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흑호의 말에 두 여자는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는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게... 정말일까? 천우 씨가 그렇게도 무섭고 강력한 존재라고?’두 여자는 모두 천해시에서 예천우가 매우 강력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더 큰 범위인 이곳에서 강력한 가문인 백씨 가문마저 그를 두려워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이 순간 두 여자는 백씨 가문 따위는 눈에도 안 찬다고 했던 예천우의 이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그 말이 정말이었던 것일까? 예천우는 단순히 그녀들을 위로하기 위해 한 말이 아니었다!두 여자의 표정을 본 흑호는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걸 알았다. 이제 일이 쉽게 해결될 것이다.“두 분,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계좌번호를 알려주시면 오전 중으로 돈을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우리의 잘못을 보상하기 위한 성의라고 생각해 주세요.”“아니에요, 그냥 우리를 괴롭히지만 않으면 돼요.”두 여자가 급히 말했다.이 말을 들은 채도식은 4억 원을 아낄 수 있다는 생각에 속으로 기쁨을 금치 못했다. 비록 흑호가 주겠다고 했지만 결국은 자신들이 내야 할 돈이었다.그러나 흑호가 바로 말했다.“안 됩니다. 이 돈은 꼭 받으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자들이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겁니다.”“아, 그렇다면... 알겠어요. 받을게요.”이 사람들의 목숨을 위해 두 여자는 어쩔 수 없이 돈을 받기로 했다.이후에도 채도식은 연거푸 사과를 한 후에야 흑호가 그들을 보내줬다.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두 여자는 당황하며 계속 피하려 했다.자리를 떠날 때 채도식의 불만을 눈치챈 흑호가 싸늘하게 말했다.“4억 원을 헛되이 낸 것 같아 속상해하지 마. 이건 네 목숨값이라고 생각해. 두 여자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용서해줬지만 잊지 마, 그들의 용서가 정말 중요할까? 가장 중요한 건 주인님의 생각 아닐까? 주인님께서 결과를 아시고 너희가 단 몇 마디로 모든 걸 해결했다는 걸 알면 주인님이 화를 내시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게다가 네 과거도 그리 깨끗하지 않아. 주인님
‘알겠다고? 무슨 뜻이지?!’순간 멍해진 예관희는 자신의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이내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천우야, 방금 뭐라고 했니? ‘알겠다’는 게 무슨 뜻이야? 승낙한 거야?”“네. 승낙한 거예요.”예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정말이냐? 너무 고맙구나!”예관희는 극도로 흥분했다. 전혀 기대하지 않고 물어본 것이었기에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그런데 예천우가 정말로 승낙하다니...예천우는 용문의 용왕이며 용문을 대표하는 존재이다. 게다가 소문에 따르면 종사 고수라고 했다.남궁 가문 같은 용도 최고 가문에 필적할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었기에 예천우가 나서면 예씨 가문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미리 기뻐하진 마세요.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말해봐. 어떤 조건이든 다 들어줄 테니!”예관희는 주저하지 않고 즉시 대답했다.“그래요. 예씨 가문의 모든 사람이 내 명령을 듣고 내가 지시하는 대로 움직여야 합니다.”“문제없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네가 오면 족장 자리를 너에게 물려주마.”“그런 뜻이 아닙니다. 예씨 가문의 족장 자리에 관심 없어요.”예천우가 고개를 저었다.“알겠어. 그건 그때 가서 얘기하자. 그럼 언제 올 거야?”예천우가 오면 어떻게든 족장 자리를 물려주려고 생각한 예관희가 급히 물었다.“아직 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요. 며칠 후에 갈게요.”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내 신분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비밀로 해주세요.”“알겠어.”비록 신분을 공개하는 게 더 위협적일 것 같았지만 예관희는 주저하지 않고 승낙했다.“그리고 예웅남을 조심하세요.”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왜?”“내가 돌아간다는 소식은 예천우에게만 흘리세요.”“그래!”예관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예웅남도 그의 친아들이기 때문이다. 예천우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예관희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예웅남이 과연 예씨 가문을 배신할까? 이번 기회에 천우를 통해 떠보지 뭐. 그 녀석이 대
