을 떠올렸던 걸까?“넌 나한테 절대 화내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설령 절교하더라도 나에게 한 번 기회를 주겠다고 했잖아. 왜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성아연이 계속해서 문자를 보내왔다.이 말들은 고은서가 실제로 한 말이었다.그때는 성아연을 진심으로 친구로 생각했고 그녀와의 우정이 변질되지 않을 거라고 순진하게 믿었다.그런데 그녀가 백유미와 결탁한 줄은 상상도 못 했다.사실 성아연의 말은 그리 설복력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고은서 스스로 곽승재의 사랑을 너무 간절히 원했고 또 성아연과의 우정을 너무 믿었기에 매번 그녀의 조언을 따라 백유미와 맞섰다.“은서야, 전에 있었던 일은 모두 내 잘못이었어. 너에게 사죄하기 위해 아빠에게 부탁해서 향료 대리점을 하는 친구를 소개받았어. 그 친구가 MQ에서 대량의 향료를 주문할 수 있대.”고은서는 번호를 차단하고 자려고 했지만 성아연이 다시 문자를 보내자 그녀의 차단하려던 손이 잠시 멈췄다.지난 생에서도 성씨 일가는 고씨 가문에 사업을 소개해 주었고 납기 시점에 문제 발생으로 상대방이 수취를 거부했다. 그 후 MQ는 벌금까지 지불하고 그 물건은 다른 사람에게 팔지도 못하고 창고에 쌓여 있었다. 이로 인해 MQ의

  • 어게인, 비긴   제183화

    고은서는 냉정하게 말했다.“아저씨께 불필요한 수고를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전해 줘. MQ는 현재 주문이 꽤 많아. 승재 씨도 최근에 우리 삼촌을 도와 빅딜을 성사했어.”말을 들은 성아연은 난감해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고 이 일을 계속해서 고집하려는 것도 아니었다.그녀는 오히려 고은서에게 사과하고 화해를 구하며 앞으로는 모든 발언과 행동에서 그녀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했다.고은서는 그녀와 더 이야기할 기분이 아니었기에 대충 몇 가지 핑계를 대어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걱정이 되어 외할아버지에게 문자를 남겨 당분간 삼촌에게 더 신경 써 달라고 부탁했다.이 일들을 마친 후 고은서는 피곤해져서 다시 침대에 누웠다.새로 교체한 침대 시트에서 나는 은은한 향을 맡으며 고은서는 금방 잠이 들었다.비몽사몽인 상태에서 고은서는 허리 위에 어떤 것이 눌린 것을 느꼈고, 몇 번 몸을 움직여 봤지만 그 무게를 떨칠 수 없어 결국 눈을 떴다.그러자 고은서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방으로 들어와 팔을 자신의 허리 위에 올려놓고 있는 곽승재를 발견했다.그녀는 온몸을 그를 향해 자고 있었고 머리는 그의 어깨 옆에 기대어 있었으며, 눈을 뜨자마자 곽승재의 날렵한 턱선을 볼 수 있었다.비록 혼자서 이불을 덮고 있었지만 이렇게 친밀한 자세로 누워 있는 것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져 고은서는 급히 곽승재의 팔을 밀어내고 침대에서 일어났다.곽승재는 잠결에 그녀를 흘끗 보았으나 대수롭지 않게 눈을 감고 다시 자려고 했다. 고은서는 자신의 잠꼬대가 이렇게 심한지 처음으로 깨달았다. 분명히 잠들기 전에는 침대 가장자리에 있었는데 자고 나니 이미 곽승재의 곁에 찰싹 붙어 있었다.지금은 아직 이른 시간이었고 평소 자율적으로 일찍 일어나는 곽승재도 일어나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그러나 고은서는 이미 잠을 다 깬 상태였기 때문에 차라리 외투를 걸치고 주방으로 가서 할머니에게 드릴 단팥빵을 만들기로 했다.냉장고의 반죽은 이미 발효가 완료되었다. 고은서는 그 반죽을 꺼내 길게 밀어서 납작한 형태

