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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Penulis: 류한나
전처럼 다시 차가워진 곽승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곳 웨이터분더러 다른 수영복을 가져오라고 했어. 지금 문 열고 가져갈래? 아니면 그냥 문 옆에 놔줘?”

“그냥 문 옆에 두고 넌 나가!”

고은서가 대답했다.

곽승재가 떠나려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복도에서 기다릴게.”

그는 이렇게 말한 후 수영복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내려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문 닫는 소리가 들렸다.

고은서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새 수영복을 꺼내 갈아입었다.

이번 수영복은 비교적 보수적인 디자인이었고, 어깨가 별로 드러나지 않은 상의에 하의는 반 길이 스커트였다. 입어보니 훨씬 자연스럽고 편했다.

그녀는 가운을 걸치고 휴대폰을 들고 방을 나섰다.

곽승재는 복도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나오는 것을 보고 곽승재의 검은 눈동자는 그녀의 몸에 잠깐 머물렀다. 가운 밑으로 드러난 길고 흰 다리를 보며 그는 입술을 살짝 움직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자, 박지연 씨도 지금 온천 구역에 있어.”

고은서는 여전히 말 못 할 어색함을 느끼며 대답했다.

“내가 혼자 내려갈 테니 데려다 줄 필요는 없어.”

“오늘 여기는 우리들만 이용할 수 있게 예약된 곳이야. 대부분이 GS그룹 회사 사람들인데 넌 내 아내로서 내가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지.”

곽승재가 말했다.

‘나에게 언제 신경 써준 적이 있다고 그래?’

고은서는 속으로 불평했다.

곽승재는 그녀의 속마음을 읽은 듯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예전엔 내가 소홀했어. 그때 못 해준 것들 지금 보충해 줄께.”

“...”

그의 상냥한 말투와 태도는 마치 어제 저택에서 싸웠던 일이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

고은서는 더 신경 쓰지 않았고, 어차피 이 며칠만 참으면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

그의 말대로 이 산장에는 GS그룹 사람들로 가득했다. 온천 구역으로 가는 길에 그녀는 이미 여러 사람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그녀와 곽승재를 보며 그들은 매우 예의 바르게 불렀다.

“대표님, 사모님.”

