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전장 중앙 두 사람이 충돌했던 자리엔 끔찍한 에너지의 여파로 인해 거대한 구덩이가 형성돼 있었고 그 주변은 마치 폭격이라도 맞은 듯 온갖 잔해와 파편이 흩날리고 있었다.그 한가운데 원은희는 가슴에 뼈가 부서질 듯한 고통을 느끼며 오장육부 전체가 뒤틀리는 듯한 극심한 충격에 시달리고 있었다.몇 걸음 뒤로 밀려난 그녀는 결국 휘청이며 장애물 더미에 세게 부딪혔고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졌다.숨조차 가쁜 채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로 위중했다.그 힘이 너무나도 거대하고 무서웠기에 주변에 있던 종사 경지의 고수들조차 방금 벌어진 일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모두 눈앞 상황을 파악하기까지 시간이 걸렸고 그들이 정신을 차렸을 땐 양박군이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요하게 제자리에서 서 있었으며 그의 주변은 단 하나의 먼지조차 흩날리지 않고 있었다.반면 원은희는 공중에서 피를 토하며 나가떨어졌고 육중하게 땅에 처박힌 채 쓰러져 있었다.“노조님!”원현주를 비롯한 이들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바로 그녀에게 달려갔다.하지만 그 눈빛엔 여전히 감출 수 없는 공포와 충격이 가득했다.설마설마했던 양박군 역시 육지 신선의 경지를 돌파했다는 게 사실이었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그녀들 일행이 다가가자 원은희는 또 한 번 피를 쏟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얼마나 심하게 손상됐는지 너무나도 잘 느끼고 있었다.지금 겨우 목숨만 붙어 있는 수준이었고 살아나더라도 반년은 몸도 못 가눌 것 같았다.그제야 그녀는 눈앞에 있는 이 청년의 실력은 자신이 생각한 수준을 한참 뛰어넘는 존재였고 스스로가 아무것도 아니었단 걸 비로소 깨달았다.더군다나 이 청년이 그토록 존경하고 따르는 그 도련님은 대체 어느 경지에 올라와 있는 인물인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이토록 젊은 나이에 어찌해서 육지 신선의 경지까지 도달할 수 있는 거지? 나는 수백 년을 버텨가며 온갖 생사고비를 넘기며 간신히 그 문턱을 넘었는데... 이들
양박군이 엄청난 기세로 무력을 드러내자 양영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오빠가 이렇게나 강할 줄이야. 멋있다 못해 그냥... 완전 대박이네.’심지어 사정을 조금은 알고 있던 당만수조차 속으로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 충격 속에서도 양박군이 이만한 경지에 도달한 걸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모두의 시선은 양박군에게 쏠려 있었기에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언제 들어섰는지도 모르게 예천우는 이미 그 자리에 와 있었다.독고살 또한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도 양박군이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건 느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지금 저 양박군이 맘만 먹으면 한 번 손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나 같은 놈 수십 명은 단숨에 날려버릴 수 있겠지...’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과 큰 차이 없던 양박군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거리는 천 길 낭떠러지보다 깊고 멀었다.그러니 조금 전 자신이 예천우한테 위급한 상황이라고 연락을 보낸 것이왠지 민망하기까지 했다.‘아마 도련님은 안 오셨겠지... 내가 괜히 귀찮게 했네.’그러나 그 순간 그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울렸다.“박군, 난 이 여자를 몰라. 그러니 내 눈치 볼 필요 없어. 네가 알아서 처리해.”독고살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고 그제야 깨달았다. 예천우는 이미... 현장에 와 있었다.사실 예천우는 약 8킬로 떨어진 곳에서 월은희가 처음으로 손을 뻗었을 때 그 강대한 기세를 감지했고 순식간에 몸을 날려 이곳으로 도착한 것이었다.그의 현재 속도는 비록 한걸음에 수천 리를 가르는 수준은 아니지만 몇 킬로미터쯤은 순식간이었다. 이 정도 거리가 그에겐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게다가 예천우는 도착 당시부터 이 막무가내 노조가 하는 짓은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양박군이 해결할 거란 건 알았지만 자신을 욕되게 한 자에게 굳이 배려할 이유는 없었다.‘박군이 아니었으면 지금쯤 죽어 있었을 텐데 그딴소리를 하면서 자기를 살려달라니? 정말 말도 안 돼.’예천우의