  • 어게인, 비긴   제184화

    겉보기에는 매우 간단해 보이는 일인데 그가 너무 센 힘으로 반죽을 눌렀더니 반죽 모양이 한 번에 망가져 버렸다.“이러다가 도마까지 부서지겠네.”고은서가 불평하며 말했다.“그만하고, 내가 평평하게 만든 반죽에 속을 넣어서 모양을 잡아줘.”곽승재는 고은서를 한 번 쳐다본 후 말없이 지시대로 속을 쌌다.하지만 동작은 여전히 서툴렀고 앙금 속이 전혀 균일하지 않았다. 반죽 모양을 잡을 때는 더구나 엉망이었고 하마터면 앙금 속이 터져 나올 뻔했다.“어휴, 그만해!”고은서는 어이가 없어 한숨을 쉬며 말했다.“너무 한심해서 못 봐주겠다. 너 그냥 나가 있어. 오히려 방해야. 할머니께서 점심 때까지 기다리셔도 못 드실까 봐 걱정이야.”“고은서, 방금 내가 한심하다고 했어?”곽승재는 그녀의 불평에 화가 나서 목소리를 높였다.그러자 고은서가 말했다.“이렇게 쉬운 일도 못 하잖아. 너도 자신이 한심하지 않아?”예전에 곽승재를 너무 완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만약 그가 이렇게 서투르다는 걸 일찍 알았다면 아마 그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곽승재는 고은서가 머리를 저으며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고 홧김에 밀대를 빼앗아 그녀에게 명령하듯이 말했다.“너는 그냥 옆에 있어. 내가 할게!”‘그 한마디에 멘탈 나갔나 보네.’“좋아! 기대할게.”고은서는 여유롭게 말하며 동시에 앞치마를 벗고 그에게 물 었다.“매 줄까?”곽승재는 냉담한 시선으로 거부의 의사를 표했다.고은서도 그를 강요하지 않았고 아줌마가 집에 없으니 옷이 더러워지면 스스로 세탁하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팔짱을 끼고 옆에서 곽승재의 솜씨를 감상하기 시작했다.처음에는 되도록 고은서에게 깔보이지 않게 하려고 했지만 실제로 해보니 훨씬 더 어려웠다. 겨우 반죽을 밀어 평평하게 만들었지만 두께가 불균일하고 어떤 곳은 아예 구멍이 나버렸다.고은서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반죽을 들어 자기 얼굴 앞에 가리면서 그 구멍을 통해 곽승재를 바라보며 물었다.“한번 비교해 봐. 내 눈과 이 구

最新チャプター

  • 어게인, 비긴   제1092화

    여시은은 몇몇 귀부인들에게 고은서를 소개했다.고은서도 예의 바르게 그녀들에게 인사를 나눴다.“시은아, 이분이 바로 네가 말했던 요즘 사업을 크게 성공시키고 관청에서 상까지 받은 그 친구야?”화려한 옷을 입은 한 귀부인이 물었다.“네, 언니. 은서는 정말 뛰어난 사람이라 제가 본받을 만한 점이 많아요. 우리 회사도 은서 회사처럼 잘 운영될 수만 있다면 너무 만족할 것 같아요!”여시은은 과장된 어조로 대답했다.“고은서 씨가 뛰어난지는 잘 모르겠지만 얼굴은 참 예쁘네.”이혜화로 불리는 사람이 이렇게 평가했다.“요즘 젊은이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니까. 자기 장점을 잘 파악하고 이용하다니! 우리 세대는 따라갈 수 없는 것 같아.”다른 한 귀부인이 감탄했다.고은서는 눈앞의 여자들의 말하고 있는 의도를 못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그녀의 성과가 얼굴 덕분이라는 얘기였다.고은서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언니들이 이루신 지위와 성과에 비하면 제가 이 얼굴로 얻은 작은 성과는 비교도 안 되죠. 앞으로는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언니들에게 많이 배워야겠어요.”고은서의 자기 비하와 아첨이 섞인 말을 들은 이혜화 일행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이때 여시은이 달콤하게 웃으며 말했다.“언니들, 은서가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말재주도 좋고! 제가 이렇게 훌륭한 분을 언니들에게 소개해 드리길 잘했죠?”고은서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제 생각에 더 대단한 분은 시은인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끊임없는 노력과 투쟁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야 하지만 시은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성공한 삶을 살고 있잖아요. 예를 들어 제가 투자은행에서 오래 일하면서 크고 작은 만찬회도 많이 참석했지만 언니분들과 같은 귀한 분들을 만날 기회가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오늘 시은의 개업식에서 이렇게 많은 언니를 한자리에 모이게 하다니 시은의 인맥이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는걸요.”고은서는 살짝 한숨을 쉬며 진심인지 아닌지 모를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그래서 시은이가 저를 부러워한다는

