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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Aвтор: 이제리
잠자코 자리를 지키던 온사가 그 말을 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때, 막수가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

막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녀에게 말했다.

“넌 나갈 필요 없어. 네 어머니를 잘 지키고 있어. 내가 나갈게.”

말을 마친 막수는 마차에서 내려갔다.

고개를 돌린 온권승 부자는 온사가 내려오길 기대했지만 나온 사람은 막수였다.

막수는 온권승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온장온과 온자월을 번갈아보더니 담담히 말했다.

“넷째는 안 왔네. 하긴, 그 놈은 말도 타지 못하는 약골이니까.”

“넷째가 오든 안 오든 그쪽이랑 무슨 상관이야? 당장 온사 나오라고 해!”

온권승이 옆에 있으니 온자월도 대담해졌다.

그는 짜증스럽게 막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감히 건방지게 성녀의 이름을 입에 담아?”

아직도 반성을 모르는 아이에게 막수는 인내심을 잃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온권승을 노려보며 비아냥거렸다.

“자군이가 세상을 떠난 후에 진국공 가문은 애들을 대체 어떻게 가르친 거지? 어찌 저런 예의 범절도 모르는 망나니가 됐어?”

온권승은 불쾌한 얼굴로 경고했다.

“막수, 네가 출가인 신분이라는 걸 잊지 마. 어디 출가인이 그런 불경한 말을 해?”

“내 성격 진작에 알고 있었잖아? 예전 기억이 별로 없나? 승려한테 욕먹어서 기분이 불쾌해? 또 귀뺨 한번 맞고 싶어?”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당황해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온자월과 온장온 형제는 물론이고 북진연마저도 눈썹을 치켜올렸다.

‘역시 온사의 사부여서 그런지 개성 있어.’

경성에 진국공을 상대로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은 막수를 제외하고 몇 없을 것이다.

온권승은 버럭 화를 내며 막수를 협박했다.

“예전에는 부인 체면을 생각해서 참고 있었지만 감히 오늘 내 앞길을 막는다면 나도 더 이상 참고만 있지 않아!”

그의 협박에 막수는 가소롭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네 주제에? 그럴 자격은 있고?”

온권승이 음침한 눈으로 노려보는 가운데 막수는 싸늘히 덧붙였다.

