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너만을 위한 배터리가 되기 위해 회귀했다. 도S 천재 투수 유환을 사랑하는 도S 천재 포수 장하늘. 과연 우린 그라운드에서도 침대에서도 환상의 배터리가 될 수 있을까? --------------------- *이 작품은 본 작가가 [주은찬] 필명으로 출간한 [환장의 퍼펙트 배터리]의 스핀오프 작품입니다. *Image by whif.io(위프 플랫폼 제공/캐릭터 상품화 계약 완료)
View More이것은 분명 꿈이었다. 그러나 망막에 맺히는 상은 비정상적일 만큼 선연했다.
뺨을 거칠게 후려치는 빗줄기가 난무하는 불펜 그라운드. 우산조차 포기한 채 대치한 두 남자 사이로, 폐부를 델 듯한 숨소리가 공기의 진동을 타고 농밀하게 뒤섞였다.
신이 공들여 빚은 듯한 완벽한 비율, 190cm에 달하는 유환의 단단한 체구는 젖은 흑발과 어우러져 야성적인 위압감을 뿜어냈다. 빗물을 머금어 번들거리는 그의 근육은 마치 먹잇감을 앞둔 맹수의 그것처럼 금방이라도 터져 나갈 듯 팽팽했다.
그 곁에 선 장하늘의 붉은 머리칼 역시 슬림한 어깨선을 따라 흘러내리는 빗물에 젖어 들었다. 투명하게 비치는 젖은 셔츠 너머로, 잘게 떨리는 하늘의 숨결이 유환의 시선에 적나라하게 박혔다.
“유환아, ······뭐라고?”
“다시 말해줘? 바지 내리고 뒤 돌아. 내 거 받아내라고.”
3월 초의 공기는 뼛속까지 파고들 만큼 시렸으나, 유환의 입술 사이로 터져 나온 언어는 비정상적으로 뜨거웠다.
첫 만남 이후 고작 하루.
찰나 같은 시간 뒤에 떨어진 유환의 요구는 폭력적이었고, 그 파괴적인 언사에 하늘의 목구멍은 경련하듯 꽉 막혀버렸다.
불과 방금 전까지 무구하게 공을 주고받던 동료의 얼굴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늘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동자에는 포식자의 집요함과 금기된 욕망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꿈인가? 그래, 이건 지독한 환각일 거야.’
비에 젖어 몽롱해진 의식, 더그아웃을 메우던 비현실적인 열기. 불펜에서 나누었던 투구의 기억조차 수면 아래로 침잠하듯 아득해졌다. 하지만 꿈이라 치부하기엔 피부에 닿는 빗방울의 감촉과 눈앞의 남자가 뿜어내는 체취가 지나치게 생생했다.
바지를 내리고, 뒤를 돌아, 무엇을 받아내라고?
머릿속을 스치는 노골적인 정사의 장면이 수치심이 되어 전신을 훑었다. 그러나 유환의 표정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었다. 오히려 네 짐작이 맞다고 선언하듯, 그는 오만하고도 저돌적으로 하늘의 영역을 침범해왔다.
장하늘은 이 사나운 폭언에 짓눌려 신음조차 내뱉지 못했다. 평범한 야구 동아리 부원으로 합을 맞추는 건 줄 알았건만, 난데없이 이 차가운 빗속에서 비릿한 정사를 강요받다니.
사건의 발단은 어제였다. S대 야구 동아리 ‘마구마구’의 입부 테스트 직후, 유환의 주도하에 시작된 녹두거리의 술자리. 이긴 자가 진 자를 하루 동안 ‘노예’로 부린다는 그 치기 어린 내기가 화근이었다.
하늘은 스스로를 오만한 승부사라 자부해왔다. 학점, 알바, 타석에서의 배팅—그 무엇에서도 패배를 허락지 않았던 그였지만, 오직 알코올 분해 능력만큼은 신이 내린 유일한 결점이었다.
