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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진미령은 가방을 들고 일어서며 차갑게 비웃었다.

“난 명문대 졸업했고 대기업 임원이야. 연봉 오천에 차 두 대, 집도 자가라고! 어디서 월급 200만 원도 안 되는 찌질이가 감히 나와 맞선을 봐? 재벌 2세인 줄 알고 나왔는데 이게 뭐야? 스물다섯에 차도 없고 집도 없는 쓰레기가 무슨 낯짝으로 아직도 살아 있어?”

진미령은 엄진우에게 삿대질하며 귀에 거슬리는 말을 마구 내뱉었다.

엄진우의 표정은 순식간에 싸늘하게 변했다.

만약 이곳이 북강이라면 그녀는 물론, 그녀의 가족까지도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이때 하수희가 다급히 말렸다.

“아가씨, 우리 진우가 지금은 비록 가진 게 없지만 누구보다 착실하고 부지런한 아이라 반드시 성공할 거예요......”

“이거 놓고 꺼져요! 어디 늙은이가 감히!”

진미령은 하수희를 거칠게 밀쳤다.

“우리 엄마 건드리지 마!”

엄진우의 눈은 이미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때 옆에 화장을 짙게 한 늙은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차갑게 말했다.

“이봐, 창해댁. 우리 미령이가 얼마나 귀한 아인데 이런 조건으로 우리 미령이와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해? 하도 창해댁이 애걸복걸해서 내가 하는 수 없이 우리 딸 데리고 나오긴 했는데, 이건 너무 무성의한 거 아니야?”

진미령의 어머니인 최란화가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하수희는 심장이 철렁하더니 입술이 파르르 떨려왔다.

“아니, 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창해댁네 땅 말인데. 만약 그 땅을 예물로 준다면 우리 딸도 아마 한 번 더 생각해 볼 거야.”

최란화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계속 말했다.

“아, 그리고 지금 사는 그 집 처리하고 그 돈으로 애들 신혼집이라도 마련해줘야겠지?”

엄진우는 어이가 없었다.

“땅도 주고 집도 처리하면 우리 엄마는요? 뭐 밖에서 자게 내버려둬요?”

“이것 봐, 이제 첫 번째 조건만 제기했을 뿐인데 이런 태도로 나오면 우리 딸 마음 얻을 수나 있겠어?”

최란화는 이내 얼굴을 붉히며 화를 냈다.

하수희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언니, 그러지 마세요. 그래요, 그렇게 할게요.”

“엄마?”

엄진우는 어리둥절해졌다.

“하하!”

하수희가 승낙하자 최란화는 너무 좋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 그리고 나한테 남동생이 있는데 작은 실수로 전과자가 됐지 뭐야. 2년 전에 만기 출소했는데 아직도 싱글이야. 딸이 하나 더 있다며? 이참에 겹경사는 어때? 창해댁 딸 내 동생한테 주면 딱이겠네!”

하수희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엄진우의 여동생 엄예우, 올해 막 성인이 되었고 이제 새내기 대학생이다.

최란화의 동생은 젊은 시절 강도 살인으로 20년 형을 받았으며 2년 전에 금방 만기 출소했다. 게다가 40대 후반의 나이에 아직 일자리도 없는 만년 백수이다.

“언니, 그건......”

하수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최란화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말만 이어갔다.

“그리고 난 내 딸 아주 귀하게 키웠어. 그러니 집안일은 그쪽이 알아서 다 하고, 월급은 반드시 우리 미령이한테 바쳐야 해. 아, 하나 더 있다. 얘는 아픈 건 질색하는 애니까 얘 허락 없이는 절대 몸에 손 대면 안 돼!”

엄진우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딸 파시고 싶으세요? 그럴 거면 강아지를 키우지 왜 굳이 아주머니 딸을 제가 사가야 합니까? 엄마, 난 이런 결혼 안 하니까, 당장 꺼지라고 해!”

진미령은 이내 안색이 변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거 완전 미친놈이잖아? 감히 누구한테 그딴식으로 지껄이는 거야? 내가 와준 것만 해도 고마운 줄 알아야지, 네까짓 게 주제도 모르고 어디서 잘난 척이야? 거지새끼 주제에.”

최란화도 합세해서 빈정거렸다.

“너 같은 놈이 이만한 대가도 치르지 않고서 우리 딸 같은 여자 만날 수 있을 거 같아? 쯧쯧, 낯짝도 두껍구나!”

엄진우는 그저 두 여인을 가볍게 무시한 채 하수희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떠났다.

“얼씨구? 지금 저 자식 도망치는 거 맞지? 무능한 것.”

두 사람은 아직도 뒤에서 쉴 새 없이 재잘대고 있다.

바로 이때, 갑자기 벤틀리 한 대가 레스토랑 입구에 멈춰 섰다.

순간 레스토랑 안에 있던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무려 24억 원의 가치를 자랑하는 벤틀리 아르나지728,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다는 차종이다.

차에서 아름답지만 극도로 차가운 아우라를 풍기는 여자가 내렸다.

행동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우아한 여자는 정장 스커트에 검은 실크 레깅스 차림을 하고 있었다.

늘 자기의 외모에 자부하던 진미령도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아름다운 여자를 바라보았다. 눈앞의 이 여자에 비하면 그녀는 마치 시골 촌뜨기처럼 진부하고 촌스러웠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란 사람은 바로 엄진우다.

그 여자가 바로 자기의 상사인 예우림이기 때문이다.

예우림은 늘씬하고 긴 다리를 내디디며 곧장 엄진우에게 다가갔다.

“엄진우, 나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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