“하지만 노조님은 지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습니다. 도련님, 저희가 성종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한 번만 기회를 주실 수 없겠습니까?”예천우는 원현주 일행을 쓱 훑어보며 무심하게 말했다.“기회를 달라고? 방금 상황에서 박군이가 밀렸으면... 누가 박군한테 기회를 줬겠어?”그 말에 원현주와 그녀의 일행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예천우의 말은 너무나 날카롭고 명확했다. 만약 그 자리에 예천우가 없었고 양박군이 진짜 싸움에서 졌다면... 그 순간 그의 운명은 죽음 아니 죽음보다 더 비참한 결말이었을지도 몰랐다.그 말을 들은 원은희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다. 거의 움직이지도 못하는 몸을 간신히 버티며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간절히 애원했다.“예 도련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멀어 감히 도련님께 무례를 범했습니다...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앞으로는 도련님의 은혜를 갚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제 실력이라면 분명 도련님께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네 실력?”예천우가 비웃듯 말했다.“네가 무슨 실력이 있다는 거야? 박군의 주먹 하나도 못 막는 주제에 그깟 실력으로 뭘 하겠다는 거지?”그 말은 비록 원은희에게 한 것이었지만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얼굴이 붉어졌다.‘육지 신선이라 불리는 경지조차 쓰레기 취급이라면 우리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원현주 일행 역시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예천우의 이 한마디는 단지 원은희를 조롱한 게 아니라 자신들이 조금 전 나섰던 일까지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렸다. 뭔가 도움을 줬다고 착각했지만 실제로는 아무 쓸모도 없었던 셈이다.솔직히 그때 성종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화간종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고 최선을 다해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그들의 조상인 노조가 직접 나섰다 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그렇게 예천우의 말 한마디에 원은희는 완전히 얼어붙었고 공포와 절망에 찬 얼굴로 그저 어찌할 바를 몰랐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나한텐 네가 쓰레기
양박군의 말을 들은 순간 화간종의 노조 원은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조금 전 예천우가 한순간에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가 다음 순간 저 멀리 몇 리나 떨어진 곳에 모습을 드러낸 장면은 그녀의 머릿속을 뒤흔들 만큼 충격적이었다.그 정도의 실력이라면 지금 당장 그녀를 폐인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은 단 한 치의 과장도 아니었다.생각해 보면 자신이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했을 때는 마치 하늘이라도 얻은 듯 자만했다. 비록 천하무적까진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 세상에서 누가 감히 자신을 건드릴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첫 번째 전투에서 양박군의 주먹 한 방에 그대로 끝장났고 그 양박군조차 예천우 앞에선 여전히 한참 모자란다니...자신과 예천우의 격차는 마치 하늘과 땅처럼 절망적일 만큼 넘을 수 없는 간극이었다.이 모든 걸 곱씹는 순간 원은희는 감히 다른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사실 이것은 예천우가 의도한 바이기도 했다. 원은희 같은 유형의 인물은 반드시 두려움으로 다스려야 했다. 두려움을 심어두지 않으면 언제 어떤 짓을 벌일지 모를 일이었다.물론 예천우가 손에 쥐고 있는 통혼술의 남은 명부를 써먹을 수도 있었지만 그가 보기엔 원은희 따위는 명부 하나를 낭비할 가치조차 없는 존재였다.결과적으로 그녀는 완전히 제압되었고 예천우가 떠나는 걸 보자마자 황급히 양박군에게 고개를 숙였다.“종주님!”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들 가운데 특히 독고살은 속으로 씁쓸하게 웃고 있었다.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양박군을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 착각했지만 지금은 그 양박군의 부하조차 육지 신선의 경지에 이르렀다. 자신은 이제 따라잡기는커녕 점점 더 멀어지고 있을 뿐이었다.원현주 일행 역시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노조님이 돌아왔을 때만 해도 화간종이 다시 한번 기세를 떨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실상은 그 어떤 역할도 하기 전에 노조님이 다른 이의 수하로 들어가 버리는 현실이었다.절정노조처럼 어쨌든 어느 정도 위상이 보장된 것도 아니
