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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Author: 고요
“섭정왕 전하!”

뒤늦게 온자월의 옆으로 달려간 온권승은 기이할 정도로 휘어진 아들의 다리를 보고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

“어찌 제 아들에게 이렇게까지 하십니까! 애를 죽이려고 작정했어요?”

북진연은 그런 온권승을 바라보며 냉소를 짓더니 말했다.

“진국공, 난 명을 받들어 성녀 전하의 안전을 보호했을 뿐이야. 자네의 아들은 흑기군 호위를 따돌리고 강제로 성녀 전하가 계신 마차에 침입하려 했어. 건방지게도 말이야. 이건 섭정왕인 날 무시하는 행위 아닌가. 정말 한방에 죽여버릴까 생각도 했네만 자네를 봐서 참은 건데, 어떻게 생각하나?”

“참으로 건방지군요, 섭정왕!”

온권승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내가 모를 줄 알았습니까? 전하께서 이리도 온사 그 계집애를 감싸고 도는 이유 말입니다. 단순히 폐하의 어명 때문은 아니지 않습니까?”

“전하께서 온사에게 어떤 마음인지 본인이 잘 아시지 않습니까? 사람을 바보 취급하지 마세요!”

짝!

온권승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막수의 안색이 급변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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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백수족 사람들에게서 ‘절멸의 늪’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그저 넓은 늪인 줄 알았다.그런데 이곳 가운데에 무덤이 숨어 있을 줄이야.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이 구역에 쫙 깔려 있었다.진주와 옥정이 발사한 지도에 표시한 ‘삼천선인묘’를 보면 주변에 무덤이 가득하다는 것과, 이 묘비가 있는 무덤이 바로 입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 말인즉슨 란사와 북진연은 아직 절멸의 늪의 중심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문제는 삼천선인묘의 입구를 찾으려면 절멸의 늪에 들어가야 하는데, 지도만 보고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란사와 북진연은 습지를 떠나 계속 앞으로 전진했다.다행히 가는 길에 위험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꼬박 하루를 이동해서야 겨우 삼천선인묘의 변두리에 도착했다.“도착한 거 같아.”북진연이 높은 절벽 위에서 아래와 주변을 둘러보았다.란사는 다시 진주와 옥정을 꺼내 지도를 비추어 보았다.“바로 여기예요. 지금 저 묘비를 찾으러 가요.”그녀는 백호의 등에서 내리고는 전방에 고요한 숲을 내려다보았다.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비추는 수많은 햇살에 숲속 광경이 훤히 보였다.나무의 가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끝없이 펼쳐진 푸른 들판은 사람이 지나간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야생 꽃들이 피어나 있었다.숲에는 작은 동물이 뛰어다니다가 란사와 북진연의 기척에 깜짝 놀라서 사방으로 도망쳤다.“여기는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여요.”란사가 눈을 가늘게 뜨고 확실하지 않는 말투로 말했다.그녀의 말에 북진연의 눈동자가 살짝 움직였다.‘정말 이상하지 않아? 아닌 것 같은데?’절멸의 숲의 중심지에 접근한 곳이라 어디서나 들짐승이 보이고, 기이한 덩굴 같은 위험한 물건들이 사방에 숨어 있다.그러니 안쪽으로 갈수록 사방에 더 많은 위험이 도사릴 것이다.게다가 이곳은 묘지란 말이다.“무우, 이제부터 절대 내 곁에서 떨어지지 마.”“알겠어요.”란사는 북진연의 곁에 붙어서 천천히 걸어갔다.겉보기에 여유 있어 보여도 사실 극도로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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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님, 조심하세요!]유성이 다급하게 알리는 동시에 수많은 독충을 조종하여 촘촘한 벌레 망을 형성하고는 란사를 가운데에 두고 보호했다.덩굴이 줄줄이 붙어 위로 돌진하면서 벌레 망과 충돌했다.힘이 어찌나 센지 하마터면 벌레 망이 뚫릴 뻔했다.그 사이에 벌레 망에 포위되었던 란사가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팔을 휘저었다.이어서 굵고 긴 나무가 허공에 나타나더니 통째로 하늘에서 떨어지며 덩굴 무리를 내리쳤다.쿵!벌레 망이 신속하게 피하니, 덩굴은 피할 새도 없이 정통으로 맞고 사방에 흩어졌다.곁가지 덩굴들이 나가떨어지는 동시에 피처럼 끈적한 액체도 주변에 뿌려졌다.특히 정통을 맞은 우두머리 덩굴은 고통에 물속에서 몸부림치다가 실수로 큰 나무에 얽혀버렸다.이제 거의 된 것 같았다.방금 던진 나무는 북진연이 한눈판 사이에 란사가 재빨리 공간으로 옮긴 것이었다.덩굴의 개수가 워낙 많고 공격력도 강해서, 수중의 독충으로 상대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그나마 독약을 쓸만했다.하지만 발 아래에 온통 호수여서, 물에 독약을 떨어트리면 북진연이 위험하다.