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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화

Author: 이제리
이번에는 온사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방씨 부자를 불러세우고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안란심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제가 돌아가서 바로 아들에게 이혼서를 쓰게 하고 매매 계약서도 돌려보내겠습니다!”

자고로 이혼서란 정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고 첩을 내보낼 때는 그런 것조차 필요 없었지만 오늘 어떻게든 이 일을 마무리지어야 했다.

방 영감은 겁이 났다. 그는 더 머물렀다가 또 두 사람의 화를 자아내서 아들이 목숨을 잃고 집안까지 망하게 될까 봐 당장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온사는 상대가 이렇게까지 말을 하자 더 이상 추궁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 지체하지 말고 빨리 보내주도록 하세요.”

그 말을 듣고 방 영감은 이 사건이 드디어 일단락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북진연이 관원들을 돌려보낸 후, 온사는 방그레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섭정왕 전하께서 저 대신 나서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건 보답해드릴 게 없고 매일 전하께 경이나 읊어드려야겠어요.”

말은 그렇게 해도 그녀는 언제쯤 서홍화가 다 자랄지 속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서홍화가 어느 정도 자라면 공간에 있는 백년 서홍화를 꺼내서 북진연의 병을 치료해 줄 생각이었다.

“네가 매일 옆에서 경을 읽어주는 것도 괜찮지.”

북진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곧이어 그는 고개를 돌려 온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안란심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

온사는 고개를 저으며 솔직히 답했다.

“잘 모르겠어요.”

사실 안란심을 구해준 건 일시적인 충동 때문이었다.

충동적으로 달려나가서 구해준 것뿐이었다. 데려오자고 한 것도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온사는 턱을 괴며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매매계약서만 오면 그냥 보낼까봐요.”

이번에 그녀를 구해준 건 예정에 없었던 일이고 앞으로도 그녀는 안란심과 큰 접점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등 뒤에서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온사야.”

온사가 고개를 돌리자, 언제 깨어난 건지 안란심이 문 앞에 서 있었고 흑기군이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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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81화

    이번에는 온사의 목소리였다.그녀는 방씨 부자를 불러세우고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안란심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제가 돌아가서 바로 아들에게 이혼서를 쓰게 하고 매매 계약서도 돌려보내겠습니다!”자고로 이혼서란 정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고 첩을 내보낼 때는 그런 것조차 필요 없었지만 오늘 어떻게든 이 일을 마무리지어야 했다.방 영감은 겁이 났다. 그는 더 머물렀다가 또 두 사람의 화를 자아내서 아들이 목숨을 잃고 집안까지 망하게 될까 봐 당장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온사는 상대가 이렇게까지 말을 하자 더 이상 추궁하지 않기로 했다.“그럼 지체하지 말고 빨리 보내주도록 하세요.”그 말을 듣고 방 영감은 이 사건이 드디어 일단락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북진연이 관원들을 돌려보낸 후, 온사는 방그레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섭정왕 전하께서 저 대신 나서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건 보답해드릴 게 없고 매일 전하께 경이나 읊어드려야겠어요.”말은 그렇게 해도 그녀는 언제쯤 서홍화가 다 자랄지 속으로 계산하고 있었다.서홍화가 어느 정도 자라면 공간에 있는 백년 서홍화를 꺼내서 북진연의 병을 치료해 줄 생각이었다. “네가 매일 옆에서 경을 읽어주는 것도 괜찮지.”북진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곧이어 그는 고개를 돌려 온사를 바라보며 물었다.“안란심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온사는 고개를 저으며 솔직히 답했다.“잘 모르겠어요.”사실 안란심을 구해준 건 일시적인 충동 때문이었다.충동적으로 달려나가서 구해준 것뿐이었다. 데려오자고 한 것도 충동적인 결정이었다.온사는 턱을 괴며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매매계약서만 오면 그냥 보낼까봐요.”이번에 그녀를 구해준 건 예정에 없었던 일이고 앞으로도 그녀는 안란심과 큰 접점이 없을 것이다.그런데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등 뒤에서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온사야.”온사가 고개를 돌리자, 언제 깨어난 건지 안란심이 문 앞에 서 있었고 흑기군이 그녀의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80화