“넌 사생아의 신분을 은폐하려고 자군의 딸에게 온갖 고통과 시련을 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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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하께서 어쩐 일이십니까?”온사는 놀란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물었다.매년 동지 때 조정은 대신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푼다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허나 지금은 진국공부의 적녀가 아니니 참석할 이유가 없었다.황제는 사람을 보내 그녀의 의중을 물었으나 그녀는 출가인이 참석하기에 좋은 자리가 아니라고 거절했다.비록 폐하는 괜찮다고 했지만 그녀는 황제의 명성에 해를 끼치기 싫었다.“연회 다 끝났어. 남은 치들은 공연이나 보고 술이나 즐기겠지. 그런 것들보다는 너와 한잔하는 게 더 즐거우니까 왔지.”온사는 눈을 치켜뜨며 새침하게 말했다.“저는 술을 마시면 안 되는 몸입니다.”“알아, 그래서 좋은 차를 가져왔어.”북진연은 찻잔을 내보이며 그녀에게 제안했다.“성녀 전하, 나와 한잔하시겠소?”온사는 진지한 얼굴을 한 그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영광이죠, 섭정왕 전하.”그렇게 두 사람은 식탁에 마주앉았다.북진연은 미리 우려낸 차를 식힌 후에 적당한 온도의 찻물을 그녀의 잔에 부어주었다.온사는 상체를 살짝 비틀고 차 맛을 보았다.그러던 그녀의 눈이 반짝 떠졌다.청량하면서도 맛이 깔끔한 차였다.“군산은침이라고 차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불리는 차 아닙니까? 어찌 폐하가 마시는 차를 가져오셨어요?”북진연은 웃으며 말했다.“오늘 연회에서 차 맛을 봤는데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폐하께 몇 통 달라고 청을 드렸지.”온사는 북진연이 자신의 취향을 너무 잘 아는 것 같아서 왠지 얼굴이 화끈거렸다.“두고 마시지 그걸 다 가져오셨어요?”“난 진한 차를 좋아해서 이건 나랑 안 어울려.”온사는 갑자기 그의 질병이 떠올랐다.“진한 차는 몸에 안 좋습니다. 혹시라도 어디 불편하시거나 하면 언제든 찾아오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북진연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전에 약속했지 않습니까. 전하께서는 저를 도와주시고 저도 제 능력이 닿는 한 전하를 돕겠다고요. 경을 읊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니 기꺼이 도와드리겠습니다.”요즘엔 북진연이 통 오지를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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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걸 바치겠다라… 네 목숨도 말이냐?”북진연은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로 되물었다.“물론이죠. 성녀 전하는 살육을 할 수 없는 분이지만 소녀는 달라요. 소녀는 전하의 가장 예리한 검이 되어 전하를 위해…”촤르륵!안란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다란 장검이 마차의 측면을 찔렀다. 검은 안란심의 목덜미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갔다.안란심은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검을 내린 북진연이 말했다.“난 검이 많아. 굳이 너까지 필요하진 않단 얘기야. 그리고 무우를 너 같은 것에 비교하지 마. 다음에 또 이러면 그때는 경고로 끝나지 않을 거다.”말을 마친 그는 말에 올라 고요에게 지시했다.“저건 다 태워버리거라.”“예, 왕야!”유혹에 실패한 안란심은 결국 고요에게 쫓겨 마차에서 내렸다.고요는 그녀가 보는 앞에서 마차를 불태웠다.명백한 혐오에 안란심도 분노가 치밀었다.마음의 준비를 안 한 건 아니지만 이 정도로 섭정왕의 혐오를 살 줄은 몰랐다.물론 너무 쉽게 넘어온다면 오히려 재미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만 천하에 여인을 혐오한다고 이름을 알린 섭정왕 전하인데 온사에게만은 달랐다.누군가는 그가 그저 폐하의 명을 받들고 제 할 일을 한다고 하지만 그녀는 그 말이 믿기지 않았다.엉망진창이 된 기분을 추스른 안란심은 심복을 불러 물었다.“오늘 연회에서 무슨 일 있었어?”북진연을 유혹하려고 연회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비웠기에 연회의 상황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심복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아가씨께서도 자리에 계셨어야 했는데, 정말 재미난 구경거리가 있었죠.”“그래? 무슨 일인데?”“음… 그러니까….”심복은 연회에서 황제가 온모를 비로 간택한 이야기를 상세하게 설명했다.“폐하께서 온모한테 오늘부터 태후궁에서 예의법도를 배우라고 했다는 거니?”너무 뜻밖의 일이라 안란심도 적잖이 놀랐다.첫눈에 반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온모의 외모는 평범한 축에 속했고 여린 척하는 것 말고는 내세울 게 하나도 없었다.역시나 예의법도를 가르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99화