또 많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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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몸이 반응을 일으킨 것 같았다.두 사람은 아직도 안고 있었고 아래의 온천탕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보고 있었다.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휴대폰을 꺼내 몰래 찍고 있었다. 아주 그냥 개망신 현장이었다.곽승재가 무슨 짓을 할까 봐 두려워서 고은서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 있지?’고은서는 곽승재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화난 표정을 보면서 곽승재는 팔에 살짝 더 힘주어 그녀를 높이 안아 올렸다. 그리고 한 손으로는 그녀의 엉덩이를 받치고 다른 손으로는 허리를 감싸며 가장 가까운 온천탕으로 걸어갔다. 걸으면서 두 사람의 몸은 매우 밀착되어 있었다. ‘오늘 이곳에 오지 말아야 했어. 왔어도 바로 가야 했어...’ 곽승재를 없는 사람으로 여기고 그냥 즐기라고 했던 박지연의 말을 들은 자신의 실수였다. 그건 다 헛소리였다. 곽승재는 절대 없을 수 없었고 그녀는 단 한 순간도 마음 놓고 즐길 수 없었다. 지금 그녀가 가장 원하는 건 쥐구멍에 숨는 것이었다. 고은서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의 머리카락 향기가 코에 스며들며 곽승재는 자신이 곧 못 참을 것 같다고 느꼈다. “너 또...”품에 있던 고은서는 그곳의 변화를 느끼고 바로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잔뜩 붉어진 얼굴과 분노가 들끓는 눈길로 그를 노려보았다. 부끄러움과 화가 뒤섞여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곽승재는 온몸이 근질근질 해났고 그는 가까스로 참으며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조금만 참아, 온천탕까지 몇 걸음 안 남았어.” 이 말이 지금 이 상황에서 너무 어색하게 들려왔다. “이 나쁜 XX...”고은서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째려보았고 당장이라도 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너 자꾸 이런 표정을 지으면, 우리 다시 방으로 돌아갈까?”곽승재의 낮은 목소리에는 위협뿐만 아니라 욕망으로 가득했다. 고은서는 지금 더 이상 그를 자극하면 그때는 말로만 위협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실행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부끄럽고 화가 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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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서의 분노와 발버둥을 느낀 곽승재는 결국 그녀를 놓아주었다.수건이 곳곳에 걸려 있었고 고은서는 화가 난 것도 잊고 수건 하나를 던져주었다. 그리고 자신도 수건을 둘러매고는 수영장 주변의 작은 길을 따라 박지연을 찾으러 도망치듯 떠났다.곽승재는 물에 흠뻑 젖은 고은서를 지켜보았다. 보수적인 수영복은 여전히 그녀의 가는 다리와 곡선미를 가릴 수 없었고 그는 그녀를 놓아준 것이 조금 후회되었다.“형, 듣고 있어?”육현석이 또 한 번 부르며 말했다.곽승재는 그제야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었고 목소리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무슨 일이야?”“왜 이렇게 화가 났어? 욕구불만이야?”육현석이 장난치며 말했다.육현석은 자신이 무심코 한 농담이 마침 곽승재의 신경을 건드렸다는 것을 몰랐다.“앞으로는 일이 있으면 주민기에게 직접 전화해. 나한테 전화하지 말고!” 상황 파악이 안 된 육현석을 혼자 남겨둔 채 곽승재는 버럭 화를 내며 전화를 끊어 버렸다.육현석은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고 왜 갑자기 연락도 못 하는 처지가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은서는 박지연을 찾아왔다.박지연은 그녀가 올 거라고 미리 알고 있었는지 동료들더러 다 나가보라고 했다. 그리고 손에 휴대폰을 들고 로즈꽃 온천에 앉아 그녀에게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웃어? 지금 너 때문에 내 인생이 망할 뻔했다고!”고은서는 온천에 들어가며 화를 냈다.“내가 뭘 했는데? 그냥 너를 온천에 데려온 것뿐이야. 난 너와 승재 씨가 달콤하게 안고 있으라고 시키진 않았어.” 박지연은 장난스럽게 말했다.“그냥 딱 한 번 가볍게 안을 줄 알았는데 떨어지기 아쉬웠나 봐? 네 주변 사람들은 곧 이혼할 거라는 걸 알고 있겠지만, 모르는 사람은 아직 신혼부부인 줄 알겠네.”방금 일어난 일을 생각하며 고은서의 얼굴이 다시 뜨거워 났다.사실은 박지연이 생각하는 로맨틱한 것과는 달랐다. 하지만 그녀는 곽승재의 몸이 반응을 일으켜 그에게 맞춰야만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차마 말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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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GS 그룹의 내부 직원 단톡방 아니야? 네가 왜 거기 있어?”고은서가 박지연을 바라보며 물었다.박지연은 떳떳하게 휴대폰을 돌려받고 댓글을 계속 읽으며 말했다.“이건 업무 단톡방이 아니고 그들이 따로 만든 뒷담화용 단톡방이야. 현석 씨가 나를 초대했어.”고은서는 그녀의 말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너 인맥 꽤 넓어졌다? 현석 씨와 친해진 것도 모자라 이렇게 빨리 GS 그룹 내부에까지 들어갔어?”박지연이 말했다.“그냥 그들의 뒷담화가 궁금해서 들어간 거야. 걱정하지 마, 우리 둘 사이는 아무도 몰라. 그래서 여기 사람들은 다 진심으로 얘기하는 거야.”고은서는 말이 없었다.산장의 객실에서, 백유미는 문서들을 검토하고 있었고 단톡방의 메시지 소음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그녀는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물을 다칠 수 없었다. 습식 사우나도 당연히 금지되어 있어 그녀는 놀이에 참여하지 않고 원지훈에게 줄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있었다.단톡방에서 이렇게 시끄럽길래 백유미는 휴대폰을 들고 무슨 재밌는 가십거리가 있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사진을 보자 그녀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사진은 여러 장이었고 모든 사진 속 곽승재와 고은서는 친밀하게 안고 있었으며, 곽승재의 눈빛에는 고은서를 향한 무의식적인 부드러움이 묻어 있었다.백유미는 휴대폰을 꽉 쥐며 부수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오기 전에 그녀는 분명히 비서에게 확인했었고 곽승재가 혼자라고 했다. 그런데 왜 고은서가 이곳에 나타나 곽승재와 공개적으로 애정 표현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백유미는 자신을 진정시키며 성아연에게 문자를 보냈다.“아연 씨, 고은서랑 관계를 어떻게 좀 해보라고 했잖아요, 왜 아직도 소식이 없죠?”아무도 그녀에게 소식을 전해주지 않아 그녀는 항상 일을 수동적으로 해야 했다.성아연은 바로 전화를 걸어왔다.“백유미씨, 고은서는 저를 매우 경계하고 있어서 제가 뭐라고 해도 듣지 않아요. 그래서 서두를 수 없어요.”“그럼 계속 이렇게 기다리고만 있을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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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말 다 했어? 그럼 가도 돼.”곽승재가 사람을 쫓아내며 말했다.그러자 육현석은 당당하게 대답했다.“형, 아직 시간도 남았고 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이 최상급 천연 온천에 안 들어가면 좀 아깝잖아, 그치?”곽승재는 그의 말을 예상했지만 전혀 신경 쓸 에너지가 없어서 그냥 명령했다.“나에게서 떨어져 있어.”그가 너무 눈에 띄어서 창피했다.“형, 형수님은 어디에 있어?”육현석은 곽승재의 태도에 신경 쓰지 않고 장난스럽게 물었다.“방금 형과 형수님이 공개적으로 애정 표현을 했다는 소문이 진짜야?”“너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형, 어떻게 사람 마음이 이렇게 쉽게 바뀔 수 있어? 형수님이 있으면 나는 버리는 거야?”육현석은 서운하고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먼저 박지연 씨를 설득해 형수님을 데려오게 했는데 형은 벌써 은혜를 잊었어? 이렇게 기쁜 일도 나와 공유하지 않으려 하면 어떡해!”“좀 조용히 해.”곽승재는 육현석이 시끄럽다고 느끼며 앞을 바라보았다.고은서와 박지연은 온천에서 나와 식사 구역으로 가고 있었다. 곽승재의 시선은 고은서의 모습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의 머리는 약간 젖어 있었고 매끈한 몸매에 우유처럼 흰 피부는 햇볕에 더욱 투명하게 빛났다.마치 물에서 막 나온 인어처럼 보였다.이전에 곽승재는 고은서가 이렇게 놀라운 미모인 줄 몰랐는데 왜 지금은 훨씬 더 예뻐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다른 남자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머물 때도 곽승재는 매우 불쾌했다.육현석도 곽승재의 시선을 따라 고은서와 박지연을 보았다.두 사람은 가운을 두르고 무언가를 이야기하며 밝게 웃고 있었다.“형, 아직도 앉아서 뭐 해? 배 안 고파? 뭐라도 먹고 싶은 거 없어?”육현석이 일부러 묻자 곽승재는 검은 눈을 들며 되물었다.“너 배고프냐?”육현석은 형이 자존심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고개를 끄덕였다.“배고파, 형. 나 아직 형이 아끼는 동생 맞지? 같이 식사 좀 해줘.”곽승재는 마지못해 일어났다.“가자.”“...”육현