    그래도 성녀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같아서 그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약초 재배에 의술도 공부 중이라 하시니, 참으로 사람 구하는 일만 하시는구나. 역시 성녀 전하야.’온사가 의술만 배운다고 착각한 왕수안은 속으로 생각했다.선물을 전달한 후, 그는 미친듯이 그에게 구원의 눈빛을 보내는 관원들을 뒤로한 채, 객잔을 나가버렸다.관원들은 너무 오래 꿇고 있어 무릎에 쥐가 날 것 같았지만 아무도 감히 제 자리에서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누가 약간이라도 움직이면 섭정왕의 매서운 눈길이 날아왔다.그 특유의 위압감은 그들로서는 감내하기 힘들었다.그래서 모두가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모든 장부를 확인한 후, 북진연은 방씨 가문에 오천만 냥의 군비를 받아낸 후에 겨우 일이 마무리되었다.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흑기군에 의해 끌려나온 방현덕은 손목이 잘린 탓에 과다출혈로 거의 쓰러지기 직전이었다.북진연이 별다른 지시가 없으니 아무도 방현덕의 손목을 지혈해 주지 않았다. 거의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대충 지혈만 해주고 목숨만 붙여 놓은 상태였다.방씨 가문은 불만이 있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아들이 성녀를 희롱해서 죽을 짓을 자초했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목숨을 붙여 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할 판이었다.방 영감은 급기야 아들을 데리고 돌아갈 채비를 했다. 그런데 무시무시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잠깐.”방 영감은 급기야 아들을 데리고 무릎을 꿇었다.“서… 섭정왕 전하, 따로 분부하실 게 남았나요?”어젯밤 제대로 혼쭐이 난 방현덕은 그저 겁에 질려 온몸을 떨고 있었다.북진연은 느긋하게 방현덕을 가리키며 말했다.“너 이리 와.”짤막한 한마디에 방현덕은 혼비백산했다.‘어떡하지? 섭정왕이 변덕을 부려서 날 죽이려는 건가?’‘나… 난 죽고 싶지 않아!’공기 중에 갑자기 악취가 풍기기 시작했다. 겁에 질린 방현덕이 바지에 오줌을 지린 것이다.하지만 북진연은 이대로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그는 악취에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79화

    그 말을 들은 방씨 가문 가주는 겁에 질려서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장부를 받고 돌아갔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감히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저 사람들은 왜 안 가요?”온사가 물었다.“너무 시끄럽게 굴어서 문밖에 꿇고 있으라고 했어. 내가 이 문제를 다 해결하고 나머지를 처리한다고.”북진연의 목소리는 무릎을 꿇고 있는 당사자들에게도 전해졌다.관원들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흐르고 있었다.이럴 줄 알았다면 방 영감이 아무리 많은 돈을 건네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섭정왕이 친히 그들을 처리한다고 하니 살길이 막막했다.“어… 어서 가서 왕 현령 나리를 모셔와. 안 그럼 우린 다 죽어!”누군가가 조용히 바깥에 있는 시종에게 눈짓을 했다.잠시 후, 왕수안이 도착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저들을 위해 사정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소인, 성녀 전하와 섭정왕 전하를 뵙습니다.”왕수안은 문 앞에 빽빽하게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들을 그냥 지나쳐 온사의 앞으로 가서 예를 행했다.“그렇게 격식 차릴 필요 없어요. 이만 일어나세요.”북진연은 말이 없고 온사만 웃으며 왕수안을 맞아주었다.“앉으세요.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로 오셨나요? 설마 왕 현령도 저 사람들을 위해 사정하러 오신 건가요?”온사는 생글생글 웃으며 왕수안에게 물었고 왕수안은 급기야 손사래를 쳤다.“아니요! 오해십니다, 성녀 전하. 저는 사정하러 온 게 아니라 성녀 전하께 감사 선물을 드리고 싶어서 왔습니다.”말을 마친 그가 손뼉을 치자 문밖에 대기하고 있던 시종들이 커다란 약재 상자들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자세히 보니 진귀한 약재 말고도 씨앗과 새싹도 들어 있었다.“전에 성녀 전하께서 오셔서 금주를 위해 기도를 드린 덕분에 하늘도 감동하여 비를 내려주셨지요. 그래서 금주의 백성들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진작에 인사 드렸어야 했는데 너무 바빴고 이번에 성녀 전하께서 귀경길에 금주에 들르신다는 말을 듣고 약소하지만 성의를 담아 준비했습니다.”왕수안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말을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78화