그리고 맹독 지네마저 제한을 받아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그래서 다른 방법을 알아보았는데, 주변에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이 가장 좋은 무기였다.어차피 공간이 넓어서 한 그루로 안 되면 두 그루, 세 그루 계속 던질 것이다.문제는 나중에 어떻게 설명할지 곤란했다.그래서 핑계도 미리 생각해 놓았다.물속에 있는 북진연도 만만하지 않았다.지상에서 란사가 우두머리 덩굴을 제압한 뒤에, 북진연은 촌각을 다투어 덩굴의 뿌리에 접근했다.그런데 물속에 잠긴 덩굴의 뿌리가 초가집만큼 크고, 땅에 박힌 줄기마다 물통만큼 굵었다.‘이리 굵은 뿌리에 약점이 어디 있다는 거야?’북진연이 대답을 찾기 전에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던 지네 무리가 답을 알려주었다.손목만큼 굵은 대형 지네가 북진연의 양측을 에워싸더니 덩굴의 뿌리 맨 아래쪽을 향해 내려갔다.그중에서 가장 가늘어 보이는 뿌리 옆에 모두 멈췄다.왠지 대형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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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지나지 않아, 온사는 그들에게 따라잡혔다.“다섯째야, 제멋대로 굴지 마.”“더 이상 아버지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온자신과 온자월은 앞뒤로 그녀를 가로막았다.온권승은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을 했다.“데리고 내려가서 잘 가두어 두거라. 내 명령 없이는 아무도 꺼내주어서는 아니 된다!”이때, 갑자기 나지막하고 여유로운 목소리가 대문 쪽에서 들려왔다.“오늘 진국공 저택이 참으로 활기차구나.”사람들이 소리를 듣고 바라보자, 신처럼 아름다운 은발을 한 남자가 검은 깃발을 든 군사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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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월은 가장 먼저 란사의 얼굴을 살폈다.다행히 가면을 쓰고 있었기에 그녀의 얼굴은 상처 하나 없이 말끔했다. 하지만 화살의 충격으로 얼굴에 쓰고 있던 가면이 벗겨졌다.수림 속에 선인을 닮은 아름다운 얼굴이 모두의 앞에 드러났다.길도는 순간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이족 여인들 중에도 미인은 많았지만, 눈앞의 사람처럼 마치 한폭의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미모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아니지!’길도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눈앞의 여인을 바라봤다. 뒤룩뒤룩 살찐 그의 얼굴에 흥분과 광기가 서리기 시작했다.“너 여자였구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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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여 떠오르신 거라도 있으십니까?”연지는 생각에 잠긴 주인을 보고 조심스레 물었다.창청람은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거인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거인이요?”연지는 의아한 얼굴로 그에게 되물었다.“그럴 리가요. 녀석은 이미 충왕의 통제를 받고 있지 않습니까? 설마 도망쳤단 말씀인가요?”“도망친 게 아니다.”창청람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답했다.“사라진 것이지.”그가 거인의 체내에 심은 약충과 함께 사수진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충왕을 동원했지만 거인과 그의 체내에 심은 약충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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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역전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임연주는 놀란 눈으로 자신을 포위했던 복면인들이 하나둘씩 목이 잘려 그녀의 주변으로 쓰러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연주 아씨, 사태께서 모시고 오라고 저를 보내셨습니다.”상대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임연주의 두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추월, 너였구나!”추월은 다가가서 임연주를 부축하며 물었다.“연주 아씨, 더 걸으실 수 있겠어요?”“좀 힘들긴 하지만 못 걸을 정도는 아니야.”임연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그러다가 안란심을 떠올리고 고개를 홱 돌렸다.그러나 조금 전까지 안란심이 서 있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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