결국 분위기에 휩쓸려 잔을 비운 대가는 처참했다. 유환의 손아귀에 저당 잡힌 하루, 그리고 지금 눈앞에 닥친 이 비릿한 현실.
사실 유환을 인생 3회 차 내내 남몰래 연모해오며, 그의 품에 안기는 상상을 수만 번도 더 했었다. 그러나 막상 마주한 순간은 달콤한 스킨십이 아닌 서늘한 모멸감이었다. 무엇보다 녀석이 쏟아내는 것이 '욕정'이 아닌 '분노'에 가깝다는 사실이 하늘의 심장을 찢어발겼다.
“유환, 비 오는 거 안 보여? 우리 둘 다 젖었어. 일단 들어가자.”
하늘이 떨리는 음성을 갈무리하며 말했지만, 유환은 비릿한 조소를 흘리며 입매를 비틀었다.
“장하늘, 젖었다니···. 이봐, 사람 홀리는 악마 같은 소릴 하고 있네.”
누가 누구에게 할 소린가. 압도적인 피지컬과 강건한 신체, 배우보다 유려한 이목구비를 지닌 유환. 재벌가 망나니라는 꼬리표마저 치명적인 매력으로 승화시키는 그는 존재 자체로 모든 시선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하지만 유환의 진정한 마력은 껍데기가 아닌 그의 '투구'에 있었다. 고막을 찢는 구속과 타자의 자존심을 짓이기는 묵직한 구위. 그가 던지는 공은 타석에 선 자를 실금 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공포이자 매혹이었다.
그 공을 건드리지 못한 타자들은 처절한 패배감을 넘어, 자아를 상실한 채 지독한 죄책감의 늪으로 침잠하곤 했다.
‘너 때문에 지옥을 맛본 타자들이 죽음을 생각할 정도인데···.’
그런 악마 같은 녀석이 지금은 장하늘의 이성을 난도질하고 있었다. 이건 논리를 벗어난 파멸이었다. 하늘이 받아내야 할 것이 그의 뜨거운 진심이나 묵직한 공이 아니라, 고작 배설물 같은 정액이라니.
“장하늘, 빨리 벗어.”
“너 미쳤어?” “시간 없어. 내 인내심도.” “어제 처음 본 나랑 이러고 싶어? 진심으로?”덥석—! 유환의 커다란 손이 하늘의 멱살을 잡아 낚아챘다. 젖은 천 너머로 서로의 체온이 노골적으로 섞여 들었다. 속눈썹을 타고 내리는 빗물 때문에 눈을 뜨기조차 힘든 지경이었지만, 유환의 의지는 맹목적이고도 거대했다.
장하늘의 사고가 마비되려던 그 순간, 녀석의 손이 하늘의 은밀한 곳을 침범하려다 돌연 멈추었다.
“······.”
내면의 갈등에 휩싸인 듯 유환은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오히려 숨을 죽인 채 그의 다음 행보를 기다리는 꼴이 되어버린 하늘은 견딜 수 없는 민망함에 휩싸였다.
“유환, 선 넘지 마.”
가까스로 목소리를 쥐어짜 내며 경고를 날렸다. 사실은 너에게 미친 듯이 반해있다고, 이 굴욕조차 너라면 달콤하다고 고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거세게 쏟아지는 장대비가 폭풍 같던 대치를 소강상태로 이끌었다. 정적을 깨고 유환이 낮게 읊조렸다.
“그럼 넌 왜 그런 눈으로 나를 본 거지? 어제오늘, 처음 본 사내놈을 그런 눈으로 훑는 놈이 어디 있어?”