  • 어게인, 비긴   제218화

    고은서는 고개를 숙여 살펴보니 곽승재의 옆구리 부분에 깊은 멍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이것은 술집에서 그녀를 안고 나올 때 테이블 모서리에 부딪혀서 생긴 것 같았다.이전에 육현석에게서 들었을 때는 별 감정을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 곽승재의 흰 피부에 비치는 검푸른 멍을 보니 그때 얼마나 아프고 심하게 부딪혔을지 상상이 갔다.“혹시 미안하면 저녁에 직접 약 발라줄래?”곽승재가 일부러 말했다.방금까지 분명히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던 고은서는 대놓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웃기지 마.”“...”뷔페 코너는 셀프였고 고은서는 곽승재의 고집에 못 이겨 그가 접시를 들고 음식을 골라 담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두 사람의 애정 넘치는 행동은 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오늘 하루가 지나면 모두가 대표님과 사모님의 찐득한 부부애에 대해 알게 될 것 같았다.고은서와 곽승재가 음식을 다 챙겨서 식탁에 앉았을 때 박지연과 육현석도 마침 많은 양의 구운 해산물들을 가지고 돌아왔다.“저 지금 배고파 죽을 것 같아요. 물에 오래 있을수록 특히 배가 고프더라고요!”박지연이 말하며 고은서에게 두 손 크기의 구운 랍스터를 건넸다.“이건 네가 제일 좋아하는 거라서 특별히 가져왔어. 어때? 나 착하지?”고은서는 박지연이 방금 친 사고를 만회하려고 의도적으로 이러는 것을 알고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래, 고마워. 어쩜 이렇게 배려가 깊을까?”“헤헤, 아니야. 빨리 먹어!”박지연은 신경 쓰지 않고 닭 다리 살을 입으로 쑤셔 넣기 시작했다.랍스터는 껍질을 벗겨야 하는 게 좀 귀찮았다. 그러자 고은서도 군침이 돌면서 껍질을 벗길 필요 없는 맛있는 닭 다리 살을 한입 베어 물었다.“형수님, 박지연 씨가 구운 랍스터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는데, 왜 안 먹어요?”육현석이 물었다.고은서는 닭 다리 한 입을 베어 물면서 오물오물 씹으며 대답했다.“껍질 벗기기 귀찮아서요.”박지연은 웃으며 말했다.“스스로는 귀찮다고 하지만, 어떤 사람을 위