    상한아는 계약이 필요 없다는 말에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만약 계약으로 묶인 관계라면 그녀는 완전히 성녀의 사람이 되는 것이고 당연하게 성녀가 가는 곳에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성녀는 주종 관계를 거부했으니 상한아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괜찮아. 지금은 아니지만 앞으로 내가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성녀 전하도 나를 제 사람으로 받아주실 거야!’그런 생각을 하며 상한아는 기운을 차렸다. 그리고 온사의 방에서 스스로 일을 찾아서 했다.그녀는 성녀 전하의 유일한 시종이니 모든 일을 도맡아 해야겠다고 열의에 차올랐다.온사가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한아도 뒤따라서 내려갔다.북진연은 아래층에서 장부를 펼쳐 놓고 앉아 있었고 입구에 수많은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계단에서 소리가 들리자 북진연은 바로 고개를 들었다.“깼어? 어서 와서 뭐라도 좀 먹어. 반찬은 이미 준비되어 있어.”“예.”온사가 자리에 앉자마자 뜨거운 음식들이 올라왔다.식사 전인 사람이 온사뿐이었기에 모든 음식은 그녀의 앞에 놓였다.이미 배고파서 기절하기 직전인 온사는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수저를 들었다.상한아는 옆에서 온사의 접시에 음식을 담아주었다.그렇게 식사가 끝난 후, 상한아는 따뜻한 차를 내왔다.뜨거운 물을 바로 부은 차라 맛은 좀 떫었지만 온사는 아무 말도 않고 조용히 받아서 마셨다.그리고 긴장한 듯한 상한아의 손을 다독이며 말했다.“이런 사소한 일들은 천천히 배워도 돼. 너무 긴장할 것 없어.”어차피 시종들에게 둘러싸인 생활도 해봤고 홀로 모든 것을 다 해결하는 생활도 해봤기에 사실 신변에 시종이 있든 말든 온사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하지만 상한아는 달랐다.그녀는 자신에게 아주 높은 목표를 세웠다.“방씨 가문 사람들인가요?”식사를 끝낸 온사는 차 한잔을 비운 후에야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다는 아니야. 금주성 다른 관원들도 있어.”“관원들이요? 관원들이 여길 왜 와요?”온사가 의아한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77화

    객잔으로 돌아온 후, 북진연은 온사를 등 떠밀어 방으로 돌려보냈다.“당장 가서 눈 감고 자. 몸살이 나은지 얼마나 됐다고. 또 아프고 싶어?”“예, 알겠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온사는 이 시점에 그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그리고 밤새 안란심을 잡고 뛰느라 체력을 많이 소비한 상태였다.방으로 돌아오자 피곤이 몰려왔다.“그럼 그 인간들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넌 걱정하지 말고 잠이나 자. 내가 다 처리할 테니.”북진연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이제 그만 자러 가. 내일 하루 쉬고 모레 출발하자.”원래는 오늘 잘 자고 내일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사건이 벌어지면서 하루 연기하기로 한 것이다.안 그래도 피곤했던 온사는 그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침상에 누워 눈을 감았다.한편, 손목 한쪽이 잘린 방현덕은 북진연의 지시로 창고에 갇혔다.안란심은 일반 객실에 배정되었다. 의원이 다녀간 후, 북진연은 그녀를 방 안에 가두고 흑기군을 배치해 지키도록 했다.죄수와 다름없는 취급이었다.다음 날.온사는 배고픔에 잠에서 깨어났다.눈을 뜬 그녀는 한참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다가 입을 열었다.“배고프네.”“배고프면 어서 가서 식사하세요.”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추월이 침상으로 다가오며 말했다.온사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옷을 갈아입었다.“추월아, 지금이 언제니?”“점심이 금방 지났습니다.”그녀의 질문에 추월이 공손히 답했다.“어쩐지, 배가 너무 고프더라.”옷을 갈아입은 온사가 침상을 정리하고 있는데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추월이 말했다.“그 아이입니다.”온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바깥에 대고 말했다.“한아니? 어서 들어와.”추월이 다가가서 문을 열자, 상한아가 뜨거운 물대야를 들고 들어왔다.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온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성녀 전하, 일어나셨어요? 제가 세숫물을 가져왔어요.”“일어났어. 들어와. 방금 옷을 갈아입고 안 그래도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76화