순간, 하늘은 심장이 발밑으로 추락하는 기분을 느꼈다. 숨길 수 없었던 연심의 흔적을 녀석은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다행히 그날 오후, 신속하게 퇴원 수속이 마무리되었다. 장하늘은 U그룹 관계자들의 깍듯한 배웅과 난데없는 경호원들의 철저한 호위 속에 유환의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김 비서님, 잘 부탁드립니다.”“네, 장하늘 군. 회장님의 지시이니 댁으로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어제는 비명 소리와 붉은 사이렌 가득한 응급차에 짐승처럼 실려 왔지만, 오늘은 유환 가문의 상징과도 같은 최고급 전용 세단 뒷좌석에 몸을 실었다. 가죽 시트 너머로 U빌딩을 향해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차 안에서 장하늘은 묘한 기분에 젖어들었다. 평생 누려보지 못한 과분하고도 무거운 호강이었다.졸지에 극적인 승리 세리머니를 병원 침대 위에서 제대로 치른 셈이 되었다. 이번 사건으로 장하늘은 유환의 머릿속에 공식적으로 '언제 어떻게 쓰러질지 모르는 시한부처럼 병약한 존재'로 확고히 낙인찍혀 버렸다.“많이 놀랐지만··· 한편으론 다행이다. 이렇게라도 네 몸 상태가 얼마나 엉망인지 제대로 알게 되어서 말이야.”낮게 가라앉은 유환의 나지막한 음성이 좁은 차안을 무겁게 채웠다. 장하늘은 밀려오는 민망함에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자신을 옭아매듯 응시하는 녀석의 묵직한 호의와 걱정이 오로지 자신을 향한 깊은 집착적 애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기에, 하늘의 가슴팍엔 애틋함과 간지러운 기류가 동시에 밀려들었다.“앞으로 몸 관리 정말 잘할게. 걱정 끼쳐서 미안하고··· 고맙다. 병원비랑 약값도 엄청나게 들었을 텐데.”“지금 그까짓 돈이 문제냐? 네가 내 눈앞에서 숨 쉬고 무사한 게 제일 중요하지. 헛소리할 거면 입 닫아.”장하늘은 제 한 몸 가누기도 벅찬 듯 처방 약봉지를 부스럭거리며 유환을 향해 피식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음 날 아침, 창틈으로 쏟아지는 새하얀 햇살이 도리어 잔인하게 느껴질 만큼 병실 안은 고요했다.꿀 같은 연휴의 시작을 이 삭막한 병원 침대 위에서 망쳐버리다니.장하늘은 가늘게 뜬 눈으로 천장을 응시하며 마른 숨을 내쉬었다. 결국 어제는 유 씨 가문, 정확히는 유도완 회장이 붙여준 서슬 퍼런 간병인들이 장하늘의 곁을 감시하듯 지켰다.제 아비의 등장에 짐승처럼 날뛰며 멱살잡이라도 할 기세였던 유환은, 경호원들에 의해 강제로 집으로 끌려가다시피 퇴장당했다.이제는 언제 아팠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은 몸으로 널찍한 VIP 병실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자니, 장하늘은 도리어 숨이 막히고 좀이 쑤셔 죽을 맛이었다.유도완이라는 존재가 이 공간에 흘리고 간 잔혹한 압박감이 환각처럼 전신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때마침 회진을 돌러 온 주치의의 하얀 옷깃을, 장하늘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붙들며 매달리듯 간청했다.“저 진짜 괜찮습니다, 박사님··· 제발 집으로 보내주세요.”장하늘은 이마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 사이로 맑고 처연한 눈빛을 빛내며 퇴원 허락을 구했다. 그 유약하면서도 절박한 태도에 노련한 의사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이제야 안정제와 진통제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나 봅니다.”장하늘은 의사의 흰 가운에 선명하게 새겨진 「대한종합병원 원장 강현 박사」라는 자수를 확인하며 다시금 화려한 병실을 둘러보았다.국내 최대 재벌인 U그룹이 운영하는 최첨단 병원, 그중에서도 극소수의 선택받은 자들만 들어올 수 있다는 최고급 VIP실에 누워 있다니. 전생의 비참했던 삶을 떠올리면 인생 역전도 이런 호사가 없었으나, 장하늘에게 이 방은 그저 유 씨 가문이라는 거대한 맹수의 우리에 불과했다.&ldq