  • 어게인, 비긴   제219화

    겉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은 행동 같지만 분명히 그만의 배려가 담겨 있었다.마음속의 감정을 억누르며 백유미는 장난치며 웃고 있는 사람들 앞에 다가갔다.“승재 오빠, 은서 씨, 현석 씨, 모두 계시네요. 제가 여기 앉아도 괜찮으신가요?”고은서는 얇은 옷과 연한 화장으로 꼬리치는 백유미를 보며 표정이 확연히 어두워졌고 그녀에게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그러자 육현석이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이사님, 정말 죄송한데 사모님의 친구분도 여기 계셔서 합석은 좀...”백유미는 그제야 박지연을 보며 말했다.“이분이 은서 씨의 친구군요. 업무 처리하느라 바빠서 아까 인사를 못 드렸네요. 진심으로 사과드려요.”박지연은 전에 백유미를 만난 적이 없었지만 그녀의 여우 같은 행동과 고은서의 반응을 보고 그녀의 정체를 알아차렸다.“이사님? 그렇다면 그쪽은 대표님의 아래 사람이군요. 그런데 방금 대표님을 뭐라고 불렀어요? 고은서는 은서 씨라고 부르면서 대표님의 이름은 직접 불러요?”고은서는 박지연의 말이 곽승재를 불쾌하게 만들 것임을 알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고 박지연을 말리려 하지도 않았다. “지연 씨가 모를 수도 있는데 이사님과 승재 형은 십 대 초반부터 아는 사이여서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부르는 게 습관이죠.”육현석이 나서서 설명했다.백유미의 표정은 전혀 변하지 않고 여전히 온화한 모습이었다.“박지연 씨, 조언 감사해요. 제 실수였어요. 다음에는 주의하도록 할게요.”“대표님, 지금 괜찮으신가요? 급한 공사가 있어서 보고 드려야 할 텐데요.”백유미가 평온하게 앉아 있는 곽승재를 향해 물었다.백유미의 얼굴에 피로감이 엿보이자 곽승재는 그녀가 최근에 힘들어했던 이유를 알았고 그녀를 쫓아내지 않았다.“앉아, 먹으면서 얘기하자.”백유미는 무표정한 고은서를 한 눈 보고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서서 얘기할게요. 다들 식사하는데 방해되지 않게 이것만 말씀만 드리고 나갈게요.”“다른 사람에게 방해될 걸 알고 있다면 차라리 오지 마시던가요.”

  • 어게인, 비긴   제220화

    “내가 힘들게 줄 서서 가져온 걸 왜 걔가 공짜로 먹어야 해!”박지연이 말하며 그쪽으로 가서 음식을 가져오려 했다.그러자 고은서가 그녀를 막았다.“그만해, 그런 유치한 짓 하지 마.”“뭐가 유치해? 당연한 거 아니야? 배고프면 스스로 가지러 가던지, 다른 사람이 가져다준 걸 저렇게 앉아서 편하게 먹고 있는 게 말이 돼?”고은서는 박지연의 말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앉아서 편하게 먹다’라는 표현이 백유미에게 정말 딱 맞았다. 지난 생에서 백유미는 그녀와 직접 싸운 적이 없었지만 곽승재와의 감정만으로 그녀를 쉽게 밀어내고 예비 곽 씨 사모님이 되었으니, 정말 앉아서 편하게 먹은 셈이다.“지연 씨, 방금 것들이 더 먹고 싶으세요? 제가 가져다줄게요!” 육현석이 자진해서 말했다.박지연은 저쪽 테이블의 음식을 뺏으려던 행동을 포기했다.“고마워요, 그럼 부탁할게요.”“별말씀을요. 어차피 별로 힘들지 않았으니.”육현석이 자리를 떠난 후 박지연이 말했다.“은서야, 그래서 네가 전에 백유미를 그렇게 싫어했던 거구나. 정말 보기만 해도 기분 나쁜 인물이야.”“넌 이게 첫 만남 아냐? 벌써 이렇게 싫어해도 돼?”고은서가 웃으며 묻자 박지연이 대답했다. “제일 짜증 나는 건, 걔가 분명히 여우짓을 하고 있는데 남자들은 그녀가 억울한 처지에서도 여전히 착한 줄로 알잖아.”고은서는 그 말에 두 손 들고 찬성했다. 백유미는 항상 자신의 진실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고 모두에게 점잖고 온화한 모습만 보이도록 한다.“너 오늘 웬일이야? 백유미가 승재 씨와 함께 앉아 있는 걸 보고도 무감각하게 넘어가고, 내가 가서 시비 걸려는 것도 하지 말라고 하고.”박지연이 농담하며 말했다.“예전이라면 백유미와 승재 씨가 함께 밥 먹는 것만 보고도 테이블을 뒤엎었겠지?”고은서는 생각했다. 아니, 밥을 먹기도 전, 백유미가 나타나자마자 그녀는 이미 참지 못하고 사람을 내쫓았을 것이다.“됐어, 이 말 그만하자. 그녀가 어떻게 하든 나와는 상관없어. 어제 온 닥터가

  • 어게인, 비긴   제2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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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1116화