    어린 황제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좋다.”그는 고개를 끄덕인 뒤에 말을 이었다.“허나 네 아비는 네가 시골 출신이라고 궁중 법도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우려하고 있으니, 짐의 비가 되기엔 좀 힘들 것 같구나.”그는 턱을 괴고 미간을 찌푸린 채, 큰 고민에 빠진 시늉을 했다.그 말을 들은 온모는 다급히 말했다.“아닙니다! 전혀 힘들지 않아요! 태후마마께 궁중법도를 배우면 된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최선을 다해 열심히 배워서 빨리 폐하의 비가 되고 싶습니다!”그러면서도 온모는 속으로 아버지를 원망했다.‘폐하께서 나한테 첫눈에 반했다는데 좋은 말은 못할 망정! 폐하께서 마음을 접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온모는 황제가 명을 철회할까 봐 조마조마한 얼굴로 황제를 바라보았다.황제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그래. 참으로 사려 깊은 여인이로구나. 그렇다면 오늘부터 태후궁에서 법도를 배우도록 하거라.”온권승은 그 말을 듣자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그가 자리로 돌아오자 온장온은 다급히 아버지의 옷깃을 잡고 말했다.“아버지, 이를 어쩝니까? 폐하께서 막내를 보는 눈빛이 애정하는 비를 보는 눈빛은 아니었어요!”온권승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장남도 눈치챈 일을 온모가 눈치채지 못한 게 한탄스러울 따름이었다.지금이 아니라 온가의 여식은 앞으로도 황제의 후궁이 될 가능성이 없었다.안 그래도 황제는 진국공 가문의 세력을 견제하는데 그들에게 권력을 쥐여줄 빌미를 줄리가 없었다.예전이었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땐 북진연도 전장에 나가 있었고 진국공 가문은 후궁 선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허나 하필 그때엔 황제가 너무 어렸고 수렴청정 중인 태후는 진국공부를 경계했기에 황제가 어리다는 이유로 줄곧 후궁 간택을 미뤄왔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드디어 폐하가 성년이 되자 북진연이 전장에서 승리하고 돌아왔다.황제파인 북진연이 복귀하자 태후는 실권을 내려놓고 조정의 결정권을 전부 황제에게 맡겼다.다만 후궁에 황후의 자리가 비어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98화

    이어지는 연회에서 온모는 어딜 가든 비웃음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그녀는 분해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가 보기에 아둔하고 사지만 발달한 무관 가문 여식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조롱과 비난은 서슴지 않으면서도 절대 폭력은 행사하지 않았다.그들은 온모에게 온갖 굴욕감을 주고는 홀연히 자리를 떴다.그리고 또 다른 무리가 온모에게 다가왔다.같은 상황이 수차례 반복된 이후, 온모는 그들이 작정하고 왔다는 것을 드디어 눈치챘다.더 돌아다니다가는 또 비웃음이나 당할 게 뻔했기에 온모는 치미는 화를 억지로 참으며 자리를 지켰다.이곳에는 폐하와 태후, 그리고 아버지와 오라버니들도 계시니 아무도 쉽게 그녀를 괴롭히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건 그냥 시작에 불과했다.온모가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린 황제의 시선이 그녀에게 머물렀다. 그는 의미심장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본 후에 웃으며 온권승에게 말했다.“진국공, 최근에 짐이 고민이 좀 있는데 해결해 줄 사람이 없어서 머리가 아프던 참이었소. 마침 오늘 진국공도 자리했으니 자네가 의견 좀 내주지 않겠나?”온권승은 흠칫하며 다급히 예를 행하고 말했다.“폐하의 고민을 해결해 드리는 건 대신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요. 무슨 일로 고민이십니까? 제 능력이 닿는 한 도와드리겠지만 제 능력 밖의 일이라면 괜히 폐하의 시간만 뺏지 않을까 싶습니다만.”“그리 심각한 일은 아니오. 다만 이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진국공뿐이라 얘기를 꺼낸 거요.”말을 마친 어린 황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아니나다를까, 황제는 고개를 돌려 온모를 바라보더니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짐이 즉위한 이래로 나이가 어리고 정무가 다망하여 후궁이 줄곧 비어 있었는데 지난번 어마마마의 생신연에서 진국공의 막내딸을 본 이후로 계속 그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구려. 첫눈에 반한 게 아닌가 싶소.”현장에 갑자기 정적이 찾아왔다.온모는 떨떠름한 얼굴로 황제의 말을 곱씹다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97화

