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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네?”

엄진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뭐 하고 있어? 나 처음 봐? 아까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잖아!”

엄진우가 미동도 없자 예우림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엄진우의 팔짱을 끼고 바로 벤틀리 차에 태우고 홀연히 떠나버렸다.

사람들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 장면을 쳐다보았다.

대단해 보이는 여자가 엄진우를 찾으러 왔다니!

진미령은 믿을 수 없었다.

저런 여자가 왜? 뭐가 부족해서 엄진우같은 찌질이를 찾는 걸까?

최란화도 넋이 나간 사람처럼 입을 쩍 벌리고 멀어져가는 벤틀리를 바라보았다.

“창해댁 아들 설마 부잣집 딸과 사귀는 거야? 그런데 맞선은 왜 나와? 지금 누구 놀리는 거야?”

하수희도 머릿속이 텅 비었다.

엄진우가 어떻게 저런 여자와....

......

벤틀리는 한참을 달리다가 도로 중간에 멈추었다.

예우림의 브이넥과 검은색 스타킹은 너무 치명적이라 조수석에 앉은 엄진우는 도무지 시선을 둘 곳이 없어 일부러 눈을 돌리며 우물쭈물했다.

“부대표님, 대체 무슨 일로 저 찾으러 오신 거죠?”

짝!

엄진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예우림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뺨을 갈겼다.

“변태 자식!”

예우림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부대표님, 저도 그 상황에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미안해요. 화가 풀리지 않는다면 화 풀리실 때까지 때리세요. 아니면 저 바로 해고하셔도 좋아요.”

레스토랑 앞에서 예우림을 보는 순간, 엄진우는 곧 폭풍우가 휘몰아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녀는 분명 아까 일 때문에 그에게 따지러 온 것이다.

역시, 호랑이는 함부로 건드리는 게 아니다. 게다가 하필 그 호랑이가 예우림이라니.

엄진우의 말에 예우림은 행동을 멈추고 싸늘하게 말했다.

“이름은 엄진우, 홍보팀의 인턴이라고?”

“네.”

“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어. 만약 이 일만 잘 해낸다면 오늘 일은 없었던 일로 해주고 정규직으로 돌려주지.”

예우림이 도도하게 말했다.

“제 도움이 필요한 일도 있어요? 설마 또 아까처럼 제 몸으로 병을 치료해달라는 건 아니겠죠?”

엄진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훑어보다 쇄골에 시선이 꽂혔다.

그녀의 쇄골에는 아까 그가 남긴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 말에 예우림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그녀는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엄진우를 노려보며 말했다.

“경고하는데, 그 얘기 한 번만 더 꺼내면 당장 차에서 내리고 내일부터 회사 출근 안 해도 될 거야!”

예우림은 잠시 멈칫하다가 말했다.

“한 시간 동안, 내 약혼자가 되어줘.”

예우림은 단도직입적으로 의사를 표현했다.

엄진우는 깜짝 놀라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왜요?”

약혼자? 그것도 한 시간?

설마 후유증이 있는 걸까? 그래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넌 질문할 필요도, 자격도 없어. 그저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예우림은 마치 고고한 여왕처럼 턱을 치켜들더니 가속 페달을 밟았고 이내 벤틀리는 먼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예우림의 여운이 사라지고 레스토랑은 어느새 다시 평온을 되찾았으며 진미령 모녀도 떠나갔다.

하지만 이때, 또 세 대의 억대 세단이 레스토랑 입구에 멈춰 섰고 수많은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뒤를 따랐는데 분위기가 아주 웅장했다.

차에서 세 남자가 내렸는데 보기만 해도 카리스마가 넘쳤다.

순간 레스토랑은 또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창해시 시장 조문지!”

“창해시 갑부 소대호!”

“창해시 지하 황제 장강수!”

“저 세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재채기해도 온 도시가 패닉에 빠질 수 있다니까!”

창해시 삼대 거물이 한자리에 모이다니, 백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특대 뉴스다.

그들에 비하면 예우림의 등장은 전혀 언급할 가치도 없다.

“역시 한발 늦었군, 명왕님은 이미 가셨어. 아쉽네, 아쉬워.”

세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같은 생각을 했다.

평소 같으면 서로 반기를 들기 바빴던 삼대 거물이 오늘 한 남자를 위해 특별히 이곳까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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