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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82

作者: 김흰
제82화

석현은 코 먹는 소리를 내며 연신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정호는 얼른 석현의 허리를 껴안고 달래듯 말했다.

“아이, 석현 씨, 나 자주 죽잖아요. 뭘 또 그렇게 울고 그래요.”

“아아, 나 이제 이런 건 못 보겠어요. 정호 씨 고생하는 영화는. 진짜.”

울음을 멈추지 않고 숨을 몰아쉬며 석현이 말했다.

“그러니깐 내가 안 본댔잖아요, 석현 씨가 보자고 해놓고, 으이그.”

이 사람이 이렇게 무방비한 얼굴로 우는 모습을 보이는 건 제 앞에서 뿐이라는 걸, 이제 정호는 잘 알고 있다.

스크린 안에서 어느 누군가와 만나서 다른 사람 사랑하는 모습을 아무리 진짜처럼 연기해도 소정호의 삶에 존재하는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저뿐이라는 걸,

석현도 분명 잘 알고 있으리라.

문득 가슴이 벅차올랐다.

석현을 만나고부터 지금까지의 많은 날들이 떠올랐다.

우리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해피엔딩.

겨우 진정한 듯한 석현이 정호의 어깨에 팔을 둘러 저를 꼬옥 마주 안아왔다.

“정호 씨 나보다 먼저 죽으면 안 돼요.”

내내 울어 엉망이 된 목소리로 한다는 말이.

정호는 입꼬리를 꾹 누르며 웃음을 찾았다.

“석현 씨,”

제가 이름을 부르면 곧 으응, 하고 대답하는 다정한 목소리.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좋아하는 목소리.

“사랑해요.”

갑자기 뱉은 제 말에도,

“내가 더 사랑하니까.”