    한심하다는 투의 말 속에는 짜증이 가득 담겨 있었다. 문관 수장인 진국공가의 딸이 무관 가문 아가씨들을 찾아갔으니 당해도 싸다는 어투였다.사실 예전의 진국공 가문은 완전한 문관파가 아니었고 오히려 가문에 무관 출신이 많았다. 다만 온권승이 집권하면서 완전히 문관 쪽으로 돌아섰고 나중에 란씨 가문과 정략혼인까지 하며 문관파에서 꽤 입지가 튼튼한 란씨 가문 덕에 온권승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무관들은 예로부터 문관을 무시하고 혐오했는데 특히나 무관을 배신한 온권승은 그야말로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그래서 진국공 가문이 아무리 잘나가도 무관들은 전혀 그들에게 굽히거나 양보하지 않았다.온권승과 척을 지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무관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했다.하물며 무관파 출신 중에는 대단하신 섭정왕 전하도 있지 않은가.그는 섭정왕의 칭호를 받기 전에도 전장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은 인물이었다.대권을 잡은 후에도 그는 황실에 충성하며 어린 황제의 가장 충실한 신하가 되었다.그는 무관파의 명예이자 자랑이었다.전에는 섭정왕이 전쟁터에 나가 있어서 무관들이 문관들 앞에서 눈치를 많이 봤지만 섭정왕이 돌아온 지금 비실비실한 문관들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무관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특히나 섭정왕께서 폐하의 명을 받들어 성녀 전하를 호위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도 덩달아 성녀를 옹호하기 시작했다.성녀 전하가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진국공의 딸이긴 하지만 섭정왕의 명이 곧 천명이었다.하물며 온사는 이미 가문과 연을 끊었으니 문제될 것도 없었다.어쩌면 성녀 전하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비의 가식적인 본모습을 눈치채고 가문을 떠난 걸 수도 있었다.무관들은 그녀의 그런 행동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게다가 며칠 전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진국공은 젊은 시절 부인을 배신한 것도 모자라 사생아가 적녀에게 보복한다고 란자군의 시신을 도굴해 훼손까지 시도했다고 한다.그 소식이 전해지자 경성의 모든 무관들은 경악해마지 않았다.소문이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96화

    온모는 뒷담화 하다가 본인에게 들켰는데도 그들이 이렇게 적반하장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그녀는 홧김에 앙칼진 목소리로 따졌다.“너희 어느 가문 애들이야? 왜 한 번도 본 적 없지? 어디 일반 관료네 딸인가 본데 어딜 감히 내 뒷담화를 하고 있어?”온모는 그제야 여기 있는 아가씨들 모두 못 보던 얼굴이라는 것을 발견했다.진국공가로 들어온 뒤, 온모가 만난 사람들은 다 온권승의 부하 관원들 집안의 자식들이었다. 다들 대단한 권세를 가진 사람들이지만 어쨌거나 온권승에게 아부하는 입장이기에 그들의 자식들도 그녀에게 친절히 대해주었다.하지만 눈앞의 소녀들은 그들 중에 속하지 않은 것 같았다.그래서 온모는 그들이 관직이 낮은 집안 자식들이라 평소에 진국공 가문에 방문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가소롭다는 듯이 그들에게 말했다.“내 아버지 체면을 봐서 너희들에게 사과할 기회를 줄 것이다. 거부할 시, 너희들이 방금 한 말을 모두 아버지한테 알릴 거야. 그럼 너희도 곤란해질 건 물론이고 너희들의 아버지한테까지 피해가 가겠지!”온모는 턱을 뻣뻣하게 치켜들고 거만하게 말했다.그러나 그런 협박의 말은 소녀들의 비웃음만 자아낼 뿐이었다.“세상에나, 쟤가 무슨 소릴 하는 거지?”“역시 비천한 사생아야. 여자들끼리 한 말을 아버지한테 일러바친대.”이소은은 경멸의 눈빛으로 온모를 바라보며 말했다.“일러바쳐서 뭐 하게? 설마 우리가 널 무서워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온사였으면 어느 정도 눈치를 봤겠지만 너는… 그럴 가치가 없어.”이소은은 팔짱을 끼고 온모를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혀를 찼다.“너!”이소은의 도발에 넘어간 온모가 도끼눈을 뜨고 상대에게 소리쳤다.“지금 뭐라고 했어? 다시 말해봐!”다른 소녀들은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소은아, 말귀를 못 알아먹는 애한테 그런 말을 해도 소 귀에 경 읽기야.”온모는 그 말을 듣고 더 부아가 치밀었다.“너희 죽고 싶어? 내 아버지가 진국공이야!”“알아! 우리 다 알아!”“경성에 네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95화