안 온다는 말에 걱정을 하고 있던 임완유는 예천우가 돌아오자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떠올랐다.“오늘 밤에 못 돌아온다며?”“응, 원래는 그럴 예정이었는데 아내가 혼자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생각 하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돌아왔어.”예천우는 미소를 지으며 임완유를 품에 안았다. 오랫동안 참아온 욕망이었다.임완유는 얼굴이 붉어지며 응석을 부리듯 예천우의 품에 안겨 얼굴을 파묻었다.“사람 너무 괴롭히지 마.”하지만 말을 마치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임연 그룹에서 임완유는 화장품 사업을 구축했고 천상 그룹 동성시 지사에서는 향수 관련 사업을 담당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 자신도 향수에 대해 어느 정도 연구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것들에 매우 민감했다.예천우의 품에 안기자마자 임완유는 그의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를 맡았다.은은하고 편안한 향이었지만 임완유의 몸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한 가지 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도대체 한밤중에 여자를 몇 명이나 만난 거야?’예민한 예천우는 임완유의 표정 변화를 바로 알아챘다.“왜 그래?”임완유는 표정이 싸늘해지더니 예천우의 품에서 벗어나 한발 물러서고는 그를 뚫어져라 보며 물었다.“내가 전화하지 않았으면 오늘 밤 안 돌아올 생각이었어?”오늘 다른 여자와 놀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밤새 그 여자들과 함께 있으려 했다니.임완유는 생각만 해도 임완유는 화가 치밀었다.그녀의 말과 행동을 곧바로 알아차린 예천우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완유야, 믿지 못하겠지만 정말 오해야.”임완유는 잠시 멈췄다. 과거에도 여러 번 예천우를 오해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도 그런 걸까? 하지만 그의 몸에서 나는 냄새는 분명 여자 향수 냄새였다.그래도 이번만큼은 예천우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그럼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는 누구 것이야?”예천우는 잠시 망설였다.‘이신향과 유사라라고 말해야 할까?’그렇다면 오해는 더 커질 것이다. 특히 임완유는 유사라와 예천우 사이에 무언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임완유
예천우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임완유의 말을 들어보면 아직 대화할 의사는 있는 것 같았기에 내일 다시 얘기해도 늦지 않으리라 생각했다.다음 날 아침, 예천우는 일찍 일어나 풍성한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일어난 임완유는 여전히 우아하고 아름다웠지만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고 평소와 달리 그렇게 밝지 못했다. 어젯밤 잠을 제대로 못 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임완유의 이런 모습을 본 예천우는 가슴이 아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아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유은수 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았다.“완유야, 어제 일은...”“어제 일은 더 이상 말하지 마. 이미 다 이해했으니까!”임완유가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이해했다고? 대체 무슨 생각을 했기에?”예천우가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 때 임완유가 예천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알아. 네 능력과 재주를 보고 얼마나 많은 훌륭한 여자들이 불나방처럼 달려들겠어. 내가 너였어도 참지 못했을 거야.”“완유야...”예천우는 그녀가 오해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말하지 마. 우선 내 말부터 들어.”“그래, 먼저 말해봐.”“사실 이번 일만이 아니야. 지난번에도 내가 널 만족시켜주지 못했을 때부터 계속 생각해왔어.”“그건 농담이었어, 그냥...”예천우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 던진 농담일 뿐이라고 말하려 했다.“알아, 농담이었지. 하지만 농담으로 진짜 문제를 말한 거야. 그렇지 않다면 방금 하자마자 그럴 리가 없잖아.”“아니 그게 아니라...”예천우는 어안이 벙벙했다.“변명하지 마. 이제 다 알겠으니까.”“너 같은 남자를 혼자서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내가 순진했어. 능력이 있는 남자들은 여자 여럿을 옆에 두는 게 당연한 거야. 넌 잘생긴 데다가 능력도 뛰어나. 그쪽 부분도 너무 강해서... 나 혼자선 감당할 수 없어.”이 말을 하는 임완유는 가슴이 아팠다.언제부터인가, 그녀는 이 남자 없인 살 수 없게 되어버렸다.이 남자를 위해 그녀는 뭐든 할 수 있