  • 어게인, 비긴   제1091화

    고은서도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큰일은 아니고. 만약 리셉션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오빠가 내 편을 들어줄 수 있을까 해서. 나 혼자 싸우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까 봐 좀 두렵거든.”송민준은 다시 한번 고은서를 안심시켰다.“은서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그렇게 큰 심리적인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고. 그냥 평범한 연회처럼 생각하면 돼.”“알았어.”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오늘은 결코 평범한 파티가 아닐 것으로 추측했다.얼마 후, 차가 여씨 가문에서 예약한 호텔에 도착했다.이곳은 해성에서 오랫동안 명성을 떨친 5성급 호텔로 환경과 서비스 모두 매우 훌륭했다. 평소에도 연예인과 부자들이 기자회견이나 연회를 열 때 가장 선호하는 장소 중 하나였다.운전기사가 차를 현관문 앞에 멈추자 곧바로 웨이터가 와서 문을 열어주었다.운전기사에게 주차를 부탁한 송민준은 고은서에게 신사답게 팔을 내밀었다.고은서가 송민준을 바라보자 그의 표정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마치 예의를 갖추는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고은서는 송민준과 실랑이를 벌이지 않고 가볍게 그의 팔에 손을 얹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갔다.현장에는 축하 화분들이 가득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었다.그중에는 유일 투자은행의 화분도 있었는데 이는 고은서가 특별히 보내도록 지시한 것이었다.고은서는 여시은에게서 한 수 배웠다. 그것은 바로 누군가에게 불만이 있으면 있을수록 예의를 더 잘 지켜야 하며 상대방에게 어떤 흠도 잡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나중에 관계가 틀어져도 사람들이 그녀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두 사람은 출석 체크를 마친 후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입구 근처에서 여재훈과 여시은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여재훈은 멋진 양복을 입었는데 전체적으로 성숙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겼다.여시은은 옅은 푸른 색의 맞춤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 세련된 스타일은 그녀를 마치 상류층 귀부인처럼 우아해 보이게 했다.여시은은 고은서와 송민준을