유환은 병실 문이 열리기 무섭게 병상에 앉아 있는 장하늘에게로 사납게 달려들었다.“너! 아프면 아프다고 진작 말을 했어야지!”사실 지금의 그는 전생의 기억이 돌아오며 기적처럼 너무나 멀쩡해진 상태였기에 선뜻 내뱉을 말이 없었다.“별거 아니야··· 미안해, 걱정 끼쳐서.”“경기 분석하느라 무리하게 몸을 써서 이 지경이 된 거 아니겠냐고!”윽, 설마. 장하늘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저 전생의 기억을 치트키처럼 활용해 몇 가지 사소한 데이터를 검색하고 지시했을 뿐인데.제 모든 것을 꿰뚫어 보려는 듯한 유환의 과분한 칭찬에 장하늘은 뒷덜미부터 귓불까지 화끈하게 달아올랐다.‘이 모든 건··· 네가 천재 투수였기에 가능했던 거야.’그렇게 반박하고 싶었지만, 유환의 뜨거운 손아귀에 붙잡힌 하늘의 입술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무슨··· 우리 팀 다 같이 고생한 거지.”유환은 장하늘의 손목을 홱 채어 잡으며 사납게 으르렁댔다.“앞으로 너! 내 눈앞에서 한 발짝도 못 움직이게 묶어둘 줄 알아!”그때, 병실 문이 두드려진 뒤, 나이 지긋한 주치의가 차트를 살피며 두 사람 사이로 다가왔다.***“정말 놀라운 정신력이군요. 이 정도의 쇼크 상태에서 이렇게 단시간에 바이탈이 안정되다니.”의사의 시선이 닿자 하늘은 민망함에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강 박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제 친구를··· 이렇게 살려 주셔서요.
장하늘은 평생 병원 신세를 질 일이 거의 없었는데, 누워 있는 상태로 제 생사를 저울질하는 대화들을 듣고 있자니 기묘한 갈증이 목구멍을 태웠다.깊은 수면 아래 갇힌 와중에도, 지독한 격통을 잠재워 줄 진통제나 저를 기절시켜 줄 강력한 수면제라도 처방해 주길 바라며 의사의 입술 끝에 온 신경을 잔뜩 곤두세웠다.“강 원장. 은인은 무슨 유난이야. 젊은 놈이 갑자기 저 모양으로 고꾸라진 건 분명 숨기는 지병이나 이유가 있을 텐데.”유도완의 가시 돋친 음성이 병실 벽을 날카롭게 때렸고, 주치의는 차트를 거칠게 넘기는 소리를 내며 조심스럽게 설명을 이어갔다.“MRI도 찍고 정밀 혈액 검사도 방금 마쳤습니다만. 사실, 이 환자는 운동선수를 하기에는 모든 신체 수치가 평균치에 한참 못 미칩니다. 백혈구 수치는 비정상적으로 무너져 있고 혈압도 지나치게 낮습니다. 언제 숨이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빈혈이 심각하고, 간 수치 또한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습니다.”이게 대체 무슨 헛소리인가. 뇌리를 강타하는 진단에 장하늘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번 생은 참혹한 사고사가 아니라, 속에서부터 서서히 갉아먹히는 병사(病死) 시나리오였단 말인가.순간 모골이 송연해졌다. 늘 예측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생을 마감했기에, 질병으로 쓰러진다는 가능성은 아예 배제하고 있었다.만약 오늘 혼자 있을 때 쓰러졌더라면, 차가운 방 안에서 누구의 구원도 받지 못한 채 고통 속에 버둥거리다 그대로 고독사했겠구나 싶어 선득한 소름이 척추를 타고 내달렸다.“아, 이것 보세요! 이 녀석 이렇게나 비실비실하잖아요! 박사님, 그럼 이제 어떻게 됩니까? 고칠 수는 있는 건가요? 예?”유환이 이성을 잃고 비명 섞인 다급한 소리를 질렀다. 곁에서 할아버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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