정말로 자신이 오해한 걸까? 하지만 향수 냄새는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게다가 양체은이 예천우와 가까이 있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한 적도 있었다.사실 이런 것들이 떠올랐고 그런 여자들이 하나같이 뛰어난 여자들이라는 걸 생각하니 자신이 계속 막는다면 역효과만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그래서 양보하는 것을 통해서라도 정실부인의 자리를 지키고 싶었다.언제부터인가, 그녀는 예천우를 쫓아내고 싶어 하던 마음에서 예천우가 자신을 떠나지 않을까 두려워하게 됐고 오히려 이 남자를 지키기 위해 온갖 방법을 강구하게 됐다.“당연히 진짜지!”예천우가 웃으며 말했다.“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응, 하지만 내가 방금 한 말은 여전히 유효해.”임완유는 이렇게 말하며 예천우의 말을 끊었다.“부정하지 마.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의 일까지 누가 알겠어. 게다가 전에 누군가 그랬어. 너는 운명적으로 여자가 많이 붙을 거라고!”“누가 그랬는데? 말해봐, 그 자식 입을 찢어버리고 말겠어!”예천우가 화를 내며 말했다.“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 어차피 진짜든 가짜든 난 이제 상관하지 않으니까. 왜냐하면... 네가 다른 여자를 옆에 두는 걸 이제는 신경 쓰지 않을 거야.”임완유는 말을 하면서 오히려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내가 말한 두 가지 조건만은 꼭 지켜줘. 알겠지?”“무슨 조건? 애초에 다른 여자는 없을 텐데.”“그냥 약속해! 두 가지 조건, 지킬 거야, 말 거야!”예천우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알았어, 약속할게. 어차피 다른 여자를 곁에 둘 생각은 한 적도 없으니까.”“그래, 이렇게 정한 거다? 이제 아침 먹으러 가자.”식탁 앞으로 간 임완유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그녀의 이런 모습에 예천우는 불안감이 들었다.‘완유가 다른 생각을 하는 건 아닐까?’임완유가 출근한 후에도 예천우는 계속 걱정이 됐다. 한편으로는 부하들에게 임완유를 보호하라고 지시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양채운에게 전화를 걸어 임완유의 상태를
예천우가 예씨 가문으로 돌아간 소식은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예웅남은 제일 먼저 알았다.예관희가 특별히 그에게 알려주며 일단 비밀로 하며 마음속 앙금을 풀고 예천우를 맞이하라고 당부했다. 왜냐하면 오직 예천우만이 예씨 가문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이를 위해 예관희는 꽤 정성을 들여 예웅남을 달래고 설득했다.예웅남은 겉으로는 승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분노가 치밀었다.원래부터 예관희에게 매우 불만이 많았던 예웅남은 당장이라도 예관희의 자리를 꿰차서 예씨 가문을 통솔하여 예천우가 돌아오는 것을 막고 싶었다.예관희와 헤어진 후, 즉시 절정종에 연락해 절정종 종주를 용도로 초대해 앞으로의 큰일을 상의했다.원래는 예관희의 팔순 잔치를 기다렸다가 손을 쓸 생각이었지만 지금 보니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이건 예관희가 스스로 죽음을 재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정우찬은 전화를 받자마자 즉시 예천우에게 상황을 보고했고 예천우는 특별한 지시 없이 그저 평소대로 진행하라고 했다.가능하면 보육원 방화 사건에 대해 탐색할 기회를 찾아보라고 했다.예천우가 전화를 끊자마자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이내 필요한 약재들이 짧은 시간 안에 모두 준비되었다는 말에 예천우의 얼굴에 기쁨이 떠올랐다.비록 칠색 연꽃을 먼저 확보했고 절정 노조의 소장품 중 중요한 약재가 몇 가지 있었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모으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이것들을 조합하면 영혼과 육체를 단련하는 약을 만들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영혼의 힘을 극대화해 천지의 기운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이었다.자신의 돌파를 통해 예천우는 그들이 육지 신선의 경지에 오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영혼의 힘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런데 이 약이 있으면 돌파 확률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비록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복용자의 실력을 향상시켜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결국 육지의 신선에 도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정말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문제가 생기는 걸 피하기 위해 예천우는 특별히
게다가 도달했다 해도 오랜 축적 과정이 필요하지만 남궁은서는 그 과정을 건너뛰었다.똑같이 종사 정상이라 해도 대사와 정우찬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러니 이 약물은 대사에게 사용해도 결코 돌파할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돌파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아요.”예천우는 100% 확신이 없었다.“어쨌든 희망은 있잖아!”남궁은서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남궁은서가 물었다.“정우찬은 돌아왔어요?”“돌아오는 길이야. 곧 도착할 거다. 정우찬에게 사용할 생각이니?”“네. 정우찬은 종사 정상 경지에 오래 머물렀고 육지의 신선까지 이제 한 발 남았으니 약물 테스트에 가장 적합해요.”예천우가 설명했다.이 약물은 사용해본 적이 없어 과정이 어떨지, 파괴력은 얼마나 되는지, 생명의 위험이 있는지 등을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이 말을 들은 남궁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돌아온 정우찬은 예천우에게 특별히 전화를 걸어 어디에 있는지 물은 뒤 성종에 있다는 걸 알고 바로 성종에 왔다.