    곽승재의 말을 들은 마재경의 얼굴에 두려운 기색이 살짝 감돌았다.하지만 문득 뭔가를 떠올린 듯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협박하지 마세요. 가벼운 부상에 불과하니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하면 기껏해야 3년 감옥에 있고 나올 거예요. 당신들이 주는 기회 따위는 필요 없어요.”마재경은 인정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 확실했다. 3년 감옥살이로 거액의 돈을 바꾸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이로 미루어 보면, 마재경은 정말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것이다.고은서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3년 청춘을 돈과 바꾸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오점이 생겨 네가 어디 가든 따라다닐 텐데.”“게다가 그렇게 큰돈이 어디서 생겼는지 출처를 밝히지 못하면 경찰이 가만둘 것 같아? 일단 경찰이 알아내면 너의 공범도 잡히고 너는 비호죄까지 추가될 텐데. 정말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까?”고은서의 말에 마재경은 약간 망설였지만 여전히 자기가 혼자 한 것이라고 고집했다. 돈도 어디서 입금됐는지 모르겠고, 어쩌면 팬 중 한 명이 보낸 것일 수도 있다고 둘러댔다.다소 김빠진 고은서는 곽승재와 함께 밖에 나가 마재경의 약점을 찾아보려 했다.그때 곽승재가 입을 열었다.“죄를 지었다는 것이 너의 고향에 알려지면 돈을 들고 금의환향하려는 생각이 실현될 수 있을까?”이 말에 마재경은 허를 찔린 듯 눈에 공포가 감돌았고 몸도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잠시 후, 곽승재의 얼음장 같은 시선 속에서 마재경은 철저히 무너졌다.“말할게요. 전부 다 털어놓을게요...”...여씨 저택.여시은이 수액을 다 맞고 여재훈도 약을 먹은 뒤였다.가정의가 떠나자, 여시은은 여재훈의 옆에 앉았다.“아빠, 왜 그러세요? 계속 미간을 찌푸리고 계시는데, 상처 부위가 많이 아프신 거예요?”여재훈은 순하고 사리에 밝은 딸을 바라보며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시은아, 네가 주워 온 길고양이가 너랑 그리 친하지 않은 것 같더구나?”여시은은 순진무구한 눈빛을 한 채 고개를 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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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재경은 잠깐 멍하니 있더니 곧바로 사주한 사람이 없다고, 그냥 미워서 괴롭히고 싶었다고 말했다.그러자 고은서는 코웃음을 쳤다.“변명이 너무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안 들어?”“너와 곽승재가 단순히 금전적 관계였던 건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진심으로 좋아하는 감정이 생겨서 잘해보고 싶은데 외면당했다고 해도 곽승재한테 화풀이해야 하는 거 아닌가?”고은서의 질문에 마재경은 얼굴이 부자연스럽게 일그러졌다.“나는 곽 대표님을 존경했을 뿐 다른 마음은 없었어.”“그런데 너는 나와 곽 대표님의 스캔들 때문에 나를 질투했고, 나의 팬을 돈으로 매수해 나를 반죽음으로 만들었어. 이런 짓을 한 너에게 복수하면 안 되나?”‘흉기 난동 사건까지 내 탓으로 돌리려 하다니?’고은서는 더욱 어이없었다.“마재경, 머리는 장식품으로 달고 다니나? 내가 곽승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누구나 다 알아. 내가 질투심 때문에 돈으로 사람을 매수해 너를 해칠 이유가 없잖아.”“그리고 정말 나를 의심했다면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어? 나를 경찰서에 넘겨서 죄를 묻는 게 더 나았을 텐데.”마재경은 얼굴이 빨개졌지만 여전히 우겼다.“너는 돈도 많고 옆에 힘 있는 남자들도 많은데, 내가 어떻게 증거를 찾을 수 있겠어?”고은서는 다시 한번 어이없어 웃었다.“증거도 없다는 거네. 그러면 무슨 근거로 나를 의심해? 나한테 피를 뿌린 것도 모자라 잔인하게 죽이려고까지 했잖아.”“‘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내가 칼에 찔려 과다 출혈로 죽을 뻔했으니 같은 방식으로 너한테 되갚아주고 싶었어.”마재경은 고은서가 정말 자기를 해치기라도 한 것처럼 원한을 쏟아냈다.고은서는 더 이상 그녀와 논쟁을 이어갈 생각이 없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사주한 사람이 없다고 계속 우기면 너의 남은 인생은 감옥에서 썩게 될 거야. 인플루언서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은 물론 자유도 잃게 되겠지.”“너!”“협박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네 말대로 나에겐 돈도 많고 곁에 힘 있는 남자들도 많아.”이 말을 들은 마재경은

  • 어게인, 비긴   제1114화

    “집에서 모시러 오셨으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경찰서에 상황을 알아보러 가야 해서요.”그녀가 식사 자리에서 여시은을 용서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여재훈은 크게 놀라지 않았고 더 이상 설득도 하지 않았다.“고은서 씨, 이번 일은 저와도 상관이 있으니 같이 가도록 해요.”하지만 고은서는 완곡하게 거절했다.“아닙니다. 상대가 저를 노린 것이니 제가 가면 됩니다. 다치셨으니 일찍 들어가 쉬십시오.”그녀의 단호한 태도에 여재훈은 더 이상 고집하지 않았다. 다만 소식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고은서가 인사하고 자리를 뜨려는 순간, 여씨 가문의 가정의가 진료실에서 나오더니 호들갑을 떨었다.“여 대표님, 앞으로 이런 무모한 행동은 삼가세요. 이번에는 동맥을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혈액형도 특이한데 대량 출혈이라도 발생하면 이 작은 병원에서 혈액을 공급받지 못했을 거예요.”‘혈액형이 특이하다고?’고은서도 희귀한 혈액형이었다. 그녀가 여재훈의 혈액형을 물어보려 할 때 여시은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러게요. 아빠, 몸을 좀 아끼세요. 너무 걱정되고 무서워요...”이 광경을 본 고은서는 말없이 떠나갔다....마재경이 뿌린 피가 그녀의 몸을 명중하지 못했는데도 여기저기 피가 튀어 불쾌한 냄새가 났다.곽승재가 경찰서에 같이 가자고 했기 때문에 고은서는 먼저 라이트문 아파트로 돌아가 꼼꼼히 씻은 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곽승재는 빛의 속도로 달려왔다. 고은서가 대충 차려입고 경찰서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돼서 허둥지둥 달려오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곽승재는 얇은 미디엄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매끈한 핏 덕분에 더 훤칠해 보였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걱정하는 기색이 살짝 감돌았다.그는 고은서를 보자마자 상처부터 확인했다.곽승재의 따뜻한 손이 피부에 닿자, 고은서는 약간 불편한 듯 그의 손을 살짝 밀어냈다.“정말 괜찮아. 살짝 긁혔을 뿐이고, 이미 약도 발랐어.”곽승재는 손을 거두어들였지만 눈은 그녀를 떠나지 않았다.말쑥

