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은 성연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로 경호 인력을 보냈다.또한 성연 주변의 동향에 예의 주시하라고 지시했다.성연에 관한 가십 기사가 언론 매체에까지 오르내리며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기미를 보이자, 손건호는 곧장 무진에게 보고했다.손건호의 보고를 듣고 있던 무진의 안색이 순식간에 서늘해졌다.강씨 집안은 북성남고의 최대 주주였다. 애초에 성연의 학교 생활을 잘 돌봐달라고 교장에게 언질을 주기도 했었다.그런데도 이런 불쾌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물론 성연과 자신의 관계가 대중에게 공개된 것 자체는 무진이 늘 바라던 바다그러면 성연이 자신의 여자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될 테고, 함부로 성연에게 들이대는 놈도 없을 테니까.그러나 이런 식의 폭로는 결코 무진이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악의를 가진 누군가 성연을 노리고 두 사람의 관계를 폭로한 것이 분명했다.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성연이 오명을 덮어쓸 게 뻔했다.성연은 그 누구로부터도 오해와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된다.무진이 점점 더 싸늘해진 얼굴로 입을 꾹 다물고 있자, 비서 손건호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무진의 옆에 선 손건호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이 일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어떻게 된 일인지 조사하라고 지시해 두었는데 아직 보고는 올라오지 않았습니다.”무진이 입가에 냉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이런 작은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다니, 북성남고 교장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 같군. 강씨 집안에서 매년 후원하는 금액이 얼마인데, 내 사람을 보호하지 못해 이런 일을 겪게 만들어? 이래서야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까닭이 없지.”“네, 그렇죠. 학교의 대처가 상당히 미진해 보입니다.” 손건호는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대답했다. 자신의 보스 강무진이 정말 화가 났음을, 게다가 쉽게 가라앉을 성질의 화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까닥 잘못하다가는 자신에게 불똥이 튀기 십상이었다.이럴 때는 그저 묵묵히 옆에서 시키는 대로 따르는 게 제일이다.“학교로 가지. 가서 교장이 어떻게 대처하고
사업가로 명석한 두뇌를 가진 강무진은 당연히 교장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러나 자신의 약혼녀 성연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걸 두고 볼 무진이 아니다.평소 손가락 하나 건드리기도 아까운 사람인데 손가락질을 당하게 두고 볼 리가 있겠는가?무진은 교장을 압박하기 시작했다.“교장선생님, 제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식당, 도서관, 건물 내의 냉난방 시설 등 이 학교 시설 중 태반이 강씨 집안의 후원으로 만들어졌죠. 매년 강씨 집안에서 북성남고에 적지 않은 금액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집안의 학생, 성연이 학교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그렇다면 북성남고는 더 이상 후원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교장선생님 생각은 어떻습니까?”무진의 말은 명백한 협박이었다.지금의 지위에 이르기까지 학교에 많은 후원을 해 왔다.그러나 자신의 여자도 보호할 수 없는 학교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그러나 이번에는 교장의 태도가 매우 강경했다. 조금도 물러서지 않은 채 바로 무진의 말을 받았다.“설령 제가 이 교장 직에서 물러나는 한이 있어도 이번 일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송성연 학생이 즉시 해명한다 하더라도 지금 상황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일이 너무 너무 빨리 확산되는 바람에 성연을 자퇴시킨다는 교장의 방법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했다.그나마 이렇게라도 해야 성연과 강무진 대표를 잠시라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면 모두들 자연히 알게 될 테지만, 아직 어린 성연이 강무진 대표와 약혼한 것에 대해 사람들은 분명 색안경을 끼고 볼 터였다.게다가 강씨 집안에 돈이 많다는 사실도 학생들이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다.사람들은 성연이 돈을 밝히는 위선자라고 생각할 것이다.여론의 향방이 전부 이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뭐라고 해명한들 소용이 없다.무진이 깊이 가라앉은 눈빛으로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그럼 화려한 이벤트를 준비해야겠군요!”교장은 무진을 바라보며 말했다.“강 대표님, 잘 아시다시피 송성연 학