“일은 어떻게 됐어?”예천우가 묻자 정우찬은 즉시 예웅남의 계획을 알려주더니 녹음 파일 하나를 건넸다.잠시 당황한 예천우는 바로 뭔가를 직감했지만 묻지 않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앞부분 내용은 정우찬이 이미 언급한 바 있었다.곧이어 정우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이번 우리 협력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길 바라. 네가 예씨 가문 족장 자리에 오르고 우리는 옥패를 손에 넣는 거야.”“절종주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예씨 가문 족장 자리에 오르면 반드시 전력을 다해 옥패를 찾도록 하겠습니다. 예씨 가문 사람인 제가 옥패에 대해서 제일 잘 알고 있습니다.”“당연하지. 예전에 너는 우리 귀왕종과 함께 옥패 주인을 추적했고 심지어 보육원에 불까지 질렀잖아.”이 말에 예웅남의 안색이 변하더니 급히 말했다.“절종주님, 무슨 농담을... 그건 귀왕종이 한 일이고 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정우찬은 불만스러운 목소
“너도 꽤 대단하네.”정우찬의 눈에는 살짝 살기가 스쳤지만 주인님의 계획을 망치지 않기 위해 재빨리 감췄다.예웅남은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말했다.“큰일을 도모하는 자는 사사로운 감정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 법이지. 자식이고, 형제고, 부모고... 다 필요 없어. 예로부터 제왕의 길은 핏줄을 밟고 올라선 자들이 걸어온 길이지.”“그 말도 맞긴 하지. 하하. 그럼 난 여기서 너의 대업이 꼭 이루어지길 미리 축하할게.”이쯤에서 예천우는 녹음기를 멈췄고 그의 얼굴에는 서서히 살기가 차올랐다.그의 표정은 냉랭했고 눈빛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사실 그는 이미 예웅남을 의심하고 있었다.‘설마... 아닐 수도 있겠지.’하지만 그 의심을 스스로 부정해 왔던 것도 사실이었다.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는 끝끝내 예웅남이 그렇게까지 하진 않았을 거라 믿고 싶었다.그러나 이제 예웅남의 입에서 직접 들은 그 말이 모든 것을 증명했다.“정우찬, 이번 일 잘해줬어. 아주 만족스러워.”예천우는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서 너에게... 천금 같은 기회를 줄 생각이야.”정우찬은 순간 멍하니 멈췄다가 곧 기쁨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무엇인진 몰라도 주인님께서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틀림없이 엄청난 선물일 터였다.‘혹시... 내 힘이 더 강해질 수도 있는 건가?’ 그의 뇌리를 스친 건 얼마 전 만난 양박군의 말도 안 되는 전투력이었다.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근처라도 닿을 수 있다면...“가자. 네 수행 공간으로.”예천우가 조용히 말했다.“네! 알겠습니다.”이번 기회만 잘 잡는다면 자신도 한 단계 아니 두 단계 도약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정우찬은 가슴이 벅차올라서 목소리까지 떨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정우찬의 비밀 수행 공간에 도착했다.예천우는 공간 반지에서 조그만 유리병 하나를 꺼내 들며 입을 열었다.“이건 내가 칠색 연꽃을 비롯한 세상에 몇 남지 않은 귀한 약초들로 직접 정제한 약이야.”그 말을 들은 정우찬은 심장이 요동쳤다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
도민현은 처음에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눈이 피곤해서 착각한 게 아닐지 잠시 의심했지만 그의 기억력도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 단 한 번 마주한 적이 있을 뿐인데도 용왕님의 인상은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에 다시 본다고 해도 절대 헷갈릴 리 없었다.더구나 지금 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직원 덕분에 시야가 확 트였고 그는 곧 확신에 찼다.‘틀림없어. 저분은... 용왕님이야!’순간 그의 얼굴에는 흥분이 스치듯 지나갔다. 용문 사람들에게 있어 용왕이란 존재는 신비롭고도 절대적인 인물이었고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전설과 같은 존재였다.예천우도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의 시선을 알아채고 조용히 말했다.“음식은 두고 가세요. 경찰은 부르지 말고요. 꼭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다면 식당 대표한테 말하시면 돼요.”“네. 알겠습니다...”직원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룸을 예약한 손님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니 각별히 신경 쓰라는 지시를 이미 여러 번 들은 터였다. 지금 상황이 아무리 이상해도 그녀는 절대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이 식당 자체가 천상 그룹 소속이었고 예천우는 그 천상 그룹의 실질적인 후계자였다.그때 도민현은 아무 말 없이 문 앞에서 서 있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쏟아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용왕님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직원이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간 뒤에야 도민현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용왕님!”