“아니. 이런 인간들이 다 있어? 예전엔 그렇게 이득 챙겨주더니 지금은 하나도 안 준다니. 이게 말이 돼?”유은수는 말할수록 점점 더 흥분했다.“도대체 얼마나 뻔뻔해야 이럴 수 있는 거야. 천우한테 말해서 어떻게 좀 못 해?”임완유는 잠시 말을 잃었다.처음엔 누가 엄마를 괴롭히기라도 한 줄 알았다. 그런데 듣고 보니 단지 예전처럼 이득을 챙겨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을 욕하고 있는 거였다.이건 명백히... 엄마가 너무했다.“왜 말이 없어? 설마 이런 일도 도와주기 싫은 거야?” 유은수의 목소리엔 벌써 짜증이 묻어났다.“그게 아니라요.”임완유는 고개를 저으며 차분하게 말했다.“요즘 임연 그룹은 성장세도 좋고 무엇보다 제가 드린 화장품의 레시피도 그대로 드렸잖아요. 수익률도 아주 높은데 굳이 그쪽에서까지 이득을 더 받아낼 필요는 없어요.”“뭐? 이득을 받아낸다니? 그건 우리가 당연히 받아야 하는 거야. 예전에 줬으면 지금도 계속 줘야 하는 거지. 어떻게 그렇게 딱 잘라 태도를 바꿔? 이건 완전 날 무시하는 거잖아.”유은수의 목소리엔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실은 그녀가 독단적인 운영 이후 회사에는 여러 문제가 쌓여 있었다.예를 들어 자신과 대립했던 하문 같은 인재들을 무작정 쫓아낸 결과 큰 거래처들이 계약을 끊고 다른 회사로 옮겨가 버렸다.그 외에도 원자재 공급에 문제가 생기거나 내부 공정에서 계속해서 사소한 트러블이 발생했다.그 결과 임연 그룹의 실적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고 몇몇 거래처에선 아예 손절을 선언했다.이럴 때일수록 그녀에겐 외부의 도움, 특히 양 회장을 중심으로 한 주요 기업들의 지지가 절실했다.하지만 내부 문제에 더해 양대복 등 주요 인사들이 더 이상 그녀를 봐주지 않자 유은수는 점점 불안해졌다.이전엔 적당히 봐주고 이익을 나눠주던 그들이 이제는 원칙만 들이대며 철저히 거리두기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그런 상황에서 임완유가 그 도움을 거절하자 유은수는 폭발했다.“완유야, 너 왜 이렇게 변했니? 엄마가 너
임완유의 말을 들은 예천우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말처럼 정상적이라면야 아무 문제 없겠지. 심지어 개 한 마리 앉혀놔도 별일 없이 굴러갈 거야.’하지만 문제는 임완유의 어머니 유은수는 개보다 못하다는 데 있었다.‘개는 시키면 얌전히라도 있지만 유은수는 어디 그런 스타일인가?’“왜 그래? 설마 나 못 믿는 거야?”임완유가 귀엽게 투정을 부렸다.그녀는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심지어 하문에게 전적으로 어머니를 보조해달라고 부탁까지 해놨기에 정말 문제없을 거라 믿고 있었다.“아냐. 당연히 믿지.”예천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임완유는 더 이상 깊게 묻지 않았다. 이미 본인이 회사를 떠난 이상 모든 권한과 책임을 어머니에게 넘긴 상황이니 괜히 자신이 이래라저래라 하면 못 믿어서 참견한다고 느낄까 봐 일부러 회사 상황도 묻지 않고 전화 한 통 넣지 않았다.만약 어머니가 자신이 뭔가를 캐고 다닌 걸 알게 된다면 또 어긋난 오해가 생길 게 뻔했다....식사를 마친 뒤 임완유는 다시 야근을 시작했고 예천우는 그녀 곁을 떠나지 않고 조용히 외부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그 와중에 그의 손에는 부하들이 보내온 자료가 도착했다. 바로 백성 그룹 관련 내부 보고서였다.그리고 그중에서도 요주의 인물인 스스로 대표 자리를 자처했던 마두석이었다. 자료를 읽어 내려가던 예천우는 고개를 저었다.‘이 자는 정말 제대로 된 놈은 아니네.’문제는 그를 자른다고 해도 그 자리를 채울 만한 사람이 마땅치 않았다.보고서 속 백성 그룹의 고위직들을 보니 뛰어난 능력을 갖춘 자들은 대부분 마두석과 한통속이었고 그 외의 인물들은 실력이 너무나 부족했다.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었다.‘비리로 얼룩졌어도 일 잘하는 놈들은 확실히 뭔가 있긴 하네.’예천우는 잠시 고민하다 마두석과 영업부장 채광수는 반드시 자르고 나머지 이들은 딱 한 번의 기회를 주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그리고 공석이 된 자리는 이신향에게 맡겨볼까?’그녀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능력