학교 외부에까지 소문이 퍼져 떠들썩하니 진우진 역시 들어 알고 있었다.지금까지 송성연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한 번도 부인하지 않았다.그 동안 만났던 사람들 모두를 뛰어넘을 정도로 송성연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다만 지난번에 고급 외제 승용차에 오르는 송성연의 모습을 본 후 진우진 마음 또한 잠시 흔들렸다. 그러나 이후 곰곰이 생각해보니 송성연의 친척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번 뉴스는 진우진으로 하여금 지난번 송성연이 고급 외제 승용차에 오르던 장면을 생각나게 했고, 지금 그의 마음은 상당히 불편했다.그래서 진우진은 성연의 반으로 찾아와 성연을 불러냈다. 성연이 진우진을 따라 함께 교실 밖으로 나갔다.“송성연, 조금 전에 너에 관한 소문을 들었어. 별로 좋지 않은 내용이야. 물론 나는 네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믿어. 네가 WS 그룹의 강무진 대표와 약혼했다는 말이 돌던데, 사실이야?” 이 질문을 했을 때만 해도 진우진은 속으로 여전히 희망을 품고 있었다.진우진은 학교에 떠도는 유언비어를 믿지 않고 성연을 찾아와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그러나 성연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사실이야.”두 귀로 들었음에도 그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진우진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마음 속에 실망감이 들어서는 동시에 성연을 바라보는 진우진의 눈빛이 변했다.여태 송성연은 실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행동거지가 반듯한 여학생이라고 생각해 왔다.돈을 밝히는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건만, 지금 송성연이 자신 앞에서 직접 인정한 것이다.그러자 모든 게 바뀌었다.마침내 진우진은 입술을 깨문 채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일이 엄청 커졌어. 학교 밖의 사람들이 너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 넌 모를 거야.”정말이지 들어줄 수 없는 비난들이었다. 처음에는 송성연처럼 좋은 여자 아이에게 그런 비난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모든 정황이 자신에게 소문이 사실이라고 말하고 있었다.성연은 진우진의 눈빛과 표정이 나타내
소문이 점점 부풀려지며 언론 매체까지 학교로 찾아와 보도하기 시작했다.이 일이 기사화되어 보도되자 자연히 각 방면의 누리꾼들이 몰렸다.성연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 북성남고의 교풍이 안 좋아서그렇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아주 사소한 가십에 불과한 기사에 수만 건의 댓글이 단시간에 붙었다.[약혼이 뭐라고, 만 18세인데 자기 결혼을 결정할 권리도 없어? 뭐가 잘못됐다는 거야? 이 여자 아이 성적이 좋고, 자제력도 있다고 하던데. 약혼한다고 임신하는 것도 아니잖아. 사람들이 왜 이 일을 이렇게 문제시하는지 잘 모르겠다.][만약 그 여학생이 진짜 실력이 뛰어나다면 다들 인정하겠지. 하지만 그 동안 받았던 상들이 전부 약혼자가 돈으로 산 거라는 말이 있어. 진짜 돈으로 산 거라면 정말 불공평한 거 아냐? 앞으로 자기 아이가 그 여자애와 시합하면서 이런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해 봐. 그걸 원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다들 너무 단편적으로만 본다는 생각이야. 모든 심사위원을 매수할 수는 없는 거잖아? 정직한 사람도 분명 있을 테니까. 설마 같이 시합에 참가했던 아이가 그 여자애의 실력을 모르겠어? 약혼이 뭔 대수야? 서로 좋아하면 되지.][시골에서 올라온 그 여학생, 시골에서 학교 다닐 때 빵점도 받고 그랬다던데? 근데 어떻게 갑자기 만점을 받아? 또 돈 많은 약혼자까지 튀어나오고? 무슨 램프의 요정이라도 있는 거야? 어쨌거나 누군가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거잖아. 정말 웃기는 일이야.][내가 볼 때, 학교 내 기강에 문제가 있는 거야. 학교에 가는 거지, 이런 난장판을 만들러 가는 게 아니잖아. 만약 또 저런 아이가 나온다면 분명히 이 애한테 물든 거야! 앞으로 내 아이는 절대 저 학교에 입학시킬 수 없어!]기사 아래에는 다양한 의견의 댓글들이 달렸는데, 개중에는 성연을 비호하는 글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비난의 글들이었다.성연이처럼 한창 어린 나이에 약혼한 게 사람들 눈에 좋게 보일 리가 없었다.어쨌거