    이번 제사에는 성녀가 필요 없었기에 온사와 수월관 사태들은 참석하지 않았다.제사가 끝난 후, 궁중 연회가 시작되었다.관원들은 처자식을 대동하고 입장했다.명절을 경축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 오늘의 연회는 분위기가 비교적 자유로웠다.어린 황제는 태후와 함께 공연을 감상했고 각 집안의 부인, 아가씨들은 떼를 지어 수다를 떨었다.줄곧 방에만 갇혀 있던 온모도 사람들을 만나고 수다를 떨고 싶었다. 그래서 부하와 얘기 중인 온권승의 눈치를 힐끗 보고는 아가씨들이 모인 쪽으로 걸어갔다.“다들 여기서….”온모가 인사를 건네려는데 그녀를 등진 한 아가씨가 말했다.“온사는 왜 오늘 연회에 안 왔지?”“못 온 거겠지. 걔 지금 출가해서 승려가 되었잖아. 우리 어머니 말로는 절 생활이 그렇게 자유롭지 않대. 아무 때나 하산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고.”“그래? 너무 아쉽네. 올해는 어떤 가야금 곡을 연주하려나 듣고 싶었는데.”“우리들 중에 걔가 가야금 연주를 가장 잘하지 않아?”“당연한 소릴. 가야금뿐이겠어? 바둑 좀 못하는 거 말고 서예나 그림 실력 모두 최고라고 할 수 있지.”“아쉽네. 앞으로는 걸작을 감상할 기회가 없겠어.”“진국공부에서 온모라는 애가 왔잖ㅇ라. 뭐 순수하고 천진난만하다고 칭찬이 자자해서 귀에 피딱지가 앉을 지경이었어. 요즘은 뭐 다른 소문 없어?”“있지! 최근에 그런 소문이 들리잖아. 걔 진국공 나리의 양녀가 아니라 사생아라고.”“세상에나, 그게 사실이야?”“사실이래!”“설마… 그런데 뻔뻔하게 연회에 왔어?”“난 저렇게 밖에서 태어난 애가 제일 싫어. 첩이나 이랑이 낳은 서자, 서녀들보다 더 얄미워!”“걔네 어미와 진국공 어르신은 일찍부터 연인이었대. 그런데 진국공부의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연인을 버리고 란씨 가문의 아가씨와 혼인한 거지.”“그럼 왜 첩이나 이랑으로 들어오지 않고 굳이 밖에서 애를 낳았을까?”“주제도 모르고 자존심만 센 거지.”“맞아, 밖에서 불륜을 저지르면서도 첩이 되길 거부하는 여자들은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94화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니? 내가 언제 널 버린다고 했어?”온권승은 홧김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한심한 얼굴로 말했다.“네가 최근에 친 사고들을 생각해 봐. 그거 수습해 준 사람이 누구야? 다만 이번에는 선을 넘었어! 계속 이런 식이면 이제 나도 너 못 지켜준다. 네 어미한테 간다는 말로 날 협박할 생각은 하지 마!”말을 마친 그는 차갑게 뒤돌아서 방을 나가버렸다.온모는 다급히 그의 등 뒤에 대고 소리쳤다.“아니… 아니에요, 아버지. 협박이 아니에요. 아버지께서 저를 버릴까 봐 무서웠어요. 그래서 순간 말이 잘못 나온 거예요. 화 푸세요, 아버지.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그녀는 울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어릴 적 그녀는 사람들에게 들은 말이 있었다. 그녀는 죽은 어미와 너무 닮았으며 우는 모습까지 닮았다고 사람들이 말해주었다.어린 시절 풋풋한 설렘을 온권승은 잊을 수 없었다. 그녀와 똑 같은 얼굴을 하고 우는 온모를 보니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결국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어. 어차피 너도 교훈을 얻었고 잘못을 알면 된 거야….”온권승의 어투가 드디어 누그러지자 온모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런데 이때, 온권승이 갑자기 표정을 바꾸더니 말했다.“다만 이번 일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아. 만일을 대비해서 당분간은 방에서 나가지 말고 네 어미의 측근들도 만나지 마. 안 그럼 나도 다신 널 돕지 않겠다.”그 말을 들은 온모는 억울한 얼굴로 반박했다.“괜한 걱정이세요, 아버지. 온사의 어머니 시신도 이미 돌려줬잖아요. 걔가 뭘 더 어쩌겠어요?”온권승은 고개를 돌리고 한심한 얼굴로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번 일이 온사랑만 연관된 줄 아니? 란씨 가문이 이미 멸문했지만 조정에는 아직도 그들의 영향력이 남아 있어.”만약 걱정해야 할 상대가 온사뿐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화를 낼 필요도 없었다.그가 걱정하는 건 황제였다.안타깝게도 온모는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그녀는 온권승이 괜한 걱정을 한다고 생각했다.어쩌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93화