‘용왕?’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순간 어리둥절했고 분명히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예천우의 태도와 지금 들어온 도민현의 모습을 보면 그 호칭이 단순한 게 아닌 것 같았다.조신우 역시 당황한 듯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용왕이란 말을 들은 기억은 없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어딘가 낯이 익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인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예천우는 도민현을 보고 가볍게 물었다.“여긴 어떻게 왔어
조신우는 이제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고 예천우가 한 번만 더 손을 쓰면 그가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그런 상황에서도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며 이를 갈듯 외쳤다.“죽어도... 너한테는 절대 안 빌어!”그러자 예천우는 차분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그럼 이번엔 네 팔 하나쯤 부숴줘야겠네.”말이 끝나자마자 예천우는 주저 없이 발을 옮겨 조신우의 팔 쪽으로 중심을 이동했다.그러고는 단 한 순간 아무 망설임 없이 발을 내리찍었다.“으악!”이번엔 조신우의 비명이 더욱 뼈를 깎는 듯했고 방 안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에 모두가 혼비백산했다.“안 돼. 그만둬!”이재동이 다급히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옆에 있던 이신향을 향해 소리쳤다.“신향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얼른 가서 말려. 지금 당장 멈추라고 해!”하지만 이신향은 아무런 반응 없이 차갑게 말했다.“왜요? 자기가 그렇게 잘난 척하다가 스스로 자초한 거잖아요. 내가 왜 말려요? 천우 씨는 지금 정당하게 싸우고 있는 거예요.”“너... 너 정말 미친 거 아니냐. 내 딸이 이렇게 멍청했던 거야?”이재동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이번엔 정말 끝이야... 이번엔 진짜 우리 가족 다 죽게 생겼어!”한지연 역시 표정이 창백했지만 그 와중에 오히려 이선우가 벌떡 일어나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죽으면 죽죠! 난 더는 저딴 조신우한테 굽히고 살기 싫어요. 누나, 미안해요. 다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거예요.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진짜 일이 터지면 저 혼자 감당할게요.”“감당은 무슨 감당이야.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조씨 가문이 얼마나 무서운지 똑똑히 봤잖아. 넌 그런 걸 감당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이재동은 거의 울부짖다시피 외쳤고 그 시선은 다시 이신향에게 향했다.“신향아,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네가 이 사태를 만든 거라고.”그러고는 예천우를 향해 이를 악물고 외쳤다.“그리고 너, 예천우!
“웃기고 있네.”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예천우를 비웃었다.“너 같은 쓰레기가 뭘 할 수 있겠어? 믿을 수 없으면 한번 해보든가.”예천우는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이 멍청이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줄을 모르네. 이젠 말로 안 통하겠군.’ 그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좋아. 네가 원한 거니까 제대로 맛 좀 보여줄게.”조신우는 속으로 살짝 기뻤다. ‘드디어 이 찌질이가 덤벼오네. 이놈 입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망신당했는데... 지금부터 그 수모를 전부 갚아줄 거야.’조신우는 예전에 자기 돈으로 무술 사부님을 몇 명을 고용해 몇 가지 동작을 배운 적이 있었다. 물론 제대로 된 수련은 아니었고 훈련도 게을리해 실전 경험이라곤 없었지만 일반인 두셋쯤은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수준이었다.“일대일이야. 그러니 누구도 우리를 말려서는 안 돼. 무릎 꿇고 빌기 전까진 끝이 아니야.”조신우는 허세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예천우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어차피 저 녀석이 알아서 죽겠다는 건데 우리가 말려봤자 괜히 조 도련님만 더 화나게 하겠지...’조신우는 예천우가 정말로 나서는 걸 보고 미소를 지었다.‘그래. 이걸로 다시 내 체면을 회복하면 되겠지.’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짝!”예천우가 한 발 앞으로 다가서자마자 그대로 그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너 이 자식... 비겁하게 기습하는 거야.”조신우는 얼굴을 싸쥐며 소리쳤지만 다음 순간 또 한 번의 따귀가 날아들었다.“짝!”이번엔 정면이었다.예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이번엔 기습 아니니까 할 말 없겠지?”조신우는 충격으로 말을 잃었다. 조금 전 따귀는 정말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분명히 내가 더 빠르고 강한데... 저 자식은 그저 공부나 하던 놈 아니었어?’그러나 예천우는 멈추지 않았고 이번엔 조신우의 다리를 향해 그대로 발을 뻗었