    “이 정도 미인은 돼야 내 신분에 어울리지.”방현덕은 자기가 느끼기에 가장 멋진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온사의 턱을 들어올렸다.“예쁜아, 이 밤중에 안란심 저년을 살리겠다고 달려온 걸 보면 둘이 친구겠지? 그렇다면 내 너에게 제안을 하나 하지. 네가 내 첩으로 들어오면 안란심 저년은 풀어줄게. 어때?”온사는 대답이 없었다.그녀는 아예 방현덕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있었다.그녀는 안란심을 향해 손을 뻗었다. 옆에서 안란심을 부축하고 있던 추월의 손이 자유로워졌다.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온사의 행동에 방현덕은 분노가 치밀었다.“감히 나 방현덕을 무시해? 그럼 너희도 날 원망하지 마! 멍청한 것들! 아직도 무릎을 꿇고 있어? 너희들 내 손에 죽고 싶어?”분노에 이성을 잃은 방현덕은 가까이 있는 호위의 배를 걷어차며 욕설을 퍼부었다.“오늘 이 여자 못 잡으면 너희는 모두 내 손에 죽어!”“도련님, 제발 제 말 좀 들으세요!”집사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간곡히 말했다.“제가 나중에 다른 미인을 물색해 드릴게요. 제발 저분은 그냥 보내주시고 이만 돌아갑시다!”하지만 방현덕의 귀에 그 말이 들릴 리가 없었다. 그는 온사를 가리키며 생떼를 부렸다.“아니! 난 얘 가질래! 얘여야만 해!”그는 다급함에 발까지 굴렀다.결국 압박을 못 이긴 호위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바닥에서 일어났다.“성녀 전하….”온사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말했다.“각자 맡은 직책들이 있으니 마음대로 하세요.”하지만 그녀를 건드려서 어떤 대가가 따를지는 그녀가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장검을 빼든 추월은 호위들을 둘러보다가 마지막에 방현덕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사태는 적을 칠 때 우두머리부터 치라고 했어.’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잡아! 저년들 다 잡아!”방현덕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허공에서 무언가 번뜩이더니 온사를 가리킨 방현덕의 손이 바닥에 뚝 떨어졌다.“도련님!”“악! 내 손!”방현덕의 처참한 비명소리가 거리에 울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75화

    그들의 환호에 남은 사람들도 정중한 표정으로 바뀌었다.곧이어 모두가 온사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성녀 전하를 뵙습니다!”온사는 잠시 숨을 고르고 그들에게 말했다.“이 여인은 심한 부상을 입은 것 같군요. 그냥 지나갈 수 없어서 객잔으로 데려가 상처를 치료해 주고 싶은데 도련님께 이 여인을 찾으려거든 금주 객잔으로 와서 저를 찾으라고 하십시오.”“예!”시위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온사가 뒤돌아서자 그들은 공손히 길을 비켜주었다.온사는 추월을 시켜 안란심을 부축한 뒤, 떠날 채비를 했다.그런데 이때, 방현덕이 뒤쫓아왔다.“거기 서!”“멍청한 자식들, 지금 뭣들 하고 있는 게야? 당장 저년 안 잡아?”방현덕은 비대한 몸집을 흔들거리며 다가와 온사 일행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그러나 어쩐 일인지 시위들은 아무도 그의 말을 따르지 않고 여전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가까이 다가온 방현덕은 눈을 가늘게 뜨고 온사를 훑어보더니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런 천박한 년을 도와주려는 사람이 있다니. 게다가 엄청난 미인이잖아? 아주 좋아!”“여봐라! 저 미인도 같이 끌고 가!”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시위들이 분노한 눈초리로 그를 노려보았다.집사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그에게 말했다.“도련님, 이분은… 성녀 전하이십니다.”그 집사도 온사의 얼굴을 알고 있는 듯했다. 온사를 알아본 그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성녀? 성녀는 무슨! 내 눈에는 절세미인 밖에 안 보이는걸.”“도련님, 성녀 전하께 무례한 말씀을 삼가하십시오!”집사는 조바심이 났다.금주성이 3개월이나 가뭄에 고통받았지만 워낙 재력이 풍족한 방씨 가문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그래서 가뭄 때도 방현덕은 방탕한 생활을 즐겼다.살이 쪄서 바깥이 덥다고 얼음방에서 잠만 자고 먹고 마시는 것만 즐기다 보니 거의 외출도 하지 않았다.그래서 방현덕은 복명 성녀이니, 기도 의식이니 그런 것에 아예 관심이 없었다.하지만 집사는 기도 의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74화

