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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2화

Author: 류한나
고은서가 말을 이었다.

“우리가 안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매번 술집이나 클럽에서 마주쳤잖아. 그때마다 양옆에 여자들을 끼고 있었잖아.”

그 말을 들은 민시후는 대꾸하지 않고 매력적인 눈빛으로 그녀를 가만히 응시했다.

고은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왜 그렇게 봐? 내가 없는 말 했어?”

“아니, 틀린 말도 아니야.”

민시후는 얼굴에서 불쾌한 기색을 지우,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예전에 주위에 여자가 많았던 건 맞아. 하지만 그건 그저 보여주기 위한 식일 뿐이었고 진지한 관계도 없었고 부적절한 행위도 없었어.”

고은서는 믿지 않았다.

“M 국에 있을 때 어떤 섹시한 여자랑 데이트했잖아. 아무 일도 없었어?”

민시후의 미소는 더욱 깊어졌고 그의 눈빛은 빛나기 시작했다.

고은서는 어리둥절했다.

‘자랑스러운 일인가? 왜 저렇게 웃지?’

민시후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물었다.

“고은서, 혹시 질투야?”

고은서는 그제야 자신이 민시후의 과거 연애사를 묻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해하지 마. 그냥 네가 민아 일로 화내는 게 웃겨서 예로 든 거야.”

고은서가 단호히 답했다.

그러나 민시후는 여전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

“고은서, 뭔가 걸리는 구석이 있으니까 괜히 설명하는 거야. 평소 내가 이렇게 물었으면 넌 주먹부터 날렸을 거야.”

고은서는 지금 당장 그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

“헛소리 그만해. 네 연애사가 나랑 무슨 상관이야? 별 관심 없어.”

“괜찮아. 네가 신경 쓰든 안 쓰든 모두 솔직하게 얘기해 줄게. M 국의 그 여자는 내 친구야. 그날 우리는 다른 친구를 만나러 가던 중이었는데 네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 친구는 기다리는 게 지겨워서 몇 번 재촉했을 뿐이야. 외국은 보통 오픈 마인드 잖아. 그래서 호칭도 더 친근했을 뿐인데 우린 순수한 친구 관계였어.”

민시후의 눈빛은 너무 반짝여서 고은서가 눈을 돌리며 기침했다.

“이미 말했잖아. 나랑 상관없다고.”

“상관있어.”

민시후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고은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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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1394화

    고은서는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예전에는 손문호가 어둠 속에 숨어 있었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드러난 셈이니 그만큼 대비하기도 쉬워졌다고 볼 수 있다.아침 식사를 마친 고은서는 유일 투자은행에 들러 업무를 조금 처리했다.시간을 보니 약속한 시간이 가까워져 곧장 서연정과 만나기로 한 건강 관리 센터로 향했다.“은서야, 이렇게 급하게 날 찾은 이유가 뭐니?”서연정이 물었다.고은서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사실은요, 손문호 씨에 대해 다시 한번 여쭤보고 싶어서요.”고은서도 자꾸 서연정을 귀찮게 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손문호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녀뿐이기에 다시 찾을 수밖에 없었다.“타이밍이 묘하게 겹치네?”서연정은 다소 놀란 듯 말했다.“오늘 오전 자선단체 행사에서 그 사람을 만났거든. 그 사람도 너랑 승재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내게 물어봤어.”고은서는 손문호가 어제 유의미한 정보를 얻지 못했기에 오늘은 서연정에게서 뭔가 정보를 캐내려 한 것일 거라고 짐작이 들었다.고은서는 잠시 생각하다 조심스레 말했다.“어머니, 기억나시죠? 예전에 제가 사진 한 장 들고 와서 손문호 씨가 맞는지 확인했던 거요.”서연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기억하지. 네가 예전에 승재 아버지가 백승엽 사건과 관련되어 있던 건 아닌지 의심하면서 감시카메라에 찍힌 게 그 사람 맞냐고 나한테 물어봤잖니.”“그때 내가 전화를 걸어 확인했더니 손문호는 우연히 경마장에 간 거라고 했었어.”“우연이 아니에요.”고은서는 사실대로 말했다.“어머니, 저랑 승재 씨가 증거를 조금 찾았어요. 그날 손문호는 백승엽을 만나러 간 거였고 어머니께 거짓말을 한 거예요.”서연정은 그 말을 듣고 쉽게 믿지 못했다.“네 말은 백승엽 사건에 그가 진짜 연루되어 있다는 거니?”고은서는 고개를 저었다.“아직 그건 단정할 수 없어요. 만약 확실했다면 벌써 경찰이 체포했겠죠. 하지만 승재 씨가 증거 일부를 경찰에 넘겼고 경찰이 이걸 바탕으로 조