  • 어게인, 비긴   제1090화

    어깨를 움츠린 송민아의 모습은 불쌍하고 유약해 보였다.“오빠가 너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는 건 사실이잖아. 둘이 진전이 없더라도 내가 마음속으로 생각할 수는 있잖아?”고은서는 송민아를 노려보았다.“안 돼. 듣기 불편해.”“알았어. 앞으로는 두 사람을 연관 짓지 않을게. 이거 좀 놓을래? 무서워.”“...”고은서는 그제야 송민아를 놓아주었다.송민아는 고은서의 갑작스러운 독단적 행동에 적응하지 못한 듯 팔을 문지르며 말했다.“대표님, 다음부터는 말로 해주세요. 갑자기 이러니까 적응이 안 돼요.”고은서는 눈을 흘기며 받아쳤다.“네가 자꾸 나와 민준 씨를 엮으니까 그렇지. 민준 씨가 어떤 성격인지 몰라? 아무 이유 없이 나를 좋아할 리 없잖아.”송민아는 고은서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송민준은 감정이 없는 기계가 아니라 정상적인 남자야. 이렇게 예쁘고 능력 있는 너를 좋아하는 게 당연하잖아?”“그리고 내가 오빠를 잘 아니까 이런 생각을 하는 거야. 다른 여자에게는 이런 인내심을 보인 적이 없거든.”송민아는 고은서의 옆에 바짝 다가앉으며 말을 이었다.“네가 싫다면 더 이상 억지로 연결하지 않을게. 오빠가 정말 너를 좋아해도 중간에서 도와주지 않을 거야. 능력이 있으면 스스로 네 마음을 얻을 수 있겠지.”고은서가 진심으로 화낸 것은 아니었다. 여동생으로서 오빠의 연애를 응원하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었다.다만 송민준이 적인지 친구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남녀 감정으로 엮이고 싶지 않았다. 만약 송민준이 C선생이라면 그녀는 너무 구역질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어느새 여시은의 예흥 투자은행 개업식 날이 됐다.현장에서 간소하게 개업식을 치렀던 고은서와 달리 여시은은 5성급 호텔의 컨벤션홀을 빌려 리셉션 형식으로 개업식을 치른다고 한다. 리셉션은 오후에 시작돼 만찬회까지 이어진다.고은서는 만찬회 예절에 맞춰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블랙 정장 드레스를 차려입었다. 소재와 핏 모두 흠잡을 데 없이 고급스러웠다.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올리고 분위기에

  • 어게인, 비긴   제1089화

    그날 저녁, 라이트문 아파트에 돌아온 고은서는 주차장에서 곽승재와 마주쳤다.두 사람은 묵묵히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엘리베이터를 탈 때, 고은서는 곽승재의 코트에서 익숙한 향수 냄새가 나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가 여시은을 위해 직접 조합한 향이었다.이는 곽승재가 오후에 여시은과 함께 있었다는 증거였다.“오후에 여시은 씨 회사에서 미팅이 있었어. 퇴근할 때까지 줄곧 바빠서 전화를 못 했어. 그래서 끝나는 대로 라이트문 아파트로 온 거야.”곽승재는 지나가는 말처럼 설명했고, 고은서는 그냥 웃었다.여시은은 곽승재가 자리를 비웠을 때 일부러 코트에 향수를 뿌린 게 분명했다.‘이따위 유치한 장난질로 도발하는 건가?’...며칠 후, 고은서는 여시은이 보낸 개업 리셉션 초대장을 받았다.초대장은 송민아가 직접 사무실로 가져왔다.“여시은이 이번에 유명 기업인과 업계 엘리트를 대거 초대하고 언론사도 여러 군데 초청했나 봐. 우리 유일 투자은행 개업식 때보다 훨씬 화려하고 이목이 쏠릴 것 같아.”고은서는 그저 웃었다.‘나한테 본때를 보여주려면 규모에서 압도해야 했겠지.’“은서야, 그날 나랑 같이 가자.”여시은이 고은서에게 나쁜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그녀는 여시은을 유난히 경계했다.고은서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정형외과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이니 너는 거기에 집중해. 그냥 리셉션 참석하는 거니까 별일 없을 거야.”하지만 송민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여시은이 너를 물에 빠뜨리기까지 했었잖아. 그렇게 싫어하면서 왜 초대했을까? 분명 꿍꿍이가 있을 거야.”고은서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심리학 공부를 그렇게 많이 하고도 모르겠어? 여시은이 리셉션 주최자잖아. 문제가 생기면 체면을 구기는 건 그 여자야. 그렇게 멍청하게 자기 무대를 망칠 리가 없잖아?”“여시은이 나를 초대한 건 아버지 앞에서 겉으로는 친구인 척하며 친분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야. 그리고 동시에, 내가 자기랑은 급이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거겠지.”도리는