늦은 오후 하교 시간.학교 정문 앞에는 고급 승용차들이 줄을 지어 세워져 있었다. 모두 열 대도 넘어 보이는 차들은 모두 장미꽃으로 장식으로 되어 있었다. 또 페일 블루 빛의 테이프로 차체를 휘두르고 있는 게 무척이나 몽환적인 느낌을 주었다.성연의 손을 잡고 교실을 나서는 주연정은 주변 학생들의 시선 따위는 일절 개의치 않았다.그러나 성연이 생각하기에, 이 일은 자신 혼자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데다 주연정까지 연루시키고 싶지는 않았다.그래서 성연이 주연정에게 말했다. “연정아, 너 먼저 가. 나는 뒤에 갈게.”성연의 말에 바로 눈썹을 치켜 세운 주연정은 일부러 사나운 기세로 말했다.“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넌 도대체 나를 친구로 생각하기는 하는 거니?”“너도 알다시피 지금 내 상황이 이렇잖아. 그러니 나한테서 떨어져 있는 게 좋아.” 여러 사람의 공허한 말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건 성연이 누구보다 잘 알았다.자신과 관계된 일이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뭐라고 하든 그건 상관없었다.하지만 주연정은 다르다. 그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 아닌가.여론이 조금이라도 주연정을 향하는 것은 절대 바라지 않았다.“너는 어때? 나는 네가 아주 좋다고 생각해. 성연아, 걱정 마. 내가 너랑 같이 있을 게. 저 사람들이야 자기 입만 믿고 말도 안되는 헛소리들만 하고 있는 거지. 저런 사람들은 보기에도 정말 역겨워.” 주연정은 성연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성연을 비난하는 사람이야 말로 진짜 가증스럽게 느껴졌다.특히나 그 중에는 성연의 도움을 받은 아이들도 있어서 주연정은 더 반감을 느꼈다.성연은 아무리 봐도 잘못한 게 없었다. 성연이 자기 복습하는 시간에 반 아이들을 위해 요점 정리까지 해 주었건만.하지만 얘네들은 조그마한 일만 생겨도 금세 두 눈을 치켜 세운 채 난리를 떤다.정말 한 마디로 양심도 없는 것들이다.정말 모르겠다. 성연에게 도움을 청하던 애들이 눈 깜짝할 새에 이젠 비난하고 있으니 도대체 어떤 마음을
마침 학생들이 한창 하교는 시간에 이런 장면이 연출되었다.집에 돌아가야 할 학생들이 모두 제자리에 멈춰 선 채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순식간에 주위가 인산인해를 이루며 교문 입구가 막혔다.무엇보다 얼마 전 교내 게시판을 뜨겁게 달군 두 남녀 주인공인 걸 모두 알아차렸다.팝콘각 느낌으로 다들 구경꾼이 되어 두 사람 주위를 빙 둘러섰다.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강무진의 손은 정말 컸다.무진이 꺼낸 것들과 이벤트 모두 수많은 여자아이들 꿈꾸던 장면이다.성연은 다소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강무진을 믿었다.무진이 결코 자신에게 나쁜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조용히 제자리에 선 채 기다렸다.이런 경험은 처음인지라 무진은 왠지 모르게 긴장한 상태였다.하지만 성연을 보는 순간 무진의 전신에 흐르던 긴장감과 초조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바로 자신의 소녀야 말로 최고의 가치를 지녔다는 믿음 때문이다.무진이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성연을 향해 걸어왔다. 낮고 부드러운 음성이 서서히 귓가를 스치며 지나갔다.“송성연.”무진의 음성이 떨어지자 성연이 대답할 겨를도 없이 오히려 옆에서 난리가 났다.“와, 아니 카리스마 작렬 대표에게 무슨 이런 달콤함이야?”“나 지금 귀가 녹아내렸어. 목소리 들었을 뿐인데 미칠 것 같아.”“성연과 약혼했다던데 이렇게 멋있을 줄은 몰랐어. 연예인 중에도 이렇게 잘 생긴 사람 몇 없을 걸? 송성연은 둘째치고 나라도 넘어가겠다.”당시 사진이 올라왔을 때, WS그룹에서 손을 써서 바로 삭제했었다.그러나 삭제된 사진 위의 기사는 여기저기 전해지면서 모두들 성연이 약혼한 강 대표가 나이 많은 노인이라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연예인 외모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잘 생긴 남자라니.이게 바로 진정한 카리스마 재벌 회장님, 누군들 사랑에 빠지지 않을까?주위에 둘러선 학생들이 속닥거리는 말을 듣던 성연은 부끄러움이 밀려왔다.그러나 무진이 난처할까 봐 자그마한 소리로 대답했다.“네. 여기 있어요.”“처음 본 순
곧이어 북성남고의 교장이 몇몇 학교의 교장들을 데리고 등장했다.성연과 무진의 앞에 선 교장은 바로 밀집한 학생들 앞에서 선포했다.“지금 여기에서 학생 여러분들에게 중대하면서도 기쁜 소식을 하나 알려드립니다. 우리 학교의 송성연 학우는 이미 E국 케임브리지대학에 합격한 상태입니다. 겨우 수험생의 신분으로 말입니다”“국내 시험에 응시하러 온 것일 뿐 송성연 학우는 사실 명실상부한 대학생입니다. 북성남고에는 그저 못다한 고교 생활을 체험하러 왔을 뿐입니다. 여러분들 스스로 한 번 돌아보세요. 여러분들이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때, 해낼 수 없는 일을 해낸 겁니다!”할 말을 마친 교장은 드디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이번 일로 학교 내외는 물론 언론으로부터 학교에 가해지는 압박이 상당했다.그러나 다행히 이런 결과를 얻게 되니 끝까지 버틴 보람이 있었다.