    온사가 진심으로 화났다는 건 알고 있었다.어쩌면 그녀가 했던 말 때문에 과거가 떠올랐는지도 모른다.안란심은 말없이 약을 발라주는 온사의 모습을 바라만 보았다.“네 시종은? 왜 안 보여?”상처 처리를 마친 온사가 무심한듯 물었다.안란심은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죽었어.”“죽었다고?”온사는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내가 방씨 가문에 들어간 날, 방현덕은 날 강제로 품으려고 했어. 내가 싫다고 하니까 바로 몽둥이를 들더라고. 그 아이는 날 지켜주려다가 맞아 죽었어.”안란심은 마치 자신과 무관한 일인 양, 담담하게 설명했다.온사는 말없이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그리고 이때,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발소리가 골목 안쪽을 향하고 있었다.온사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여기 골목이 하나 있네. 빨리 수색해!”방씨 가문의 호위였다.역시나 그들은 결국 이곳까지 쫓아왔다.온사가 점점 가까워지는 놈들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데 등 뒤에 있던 안란심이 갑자기 말했다.“온사야, 나 이제 도망 못 가. 오늘 네가 나 구해주러 와줘서 정말 기뻤어. 하지만 더 이상 너에게 민폐가 될 수는 없어.”“잘 살아, 온사야.”말을 마친 안란심은 온사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앞으로 달려나갔다.그 소리는 성공적으로 놈들의 주의를 끌었다.“무슨 소리야?”“잠깐, 거기 서!”“저기 있다! 빨리 잡아!”호위들은 바로 안란심을 알아보고 그녀가 있는 곳으로 우르르 몰려갔다.온사는 구석에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다가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사태!”드디어 대부대를 해결하고 온 추월이 그녀를 불렀다.온사는 추월의 팔목을 잡고 다급히 말했다.“추월아! 어서! 저 애를 쫓아가!”“안 됩니다. 수색 인원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사태 혼자 이곳에 남겨두고 갈 수는 없습니다.”“그럼 같이 가자. 빨리!”추월은 온사를 등에 업고 쏜살같이 골목을 벗어났다.방씨 가문 호위들은 한창 안란심을 쫓고 있었다.추월은 온사를 업고 담장을 뛰어넘어 가장 빠른 길로 그들을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73화

    “어서! 저것들을 잡아!”“금주성을 다 뒤져서라도 그년 찾아내!”하룻밤 사이에 금주성은 발칵 뒤집혔다.금주성 갑부인 방씨 가문 장남이 며칠 전에 드린 이랑이 도주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그래서 밤중에 곳곳을 수색하는 방씨 가문의 호위들을 볼 수 있었다.온사와 안란심은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체력에 한계가 있었다.뒤에서 쫓아오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자 온사는 안란심을 잡고 골목으로 들어가서 몸을 숨겼다.“어때? 거기 있어?”“전방에는 없습니다. 뒤에도 없고요.”“계속 수색해. 도련님은 무조건 그 여자를 잡아오라고 하셨어. 반항하면 그냥 때려!”“예!”호위들은 흩어져서 수색을 시작했다.온사는 구석에 몸을 숨기고 바깥 동향을 살폈다. 아직은 쫓아오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추월이 앞에서 호위들을 따돌리지 않았다면 그녀와 안란심은 포위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포위망을 뚫고 나온 후에도 적지 않은 방가네 호위들이 안란심을 쫓아왔다.지금 상황으로서는 이곳에서 기다리며 추월이 빨리 복귀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저들의 수색 범위를 봤을 때, 얼마 안 있으면 이곳으로 올 것 같았다.“쿨럭… 온사야, 네가 정말 구해주러 올 줄은 몰랐어.”안란심은 가슴을 부여잡고 기침을 하며 말했다.그녀는 피투성이인 상태로 온사의 등 뒤에 숨어서 가쁜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착각하지 마. 난 그냥 방씨 가문 인간들이 하는 짓이 꼴 보기 싫었을 뿐이야.”온사는 바깥의 동향을 주시하며 뒤도 안 돌아보고 말했다.“만약 그 인간이 너를 바로 죽였더라면 나도 나서지 않았을 거야.”안란심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니까 내가 구해달라고 소리 치는 걸 들었구나. 그래서 내가 걱정돼서 따라온 거고.”“착각하지 말라니까….”“그래… 쿨럭!”안란심은 끊임없이 기침을 해댔다.공기 중에서 피냄새가 풍겨왔다.순간 온사는 고개를 홱 돌렸다. 골목 안에 미약한 불빛을 통해 손바닥에 피가 흥건한 안란심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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