  • 어게인, 비긴   제1113화

    지난번 여씨 저택에서 여시은이 쿠아에게 할퀴어 상처를 입었을 때 이 의사를 본 적이 있었다.여시은은 아버지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자기 몸 상태도 생각할 겨를이 없이 병원으로 달려온 모양이다. 가정의도 걱정돼서 따라나섰을 것이다.“시은아, 왜 여기까지 왔어? 괜찮다고, 금방 돌아갈 거라고 말했잖아.”여재훈이 나무라듯 말했다.“아가씨께서는 대표님이 병원에 계신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수액을 뽑아버리고 운전기사에게 빨리 병원으로 데려다 달라고 하셨어요.”가정의가 설명을 보탰다.역시 그랬다. 여시은은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예쁜 얼굴에 긴장과 걱정이 가득했다.“아빠,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어쩌다 다치셨어요?”여재훈은 고은서의 말을 듣고 딸에 대한 의심이 생겼지만, 그녀의 걱정스러운 모습을 보고 사람들 앞에서 추궁하지는 않았다.여재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작은 사고가 있었어. 이제 괜찮아.”여시은은 조금 안심된 듯했다. 그제야 진료실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챈 그녀는 의사와 간호사에게 인사한 뒤 고은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리셉션이 끝난 지 며칠 지났지만 두 사람의 대면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리셉션 때보다 여시은은 확연히 풀이 죽은 상태였다. 창백한 얼굴에 화장기 하나 없었고, 입술에도 각질이 일어나 있었다.게다가 여재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살짝 건드리면 깨지는 도자기 인형처럼 취약해 보였다.도대체 어떻게 이런 완벽한 연기를 펼칠 수 있는 건지?민시후의 부하들이 여시은에게 조현병이 없다는 걸 알아내지 못했더라면, 여시은이 이중인격을 가진 게 아닌지 의심했을 정도였다. 순진무구한 인격과 잔인하고 변태적인 인격 말이다.하지만 여시은은 조현병 환자가 아닌 게 분명했다. 왜냐하면 그녀의 눈가에 차가운 기운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비록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간 것이었지만 고은서는 정확히 포착했다.“고은서, 너 때문에 아빠가 다치신 거야?”여시은은 예전처럼 친한 척하지 않고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고은서가

  • 어게인, 비긴   제1112화

    의사가 여재훈의 상처를 처치하는 사이, 고은서의 휴대폰이 울렸다.번호를 보니 곽승재였다.고은서는 여재훈에게 말하고 복도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은서야, 너 사고를 당했다며? 너와 여 대표님이 모두 다쳤다고?”곽승재가 다급히 물었다.임신 오해 사건 이후, 두 사람이 모든 것을 터놓고 얘기한 뒤로 그녀를 몰래 보호하던 인원을 철수한 상태였다.하지만 운전기사는 여전히 주민기가 배치한 인원이어서 고은서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알 수 있었다.고은서는 어디서 들었는지 캐묻지 않았다.“괜찮아. 마재경이 갑자기 유일 투자은행 주차장에서 나를 습격했어. 여재훈 씨가 막아주다가 팔을 다치셨고.”“나는 지금 출장 중이라 경찰서 쪽에 다른 사람을 보냈어.”곽승재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바로 해성으로 돌아갈게.”고은서는 급히 돌아올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여긴 별일 없으니까 일에 집중해. 여재훈 씨의 상처 처치가 끝나면 경찰서로 가서 마재경을 만날 거야.”“이쪽 일은 거의 마무리됐어. 내가 돌아가면 같이 경찰서에 가자.”곽승재는 설명을 이어갔다.“지난번 마재경이 다쳤을 때 병원을 방문해 더 이상 협조가 필요 없다고 통보하고 충분한 보상금도 지급했어.”“다시는 네 앞에 나타나 존재감을 과시하지 말라고 몇 번 경고했는데 갑자기 나타난 걸 보면 배후에 조종자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워.”곽승재는 차분한 목소리로 분석을 이어갔고, 고은서도 어느 정도 수긍했다.따져보면, 마재경은 돈 때문에 곽승재와 손잡은 것이고 그녀와 깊은 원한이 없었다.협력 관계가 끝났으면 적당한 선에서 물러나야 정상이지, 이렇게 위험한 방식으로 그녀에게 복수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하지만 마재경이 진심으로 곽승재를 좋아하게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천천히 사랑을 키워나가고 싶었는데 곽승재가 갑자기 관계를 끊자고 하니 그 분노를 고은서에게 쏟아냈을 수도 있다.고은서가 이 가능성을 말하려는 순간, 간호사가 문을 열고 나오더니 안에 있는 환자분의 부탁이라며 그녀의 상처