    온모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세 오라버니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라버니들, 어차피 제 말을 못 믿으시는 거 알아요. 하지만 이건 정말 제가 한 게 아니에요.”온장온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하지만 너와 관련 있는 자들이 우리 어머니의 시신을 관 채로 도굴해서 가져간 걸 봤어. 정말 이 일이 너랑 관련이 없다고?”온모는 이 일에서 완전히 발뺌할 수 없다는 걸 알고 말을 바꾸었다.“사실 저와 관련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제가 한 게 아니라고 한 이유는 큰 오라버니께서 본 그 세 사람은 제 친어머니께서 저를 지켜주라고 남겨주고 가신 사람들이에요. 다만 아버지께서 저를 진국공부 양녀로 들이면서 그들은 경성에 같이 따라오지 않은 거고요.”그녀는 진지하게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세 사람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거짓말을 이어갔다.“얼마 전에 제가 곤장을 맞은 이후로 너무 서러워서 그들에게 서신을 보내 하소연한 적 있어요. 경성으로 와서 날 좀 지켜달라고요. 그런데 그 일을 듣고 그 사람들이 너무 화가 나서… 저 대신 복수해 주겠다고… 양어머니의 무덤을 도굴한 거예요….”“정말 죄송해요, 큰 오라버니… 믿기 힘든 걸 알아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들에게 서신을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온모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흐느꼈다.겉으로 보기에는 절절하고 진심으로 느껴졌다.처음에는 온모를 탓하던 온장온마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싸늘한 얼굴로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갔다.“그런데 온사는 왜 네가 사람을 시켜서 그 짓을 했다고 하지? 게다가 보복한다고 시신을 훼손한다고까지 했다며?”온모는 잔뜩 억울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그건… 저는 그 일을 알고 당장 양어머니의 시신을 돌려놓으라고 했죠. 그런데 그날 밤에 온사 언니가 저를 납치해 간 거예요. 언니는 저를 때리고 독까지 먹이니까 너무 무서워서… 내가 시킨 거라고, 날 안 내보내 주면 다신 어머니를 만날 생각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서 나중에 거래가 성사된 거예요.”“내가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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