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셨던 물이라 싫은 것입니까?”강준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물었다.전혀 개의치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면 모를까, 배를 이미 채웠으니, 목마름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사소한 부분에 신경을 쓰는 분이 아니신데, 이럴 땐 괜히 까다롭게 구시네요.”강준은 비꼬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희미한 불빛이 그의 얼굴에 드리웠다.잠시 생각하던 소은이 다시 입을 열었다.“제 반응이 신경 쓰이시는 겁니까?”“참 스스로를 대단히 여기시는 군요.”강준이 담담하게 대꾸했다.“그렇지요.”소은은 웃음을
강준의 말투에 소은은 아까 그 꼬마 공자가 고기를 굽다 말고 갑자기 사라진 이유를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분명 강준이 손을 쓴 것이다.“거산 선생께서도 제자를 이리 보살펴주신 걸 알고 계십니까?”소은은 비꼬듯 말했다.“거산 선생도, 자기 것을 뺏기면 견디시질 못할 테지요.”강준은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이 태연하게 말하며, 불을 조금 더 피우고는 검에 토끼 고기를 끼워 불 위에 걸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소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매서운 추위에 체력도 많이 소진되어 소은은 슬슬 허기를 느꼈다.“저와 그 정도의
“그런가요?” 하지만 소은은 의외로 담담했다.순간 불쾌해진 루나는 한마디 쏘아붙이려다 얼굴빛이 확 변하더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소은은 처음엔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록 천막이 보이지 않자, 그제야 물었다. “혹시… 길을 잃은 건 아니지요?”더는 숨길 수 없었던 루나는 약간 겁먹은 듯 말했다.“아까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아요. 너무 어두워서… 제대로 보질 못한 것 같습니다.”소은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렇게 무책임한 사람은 처음이라 헛웃음만 나왔다._x000B_“길을 잘 안다고 큰소리치던
조희진은 소은을 향해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세자저하, 혹시 《만산녕》을 부탁드려도 될까요?”조희진이 강준에게 청했고, 강준은 마다하지 않았다.기복무는 조금의 요염함도 없이, 동작 하나하나가 정직하고 당당했다.여인과 음악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 시험받는 무대였다.소은은 오늘 조희진이 주인공이라는 걸 알기에, 일부러 힘을 살짝 뺐다.강준이 피리를 들었지만, 시선은 자꾸만 소은에게로 향했다.오늘 소은은 활동하기 편하도록 단정한 무예복을 입었지만, 그럼에도 너무나도 단아했다.조희진이 춤사위가 더 능할지 몰라도, 아름다움이
고기를 굽고 있던 강준이 이쪽을 바라봤다.소은은 고맙다며 인사하고, 손을 내밀어 고기를 받으려 했지만, 사내의 손이 갑자기 떨리더니 토끼 다리는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누가가 실수로 저를 건드린 것 같은데…”공자는 머쓱해하며 뒤를 돌아봤지만, 누가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었다.“괜찮아요.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됩니다.”소은은 여전히 감사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그럼,제가 다시 구워오겠습니다.”공자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강준은 고기 꼬치를 강미에게 건네고 입을 떼려는 그때, 강미의 오른손엔 어느새 또 다른 꼬치
소은은 빈손으로 강민의 뒤를 따랐다.“누구랑 한 조인 것이냐?” 잠시 생각하던 소은이 답했다. “원래는 동생이랑 한 조였는데, 지금은 집에서 요양 중이고, 저도 물에 들어갈 생각은 없어서 딱히 조를 정하진 않았습니다.”“혼자서 뗏목을 만들기란 쉽지 않아.”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려 해요.”소은은 단지 손재주를 키우고 그 과정을 즐기고 싶을 뿐 결과를 내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강민은 더 말이 없었다.하지만 뗏목을 만들 때, 강민이 그녀를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그는 종종 그녀 옆으로 다가와 뗏목을 짜는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