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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화

Author: 유승안
강준은 소은의 술주정 같은 말들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전생이 있다 하나, 모든 일에는 마땅히 이치에 맞아야 하거늘, 그가 소은을 아내로 맞이할 뜻이 없었고 강준을 억지로 혼인시킬 자는 또한 없었다.

두 사람은 원래 인연이 닿을 수 없는 사이였다.

더 이상 알아낼 수 없음을 느낀 강준은 더는 지체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척으로 신호용 연화를 붙였다.

“춥습니다…”

소은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강준은 그저 말없이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병석에서 갓 일어난 소은은 허약하여, 찬 기운을 이겨내기 어렵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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