양서은은 순간 멍하니 예천우가 자리를 피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가 그렇게 갑작스레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자 그녀의 눈빛도 서서히 어두워졌다. 아직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이미 거절당한 기분이었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예쁘지 않아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 입은 옷차림이며 메이크업이며 회사에 있던 남자 동료들만 해도 눈을 떼지 못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단 하나의 이유는 바로 예천우는 오직 임완유에게만 마음을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가볍게 웃는 얼굴 뒤로도 감정 하나만을 지켜가는 지독할 정도로 한 사람에게만 진심인 남자, 예천우는 그런 남자였다....예천우가 화장실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임완유가 사무실에서 나왔다. 일이 다 끝나서가 아니라 그녀는 그냥 예천우가 이토록 오랜 시간 자신 곁에 가만히 앉아 기다리고 있는 게 신경 쓰였다.‘천우는 정말 좋은데... 그게 문제야. 너무 여자한테 잘해. 그래서 더더욱 안심이 안 되네.’괜히 남겨두고 바쁜 일만 하게 둘 순 없어서 얼른 나와 함께 돌아가기로 결심했다....그 시각, 용도의 비룡위 본부.“뭐라고? 예천우가 이미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게다가... 특수한 에너지의 도움까지 받았다고?”천도 용진성의 눈빛에 반짝이는 흥분이 스쳤다.“네.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정황상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예천우의 사부님인 옛 용왕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너는 왜 지금까지 아무 연락도 안 한 거야?”“지금 연락하면 바로 의심받을 겁니다. 오히려 역효과나 나타날 수 있죠.” 옛 용왕은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조만간 천우는 분명 용도에 올 거니 그때 직접 만나 확인할 생각입니다.”“지금은 움직이지 않을 거야?”용진성이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며칠 차이로 달라질 건 없어요.” 옛 용왕의 눈빛은 어두워졌다.“정말 예천우가 그런 경지에 도달했다면...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무조건 천우를 손에 넣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훗날 우리가 모두
이 말이 떨어지자 박민정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지금까지 사부님인 멸정 사태는 언제나 남자는 다 똑같은 쓰레기라며 가까이하지 말고 멀리하라 가르쳐왔는데 이제 와서 직접 남자에게 다가가라고 하다니... 아무리 임무라지만 이건 정말 충격이었다.그녀는 조금 당황한 얼굴로 입술을 달싹였고 멸정 사태는 그런 제자의 반응을 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라. 너더러 정을 주라는 말이 아니야. 네 외모라는 무기를 활용하라는 뜻이지. 절대 감정에 휘둘리지 마. 만에 하나라도 진심이 생기면 너는 지금까지 쌓아온 내공이 모두 허사가 될 것이고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옥패의 힘은 그녀에게도 크나큰 유혹이었다. 만약 그것을 손에 넣는다면 자신의 무공은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며 진정한 천하제일의 존재가 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세상의 남자들 따위가 아닌 여인이야말로 이 세상을 지배할 자격이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멸정 사태 본인도 강하긴 했지만 결코 무적이라 말할 수는 없었다.비룡위의 창시자인 용진성만 해도 이미 오십 년 전에 육지 신선 경지에 도달했고 그녀는 아직도 그를 이기지 못했다.더군다나 최근엔 모든 실무를 청룡에게 맡기고 자신은 온전히 내공 수련에 몰두하고 있다고 하니 그 실력은 더욱 깊이를 알 수 없었다.“알겠어요.”박민정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어릴 적부터 멸정 사태에게 길러졌고 사부님의 말은 거역할 수 없었다. 게다가 지난번 예천우를 한 번 본 적 있었던 그녀로서는 그 남자에게 호감까진 아니더라도 혐오감은 없었기에 접근하는 것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만약 다른 남자였다면 단호히 거절했을 테지만 예천우라면 그래도 억지로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좋아. 단... 절대 감정에 빠져선 안 돼. 더더욱 관계를 맺는 일은 있어선 안 되고.” 멸정 사태는 마지막까지 우려를 감추지 못한 채 신신당부했고 박민정은 조금 놀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