  • 어게인, 비긴   제1111화

    ‘분명 넘어뜨렸는데.’고은서는 마재경이 이렇게 빨리 일어날 줄은 몰랐고, 가위를 들고 달려들 줄은 더욱 생각지 못했다.피하기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고은서는 다급한 마음에 전기충격기를 꺼내 마재경의 몸에 들이댔다.“조심해요.”고은서와 마재경이 전기충격기와 가위를 손에 들고 서로 공격하려는 순간, 우람한 체구의 남성이 황급히 달려왔다. 여재훈이었다.그는 고은서를 확 끌어당기고 마재경을 밀쳐냈다.쨍그랑! 전기충격기가 땅에 떨어지며 마재경의 몸에 닿았고, 감전된 마재경은 비명을 질렀다.잠시 비틀거리던 마재경은 눈에 핏발을 세우고 다시 가위를 휘두르며 덤벼들었다.고은서가 마재경을 걷어차려고 다리를 뻗는 순간, 여재훈이 자기 팔로 가위를 막아 그녀를 보호했다.그의 넓은 어깨는 웅대한 산처럼 든든해 보였고,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 품에 안겼을 때처럼 피난처 같은 안정감을 주었다.짝! 가위가 여재훈의 팔을 찌르며 옷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여재훈은 잽싸게 마재경을 발로 걷어찼다.“여재훈 씨, 괜찮으세요?”정신을 차린 고은서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여재훈은 평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괜찮아요.”이때 경비원 몇 명이 달려와 마재경을 제압했다.고은서는 여재훈의 팔을 살펴보았다. 재킷과 셔츠가 찢기고 기다란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고은서는 가슴이 아려와 다급히 말했다.“다치셨네요. 빨리 병원 가서 싸매야 해요.”“고은서 씨도 다쳤으니 같이 가요.”여재훈이 고은서의 쇄골 부위를 가리키며 말했다.아무 느낌도 없었는데, 여재훈의 말을 듣고 나니 쇄골 근처 어깨죽지 부위에서 얼얼한 통증이 느껴졌다.손으로 만져보니 피는 나지 않는 듯했다. 오늘 카라 없는 캐주얼 셔츠를 입은 까닭에 마재경이 가위를 휘두를 때 살짝 긁힌 듯하다.“저는 연고만 바르면 될 것 같아요. 어서 병원 가요.”고은서는 경비원에게 마재경을 경찰서에 넘기라고 말했다.그러고는 기사를 불러오고 여재훈과 함께 뒷좌석에 탔다.여재훈의 팔뚝에 번진 핏자국을 보며 고은서는

  • 어게인, 비긴   제1110화

    여재훈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제가 은서 씨를 회사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이 식사는 여재훈이 초대한 자리였으니 끝까지 책임지고 고은서를 안전하게 회사까지 돌려보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돌아가는 길에 두 사람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아 분위기가 조금 무거웠다.고은서는 여재훈이 자기 딸이 고양이를 학대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는 걸 알기에 여재훈한테 혼자 생각할 시간을 줬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유일 투자은행의 주차장에 도착했다.“은서 씨, 곽승재 씨랑 현재 무슨 사이이신가요?”여재훈이 물었다.고은서는 사실대로 답했다.“그냥 평범한 친구 사이예요.”여재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승재 씨는 은서 씨를 많이 신경 쓰는 것 같더군요.”연회 때 곽승재가 고은서를 적극적으로 감싸는 모습을 모두가 똑똑히 봤다.이에 대해 고은서도 부정하지 않았다.“그건 곽승재 씨의 일방적인 감정이에요. 저는 그 사람한테 이성적인 감정은 없어요.”“시은이가 승재 씨를 꽤 마음에 들어 하더라고요. 저한테도 말한 적 있어요. 그와 결혼하고 싶다고.”여재훈은 말을 이었다.“아마 시은이의 질투심도 여기서 시작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은서 씨를 해하려 했던 걸지도 모르죠. 하지만 쿠아는 시은이가 가장 아끼던 반려동물이에요. 시은이가 이유 없이 해칠 리는 없을 겁니다.”고은서는 그 말의 속뜻을 곧바로 이해했다.여재훈의 말은 여시은이 고은서를 향한 질투 때문에 공격적으로 나왔을 수는 있어도, 쿠아는 여시은이 키우는 반려동물이기에 쿠아를 해칠 사람은 아니라고 믿는다는 것 같았다.고은서는 그저 씁쓸하게 웃었다.가족이라는 필터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는 여재훈도 여시은의 본모습을 보게 될 날이 올 것이라 믿었다.고은서는 더 말해봤자 의미가 없다는 걸 알기에 여재훈한테 간단히 인사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차에서 내린 고은서는 어디선가 여자 하나가 스쳐 지나가는 듯한 그림자를 본 것 같았고, 공기 중에서 약간의 피비린내도 느꼈다.그녀는 주