성연의 일에 대해 깨끗이 해명하며 여론에 반격을 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연과 같은 인재를 잃지 않아도 되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송성연의 일을 경솔하게 처리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교장의 말을 들은 성연은 속으로 놀라는 한편 의아했다.그리고 이 모든 게 무진이 자신을 위해 준비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성연을 대신해서 모든 것을 속 시원히 밝혔다. 많은 연예인들에게도 있었던 일로서 이른바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을 변칙적으로 이용해서 해명한 셈이다.성연 본인이 보기에도 무진이 이 일을 멋있게 잘 처리한 것 같았다.자신이라면 이렇게 잘할 수 있었을런지 장담할 수 없다.성연이 마침 자신의 곁에 선 무진을 감동에 젖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무진이 성연의 손을 꼭 잡으며 말 대신 위로했다.절대 자신이 부당한 일을 당하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던 자신의 말을 지킨 것이다.무엇보다 이번 일은 무진 때문도 아니었다.교장의 말이 끝나자 주위 학생들 사이에서는 또 다시 의론이 분분하기 시작했다.“케임브리지? 전에 송성연 비난하던 아이들 한 대 맞은 것 같겠지? 케임브리지의 합격증을 돈으로 샀
북성남고는 곧바로 공지를 통해 성연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았다. 그리고 성연이 학교에 영예를 안겨다 준 많은 사례들도 올렸다.모 명품 브랜드에 바로 발탁된 특이한 일례도 있었다.대중 앞에 밝혀진 하나하나의 사례들은 모두 사실이었다.다른 사람과 함께 성연을 욕했던 학생들은 얼굴이 화끈거렸다.자신들은 성연의 실력에 비하면 10분의 1도 안 되는데 도대체 남을 욕할 자격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어디서 그런 자격을 얻은 거지?지금 공지에 올라온 이 모든 상들을 다 살 수는 없을 것 아닌가.특히 명문대의 그 합격통지서가 가짜일 리는 없었다.그렇게 뛰어난 사람이 약혼을 하는 게 무슨 희귀한 일인지 모르겠다.이 사람들만 연애할 자격이 없었다.이런 모든 사례를 다 꺼내어 여러 언론 매체와 학생들에게 보여준 후에야 교장은 사람들 앞으로 걸어가서 자신의 태도를 드러내었다.“송성연 학우의 결혼과 연애 문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입니다. 우리 북성남고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사고를 지향하며 학생 개인의 감정 문제에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습니다”교장의 말이 끝나자 주위에 있던 학생들과 기자들 사이에서 박수가 쏟아졌다.교장들은 교육관이 정말 반듯하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잘못을 학생들에게 미루지 않았다.게다가, 송성연은 지금 수능을 볼 필요도 없이 바로 대학 진학을 할 수 있는 입장인데, 연애를 하든 안 하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교장님 말씀이 맞아요.”“맞아, 송성연처럼 뛰어난 학생을 어디서 찾아?”“상대가 강씨 집안 사람이라 해도 송성연의 실력으로 봤을 때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송성연 지금 성적이 좋으니 앞으로의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조만간이지.”지금, 사람들의 분위기가 또 변했다. 성연이 명문대 수시 입학 자격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그들의 태도는 달라졌다.어쨌든 고등학생과 대학생,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북성남고 교장의 발표는 성연이 탄 상이 모두 돈으로 매수한 것이라며 비난하던 사람의 뺨을 때린 격이었다
‘그런 예민주가 이렇게 몰락할 줄 누가 알았겠어?’‘결국 5년 동안이나 무진 씨 애인 노릇에 만족해 있었다니!’‘심지어는 오늘 같은 이런 악랄한 짓까지 저지를 정도가 되었으니. 스승님이 아시면 얼마나 섭섭하시겠어.’“송성연, 너 지금 미쳤어! 완전히 미쳤어!”예민주가 언제 이런 억울한 일을 당했을까? 연거푸 따귀를 맞은 데다가, 지금은 또 성연의 냉소와 신랄한 조롱을 들어야 했다.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예민주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원래의 정돈된 헤어 스타일과 잘 차려 입은 옷차림은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온몸에 지금 낭패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회의실. 두 시간의 긴 회의가 마침내 끝났다. 무진이 회의실을 나서자마자 당황한 표정의 손건호가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왔다.무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짜증스러운 표정이었다.‘평소라면 손건호가 절대 이렇게 침착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텐데...’