  • 어게인, 비긴   제1088화

    “곽 대표님은 제가 그렇게 싫으세요? 병뚜껑 열어주는 것조차 꺼릴 만큼?”여시은의 말투에는 약간의 유감과 억지로 짜낸 서운함이 섞여 있었다.곽승재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시은 씨가 원하는 건 물을 마시는 결과가 아닌가요? 물을 마실 수 있으면 되지, 누가 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잖아요.”“왜 중요하지 않아요?”여시은은 눈을 깜박이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저는 곽 대표님이 열어준 병의 물만 마시고 싶은데요.”노골적인 애정 공세에 곽승재는 표정 변화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여시은은 전혀 민망한 기색이 없이 여전히 공세를 이어갔다.“솔직히 말할게요.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우리가 천생연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두 집안 어른의 뜻대로 조금씩 알아가면 안 될까요?”곽승재는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우리 집안에서 할머니와 어머니는 정략결혼을 반대하세요. 아버지의 일방적인 희망 사항일 뿐이죠.”“그리고 이미 말씀드렸듯이 저는 재혼 계획이 없습니다.”여시은은 여전히 달콤한 미소를 유지했다.“당장 결혼하자는 뜻은 아니에요. 어쩌면 만나다가 전혀 안 맞는다는 걸 깨달을 수도 있잖아요?”“그럴 필요 없어요. 저는 시은 씨와 맞지 않아요.”곽승재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고은서는 원래 활발하고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저와 결혼한 후 시들어버렸고,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온갖 방법을 다해 저한테서 도망쳤어요. 이혼한 후 그 여자는 다시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 됐죠. 그러니 저는 남편으로 자격 미달이에요.”“시은 씨는 여 회장님께서 애지중지하는 따님이고 조건이 우월하니 더 나은 남자를 만나셔야죠.”여시은은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저는 고은서와 달라요. 고은서는 완전한 사랑을 원했지만 저는 조건이 맞는 파트너면 돼요.”“사랑이 있으면 금상첨화이고 없어도 상관없어요.”그녀는 돌직구를 날렸다.“제가 고은서보다 승재 씨에게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고은서 만큼 똑똑하거나 유능하지는 않지만, 이게 남자들에게는 장

  • 어게인, 비긴   제1087화

    “아니, 유일 투자은행 개업식에서 여재훈 씨가 테이프 커팅에 참석했었잖아. 그때 외할아버지와 삼촌도 있었는데 서로 아는 눈치가 아니었어.”고은서는 말을 이어갔다.“당신도 우리 삼촌을 알잖아. 조금이라도 연줄이 될 만한 사람이라면 절대 놓치지 않지. 여재훈 씨와 단 한 번이라도 만난 적이 있었다면 당장 달려가서 인사하고 관계를 맺으려고 했을 거야.”사실 그날 삼촌은 여재훈과 안면을 트려고 했지만, 여재훈 주변에 중요 인물들이 너무 많아 접근할 수 없었다. 게다가 외할아버지가 말리는 바람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여시은이 오직 당신 때문에 나를 저격하는 거라고 생각해.”“당신들 둘이 Y국에서 만난 적 있잖아. 여시은은 그때 당신에게 첫눈에 반했을 거야.”고은서의 분석이 정확할 수도 있다.곽승재는 이전에 곽현수에게 왜 백유미를 귀국시켜 그와 고은서의 결혼 생활을 망쳤냐고 따진 적이 있었다.그때 곽현수는 고씨 가문이 그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여시은이 적합한 상대라고 말했었다.곽현수는 단지 할머니 때문에, 그리고 여씨 가문이 입방아에 오르는 것을 원치 않아서 이혼을 강요하지 않았을 뿐이다.여시은도 Y국의 파티에서 만난 두 집안 어른들이 둘을 만나게 하려 했고, 그녀도 그와의 정략결혼에 긍정적인 태도였다고 인정한 바 있다.고은서의 분석이 맞았지만 곽승재는 마음이 전혀 홀가분하지 않았다.그녀의 말투가 너무나 차분했기 때문이다. 마치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말하는 것처럼.곽승재는 고은서의 태도에서 자신을 향한 감정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가슴 속에서 둔탁한 통증이 밀려왔다.겨우 감정을 추스르고 입을 열려는 순간, 회의실 방향에서 여시은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곽승재는 일이 있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그 사이 눈앞까지 다가온 여시은이 배려심 있게 말했다.“곽 대표님, 일이 있으면 먼저 처리하세요. 10분 쉬고 회의를 계속한다고 전할게요.”여시은은 말하면서 생수 한 병을 곽승재에게 건넸다.곽승재는 거절의 뜻으로 고개를 저