방 안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조혁진 또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지만 그는 도민현이 강흥시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지금 도민현이 진심으로 칼을 빼들면... 우리 조씨 가문은 정말 끝장이겠지.’하지만 그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해할 수 없었다.‘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지? 우리가 용왕이라는 사람을 건드릴 일이 있었나? 조씨 가문이 아무리 무례하다 해도 눈치 없이 그런 인물한테 손댈 리 없잖아...’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전태민 시장의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을 확인한 그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왕 총독님, 저한테 직접 전화를 주신다니... 정말 영광입니다.”왕 총독은 이미 도민현의 힘과 그 뒤에 있는 용문이라는 조직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었다.그는 도민현이 강흥시에 대규모 투자를 하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이 기회를 꼭 살리고자 했다.강흥시가 발전하면 자신의 정치 커리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지금 협상은 잘 되고 있나?”왕 총독이 물었다.전태민은 순간 식은땀을 흘리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그게... 조금 문제가 생겼습니다.”그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요약해서 설명했다.그리고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도민현이란 그 자식은 뒤에 용왕이 있단 걸 핑계로 아예 우리를 무시했습니다. 너무 오만하고 제멋대로라 제가 직접 그 자리에서 따끔하게 경고했습니다. 용왕이 뭐 대단하다고 우리 정부 사람을 흔들려고 하는 거죠? 저희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필요하다면 그 용왕이라는 자식도 좀 혼내려고요.”전태민은 평소 왕 총독이 단호하고 강경한 스타일이라는 걸 알기에 일부러 자신을 강하게 포장하려고 했다.‘이런 모습 보여주면 총독님도 날 인정해 주시겠지.’하지만 다음 순간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왕 총독은 큰소리로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뭐라고? 용왕님을 혼내겠다고? 전태민, 너 지금 제정신이야?”왕 총독의 고함이 너무 커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까지
그 모습을 본 전태민 시장과 간부들은 도민현의 반응이 납득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불쾌했던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던 건 도민현의 얼굴에 드러난 그 진중하고 긴장된 태도 때문이었다.‘도대체 어떤 존재길래 강흥시에서 잘나가는 이 도민현조차 저리도 조심스러워하는 걸까?’그러던 중 도민현의 입에서 낮고 묵직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용왕님, 말씀하십시오.”‘용왕?’방 안에 있던 이들의 눈빛이 동시에 흔들렸다. ‘용왕이라니... 설마 그 용문? 전설적인 비밀 조직이라는 그 집단의 실질적인 우두머리?’그간 소문처럼 떠돌던 이름은 들어본 적 있었지만 실체는 아무도 본 적 없었다. 그런데 지금 도민현의 입에서 직접 그 이름이 나온 것이다.전화기 너머에서 예천우의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도 대표, 하나 묻자. 장산군 사정 좀 알고 있어? 거기서 제법 영향력 있는 가문이 하나 있다더라. 조씨 가문이라고... 들어봤어?”그 말에 조신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봐봐. 끝까지 쇼하네. 이 전화는... 그냥 자기 친구랑 짜고 치는 거겠지. 곧 들통날 거야.’도민현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조심스럽게 답했다. “예. 그 가문의 가주는 조태영이라 하고 지역에선 꽤 이름이 있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전화기를 들고 있던 전태민 시장은 조용히 그 이름을 되새겼다.‘조태영이라하면... 조신우의 아버지 아닌가?’옆에 서 있던 조혁진은 순간 얼굴이 굳었다.‘설마... 아냐... 이건 아닐 거야. 아닐 거야...’그 순간, 예천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그래. 조씨 가문, 그 집안을 내가 완전히 무너뜨리고 싶다면... 할 수 있겠어?”그 말에 도민현은 더는 망설이지 않고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그깟 조씨 가문 정도야 하루 안에 끝장낼 수 있습니다.”“좋아. 그럼 바로 실행해.”예천우는 감정 하나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차분히 말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도민현은 조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