  • 어게인, 비긴   제139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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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1392화

    백승엽은 분명 마음이 흔들렸지만 여전히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내가 이런 일을 벌인 걸 알면 승재가 날 그냥 두지 않을 거야. 혹시 들키면 그땐 난 어떻게 해?”손문호가 말했다.“무슨 일이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입니다. 큰 이익을 얻으려면 상응한 위험도 감수해야죠.”“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보장해 드리죠. 제 뒤에 있는 사람은 어떤 면에서도 곽승재에게 밀리지 않아요. 인력, 자금, 자원 면에서 모두 당신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줄 겁니다. 혹시 일이 터지더라도 뒤처리는 그들이 맡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손문호의 유혹에 결국 백승엽은 동의하고 말았다.“좋아! 이익 같은 건 둘째 치고 유미만 생각해도 이 일은 반드시 해야 해! 우리 유미가 얼마나 억울하게 당했는데! 내가 반드시 내 딸의 억울함을 갚아줘야지!”손문호는 백승엽이 동의할 거라는 걸 이미 예상했던 것처럼 백승엽에게 일이 끝나면 즉시 해성을 떠나고 누구에게도 자신의 행방을 알리지 말라고 담담하게 당부했다. 그리고 모든 일이 마무리되면 백승엽과 백유미가 해외로 나가는 것도 자신이 알아서 처리해 주겠노라고 약속했다.배터리가 다 된 건지 녹음은 여기서 끊겼다. 그 이후는 아무 내용도 없었다.보아하니 그래도 백승엽이 손문호를 완전히 믿지 못하고 녹음기를 클럽에 몰래 숨겨둔 모양이었다. 손문호는 설마 백승엽이 곽현수를 만날 때 녹음기를 가지고 올 줄은 생각 못 했고 자신과의 대화를 전부 녹음해 뒀다는 것도 전혀 몰랐다.음성을 다 들은 고은서와 곽승재의 등줄기에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손문호는 자신이 누군가의 부탁을 받아 백승엽을 찾았다고 했었다. 그 누군가는 과연 누구일까? 송민준? 전혜라? 아니면 여시은?“은서야, 지금 무슨 생각 하고 있어?”곽승재가 자못 진지한 어투로 고은서에게 물었다.“이 녹음 증거를 바로 경찰에 넘겨서 손문호를 조사하게 할까? 아니면 먼저 손문호 뒤에 있는 사람을 찾아낼까?”고은서는 이전에 성아연과 백유미의 일로 변호사와 상담한 적이 있었다.

  • 어게인, 비긴   제1391화

    녹음기 속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백승엽은 누군가를 본 듯 약간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은 누구요?”“당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이 목소리를 들은 고은서는 곧바로 눈썹을 찌푸렸다. 역시 예상대로 손문호였다! 그날 그는 정말 백승엽을 만나러 간 것이다.고은서는 곧 곽승재 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 또한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손문호는 먼저 자신을 소개했다. 백승엽은 누군가에게 그의 신원을 확인한 듯했고, 그제야 손문호에게 무슨 일로 자신을 찾아왔냐고 물었다.손문호는 백유미가 인간 이하의 고통을 당하고 자궁까지 적출당한 일, 백가 기업이 인수당한 사실, 그리고 백승엽의 다리 부상이 어떻게 생겼는지까지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승엽에게 연민을 표현하며 이 상황이 억울하지 않은지 물었다.백승엽이 억울하지 않을 리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곽현수에게 나서달라고 애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백승엽은 손문호에게 돌려 말하지 말고 방법이 있다면 바로 말하라고 했다.손문호는 피식 웃더니 백승엽에게 지금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이 누구냐고 되물었다.“그야 당연히 고은서 그년이지!”고은서는 단지 목소리만으로도 백승엽이 자신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그년만 아니었으면 승재가 우리 유미를 정신병원에 가둘 일도 없었고, 우리 집 일에 이렇게 무심할 리도 없었어!”“범가온도 인간이 아냐! 그 아들도 유미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진작 죗값 치르고 감옥 갔을 놈인데! 결국 은혜는커녕 아들 죽은 걸 유미 탓으로 돌리고 미친 듯이 유미를 학대했어! 나도 그 미친년한테 몇 번이나 맞았다고!”백승엽은 말할수록 점점 분노가 치미는듯했다.“그리고 그 민 씨 놈! 고은서랑 한패가 돼서 내 회사를 무너뜨리고 인수해서 그년한테 넘겼잖아! 그 연놈들 다 죽어야 해!”백승엽의 이 차오르는 증오의 한탄을 들은 손문호는 가식적인 한숨을 내쉬며 너무 안쓰럽다며 연신 나불댔다. 그러고는 이 문제들을 한 방에 해결하고 싶지 않은지 넌지시 물었다