  • 어게인, 비긴   제1086화

    “외할아버지, 숙모 말로는 엄마가 북성에 있을 때 가슴 아픈 연애사가 있었던 것 같대요. 제 생부는 아닐 거라고 하는데, 외할아버지는 어떻게 생각하세요?”고은서는 돌직구를 날렸다.“그럴 리 없어. 네 엄마는 활발하고 낭만적인 성격이었지만 고집스러운 면도 있었어. 쉽게 마음을 주지 않지만 한번 주면 절대 뒤돌아보지 않았어.”고준석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 점에서는 네가 엄마를 똑 닮았어. 그래서 그때 곽승재와의 결혼을 허락했던 건데...”‘왜 갑자기 내 얘기로 넘어간 거지?’“북성에 연인이 없었거나, 있었다면 제 생부란 말씀인가요?”고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생부일 가능성이 낮아. 북성에서 돌아왔을 때 다른 곳에서 돌아왔을 때와 별다른 정서 변화가 없었거든.”고준석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엄마가 유부남과 엮였을 리 없어. 송민준 부모의 이혼이 엄마와 상관없을 거야.’“오히려 해외에 머물던 어느 날 전화가 와서 깜짝선물을 준비했다며 신난 목소리로 말한 적이 있어.”말을 이어가던 고준석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연애하는 줄 알고 기쁜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렇게 될 줄은...”“은서야, 네 엄마가 한 번도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네 생부 때문에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것은 알아.”고준석은 외손녀의 손을 꼭 잡았다.“그때 네 엄마는 치료가 안 되는 불치병을 앓은 것도 아니었어.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가슴에 품고 너무 지쳐서 벗어나고 싶었던 거지...”목이 멘 듯한 외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으며 고은서도 코끝이 찡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노인의 아픔을 다시 건드린 자신이 미웠다.고은서는 고준석의 손을 꼭 잡았다.“외할아버지,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엄마는 외할아버지같이 이해심이 넘치는 분을 아버지로 두어 너무 행복했을 거예요.”하지만 고준석은 더 슬퍼 보였다.“가끔은 내가 너무 자유를 준 것은 아닌지 생각할 때도 있어. 조금 구속했으면 사랑 때문에 큰 상처를 받을 일도 없지 않았을까?”