“보스, 예민주 씨가 맞았습니다!”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손건호가 급히 보고했다.“뭐라고?” 무진이 되물었다.“보스, 빨리 사무실로 가 보십시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방금 회의가 끝나갈 때, 손건호는 자료를 찾으러 먼저 회의실에서 나왔다.뜻밖에도 부리나케 달려온 비서실의 비서가 이 일을 알려주었다.무진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아무도 막지 않았어?”무진이 왜 아무도 막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손건호도 대답하기가 곤란했다.‘막고 싶어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지요!’ ‘대표실은 원래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게다가 사모님(!)이 갑자기 뛰어들어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대비도 하지 못했어요.’‘안에서 예민주의 비명 소리가 들려서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안에서 문을 잠궜기에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그러나 결국 손건호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표실 앞으로 다가간 무진의 귀에 울음 소리와 함께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리게 되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아이의 몸에 난 상처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그리고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성연은 범인이 바로 예민주라고 생각했다.‘방금 전에도 애들 앞에서 그렇게 헛소리를 지껄였어. 눈앞에 두 아이만 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지.’‘그런 여자가 뭘 못하겠어?’‘이 순하기만 한 두 녀석은 엉뚱한 짓을 한 적이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어.’‘충분히 사랑을 받았지만, 그걸 믿고 교만했던 적은 없었어.’‘밖에서는 더 영리하고 깜찍해서 누구나 좋아해. 척 봐도 좋아할 수밖에 없어.’‘그런데 여기에 와서 온몸에 멍이 들다니!’성연의 가슴에서 다시 분노가 폭발했다.딸아이를 가볍게 내려 놓은 성연은, 여전히 따뜻한 눈빛으로 사무를 보면서 말했다.“동생을 잘 보고 있어. 너희가 당한 억울한 일을 엄마는 절대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엄마, 저 아줌마는 나쁜 사람이야! 엄마가 반드시 혼내줘!”여전히 품에 안긴 채, 사진은 재빨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두 눈에 가득한 억울함을 지금 열심히 엄마에게 표현하려고 했다.“걱정 마. 엄마가 저 여자를 혼내줄게!”바로 일어선 성연이 성큼성큼 예민주 쪽으로 걸어갔다.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예민주는 성연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서한기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예민주가 어떻게 훈련으로 단련된 남자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놔! 너희들 뭐 하려는 거야?”예민주의 눈빛에는 걱정과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불안한 마음에 가슴은 두근거리면서 발걸음마저 비틀거렸다.짝! 짝!“이건 네게 주는 교훈이자 경고야. 내 아이는 절대 네가 건드릴 수 없어!”“네가 뭔데? 무진 씨 옆에 이미 5년이나 있었지만, 아직도 내 자리를 대신하지 못했지.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어!”“이건 첫 번째이자 마지막 경고야! 아이들은 바로 내 마지노선이야. 네가 또 손을 대면 절대 지금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아!”성연은 목소리는 마치 서릿발 같았다. 온몸에서 뿜어내는 싸늘한 기운에 무더운 날씨조차 얼음 세상으로 변하는 듯했
“오빠, 아빠가 정말, 정말로 우리를 안 받아들일까? 우리가 방금 아빠를 찾았는데.”작은 얼굴에 슬픔을 가득 담은 채, 사진은 간절한 시선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예민주는 지금 자신의 말을 자화자찬하며 한껏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팔짱을 낀 채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승자의 기운이 가득했다.잠시 후 자신에게 벌어질 참상을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겠지만...대표 집무실 바깥.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성연은 결연한 눈빛으로 대표실을 향해 다가갔다.쾅-단숨에 집무실 문 앞에 선 성연은 아무런 노크도 없이 바로 방문을 열었다.