라고, 안은 팔에 힘을 주며 천연덕스레 대꾸해 오는 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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コメン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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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연
사랑이 느껴지내요 행복하게 보여 좋으네요 생각보다 따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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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2화석현은 코 먹는 소리를 내며 연신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정호는 얼른 석현의 허리를 껴안고 달래듯 말했다.“아이, 석현 씨, 나 자주 죽잖아요. 뭘 또 그렇게 울고 그래요.”“아아, 나 이제 이런 건 못 보겠어요. 정호 씨 고생하는 영화는. 진짜.”울음을 멈추지 않고 숨을 몰아쉬며 석현이 말했다.“그러니깐 내가 안 본댔잖아요, 석현 씨가 보자고 해놓고, 으이그.”이 사람이 이렇게 무방비한 얼굴로 우는 모습을 보이는 건 제 앞에서 뿐이라는 걸, 이제 정호는 잘 알고 있다.스크린 안에서 어느 누군가와 만나서 다른 사람 사랑하는 모습을 아무리 진짜처럼 연기해도 소정호의 삶에 존재하는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저뿐이라는 걸, 석현도 분명 잘 알고 있으리라.문득 가슴이 벅차올랐다.석현을 만나고부터 지금까지의 많은 날들이 떠올랐다.우리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해피엔딩.겨우 진정한 듯한 석현이 정호의 어깨에 팔을 둘러 저를 꼬옥 마주 안아왔다.“정호 씨 나보다 먼저 죽으면 안 돼요.”내내 울어 엉망이 된 목소리로 한다는 말이.정호는 입꼬리를 꾹 누르며 웃음을 찾았다.“석현 씨,”제가 이름을 부르면 곧 으응, 하고 대답하는 다정한 목소리.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좋아하는 목소리.“사랑해요.”갑자기 뱉은 제 말에도,“내가 더 사랑하니까.”라고, 안은 팔에 힘을 주며 천연덕스레 대꾸해 오는 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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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1화석현이 번역한 ‘푸른 시간의 기억’보다 먼저 세상에 나온 영화 ‘지나간 나날들’에서 정호가 맡았던 ‘한’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은 원작 소설에서는 제임스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소식을 알 수 없었던 어릴 적 친구와 직장에서 재회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저 추억으로만 남아있던 어릴 적 몰래 좋아했던 친구를 어른이 되어 현실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서 제 감정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섬세한 표현을 요하는 장면이 많아 컷 하나하나 고민해 가며 어렵게 촬영했고 그만큼 정호를 많이 자라게 한 작품이었다.“아, 오랜만에 다시 보고 싶다. 정호 씨랑 같이.”불쑥, 그런 말을 내뱉은 석현이 개구쟁이같은 얼굴로 제게 빤히 눈을 맞춰온다.“음? 뭐요? 뭐가요?”“지나간 나날들이요.”부끄러워서 절대 안 된다고, 보고 싶으면 석현 씨 혼자 보라고, 한사코 손을 내두르며 버텼지만 결국 밥 먹는 내내 저를 조르고 설득하는 석현에게 지고 말았다. ‘하긴 이 사람을 내가 무슨 수로 이기나.’ 석현과 나란히 소파에 앉은 정호는 작게 한숨을 쉬며 오프닝 크레딧이 흘러나오는 화면을 노려보았다.정호가 연기한 한이 사랑했던 학창 시절의 현수는 부모의 학대 때문에 치마를 입고 머리를 기른 모습으로 생활하는 소년이다. 한은 현수가 여자애가 아니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지만 줄곧 모르는 것처럼 행동한다. 감정은 이유 없이 불시에 찾아온다. 한이 현수에게 반하는 순간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었다.“와... 정호 씨 나한테 저런 표정 지은 적 한 번도 없는 거 같은데.”“아니 저건 연기잖아요, 연기. 연습해서 만들어낸 표정이라구요.”역시 석현과 함께 보는 게 아니었다고, 불쌍한 얼굴 좀 하고 조른다고 해서 져주는 게 아니었는데, 라고 늦은 후회를 하며 정호는 한숨을 쉬었다. 장면마다 석현의 놀림 아닌 놀림이 이어지는 데다가 몇 년도 더 전의 앳된 얼굴을 한 제가 연기하는 걸 보는 게 쑥스러워 어딘가로 숨고 싶어졌다.어느덧 영화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한과 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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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9화정호에게 오점이 될까 두렵다는 석현의 말을 듣던 정호는 석현의 품에 안긴 채로,“오점이라니요. 석현 씨가 왜 오점이 돼요 나한테.그 말 취소해요.”괜히 장난처럼 시비를 걸었다.“알았어요. 취소.”석현이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 뭔가 좀 더 투정을 부리고 싶은데.’정호는 왠지 무언가 덜 풀린 기분이 들었다.“석현씬 맨날 자기 마음도 말 잘 안 해주고.”“아니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요?”“말을 안 하면 어떻게 알아요? 내가 좋아한다고 말하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거 알았어요?”“아니, 그때랑 지금이랑은...”말문이 막힌 듯 석현이 흐읍, 숨을 고쳐 쉬었다.갑자기 안았던 팔을 풀어낸 석현이 정호의 어깨를 붙잡아 저를 보게 했다. 정호는 왠지 부끄러워져 눈을 맞출 수가 없었다. 아까 다툰 것의 여파인지 속얘기를 다 털어놓아서인지 석현을 바로 쳐다보기가 열쩍었다.“정호 씨, 나 좀 봐요.”뭘 또 굳이 자기를 보래. 가슴 떨리게 왜 이래 이 사람.“사랑해요.”갑작스러운 고백에 놀라 정호는 석현을 보았다. 흔들림 없이 저를 향한 짙은 갈색 눈동자.“나 정호 씨 사랑한다구요.”정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석현은 나직하고 힘있는 목소리로 몇 번이나 말했다.“나 전석현은, 소정호를, 사랑한다구요.”좀 알아 줘요, 라는 석현의 말에 정호는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바보처럼 그만 울고 말았다.“생각보다 대사가 바뀐 데가 많네...”대본을 덮고 작게 혼잣말을 한 정호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크게 기지개를 켰다. 한 시간이 넘도록 집중해서 대본을 읽었더니 눈과 어깨가 뻐근했다. 몇 년 만에 받은 사흘 휴가의 가운뎃날이다. 이틀 이상을 연속으로 쉬는 게 대체 얼마만인지 내일도 쉴 수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다. 얼른 주차장으로 내려오라고 지금 당장이라도 매니저한테 전화가 걸려올 것만 같다.예전에 정호가 출연했던 영화가 연극으로 상연되기로 결정되면서 결국 제가 했던 역할이 다시 제게 돌아왔다. 아역 시절에 작은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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