  • 어게인, 비긴   제1085화

    고은서는 이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엄마가 미혼모 신분으로 나를 낳았을 뿐만 아니라 북성에 첫사랑까지 있었다고? 이렇게 복잡한 연애사가 있었다니.’“내가 그냥 제멋대로 추측한 거야. 연인 관계가 아니라 형님 마음을 아프게 한 친구일 수도 있지.”단은숙은 가방을 손에 들고 고은서에게 주의를 주었다.“이 얘기를 외할아버지나 삼촌한테 절대 하지 마. 내가 또 쓸데없는 소리 했다고 나무랄 거야.”외할아버지는 고은서의 엄마를 각별히 아꼈다. 미혼모가 됐어도 한 마디 비난하지 않았고, 오히려 가슴 아파하며 그녀의 과거를 캐묻지 않았다.외할아버지의 말씀대로 집은 따뜻한 피난처였고, 엄마는 그 안에서 조용히 상처를 치유했다. 말할 수 있는 건 스스로 털어놓을 것이고, 입을 다물고 있다면 아픈 기억일 테니 가족들이 상처를 건드릴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고은서의 엄마는 조향사로서 천재적 재능을 보였다. MQ의 베스트셀러 향수가 바로 그녀의 작품이었고, 이는 MQ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그래서 삼촌 부부도 그녀의 사생활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았다.가족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니 주변 사람들도 무시하지 못했다. 그래서 고은서는 지금까지 아버지가 없는 것이 큰 결핍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씨 가문을 노리는 세력이 나타나서 진상을 파헤쳐야 하는 상황이 되지 않았다면, 평생 엄마의 과거를 캐지 않았을 것이다.단은숙은 가방을 부인들 단톡방에서 자랑하기 위해 급히 방으로 들어갔다.고은서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엄마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엄마는 북성에서 무슨 일을 겪었을까? 정말 첫사랑이 있을까? 혹시 송씨 집안 사람?’문득 송민아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송민준과 송민아는 이복남매였다.‘그렇다면 송민준의 친모가 아버지와 이혼하셨다는 건데, 설마 엄마가 두 분 사이에 끼어든 건 아니겠지?’이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순간, 고은서는 등골이 오싹해졌다.만약 송민준이 정말 C선생이라면, 그가 고씨 가문을 증오하는 이유는 충분하다.하지만 고은서는 엄마

  • 어게인, 비긴   제1084화

    “네 엄마는 아는 사람이 많지만 송씨 집안 사람과 안면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고준석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은서야, 왜 갑자기 송씨 집안 사람을 아는지 묻는 거야? 무슨 일이라도 생겼니?”아직 모든 게 오리무중이라 고은서는 외할아버지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제가 그 집안 따님이랑 친한 친구이고 아드님과도 아는 사이라 인연이 있는 것 같아서 혹시 어른끼리 아는 사이가 아닌지 여쭤본 거예요.”“집안 어른까지 알아보면서 결혼 생각이 없다고?”단은숙이 다시 흥분했다.“은서야, 솔직히 말해봐. 그 송민준이라는 청년이 너를 좋아하지? 너를 쫓아다니지?”고은서는 황당해하며 부인했다.“아니에요. 절대 그럴 일이 없어요. 저와 송민준은 그냥 친구예요. 그리고 제가 만약 결혼할 마음이 생기면 반드시 숙모께 첫 번째로 말씀드릴게요.”“여보, 자꾸 결혼 얘기로 애를 못살게 굴지 마. 우리 은서는 능력도 뛰어난데 시집가지 않아도 괜찮아.”고국성이 뜻밖에 그녀 편을 들어주었다. 영악하고 연줄을 대기 좋아하는 삼촌이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더 놀라운 것은, 숙모가 화내거나 반박하지 않고 그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린 것이다.“당장 결혼하라고 닦달한 것도 아니잖아요. 곽승재와 비슷한 조건의 남자가 있다면 놓치지 말아야죠...”“괜찮아요. 숙모도 저를 걱정해서 그러시는 거죠.”고은서는 적당히 무마한 후 넉살스럽게 단은숙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숙모, 제가 최근에 G브랜드 핸드백을 샀는데 디자인이 예뻐요. 한번 보실래요? 마음에 드시면 드릴게요.”이렇게 좋은 일을 마다할 리 없는 단은숙은 급히 일어섰다.“아이고, 은서가 숙모 생각도 해주고! 은혜 그 계집애보다 백배 낫네.”“엄마, 다 들려!”멀지 않은 곳에 있던 고은혜가 기분 상한 듯 소리쳤다.“들리든 말든. 내가 틀린 말 했나?”단은숙은 흐뭇한 표정으로 고은서와 함께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고은서는 차에서 포장

無料で面白い小説を探して読んでみましょう
GoodNovel アプリで人気小説に無料で!お好きな本をダウンロードして、いつでもどこでも読みましょう!
アプリで無料で本を読む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で読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