  • 어게인, 비긴   제1109화

    여재훈은 고은서를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는 물었다.“시은이가 또 무슨 일을 했다는 거죠?”마침 노 사장님이 식전 반찬을 가져다주며 주문한 대표 요리도 곧 준비된다고 알렸다.고은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재훈 씨, 저희 먼저 식사부터 하고 이야기할까요?”고은서는 몹시 배가 고팠다. 만약 지금 이 이야기를 꺼내면 두 사람 모두 식사할 마음이 사라질 것 같았다.여재훈은 고은서의 제안에 동의했다.이 개인 요리 식당의 음식은 색다른 풍미가 있었고, 고은서는 배부르게 먹었다.반면, 여재훈은 거의 먹지 않았다. 마치 그는 고은서를 동반하기 위해 자리를 함께한 것처럼 보였다.식사 중에는 가끔 일상적이고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약 삼십 분 후, 고은서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배가 너무 부르다고 말했다.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남아있지만, 여재훈은 배부른 고은서를 보며 묘한 만족감을 느꼈다.여재훈은 그녀가 배부르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뻤다.여재훈은 고은서의 찻잔에 물을 따라주며 물었다.“우리 시은이가 또 무슨 잘못을 저질렀던 거죠?”고은서는 찻물을 한 모금 마신 뒤 숨을 깊이 들이쉬고는 여시은이 고양이를 학대한 일에 대해 털어놓았다.“저번에 제가 쿠아 때문에 경찰에 신고를 했었잖아요?”고은서가 말했다.“전 정말 시은이에게 누명을 씌운 게 아니에요. 여시은이 제 눈앞에서 쿠아의 입술을 다치게 했어요. 그리고 평소에도 쿠아를 자주 괴롭혔어요.”고은서의 말을 들은 여재훈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시은이는 쿠아를 그렇게 아꼈어요. 집에서도 항상 품에 안고 다녔고, 쿠아가 뭐라도 먹고 싶어 하면 직접 손으로 먹여줬다니까요. 시은이가 어떻게 그런 짓을 했겠어요?”여재훈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물었다.“은서 씨, 혹시 오해가 있는 건 아니에요? 뭔가 착각하신 거 아닐까요?”평소 여시은은 얌전한 딸의 이미지를 잘 연기해 왔기에 여재훈은 그녀를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재훈 씨가 믿기 힘든 거 알아요. 아버지 입장에서야 딸이 그

  • 어게인, 비긴   제1108화

    지난번 숙모에게 가방을 선물했을 때, 숙모가 엄청나게 기뻐했던 모습이 순간 떠올랐다.그래서 이번엔 삼촌에게도 뭔가를 사서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은서는 노 사장님에게 코담배병을 어디서 샀는지 물어봤다. 그리고 가족에게 드릴 선물로 하나 사고 싶다고 말을 덧붙였다.“이건 친구가 선물한 거라 어디서 샀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네.”노 사장님은 미안한 듯 말했다.고은서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그냥 예뻐서 한번 여쭤본 거예요. 나중에 백화점 가서 한번 골라볼게요.”“아가씨는 참 효심이 깊구먼.”노 사장님은 칭찬을 몇 마디 건넨 뒤, 주문한 메뉴를 주방으로 가져갔다.“은서 씨 아버님께서 코담배병을 좋아하시나요? 선물하시려고요?”여재훈이 부드럽게 물었다.고은서는 고개를 저었다.“전 아버지가 없어요. 삼촌께 드리려는 거예요.”여재훈은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그는 고은서를 몇 번밖에 만나지 못했기에 그녀의 가정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에게 아버지가 없다는 사실도 오늘 처음 들었다.“죄송합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여재훈은 곧바로 사과했다.고은서는 별일 아니라는 듯 웃었다.“괜찮아요. 저희 가족끼리도 잘 지내고 있어요.”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여재훈은 고은서의 그 미소는 어딘가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그때 여재훈의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렸다.전화번호를 확인한 그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전화를 받았다.“시은아, 왜 그래... 주사 맞는 게 당연히 좀 아프지. 하지만 주사를 안 맞으면 어떻게 낫겠어... 알겠으니깐 떼쓰지 말고, 의사 말 잘 들어.”전화를 끊고 나서 여재훈은 고은서에게 간단히 상황을 설명했다.“시은이가 아픈데 주사 맞기 싫다고 하네요.”고은서는 여시은의 이름에 반응이 컸다. 예전에 여시은에게 학대받다 죽은 쿠아가 떠올랐다. 그 기억 때문에 속이 불쾌해지고 분노가 스멀스멀 올라왔다.그녀는 말없이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여재훈은 고은서의 반감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그는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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