“너 이 새끼, 정말...”아이 앞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예민주의 말이 성연의 귀에 몹시 거슬렸다.“예민주, 뭐 하는 거야!”자신의 아이들이 눈물 자국이 가득한 채 구석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엄마의 본능이 단숨에 뿜어져 나왔다.“내 애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단숨에 앞으로 나아간 성연은 두 손으로 예민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한 손으로 멱살을 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바로 예민주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뭔데 내 아이를 혼을 내?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성연의 차가운 눈빛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온몸의 분노가 곧 폭발할 듯이!잇달아 따귀를 때렸지만 때리는 소리는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갔다.“엄마!” 성연이 다시 손을 들고 예민주의 뺨을 때리려고 할 때, 문득 익숙한 여린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성연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잠시 멈칫하던 성연은 계속 두드려 맞느라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예민주를 밀쳐낸 뒤 딸아이를 품에 안았다.“아가,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성연은 두 손으로 사진을 꼭 껴안은 채 자책했다. 지금 마음속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방금 전 예민주를 때릴 때의 그 무시무시한 기세도 모두 사라졌다.슬퍼하는 성연을 보면서, 사무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그러나 엄마가 온 뒤에는 그래도 많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자신이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에.성연이
사진은 눈앞의 이 여자가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예민주의 말은 걸러서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역시 어린아이였다.“오빠, 우리 아빠가 정말 우리를 이렇게 싫어해?”눈물이 그렁그렁한 여동생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당신은 어른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와 말다툼을 하는 겁니까? 당신이 뭔데, 여기서 우리 아버지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겁니까?”지금 예민주 때문에 완전히 분통이 터진 사무는, 온몸에 철갑을 두른 듯한 기세로 똑바로 예민주를 노려보았다.사무의 눈빛에 대해서 예민주는 처음부터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매번 저 자식의 눈을 볼 때마다, 정말 무진 오빠의 눈빛과 너무나도 닮았어. 무진 오빠하고 그야말로 판박이야.’사무가 거기에 서 있을 때는 그야말로 무진의 축소판이었다. 무진의 모습뿐만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도 성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몇 번 사무 저 새끼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정말 아이러니했어.’‘처음 만났을 때 빨리 도망칠 걸. 정말 후회가 되네.’‘5년 전에 분명히 전혀 상관이 없는 사이가 됐는데, 왜 두 사람 사이에 애가 있는 거야?’‘송성연은 왜 이 두 아이를 낳았지? 무진 씨에게 이미 버림받았는데, 해외에서 편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그 여자의 능력이라면 낯선 나라에서도 여전히 잘 지낼 수 있어.’‘왜 운성시에 미련이 남은 거야?’“나를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 결국 예민주는 참을 수가 없었다.사무는 아직 그런 내막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전히 분노한 상태였다.“내 여동생에게 사과하세요!”“이 새끼,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예민주는 태연한 표정으로 사무를 조롱했다.“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생아 주제에, 아직도 여기서 나한테 이렇게 날뛰다니!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것 아니야?”“이 못된 아줌마!”사진은 지금 지쳤지만 이 여자와 오빠가 이렇게 싸우는 소리를 듣자,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따라서 외쳤다.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