  • 어게인, 비긴   제1390화

    곽승재는 서재에 가서 녹음기를 먼저 충전했고 고은서는 의사가 혼자 뻘쭘하게 거실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혹시 과일이라도 줄게 있나 싶어 냉장고를 열어보았는데 과일은 얼마 없고 채소만 잔뜩 쌓여 있었다.각종 신선한 풀 채소에 육류와 해산물, 계란 등등 없는 게 없었다.곽승재는 평소에도 식사를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고 가끔 청소 도우미만 부르는데 냉장고에 이렇게나 많은 채소를 사둘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심지어 해산물들은 전부 손질해서 칼집까지 낸 것 같았다.비록 실력은 그다지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꽤 신경을 썼다는 걸 의미한다.“은서야.”이때, 곽승재가 마침 다가오다가 냉장고가 열려있는 모습을 보고는 황급히 다가와 문을 닫았다.“집에서 밥도 해 먹어?”고은서의 물음에 그는 괜히 헛기침을 한번 하더니 애써 침착하게 답했다.“아니. 그냥 새벽에 갑자기 배고프길래 뭐라도 해 먹으려 했지. 그런데 하다 보니 또 귀찮더라고. 그래서 안 먹고 그대로 뒀어.”“냉장고에 채소를 이렇게나 많이 준비해 둔 게 진짜로 배고플 때 해 먹기 위해서라고?”계속되는 물음에도 곽승재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아마 도우미 아주머니가 준비해 뒀을 거야. 아니면 할머니가 보내주셨거나. 신경 안 써.”“가자. 의사분도 오셨는데 제대로 다시 검사해 보자.”그렇게 곽승재는 고은서의 손을 이끌고 의사한테 데려갔다.이 의사는 곽승재가 신뢰하는 사람이라 그가 무슨 말을 하든 전부 믿을 수 있었다.그는 고은서의 맥을 짚어보고 다시 청진기로 검사해 보았지만 역시나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그리고 예전부터 있었던 저혈당도 많이 호전되었다고 말했다.그렇게 의사를 보내주고 난 뒤에 고은서는 곽승재따라 서재에 갔다.처음으로 그의 서재에 와보게 되었는데 인테리어가 예원 별장과 거의 비슷했고 심플하고 깔끔해 보였다.곽승재가 녹음기 버튼을 누르자 맨 처음 백승엽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그는 곽현수에게 무언가를 간곡히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잠시 후, 다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또다시

  • 어게인, 비긴   제1389화

    깜짝 놀란 고은서가 비명을 지르자 곽승재가 빠르게 그 사람을 뒤쫓아갔다.그러나 안타깝게도 도망치는 속도가 너무 빨랐고 또 여기 지형에 대해 익숙한지 홀연히 두 사람을 따돌리고 멀리멀리 사라져갔다.소란스러움에 승마장 직원들도 달려왔는데 고은서는 현장 관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언성을 높여 말했다.그러다가 너무 흥분했는지 갑자기 심장을 부여잡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은서야, 괜찮아?”그 모습에 깜짝 놀란 곽승재가 그녀의 상태를 살피자 고은서가 낮게 답했다.“여기가 너무 답답해.”그녀의 말에 곽승재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주민기에게 전화를 걸어 그에게 여기 일을 맡기고 두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차에 올라타자마자 고은서는 백미러로 혹시나 뒤에서 다른 차가 따라오나 살폈는데 그 모습에 곽승재가 물었다.“은서야, 진짜 아픈 건 아니지?”고은서는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하고 곽승재에게 답했다.“괜찮아. 혹시 믿을 만한 의사 한 명을 라이트 문 아파트로 불러줘. 우리는 빨리 그 녹음기에 대해 알아봐야 해.”곽승재는 그래도 그녀가 걱정되는지 다시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너 진짜 괜찮은 거 맞아?”방금 그 도둑을 곽승재는 원래 끝까지 쫓아가고 싶었지만 고은서가 눈빛을 보냈고 마침 도둑도 사라진 바람에 더 이상 쫓아갈 수 없었다.그러다가 나중에 현장 직원이 달려왔을 때도 모든 걸 고은서가 말할 수 있도록 그저 옆에 서 있기만 하다가 가슴이 답답하다는 그녀의 신호를 단번에 알아듣고는 빠르게 승마장에서 빠져나왔다.그러나 분명 승마장에서 화가 잔뜩 난 채로 가슴을 부여잡고 아프다고 했던 모습이 연기하는 것 같지 않아 보여 곽승재는 도무지 시름을 놓을 수 없었다.“그래도 병원에 한번 가서 검사 받아보지 않을래?”그러자 고은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야. 거짓말이었다니까?”방금 두 사람이 승마장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손문호가 뜬금없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고은서는 이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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