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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 화

Author: 유승안
소은을 보자 강준의 입가에는 자연스레 미소가 걸렸다. 사적으로 단둘이 있을 때와 다를 바 없는 얼굴이었다.

밖에선 많은 이들이 그를 치켜세우고, 관직도 높지만, 부로 돌아오면 그는 그저 그녀의 사내일 뿐이었다.

“아바마마께서 조속히 후사를 정하고자 하시니, 육황자와 사황자는 그 자리를 두고 다투기에 바쁘고, 백성들은 전란과 수해에 시달려 도탄에 빠졌소. 나는 어쩔 수 없이 서둘러 이 일을 매듭지으려는 것이오.”

택원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백성이 편안히 살아가는 세상이오.”

“삼황자께서 참으로 백성을 아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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